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와 꼬마 3총사(1991) 영구 무비




1991년에 김봉은 감독이 만든 아동 영화.

내용은 초등학교 6학년 생활지도부인 학규, 문철, 영옥 등 3명의 어린 아이들이 앞장 서서 불량 만화/불량 비디오/불량 식품 등을 척결시키는 이야기다.

타이틀에 ‘영구’가 들어간 만큼 심형래가 주연을 맡긴 했는데 작중에 맡은 배역은 사실 영구가 아니라 왕서방이다.

중국집 사장으로 본래 한국인인데 주변 중국집과 경쟁하기 위해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거짓 연기를 하는 컨셉 종자 같은 캐릭터다.

근데 그 컨셉이란 것도 사실 중국옷을 입고 나와서 어눌한 말투를 쓰면서 말 끝마다 ~해 자를 붙이는 거 전부다. (예를 들면 우리 살람, 뭐뭐 있다 해, 없다 해 등등)

왕서방은 주연 꼬마 3인방 중 한 명인 문철이의 아버지로 나오지만 타이틀에 영구가 들어간 게 무색할 정도로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한다.

말이 좋아 주연이지 본편에 나온 행적을 보면 조연만도 못한 단역 수준이다.

본편 스토리는 크게 4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딱 하나만 왕서방이 스토리의 중심에 있다.

허나, 거기서 하는 역할이란 게 홀아비라서 황마담한테 구애를 하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듯이 사달라는 거 다 사줬다가, 재혼을 반대하던 아들 문철을 간신히 설득해 황마담과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황마담이 아무 통보 없이 이사를 해서 꽃뱀 행각을 벌여 돈만 날린 피해자로 나온 게 끝이다.

다른 3가지 이야기는 불량 만화/비디오를 유통하는 만화방 주인 혼내주기, 신부감을 얻기 위해 여장을 해서 미용실에 취직해 직장 동료를 사랑해서 이중생활을 한 남자의 정체를 밝혀내기, 학교 앞에서 불량 주스를 판매한 불량식품 업자 붙잡기다.

모든 사건을 꼬마 3총사가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 때문에 왕서방 심형래가 끼어들 구석이 없다.

불량 만화/비디오 에피소드만 해도 꼬마 3총사가 만화방 앞에서 불매 운동을 하다가 만화방 주인과 시비가 붙어서 기껏 어른이랍시고 왕서방을 데리고 왔더니 아무 도움이 안 되고, 꼬마 셋이 만화방 주인 일행을 뚜드려 패서 개심시키는 전개가 이어진다.

비디오 커버에는 ‘어린이들의 지혜를 모아서 악당 척결!’이란 광고 문구를 쓰고 있지만, 작중 꼬마 3총사는 정의감은 투철한데 지능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 있는 트롤 같은 어린 친구들이다.

이를 테면 불량 식품 업자 척결 에피소드에서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의심스러운 불량 주스 판매자를 미행해 폐건물까지 쫓아갔다가 친구 한 명이 붙잡히는데.. 구출하러 갈 때도 어른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나머지 애들 2명이 쳐들어가 다 큰 어른들을 때려잡으면서 상황을 종료시킨다.

초등학생인 꼬마 3총사가 무슨 데우스 엑스 마키나 마냥 어른들을 때려잡으며 초딩무쌍을 찍으니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초딩 액션씬이 홍콩 영화 ‘호소자’처럼 무술의 밀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놀이터 액션씬을 예로 들자면 대파를 쌍절곤처럼 휘두르며 어른 악당을 때려잡는데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허접하다. 얻어터지는 어른 악당들이 무슨 삼국무쌍 클론 병사마냥 너무 잉여스럽게 나와서 파워 밸런스가 엉망이다.

하이라이트의 액션씬에서는 심지어 악당을 때려잡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을 펴 보이며 손가락 많이 편 개수로 승부를 결정짓더니, 대뜸 악당이 꼬마 3총사 영옥이에게 다가와 앞으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불량식품 안 판다고 귓속말을 하는 것으로 항복하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나온다.

불량 만화/불량 비디오/불량 식품을 어린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척결하는 걸 쭉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불량 식품이야 작중 그거 먹고 탈이 나 학교에 못 나온 아이가 있다고 언급됐으니 둘째치고, 불량 만화는 대체 뭘 기준으로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90년대 만화방에서 어린 아이들이 성인 대본소 만화라도 봤다는 걸까. 근데 그래도 아이들이 만화방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만화책 화형식을 집행하는 거 보면, 1970년대에 만화를 저급한 매체로 간주해 어린이날 연례 행사로 만화책을 불태워 근대 만화가 소실된 게 현재의 일이라 어린이 사회의 계몽적인 내용이라고 해도 뭔가 되게 불편하게 보인다.

심형래 이외에 당시 현직 KBS 코미디언 출신 배우로 곽재문, 박승대, 조금산이 나온다. 각각 만화방 주인, 왕서방네 중국집 배달원. 여장 남자 배역을 맡았다.

셋 다 중용되지 못하고 개그다운 개그 한 번 못해본 채로 자기 관련 이벤트가 끝남과 동시에 배경 인물 신세로 전락한다.

곽재문, 조금산은 그래도 악당 비슷하게 나왔다가 꼬마 3총사한테 털린 다음 개심하는 반면 박승대는 꼬마 3총사가 아닌 심형래와 엮여서 오해를 사 얻어터지는 역할로 나오는데 그 시퀀스 내용이 너무 유치찬란해서 한국 아동 영화 역대급 장면이라고 할 만 하다.

작중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오해를 한 왕서방이 박승대를 쫓아가는데, 도망치다 지친 박승대가 대뜸 분필로 땅바닥에 선을 긋더니. ‘이 선 넘어오면 너님은 내 아들!’ 이렇게 말해서 왕서방이 선을 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꼼수를 써서 선을 우회하여 넘어와 뚜까 패는 내용이다.

결론은 비추천. 제목이 영구와 꼬마 3총사인데도 불구하고 영구의 비중이 너무 낮고 작중에서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얼굴 마담 역할조차 하지 못해 캐스팅 낭비가 따로 없고, 꼬마 3총사는 머리를 쓰기 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이는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달랑 셋이 어른 악당들 때려잡으며 진격의 초딩을 찍으니 파워 밸런스는 붕괴시켰고 모처럼 캐스팅한 코미디언 출신 배우들을 전혀 중용하지 않아서 인력 낭비가 심해 영구 시리즈로 치기도 민망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을 만든 김봉은 감독은 이후 심형래 주연의 ‘돈키호테 형래와 산쵸 특공대’, ‘007 폭소 대작전’, ‘영구와 부시맨’, 등을 만든 다음 ‘소년 황비홍’을 끝으로 아동 영화를 접고 성인 에로 영화 전문 감독으로 전향했다.

덧붙여 본작에서는 지금 현재 작곡가로 유명한 용감한 형제(강동철)이 단역으로 나왔다. 불량 만화/비디오 에피소드에서 만화방 꼬마 손님 중 한 명이다.



덧글

  • 잠본이 2016/05/15 15:02 # 답글

    그야말로 이 영화 자체를 불량영화로 척결해야 할 정도의 재미없음이로군요(...)
  • 잠뿌리 2016/05/17 09:46 #

    요즘 시대에 나왔다면 4대 악(불량식품) 척결이라며 정부에서 밀어줬을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 오행흠타 2016/05/17 12:50 # 답글

    같은 감독의 <007 폭소대작전>도 비디오 표지나 오프닝에서는 심형래를 주연급으로 미는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함께 나오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나마 여기선 영구라는 언급도 없긴 하지만...
    나오는 악당들도 박승대,곽재문....
    같은 점이 여러가지 보이는데, 무시무시한(?)악당이라고 포장해놓고는 악당들은 초딩보다도 못한 두뇌와 행동을 보여주고 허무하게 제압을 당하는 모습이라던가.. 심형래의 병풍화, 극 초반에 흘러나오는 분홍립스틱 노래(?)...
    건질만한건 당시 생활상이나 길거리 모습, 그리고 중간광고 정도.... 도찐개찐이지만 <007 폭소대작전>이 그나마 낫네요. 이쪽은 아역배우들을 그나마 괜찮게 썼던지라..

    ps. 김봉은 감독 최근에 활동 재개하긴 했네요. 에로영화로...그런데 그마저도 평이 나쁜 축에 속하고 있군요.;;;
  • 잠뿌리 2016/05/18 20:06 #

    영구가 페이크 주인공인데 영구 무비를 표방하는 것 자체가 참 영구 시리즈에 못할 짓 같습니다. 90년대 초중반에 이런 영화가 양산되서 영구 시리즈의 물을 잔뜩 흐려놓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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