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 신짱: 액션가면 VS 하이그레 마왕 (映画クレヨンしんちゃんアクション仮面VSハイグレ魔王.1993) 2019년 애니메이션




1993년 토호에서 혼고 미츠루 감독이 만든 극장판 크레용 신짱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내용은 TV 속 영웅 액션가면이 어느날 촬영 도중 의문의 폭발 사고에 휘말려 정신을 잃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액션 스톤을 빼앗겼는데, 그게 실은 평행 세계를 오고 가는 힘이 담겨 있는 물건으로 액션 가면 배우가 사실은 다른 세계에서 온 진짜 슈퍼 히어로로 액션가면 촬영을 위해 출장을 온 것이었고, 액션 스톤을 빼앗아 간 것은 액션 가면이 슈퍼 히어로로 살아가는 세계를 침공한 하이구레 마왕이라서 그쪽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이쪽 세계의 액션가면 팬인 신짱구(노하라 신노스케)가 액션 카드의 선택을 받아 엄마, 아빠, 흰둥이(시로)와 함께 가족 모두 다른 세계로 넘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크레용 신짱 만화 원작 단행본 6권에 수록된 액션가면 VS 하이그레 마왕을 극장판으로 만든 것이다.

작중 하이그레 마왕은 오카마로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고 있고 부하 전투원인 팬티 스타킹단을 시켜 보통 사람들에게 괴광선을 쏴서 강제로 변신시켜 남녀노소 불문하고 하이그레 수영복을 입은 채로 코마네치 자세를 취하며 ‘하이그레! 하이그레!’를 외치게 된다.

이 아이디어는 원작자 우스이 요시코가 만든 것이라고 하며, 하이그레 포즈는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비토 타케시의 코마네치에서 따왓다고 한다.

짱구 시리즈 첫 극장판이라서 그런지 극장판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서 후대에 나온 짱구 극장판과 비교하면 여러 가지로 좀 밀도가 떨어지는 구석이 있다.

일단, 오프닝곡이 극장판 전용곡이 아니라 당시 TV로 방영되던 TV판 오프닝곡을 그대로 삽입했고. 총 러닝 타임 93분 중에 절반에 해당하는 40여분 분량이 본편 내용인 액션가면 VS 하이그레 마왕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짱구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그레 마왕의 지구 침공을 시작한 건 저쪽 세계이기 때문에, 이쪽 세계의 짱구는 사실상 아무런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니고. 저쪽 세계에 건너간 뒤에야 비로소 하이그레 마왕과 대립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전반부 40분가량의 내용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

짱구는 못말려 원작이나 TV판을 전혀 보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 작품이 대충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있는 튜토리얼 역할 정도는 하지만.. 이미 짱구는 못말려를 알고 보는 사람에게 있어선 그저 필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우스이 요시토 작가의 원작 만화판 자체도 짱구네 가족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부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전반부의 내용은 극장판 오리지날 스토리인데 단순히 TV판 내용을 재생한 것에 지나지 않아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작에 나온 여러 가지 설정은 후대에 계승되어 이 짱구 시리즈의 특징이 됐다. (신비한 카드. 놀이공원으로 위장된 중요 장소, 말하는 흰둥이, 차원간 이동 등등)

만화 원작과 자잘한 부분에서 차이가 좀 있다.

만화 원작에서는 짱구네 가족이 바다로 놀러갔다가 액션 가면 하우스를 발견해 그곳에 들어갔다 저쪽 세계로 이동한 반면. 극장판은 이쪽 세계의 액션가면이 힘을 잃고, 짱구가 No.99 황금빛 액션 카드의 선택을 받은 뒤, 놀이공원으로 위장된 곳에서 오너로 변장한 액션가면의 안내에 따라 우주선을 타고 액션가면 쇼를 보다가 저쪽 세계로 넘어가서 스토리의 개연성이 생기고 진행 과정이 디테일해졌다.

그건 좋은 부분인데 짱구 이외에 다른 캐릭터들의 역할을 원작과 비교해서 대폭 축소한 건 좀 아쉽다.

하이그레 마왕의 부하인 티백 남작과 하라바키 레이디스는 원작에서 함께 출격했다가 짱구와 친구들, 선생님이 리리코가 준 비밀 병기로 맞서 싸워 이겨냈는데.. 극장판에서는 짱구 이외의 인물들이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한 채 죄다 리타이어 당하고, 짱구 혼자 슈퍼 세발 자전거를 타고 흰둥이의 서포트를 받아 하바라키 레이디스, 티백 남작들을 물리친다.

후대의 짱구 시리즈가 가족의 힘이나, 친구의 힘 등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뭉쳐 싸워 위기를 헤쳐 나가는 걸 시리즈 특성으로 삼은 것과 비교하면 스타일이 너무 달라 좀 위화감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짱구가 하라바키 레이디스, 티백 남작과 벌이는 비행 추격전 자체는 연출 퀼리티가 높아서 꽤 볼만하다.

하라바키 레이디스가 오리튜브 타고 뒤쫓아오면서 오리 머리를 길게 늘어트려 공격해오는 걸 이타노 서커스식으로 연출하고, 티백 남작과의 추격전은 무슨 전투기 영화를 방불케 한다.

액션가면과 하이그레 마왕의 최종 결전 역시 원작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퀼리티가 높다.

원작에선 액션가면과 하이그레 마왕의 결투가 달랑 한 페이지로 끝나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후다닥 지나갔지만.. 극장판에서는 기둥타고 올라가기 시합부터 시작해 검술 대결도 벌이고, 원작에서 짱구의 방해로 정신이 흐트러져 끝내 이루지 못했던 하이그레 마왕의 파워업 변신 모드까지 나와서 나름대로 박진감 넘치게 싸운다.

원작에서 똥을 싸서 하이그레 마왕의 주의를 끌어 액션가면의 승리에 기여했던 짱구가, 극장판에서는 액션가면을 응원하다가 액션 스톤의 힘을 빌려 액션빔을 사용해 액션가면과 힘을 합쳐 더블 액션빔으로 하이그레 마왕을 쓰러트려 화장실 유머의 결정체인 똥개그에서 아동 영화의 교과서적인 하이라이트를 연출하면서 초진화했다.

대결의 결말도 원작에선 하이그레 마왕이 단순히 액션빔을 맞고 패배해 부하들에게 회수되어 변변한 대사 없이 퇴장했는데 극장판에서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액션가면과 짱구에게 호의를 보이며 유유히 퇴장을 해 여운을 안겨준다.

짱구가 실수로 삼킨 액션 스톤을 꺼낼 때 원작에선 미미코가 관장을 해서 배변시킨 반면. 극장판에서는 하이그레 마왕의 초능력에 의해 아무 상처 없이 구슬만 쏙 빼내고, 사건이 무사히 해결된 뒤 원작에선 짱구가 액션가면에게 포상으로 자기 엉덩이에 친필 사인을 받았는데 극장판에서는 액션가면 미니 코스츔을 선물 받은 것으로 여러 가지 내용이 순화됐다.

물론 하이그레 마왕의 오카마 강조와 짱구의 똥침 기술, 거시기 코끼리 등등 정제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그렇게 과한 수준은 아니고 이게 또 짱구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어 후대에 전통처럼 이어진 특성이 됐다. (극장판 분기별로 빠짐없이 나오는 오카마 계열의 캐릭터를 예로 들 수 있다)

결론은 추천작. 극장판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라서 스타일이 확립되지 않은 채 만들어져서 후대의 작품과 비교하면 작품 전반의 밀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고, 짱구의 일상 위주로 나온 전반부의 내용은 빼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별 의미가 없지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후반부의 액션 연출은 원작보다 훨씬 낫고 TV판에서는 볼 수 없는 극장판만의 스케일을 보여줬으며 작품 자체를 아동물에 맞춰 최적화시켰기 때문에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서 후대에 시리즈가 계속 나올 수 있게 길을 잘 다져 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시리즈 첫 작품이고 원작 만화가 인기 절정에 올랐을 때 나와서 초대 특수를 누려서 흥행 수익 22.2억엔으로 시리즈 역대 두 번째로 높다.

2015년에 짱구는 못말려: 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이 나오기 전까지 무려 22년 동안 흥행 수익 1위 자리를 지켰었다. (나의 이샤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23번째 작품으로 흥행 수익이 22.9억엔이다)

덧붙여 이 작품이 개봉한 지 1년 후인 1994년에 반다이에서 슈퍼패미콤용으로 만든 ‘크레용 신짱: 대마왕의 역습’은 본작의 후속작으로 하이그레 마왕이 재등장한다. 액션가면이 인질로 붙잡히고 떡입마을 방범대(카스카베 방위대) 친구들이 붙잡혀 세뇌당해 적으로 나와서 짱구 홀로 싸우는 내용이다.

덧붙여 이 작품은 원작 만화 연재 초창기에 나온 작품이라서 그런지, 짱구 친구들의 설정이 정립되지 않았다. 그래서 후대에 확립된 설정으로 마법소녀 모에P에 환장한 철수가 액션가면 카드를 모은다던가, 소꿉놀이 오타쿠인 유리가 토끼 인형이 아닌 미미코의 카드를 모으고, 훈이, 맹구 등도 액션가면 팬이라 카드 모으는 취미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



덧글

  • 아돌군 2016/06/04 00:41 # 답글

    전 이거 보면 배금택 작가의 Y세대 제갈공두 생각이.... 완전히 스토리 가져다 베껴놓고 이름만 바꿨었죠.. 액션가면이 술퍼맨(....)
  • 잠뿌리 2016/06/04 08:00 #

    그게 완전 배금택의 흑역사죠. 데드 카피 수준으로 베낀 거라; 당시 이로마도 괴물군, 으랏차차 짠돌이네를 그대로 베낀 만화 그렸었는데 그 시대 만화가들의 어두운 단면인 것 같습니다.
  • 더카니지 2016/06/11 19:40 # 답글

    레전드의 시작이죠. 나중에 짱구 극장판 제작이 디지털 작화로 전환되면서 작화라던거 스토리라인이-과도한 병맛개그- 이래저래 망가진 2기 극장판 때와 비교하면 다시 봐도 정말 재밌는 작품
  • 잠뿌리 2016/06/14 17:09 #

    작화는 사실 2기가 더 좋습니다. 이 1기는 전반부를 TV판 내용을 그대로 재탕했거든요. 그래도 이 작품이 있기에 짱구 극장판 시리즈가 쭉 나올 수 있던 거라 시리즈 초석의 역할을 분명히 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386908
5872
9422593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