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칠이와 쌍라이트 (1990) 아동 영화




1990년에 방순덕 감독이 만든 아동 SF 영화. 쌍라이트 형제로 유명한 조춘, 김유행이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사악한 흑성 외계인들이 특수한 물질 메탈을 차지하기 위해 작은 별을 공격했다가 쌍라이트 형제만이 살아서 지구로 피신한 뒤 바다에 빠져 표류하다가 꼬마 병정들이 구출되고, 오박사와 최박사를 만나 메탈의 원리를 알아내 메탈 에너지로 강한 힘을 얻어 꼬마 병정들과 함께 흑성 외계인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일단, 주인공 쌍라이트 형제는 외계인인데 명색이 주연이라서 그런지 작중에 다양한 코스츔을 하고 나온다. 사실 다양하다고 해도 멜빵 바지를 기본으로 해서, 설산에선 스키복을 입고 초능력 각성 후에는 슈퍼맨 같은 스판 복장에 망토 차림이 디폴트 복장이 된다.

본작의 핵심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탈 물질은 쌍라이트 형제에게 신체 이식되어 각각 플러스, 마이너스로 표기되며, 형제가 양손을 맞잡고 서로 머리를 맞댄 순간 텔레포트를 하거나 초능력을 발휘한다.

디자인상으로는 아마도 건전지를 형상화한 게 아닐까 싶다.

줄거리만 보면 쌍라이트 형제가 슈퍼 히어로로 나와 외계인을 때려잡을 것 같지만.. 감독이 감독이니 만큼 당연하게도 이상한 쪽으로 외도를 했다.

주인공은 쌍라이트 형제인데 전체 분량의 약 1/3을 적에게 붙잡힌 채 웃통이 벗겨진 채로 고문당하고 채찍질 당하는 게 나오고, 극후반부에 능력을 각성하지만 그마저도 모종의 사건으로 또 붙잡혀 인질이 되기 때문에 제대로 활약하는 건 영화 끝나기 직전에 나온 최종 보스전 하나뿐이라서 페이크 주인공이 됐다.

실험 실패의 여파로 갑자기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고 옷가지가 찢어진 헐크 모드로 들어가 실험실에서 깽판 친 것 이외에는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스포라이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포커스를 맞춘 건 흑성 외계인들의 기괴한 행태와 꼬마 병정들이다.

작중 흑성 외계인은 여두목과 뺀질이 간부 이하로는 혹성탈출 느낌 나는 원숭이 가면 쓴 부하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메탈 물질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길거리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받는 스님을 비롯해 대머리를 보고 무조건 쌍라이트 형제라며 잡아 족치자고 뻘짓하는 것부터 시작해 지구인의 생식이라면서 살아있는 쥐를 잡아먹는가 하면. 쌍라이트 형제와의 최종 대결 때 피부를 잡아 뜯기니 기계몸이나 도마뱀 비늘이 드러나는 등등 완전 괴상망측하게 묘사된다.

쌍라이트 형제를 붙잡아 동굴 안에서 열탕, 냉기 고문을 가하고 사슬로 결박시킨 채 채찍질 하는가 하면, 메탈 물질 뽑아내겠다며 도끼 들고 와서 ‘니놈들 머리를 쪼개서 메탈 물질을 뽑아내겠다!’라고 협박하고, 최종 전투에 앞서 흑성 마왕의 조각상 앞에 기도를 올리면서 ‘마왕이여 힘을 주소서!’라고 힘을 갈구하는 걸 보면 하는 짓거리가 외계인이 아니라 바바리안 같다.

대머리라고 무조건 쌍라이트 형제로 착각하고 족치려는 것부터가 뇌까지 근육으로 된 인증을 한 거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을 가장 망친 것은 페이크 주인공인 쌍라이트 형제나 기상한 외계인이 아니라 꼬마 병정들이다. 아동 영화사상 최악이라고 할 만큼 밸런스를 붕괴시켰기에 완전 룰 브레이커 수준이다.

꼬마 병정들이 뭔고 하니.. 군복 입은 소년과 특공복 입은 소녀 등 어린 아이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쌍라이트 형제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우리가 구하러 가자!’ 라면서 총화기로 무장해 외계인 기지를 쳐들어가 총격전을 벌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집단이다.

정상적인 전개라면 쌍라이트 형제가 붙잡힌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 되는데 이건 그 반대가 됐으니 밸런스가 붕괴됐다는 말이다.

작중에 쌍라이트 형제가 한 활약은 꼬마 병정들이 일반 몹과 싸우며 엄호하는 사이, 적장을 쓰러트린 것 정도 밖에 없다.

애들이 떼로 몰려다니다 보니 누구 한 명 튀는 캐릭터가 없이 도매급으로 나오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다.

머릿수만 많지 누가 누군지 전혀 알 수 없고 이름 한 번 호명되지 않으니 이건 진짜 조연, 단역도 아닌 엑스트라 수준인데.. 그 엑스트라의 활약과 비중이 주인공을 압도할 만큼 크니 작품 자체가 완전 망가졌다.

온전한 한편의 영화로 보기 힘들 정도다.

그밖에 황당한 것들은 작중에 나오는 땡칠이가 영구와 땡칠이에 나오는 누렁이가 아니라 독일산 목양견인 세퍼드란 거다. 세퍼드 개 데려다가 땡칠아 땡칠아~ 이런 상황이란 말이다.

작중에 쌍라이트 형제가 외계인에게 붙잡혀 있을 때 꼬마 병정들과 함께 나타나 개 혼자 힘으로 감옥 문을 열어주는 대활약을 하는데 그때 이후로는 완전 화면에서 사라진다.

작중 오박사의 첫째 아들은 젊은 박사로 나오는데 오박사 구출 작전 때 꼬마 병정들과 함께 투입되더니 박사 가운을 벗고 람보 탱크탑 차림으로 근근육 몸을 자랑하면서 양손에 서브 머신건을 들고 나왔다가, 외계인과 싸울 때는 대뜸 주먹질을 하며 이소룡 흉내를 내니 이것도 또 생뚱맞다.

엔딩 때는 쌍라이트 형제가 지구인들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대뜸 ‘자, 우리 모두 애국가를 부릅시다!’라고 하더니 지구인들이 애국가 떼창을 부르며 1인칭 카메라 시점이 하늘 위로 점점 올라가 지구를 내려다보다가 태극기가 튀어 나와 화면을 뒤덮으면서 끝나니 궁극의 국뽕을 경험할 수 있다.

이거에 비견될 만한 엔딩 국뽕 연출은 심형래 감독의 디 워 마지막을 장식한 아리랑 정도다.

전작처럼 애니메이션 파트도 있긴 한데 본작에선 오프닝 때 쌍라이트 형제의 과거, 현재 시간에서의 각성씬에만 잠깐 나오고 만다. 안 넣은 것만 못한 수준이다.

결론은 미묘. 조연도, 단역도 아닌 엑스트라 비중이 주인공보다 더 높아서 한국 아동 영화사상 역대급 밸런스 붕괴를 자랑하고 슈퍼 주인공들이 하는 일 없이 붙잡힌 인질 역으로만 자주 나와서 캐릭터 운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지 않아 작품 자체가 망가져 단순히 못 만든 수준을 넘어서 보는 사람의 정신을 우주관광시키는 괴작이다. 이 정도면 한국 아동 영화 중 역대급 괴작이라고 할 만 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이 방순덕 감독의 필모그래피상 마지막 아동 영화다. 이 작품 이후로는 성인 에로 영화로 전향해 에로스 시리즈와 에로엑스, 그 여자의 숨소리 등을 만들었다.



덧글

  • 2016/05/14 22: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5/17 09: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시몬 2018/03/18 03:58 # 삭제 답글

    하하...이 영화 감독이 만든 에로영화는 과연 어떤 맛간 스토리 일지 궁금하네요...
  • 잠뿌리 2018/03/18 19:15 #

    필모그래피를 보면 1996년 한 해에만 3편의 에로 영화를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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