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번개용(1988) 아동 영화




1988년에 방순덕 감독이 만든 아동용 SF 영화. 1년 전인 1987년에 같은 감독이 만든 ‘외계 우뢰용’의 후속작 격인 작품이다. 당시 인기 가수 전영록, 영화배우 조춘, KBS 특채로 미스 롯데 출신인 이해근이 주인공 삼인방인 용, 뚱보, 아란 공주 배역을 맡았다.

내용은 어느날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들이 지구 어린이를 납치해 장래에 사병으로 키우기 위해 동굴 기지로 잡아오는 족족 냉동시키는 가운데, 유치원에 다니는 훈이와 미영이가 외계인에게 납치당해 외계인의 공주와 우정을 나누고 훈이의 누나들인 경아와 형초가 동생을 구하러 요정 로봇의 도움을 받아 외계인 기지로 잠입한 사이.. 민 박사가 숲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번개용과 아란 공주가 아군이 되어 용이, 뚱보가 번개 탱크를 타고 아란 공주의 지시를 받은 번개용이 함께 움직여 아이들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다.

줄거리를 요약해도 내용이 엄청 난잡한데 실제 본편 내용이 그렇다.

본작의 주인공은 전영록이 배역을 맡은 용으로 캐릭터 이미지적으로는 전영록의 영화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돌아이’ 시리즈의 주인공 석이 스타일인데.. 그런 것 치고 실제 작중에서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초반부에 유치원에서 외계인 악당의 졸개들과 싸우고, 후반부에 야외에서 외계인 여왕과 그 부하들과 싸운 게 실사 활약의 전부다.

번개탱크를 타고 번개용의 서포트를 하는 건 애니메이션으로 짤막하게 들어가 있는 게 전부다. 그것도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합성이 아니라 그냥 실사 영화 중간에 살짝 들어간 수준이라 번개탱크 나오는 씬 자체도 몇 분 안 되며, 탱크라서 포격만 줄창 하지. 외계인의 로봇과 맞부딪치는 장면 하나 나오지 않아서 엄청 싸구려처럼 보인다.

번개용 자체도 사실 괴수 조형을 그럴 듯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인형 탈을 써서 나오는 관계로 실사에 등장한 조형 사이즈가 인간 수준이다.

애니메이션 파트에서는 번개용도 만화로 그려지는데 번개 탱크와 다르게 적 로봇 부대와 격돌하는 씬이 나오긴 하지만.. 만화로 그린 디자인도 고질라 스타일의 직립형 공룡 몸에 동양의 용 머리가 달린 것으로 나와서 존나 구리다.

오히려 애니메이션 파트에서 눈여겨 볼 건 외계인의 지원 부대로 파견된 알파 로봇들인데 마징가 Z의 얼굴과 철인 28호를 뒤섞은 데드 카피 디자인으로 나와서 번개용과 번개 탱크의 연합 공격에 폭죽 터트리며 전멸 당한다.

사실 작중에 용보다 더 큰 활약을 하는 게 뚱보인데 이게 별명만 뚱보지. 실제 배역을 맡은 배우는 조춘이라서 뚱뚱가 아니라 대머리 덩치 캐릭터다.

흥분하면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지만 행동은 날렵하다는 걸 컨셉으로 삼고 있어 유치원 전투씬부터 시작해 후반부의 동굴 전투씬 등 다수의 액션씬에 참여해서 활약의 정도를 따지고 보면 주인공 용과 비교를 할 수 없는 수준이라 그쪽을 페이크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라 공주는 장난을 좋아하는 초능력 말괄량이 소녀로 웃음소리가 특이해서 인상적이다. 자지러지게 웃는 씬이 많이 나오는데 그 소리가 육성으로 ‘하히호호호히’ 이런 느낌이라 실사인데 실사 같지 않은 느낌마저 든다. 이건 진짜 해당 배역을 맡은 이해근한테 흑역사가 될 것 같다.

웃음소리는 인상적인 반면 작중에 나오는 행적은 별게 없다. 그냥 초능력으로 장난 치는 게 전부다. 캐릭터 자체는 1년 전에 나온 전작 ‘외계 우뢰용’에 등장한 캐릭터를 재탕한 것 같은데 전편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건 또 아니다.

적 외계인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고,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수준으로 처음 등장해 번개용과 함께 아군이 된 것이라서 본작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됐다.

근데 번개용이 외계인 로봇 부대를 전멸시킨 것까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활약을 한 것인데, 정작 리얼 사이즈가 되어 외계인 여왕과 싸울 때는 고전을 면치 못하다 급기야 패배하는 전개가 나와서 포지션이 애매해졌다.

보통, 한국 아동 영화의 약속된 승리의 전개는 초월적 존재가 나타난 시점에서 모든 걸 싹 정리하고 악당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인데 본작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이 싸움에 패배. 악당 여왕은 모종의 이유로 개심하여 아무도 죽지 않은 채 해피엔딩을 맞이하니 어떻게 보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이 작품에서 핵심적인 인물은 번개용, 아라 공주, 용, 뚱보가 아니라 외계인에게 붙잡힌 아이들이다.

외계인에게 붙잡힌 뒤 외계인 공주의 장난감이 되어 억지로 함께 놀다가, 외계인 공주가 지구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점점 감화된다.

외계인의 고향에는 음악, 놀이 같은 문화와 예술이 전혀 없고, 왕족이 먹는 고급 음식이란 게 살아있는 생쥐일 정도로 문화 수준이 열악한 것으로 나와 외계인 공주가 하모니카 소리 듣고 존나 아름답다고 뻑가서 지구인의 정과 아름다움을 설파해 어머니를 개심시키기 때문에 그쪽 관련 일행이 본작의 진 주인공이다.

실제로 애들 납치 됐는데 용, 뚱보, 아라 공주가 번개용의 에너지 충전을 하는 동안 별 시덥지 않은 개그를 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훈이와 미영이는 외계인 공주와 엮이며 감화시키고. 훈이의 누나들인 경아와 형초가 요정 로봇을 앞세워 동생을 구하러 왔다가 동굴 기지를 탈출해 야외에서 전원 합류하여 키 아이템인 하모니카 이벤트를 발생시키니 캐릭터 비중이 완전히 역전됐다.

요정 로봇이 하는 일은 애들이 납치된 위치를 알려주는 것 밖에 없고, 경아와 형초는 아무런 준비도, 특별한 능력도 없이 다짜고짜 외계인 기지부터 찾아가서 주먹구구식으로 행동에 나서니 억지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주역이 되어야 할 캐릭터들이 조역이 됐고, 조연 이하 단역이 되어야 할 캐릭터들이 주연이 된 것이라 캐릭터 비중 배분에 완전히 실패했고 이게 스토리를 난잡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

이렇게 주역들을 찬밥 대우할 거면 대체 왜 제목을 외계 번개용이라고 지은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작중의 외계인 묘사는 분장이 굉장히 열악해서 외계인 여왕을 우두머리로 삼아 그 휘하의 대장급 외계인은 빨간 머리, 검은 머리 등 머리색깔로 분류하는데 그 머리가 염색한 것도 아닌, 가짜 모형 머리고 일반 부하들은 비닐 옷 입고 오토바이 헬멧 쓴 게 분장의 전부다.

헬멧을 벗기면 요괴 같은 얼굴이 노출되어 혓바닥을 길게 뽑고, 생쥐를 먹는 듯한 묘사가 나와서 어쩐지 미국 드라마 V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이게 방순덕 감독의 다음 작품에 가서는 더 심해진다.

작중에서 유일하게 욕이 나오는 부분이 외계인 여왕이 부하들을 질책할 때 ‘병신 같은 것들’이라고 자꾸 병신 병신 거리는데 아동 영화에서 보기엔 너무 위화감이 큰 대사다.

이게 다음 작에서도 똑같이 나와서 같은 감독의 작품이란 게 실감이 났다.

엔딩 때 상황 종료되니 주인공 용이가 뜬금없이 '자, 우리 모두 번개용의 주제가를 부릅시다!'라고 하니 일행들이 주제가를 합창하면서 번개용을 가운데 두고 바깥에서 손에 손 잡고 원을 그리듯 도는 장면은 작위적인 엔딩의 끝을 보여줘서 손발이 오글거렸다. (근데 다음 작에서는 더 오글거리는 엔딩이 나온다는 게 함정이다)

결론은 비추천. 외계인 분장의 열악함과 넣으나 마나 수준의 짧은 애니메이션 파트 등 싸구려 비주얼과 난잡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 주조연이 역전되어 비중 배분에 실패해 캐릭터 운용도 최악이며, 전영록, 조춘 등 당시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해 인력 낭비가 심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전영록 필모그래피에서 유일한 아동 영화다. 근데 조춘은 다음 작품에선 주인공으로 출현했다. 1년 후인 1990년에 같은 감독이 만든 ‘땡칠이와 쌍라이트’다.



덧글

  • rumic71 2016/05/13 22:22 # 답글

    민메이 어택!
  • 잠뿌리 2016/05/17 09:42 #

    민메이!
  • 2016/05/13 22: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5/17 09: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무지개빛 미카 2016/05/14 02:28 # 답글

    땡칠이와 쌍라이트!! 억!!!
  • 잠뿌리 2016/05/17 09:42 #

    이 다음에 포스팅한 리뷰지요.
  • 역사관심 2016/05/14 04:01 # 답글

    이런 영화를 챙겨보실 수 있는 정보력이 대단합니다.
  • 잠뿌리 2016/05/17 09:42 #

    유튜브의 힘입니다 ㅎㅎ
  • Bluegazer 2016/05/14 18:18 # 답글

    다른 건 모르겠고 마지막 그 주제가 부르자는 엔딩은 생각나네요. 어린 마음에도 등장인물들이 자기네 나오는 영화 주제가를 어떻게 아나, 암만 애들 영화라도 애들을 바보로 아나 싶어서 코웃음쳤던 기억이 납니다.
  • 잠뿌리 2016/05/17 09:43 #

    그 라스트씬이 되게 유치하고 작위적이었는데 후속작인 땡칠이와 쌍라이트는 더 심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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