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변(精靈變.1992) 2019년 중국 공포 영화




1992년에 노건 감독이 만든 호러 로맨스 영화. 원제의 풀 타이틀명은 경율당안지정령변(驚慄档案之精靈變). 영제는 ‘바나나 스피릿츠(Banana Spirit)’다.

내용은 아식과 여아차는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아식은 장의사로서 시신 메이크업 일을 했고 여아차는 도사로서 도술을 사용해 귀신을 때려잡는 일을 했는데, 폭력배 슝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장례식장 사장의 의뢰로 보름달이 뜬 밤 바나나 숲에 들어가 바나나의 정령을 잡으려다 들개가 나타나는 바람에 모두 도망쳐 실패한 줄 알았다가, 바나나 정령이 진짜로 나타나 클럽걸 아이리스의 몸에 깃든 채 아식을 찾아와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식 역에 우전위, 여아차 역에 예성이 맡았는데 캐릭터 설정만 보면 투 탑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것 같지만, 실제 주인공은 아식으로 바나나 정령과 홍콩판 사랑과 영혼을 찍고 예성은 도사로서 악당과 악귀를 상대하는 서포터적인 활약을 한다.

이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은 아식과 바나나 정령 챙의 사랑 이야기다.

바나나 정령 챙이 불량배에게 강간당할 뻔한 클럽걸 아이리스를 구해주고 그녀의 몸에 들어가 아식을 찾아가 사랑을 나누는 게 메인 스토리다.

챙의 정령폼이 알몸의 긴 머리 여자고 푸른 전류를 번쩍이며 산 사람의 정기를 흡수하는 모습을 보면 토브 후퍼 감독의 1985년작 ‘라이프 포스’에 나오는 우주 뱀파이어 같은 느낌을 주지만, 아이리스의 몸을 점거한 이후에는 순수하게 사랑을 하며 로맨스를 찍기 때문에 요사스럽게 나오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 인간으로 묘사되는 건 또 아니고, 아식이 빚을 갚기 위해 도박을 할 때 요력을 사용해 도와주거나 바나나. 즉, 식물의 정령이라 불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아식과 함께 지내면서 본의 아니게 그의 기를 흡수해 수척하게 만드는 등 초자연적인 존재로서의 면모를 쭉 보여준다.

아식과의 사랑 이야기가 쭉 나오다가 폭력배 흉의 공격을 받아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소멸 위기에 처해, 정령혼을 성불시켜주는 게 클라이막스 내용이다.

오로지 이걸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죄다 조연으로 전락한 게 좀 캐릭터 낭비에 가까워 좀 아쉬움이 남는다. 캐릭터 운용의 측면에서 볼 때 배분에 실패했다고나 할까.

강시선생으로 유명한 임정영이 여아차의 숙부인 진승 역을 맡았지만 약방 주인이라 도술은 전혀 쓸 줄 모르고. 극후반부에 악귀가 공격해 오자, 여아차의 도술로 일시적인 힘을 얻어 성불 의식을 성공시키는 조연이다.

임정영이 도사로 나와서 활약할 걸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여아차가 도사로 나오는 캐스팅 자체는 신선한 편이었다.

모산술 도사 특유의 노란색 도복이 아니라 그냥 평소 입는 점퍼, 청바지 차림을 하고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도술을 부리는 게 기억에 남는다.

주력 기술이 부적이나 장법 같은 게 아니라 신을 불러내 자기 몸에 깃들게 해서 싸우는 신체 강화 술법이라서 강시선생 보다는 귀타귀 느낌 난다.

다만, 본편 내용이 러브 스토리라서 초반부에 잠깐 퇴마행을 나선 이후 바나나의 정령 등장과 함께 본편 스토리에서 소리 소문 없이 이탈했다가, 아식과 바나나 정령의 위기에 맞춰 복귀하기 때문에 활약상에 비해 출현 분량이 적어서 아쉽다.

도사 캐릭터를 우대하지 않으니 당연히 도술의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강시선생 시리즈의 단골 배우인 오요한도 출현하지만 장례식장 주인 단역으로 나와서 비중이 매우 작다.

작중 악역인 폭력배 흉은 챙의 약점을 알고 횃불로 공격해 치명상을 입힌 뒤, 아식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온몸에 불이 붙어 죽었다가 요괴로 다시 부활해 아식 일행을 노리는데 요괴 부활 과정이 문자 그대로 갑툭튀 전개라 좀 뜬금없긴 하지만 그 이미지나 능력은 상당히 강력하게 묘사되어 인상적이다.

몸에 불이 붙어 죽었다가 요괴로 부활한 것이라 얼굴에 화상 자국이 남아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는데.. 양초를 불에 녹여서 만든 진액을 얼굴에 발라 새하얗게 만들고, 인형한테 입히는 파란색 종이 정장을 입고서 불쑥 나타나 입에서 맹렬한 화염을 뿜고 전신이 잘려도 잘린 부위가 꾸물꾸물 움직여 도로 합체해 다시 덤벼들어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한다.

분장과 복장을 보면 팀 버튼 감독의 1989년작 배트맨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한 조커를 모방한 요괴다. 황광량이 연기했는데 이 배우 인상 자체가 좀 험악한 편이라 해당 배역에 잘 어울렸다.

결론은 평작. 임정영이 출현하지만 도사로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대신 예성이 도사 역을 맡아 캐스팅 자체는 신선한 편인데, 남녀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에 올인한 다른 캐릭터의 비중이 대폭 감소해 캐릭터 밸런스가 그리 좋지 못하고 도술의 밀도가 떨어져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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