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토스와 댕기똘이 (1989) 아동 영화




1989년에 조명화 감독/각본, 김청기 제작으로 만들어진 아동용 SF 영화.

내용은 지구 정복을 노리는 티토스가 부하인 삼토스에게 정찰임무를 줘서 지구에 먼저 보냈는데, 지구에 도착한 삼토스가 산속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면서 천자문을 공부하고 무예를 수련하던 똘이와 만난 뒤, 인간 모습으로 변신해 삼돌이라는 가명을 갖고 똘이네 가족과 함께 도시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청기 감독과 조명화 감독은 일찍이 슈퍼 홍길동 시리즈와 우레매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용식, 김정렬, 박미선, 이옥주, 이문수 등 당시 현직 개그맨이 대거 출현했고 아역 배우로는 장덕수, 김민정, 이재은 등이 나왔다.

아동 영화로선 캐스팅이 꽤 화려한 편이지만 실제 본편 내용은 그리 잘 만든 작품은 아니다.

우선, 이 작품의 제목에 들어간 ‘댕기똘이’라는 게 같은 해인 1989년에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댕기동자’와 김청기 감독의 간판작 중 하나인 똘이장군 시리즈의 똘이를 합친 거다.

산속에 살던 똘이가 삼토스의 초능력 도움을 받아 할머니로부터 무술 수련의 성과를 인정받고 셋이 함께 하산하여 도시에 있는 작은 아버지댁에 가서 군식구가 되어 도시 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근데 본편에서 똘이의 설정은 문명사회와 단절되어 산속 생활을 한 아이지만, 기본 상식이나 작중 행적을 보면 단순히 시골 소년으로 도시 생활이 처음인 수준이라서 댕기동자의 포인트인 비문명과 문명의 충돌을 잘 살리지는 못했다.

애가 어려서 천자문을 배웠기에 반 친구의 부모님 부탁을 받아 한자투성이인 편지를 읽어주는 거나, 산속에서 무예 수련을 했기에 어른 악당도 맨손으로 때려잡는 무술 솜씨를 뽐내는 것 정도만 기믹 수행으로 나온다.

똘이에 온전히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똘이네 할머니의 둘째 아들 박충치 식구 길들이기와 박충치 식구와 삼돌이가 엮이는 시트콤스러운 개그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 뭔가 포인트가 어긋나 있다.

똘이와 삼돌이의 케미가 맞지 않는 것도 문제다. 똘이는 어린아이고 삼돌이는 어른이라서 서로의 활동 영역이 다르다.

똘이가 학교에 가서 학교생활 썰을 푸는 동안 삼돌이는 스크린에서 완전 사라지고, 반대로 삼돌이가 박충치 가족과 엮이며 시트콤 찍을 때는 똘이가 보이지 않는다.

똘이는 똘이. 삼돌이는 삼돌이로 영역을 나눠 놓고서 합칠 생각을 전혀 안 하니 캐릭터들이 완전 따로 놀고 있다.

각자 다른 시점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고 해도 비중을 균일하게 나누고, 접점을 통해 하나로 합쳤다면 제대로 된 콤비물이 됐겠지만.. 본편 스토리가 너무 똘이를 중심으로 흘러가서 삼돌이가 주연보다 조연에 가깝다.

삼돌이가 외계인이라 티토스가 보낸 부하 4인방과 싸우는 게 주요 갈등으로 나오는데 그 분량이 상당히 짧은데다가 대립 자체도 간만 살짝 본 수준이다.

삼돌이 VS 티토스 부하 4인방의 액션 자체가 몇 분 안 되는 짧은 내용이고 우뢰매의 에스퍼맨처럼 변신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냥 평소 복장 그대로 나와서 주먹질 하고 발로 찰 때마다 광원 이펙트만 좀 넣었지. 손에서 빔, 와이어 비행, 레이저 총 발사 같은 SF 액션적인 요소가 전혀 안 나와서 엄청나게 시시하다.

극 후반부에 가서는 똘이가 삼돌이의 버프를 받아 외계 악당들을 다 때려잡으니, 삼돌이는 끝까지 조명을 받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을 지구로 파견한 외계 악당 티토스와도 결착을 짓지 못한다.

똘이의 싸움을 지켜 본 삼돌이가 똘이 같은 지구인을 위해 티토스와 결판을 내야겠다며 독백하면서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지어 스토리가 중간에 뚝 끊기듯이 끝나 버렸다.

결과적으로 삼돌이와 관련된 외계인 스토리는 본편 스토리와 완벽하게 겉돌고 있다.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 수준이 아니라 대체 왜 넣은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건질 만한 게 있다면 지금 현재 예능계의 대부인 이경규가 20대의 나이 때 출현해 외계인 악당을 연기했다는 것 정도 밖에 없다.

인간 폼일 때는 이경규 모습 그대로지만 외계인 모습이 호피무늬 가죽 타이즈 차림의 완전 조잡한 분장이라 본인의 필모그래피에 흑역사로 기록될 만 해서 ‘예능 대부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신선한 구석은 있다.

이경규의 필모그래피에서 본작은 두 번째 영화 출연작이다. 첫 데뷔작은 김청기 감독의 슈퍼 홍길동이다. 두 작품 다 악당 조연으로 출현했다.

이 작품 이후에 1991년에 배해성 감독이 만든 ‘우주 전사 불의 사나이’에서는 주인공 ‘화이어맨/핫바지’ 배역을 맡았고, 1992년에는 아예 이경규 본인이 감독, 기획, 각본, 주연을 맡은 전설의 레전드한 ‘복수혈전’이 나왔다.

결론은 비추천. 댕기동자와 우뢰매를 합친 듯한 작품으로 제목, 줄거리, 캐릭터 설정만 보면 투 탑 주인공 체제인 것 같지만 실제 본편 내용은 똘이한테 비중을 몰아줘서 삼돌이가 쩌리가 됐으며, 외계인 설정이 들어간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비중이 너무 낮아 전반적인 스토리의 완성도가 엄청 떨어져 캐스팅이 화려한 것에 비해 알맹이가 부실해 빛 좋은 개살구가 따로 없는 작품이다.



덧글

  • 범골의 염황 2016/05/16 20:01 # 답글

    그 불의 사나이가 경규옹이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ㅎㄷㄷㄷㄷㄷ
  • 잠뿌리 2016/05/17 09:47 #

    표지에 떡하니 나오는데 작품 자체가 워낙 알려지지 않아서 아는 사람만 알고 있죠 ㅎㅎ
  • 동사서독 2016/05/17 04:51 # 답글

    정덕수가 아니라 장덕수, 그 장덕수가 나중에 '야다'라는 밴드 활동을 하죠. 야다는 축구선수 안정환이 출연했던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구요.
  • 잠뿌리 2016/05/17 09:47 #

    아. 오타났네요. 수정했습니다 ㅎㅎ
  • 오행흠타 2016/05/17 12:55 # 답글

    킹경규님이 여기에도 출연하셨군요 ㅇㅂㅇ;;
    아동영화들을 쭉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조금만 더 신경써서 만들었다면 나름 컬트적인 장르라던가 하는 식으로 수명 길게 남아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ㅠㅠㅠㅠㅠ 액션영화 만들던 인력들이 이쪽으로 유입되면서 액션씬만은 봐줄만 했던걸 생각하면...
  • 잠뿌리 2016/05/18 20:07 #

    슈퍼 홍길동과 더불어 20대의 이경규를 악당 단역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 그 부분은 신선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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