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댓 우든트 다이(The Brain That Wouldn't Die.1962) SF 영화




1962년에 조셉 그린 감독이 만든 SF 호러 영화.

내용은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의 수석 외과 의사인 빌 코트너가 실은 산속 별장의 비밀 실험실에서 금단의 인체 실험을 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어느날 약혼녀 잔 콤프턴과 드라이브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잔은 전복된 차량과 함께 즉사. 그 시체가 불에 타오르는 가운데 빌 홀로 살아남았다가 잔의 유해 중 불에 타지 않은 머리통을 가지고 실험실로 직행하여 조수 커트의 도움을 받아 잔의 머리만을 되살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빌 코트너가 사고로 죽은 약혼녀의 머리만 되살린 뒤, 그 몸은 최고의 여자의 것으로 대체한다며 직접 여자를 물색하고 다니는 한편. 머리만 살아남은 채로 의식을 되찾은 잔이 흑화되어 빌에게 반발하여 텔레파시로 자신과 같은 처지인 이형의 괴물들을 조종해 반란을 일으키는 게 메인 스토리다.

이 작품은 1900년대 초중반에 호러 영화에서 인기가 있었던 매드사이언티스트물이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꽤 오싹하고 광기가 서려 있지만 작중 남자 주인공이자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빌 코트너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스토리가 엉성하다.

최고의 여자를 찾겠다며 클럽에 가서 스트리퍼들을 꼬시다가 캣파이트를 벌이게 하고, 미인 대회를 참관했다가 우승자인 도리 파월한테 들이대서 실험실로 데리고 오는 게 작중 빌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내용이라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이미지랑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본작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물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건 머리만 되살아난 잔이다.

깨어난 의식이 어쩐지 흑화되어 잔뜩 쉰 목소리로 말하며 계략을 꾸미고, 요사스럽게 웃는 게 광기가 철철 넘친다. 웃음 소리도 웃음 소리지만 깨어나자마자 ‘렛 미 다이(날 죽여줘)~’라고 대사 치는데 존나 섬뜩했다.

자신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되살아난 걸 자각하고 있기에 자신을 죽여 달라고 처절하게 외치며, 약혼자 빌의 인체 실험에 반발하여 구데타를 일으킨다.

이런 영화에 출현한 게 좀 아까울 정도로 잔 콤프턴 배역을 맡은 버지니아 레이스의 연기력은 꽤 출중했다.

빌이 여자 찾고 다니는 사이, 실험실 안에서는 빌의 조수인 커트와 잔이 갈등을 일으키는데 그 과정에서 실험실 안쪽의 감옥에 갇혀 있는 몬스터의 존재가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이 몬스터는 빌의 인체 실험의 부산물로 사람의 신체를 이어 붙여 만든 인간형 몬스터로 프랑켄슈타인의 크리쳐와 같은 존재다.

잔이 커트를 회유하듯 이빨을 까면서 한편으로 감옥에 갇힌 몬스터에게 끊임없이 텔레파시를 보내 제어를 시도하며 구데타 계획을 꾸미는 게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빌이 도리스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실험실로 데리고 와서 수술을 시도하고, 그걸 보고 있던 잔이 반발하면서 구데타를 일으키는 게 본작의 하이라이트씬인데 거기서 무슨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순식간에 끝내버려서 스토리의 밀도가 떨어진다.

아니, 사실 스토리의 밀도 이전에 캐릭터의 밀도가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명색이 매드 사이언티스트물인데 금단의 실험이 아니라 여자 찾는데 집중하고 있으니 뭔가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것 같다.

특수분장은 머리만 남은 잔과 감옥 속의 몬스터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잔은 실험용 철판 위에 머리에서 목까지만 딱 올려놓은 조형인데 배우 연기력이 따라줘서 생각보다 호러블하게 나온다.

감옥 속 몬스터는 맨 마지막에 가서야 감옥 문을 박차고 나와 실체를 드러내는데 거구의 몸에 뾰족한 대머리, 뒤틀리고 뭉게진 얼굴의 왼쪽눈과 오른쪽 눈이 위 아래로 따로 노는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나와 강렬한 인상을 준다.

결론은 비추천. 약혼녀의 머리만 되살려서 몸을 대체할 여자 희생양을 찾아다니는 와중에, 악혼녀의 머리가 흑화되어 쿠데타를 일으키는 스토리가 줄거리와 상황만 놓고 보면 꽤 호러블하고 여자 주인공의 흑화 연기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뒷받침을 해줬지만.. 정작 남자 주인공이 섹시 미녀 찾기 삼매경에 빠지고 너무 거기에 초점을 맞춰 매드 사이언티스트로서 전혀 부각되지 못해 스토리가 엉성하고 작품 자체가 싸구려가 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1990년에 제임스 로린즈 감독이 만든 프랑켄후커가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정신적 계승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랑켄후커의 내용은 자칭 생체 공학도인 남자 주인공이 약혼녀가 잔디깎기 기계에 갈려서 죽고 머리만 남자, 거리의 창녀들의 신체 부위를 모아서 하나로 이어 붙여 몸을 만들고 약혼녀의 머리를 붙여서 인조인간으로 부활시키는 영화다.

덧붙여 머리만 남은 게 살아 움직이면서 말을 하고 완전 흑화되어 악마화되는 건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1985년작 리 애니메이터(좀비오)가 생각났다.

본작 자체는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후대의 공포 영화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추가로 머리통=히로인. 이 조합을 보니 문득 한국산 미연시 게임 ‘토막’이 생각났다. 토막은 화분에 박힌 여신의 머리통을 육성하는 내용의 게임으로 새삼스럽지만 진짜 엽기적인 발상이 돋보인다.

본작의 감독인 조셉 그린이 동방의 아침이 열리는 나라에서 만든 토막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덧글

  • 남중생 2016/05/09 00:16 # 답글

    프랑켄후커... 잔디깎기 기계로 머리만 남을 수 있다니, 대단한 상상력이군요.
    이런 류 영화들 중에 죽어야 사는 여자 (Death Becomes Her)가 제일 잘 만든 축에 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 잠뿌리 2016/05/11 12:08 #

    죽어야 사는 여자 재미있는 작품이죠. 호러 블랙 코미디 영화 중에 손에 꼽을 만 합니다.
  • 먹통XKim 2016/05/10 11:22 # 답글

    응? 프랑켄후커라면 바스켓 케이스나 브레인 데미지를 감독한 프랭크 헤넨로터 감독 영화 아니었나요?
    다른 제목만 같은 영화도 있었나...?
  • 잠뿌리 2016/05/11 12:09 #

    네. 같은 감독입니다.
  • 먹통XKim 2016/05/10 11:23 # 답글

    이거 감독 알아보니 꼴랑 3편 감독(그마저도 1편은 일본 영화를 미국 배급하면서 편집한 거.....감독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것)하고 1999년 71세로 사망했네요...
  • 잠뿌리 2016/05/11 12:15 #

    감독이 왕성한 활동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본작이 그리 잘만든 영화는 아니라서 재능의 한계를 느낀 건지도 모르겠네요.
  • 원한의 거리 2016/06/01 00:55 # 답글

    영화의 내용을 보아하니, 모티브 자체는 베리야에프가 지은 고전 sf소설인 "합성인간Professor Dowell's Head"에서 따온 듯 하군요.

    죽은 시신의 목을 떼어다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내고, 다른 시신의 몸통을 가져다 붙여서 망자를 완전히 소생시키려 한다는 내용이 무척 흡사합니다.
  • 잠뿌리 2016/06/01 19:25 #

    네. 본편 내용은 조금 달라도 모티브가 흡사하죠. 합성인간에선 머리만 살아난 여자가 몸과 결합된 반면 여기서는 몸과 결합시키려고 했는데 끝내 성공시키지 못하죠. 합성인간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1985년에 따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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