2014년에 로맨스 스토리 작가가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를 시작해 1부 34화, 2부전 52화로 전 86화로 완결한 코믹 판타지 만화.
내용은 16세기 때 무력으로 인류를 지배하고자 시도한 인류의 숙적 흡혈귀 G가 인간과의 치열한 사투 끝에 물러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은거했는데 그로부터 수백년 뒤, 현대에 이르러 방콕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히키코모리 백수가 되어버렸다가, 어느날 식량인 수혈팩을 구하러 거리로 나왔다가 마법소녀의 마스코트 동물인 시드를 만나서 마법소녀 권유를 받고 그걸 수락해 흡혈 마법 소녀가 되어 지구 정복을 노리는 변태 마왕의 대마왕군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초반부는 이른 바 뽕빨물로 판치라, 결박, 미소년, 미소녀, 여장소년, 모에, BL 요소, 백합 요소, 메이드 등이 주요 키워드로 나와서 서비스씬이 넘쳐 나고 거기에 히로인이 흡혈귀인데 계약을 맺어 마법소녀가 됐고 히키코모리에 동인녀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갭 모에 설정을 집어넣어 코믹 판타지 노선으로 밀고 나갔다.
여주인공 G짱은 기본적으로 흡혈귀인데 마법소녀를 겸하고 있어 엄청나게 강한데 흡혈을 통해 변신하고 부녀자 속성을 가진 게 고유한 설정이자 개성이다. 특히 부녀자 속성에 특화시켜 동인지 네타를 주 재료를 개그의 원동력으로 삼고 서비스씬 지분율이 매우 높다.
하지만 1부 말미에 반전과 함께 스토리 차원을 넘어서 작중 세계관과 모든 갈등 관계가 G짱을 중심으로 돌아가서 그 비중이 매우 커져 주인공으로서 메인 스토리에서 이탈해 본편 스토리 자체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되고, 2부에서 G짱의 파트너인 시드가 진 주인공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흡혈귀 진영과 맞서고 G짱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2부가 시작되면서 스토리의 스케일이 1부보다 훨씬 커져 세계 규모로 발전하면서 극 전개가 시리어스하게 변해서 1부 초반의 분위기랑 전혀 달라진다.
인간, 마왕군(마계), 흡혈귀, 마법소녀 등 4개 세력이 충돌하고 중립 세력인 기계신까지 더해지면서 중세 흡혈귀 전설을 넘어서 창세 고대 신화 레벨로 배경 스케일이 커진다. (거기서 여주인공 G짱의 이름에서 G의 의미가 다 밝혀진다)
극 전개가 시리어스하게 바뀌면서 2부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G짱의 과거 행적을 보여줘 스토리가 늘어지는 경향이 있어 피로감이 있고, 웹툰의 구성적인 부분에서는 괜찮지만 대사량이 너무 많아서 텍스트를 꼼꼼히 다 읽는 걸 전제로 두면 가독성이 좀 떨어진다.
근데 이 작품의 스토리는 모든 진영과 인물 사이에 오해가 발생해 갈등이 생겨 파극으로 치닫고, 서로간의 이해가 부족한 것에서 찾아오는 문제를 핵심적인 내용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대사 하나하 다 읽어봐야 내용 이해를 완벽하게 할 수 있다. 대사량이 많다고 해서 스킵하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소리다.
가독성을 희생한 대신 내용 구성의 탄탄함을 얻었다. 인물, 설정, 사건 등이 결코 급조된 것이 아니고 그림 퍼즐의 조각처럼 하나하나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모든 조각이 다 모여야 비로소 완성을 이루게 되어 있다.
작중 5개 세력이 충돌하는 만큼 등장인물 수가 상당히 많은데 캐릭터별로 비중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최소한 왜 나왔는지 모를 캐릭터는 없다. 저마다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다 하고 또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극 전개가 시리어스해서 분위기 자체는 어둡지만, 절망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나아가 목적한 바를 이루기 때문에 소년 만화의 왕도를 지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텍스트 과잉, 과거 회상 분량 과다로 인한 늘어짐 현상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 세련되지 못한 구석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전달했다.
경량화를 시키지 못한 거지 텍스트 자체의 밀도는 높은 편이다. 다만, 만화로서 중시해야 할 가독성을 생각해 보면 가능한 한 텍스트 량을 줄이는 고민이 필요했다고 본다.
작중에 던진 떡밥은 모두 회수됐고, 에필로그 때 나오는 진정한 흑막과 흑막의 말을 논파하는 맥거핀적 존재가 등장해 이중반전이 나오는데 급조한 것이 아니라 합당한 이유가 충분히 나와 나름대로 깔끔한 마무리에 여운도 남아서 좋았다.
작화는 컬러가 들어가지 않은 흑백인데 종이책 만화의 모노톤은 아니지만, 종이에 직접 그려서 스캔한 아날로그 방식을 써서 디지털 작업물과는 또 다른, 종이 손그림 느낌이 많이 난다.
언뜻 보면 간결한 것 같아 보여도 투박한 구석이 있고, 모에에 중점을 두는 것 같으면서도 거칠고 박력 있는 액션(특히 근육남들이 치고박고 싸우는 육탄전)이 나오며, 미소녀뿐만이 아니라 근육남, 메카닉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있다.
작화 자체는 준수한 편으로 중요하다 싶은 컷과 연출에는 바짝 힘을 내지만 그 이외의 부분은 가볍게 그리고 넘어가서 디테일이 약간 떨어져 작화에 100% 힘을 다 쏟지 않고 어깨 힘을 좀 빼고 70~80%만 실력을 발휘한 것 같다. 옷으로 치면 청바지가 아니라 힙합 바지스러운 느낌이다.
이게 본래 이 작가 작화 스타일인 것도 있겠지만, 무리하게 작화 밀도를 높이기보다는 끝까지 달려 완주하는 걸 목표로 자기 페이스를 지킨 것 같다.
결론은 미소녀 모에 뽕빨물로 시작했다가, 극 전개가 코믹에서 시리어스로 바뀌면서, 인물, 배경, 사건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져 창세 창세 신화 레벨의 판타지 대서사시로 귀결되는데 노선 변경의 간극이 너무 커서 이질감을 주고 후반부의 이야기가 조금 늘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건실하게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면서 작중에 던진 모든 떡밥을 회수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잘해서 장편 만화로서 유종의 미를 거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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