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룡대결전(怪竜大決戦.1966)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66년에 토에이에서 야마우치 테츠야 감독이 만든 괴수 특촬물. 북미판 제목은 ‘더 매직 서펜트’다.

내용은 오우미 땅을 다스리는 오가타 성주가 사악한 닌자 오로치마루를 앞세운 유키 다이죠 장군에게 배신을 당해 죽임을 당하고, 오가타 성주의 어린 아들 이카즈치 마루가 가신들과 탈출했다가 승룡의 술법을 사용해 거대한 이무기로 변신한 오로치마루가 쫓아와 죽을 뻔 했다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독수리에게 도움을 받아 간신히 살아난 뒤. 히키 도인에게 거두어져 인술을 배우며 장성해 고향으로 돌아가 원수를 갚는 이야기다.

본작의 제작사인 토에이는 토호, 쇼치쿠와 함께 일본 3대 영화사로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데 그중 특촬물도 만들었고 대표작으로 가면 라이더와 슈퍼 전대 시리즈가 있다.

하지만 토에이표 괴수특촬물로 기획되어 만들어진 작품은 본작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후 1977년에 토에이에서 나온 '공룡, 괴조의 전설'은 익룡과 수장룡이 나오는 특촬물이지만, 당시 오카다 시게루 사장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75년작 '죠스'를 보고 만든 영화라고 말해서 그 작품은 동물 재난 영화에 가깝다.

50~60년대 당시 토호의 고질라와 다이에이의 가메라 등 일본의 대형 영화사에서 괴수 영화를 만들어 잘나가고 있었기에 토에이도 시류에 편승해 만든 것이 본작이다.

하지만 기존에 나온 괴수 특촬물처럼 괴수가 주를 이룬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시대극의 스탠스를 취했고 닌자 이야기가 메인이며 괴수가 서브 요소가 됐다.

주인공 지라이야 배역을 맡은 마츠카타 히로키와 악당 오로치마루 배역을 맡은 오토모 류타로도 시대극 배우로 유명하다.

본작의 내용은 에도시대 후기에 미즈가키 에가오사 쓴 고전 영웅담 ‘지라이야호걸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오가타 성주의 아들 이카즈치마루인데 닌자의 이명으로 ‘지라이야’를 사용한다. 원전과 마찬가지로 숙적은 오로치마루, 히로인은 츠나데인데 작중 츠나데는 오로치마루의 친딸이며, 원전에서 민달팽이 술법을 썼던 게 본작에서는 거미 술법으로 바뀌었다.

지라이야와 오로치마루 일당이 닌자이다 보니 작중에 인술이 많이 나오는데 실사 영화지만 특촬물에 가까운 느낌으로 인술을 묘사하고 있다.

악당 닌자들의 암습을 받은 지라이야가 칼날 부메랑에 머리가 날아갔는데 피 한 방울 흐르지 않고 머리통과 몸이 따로 놀며 적을 농락하다가 다시 이어 붙이는 것부터 시작해, 빛나는 고리를 만들어 악당들을 향해 던져서 포승줄마냥 옭아매고, 폐가에 매복한 악당 닌자들이 장지문을 움직여 지라이야를 포위해 맹렬히 회전시키며 시선을 교란하며 포위를 좁혀오는가 하면, 오로치마루가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것 등등 닌자 판타지 초전개가 나온다.

수리검이나 사슬낫, 연막탄 같은 닌자 특유의 암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작중 싸움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인술 배틀이다. 현대의 닌자물로 치면 꾸러기 닌자 토리(닌자 핫토리군)이나 나루토 같은 느낌이랄까.

주인공 지라이야에게는 부모님과 스승님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고, 원수의 딸인 츠나데와 사랑에 빠진 애절한 러브 라인도 있어서 클래식한 영웅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활극 분위기가 나서 좋다.

작중에 묘사된 지라이야 자체가 딱 토에이 스타일의 히어로풍이다.

귀족 출신에 부모님과 스승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고향 성으로 돌아와 사쿠조란 가명을 쓰고 평범한 청년을 연기하다가, 은인은 잔베이 노인이 살해당하고 노인의 자식들인 코시로타로와 오사키가 위험에 처하자 근처 건물 지붕 위에서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닌자복 입고 나타나 인술로 악당들을 혼내주니 정진정명한 히어로다.

게다가 영화 주제가 자체도 어린이 합창단스러운 스타일로 나와서 아동용 히어로 영화의 느낌을 배가 시킨다.

하이라이트씬은 오우미의 오가타 성을 배경으로 삼아 지라이야, 오로치마루, 츠나데가 각각 인술로 소환한 거대한 두꺼비, 이무기, 거미가 박 터지게 싸우는데 타이틀인 괴룡대결전에 딱 맞게 대결전을 벌인다.

두꺼비가 입에서 불, 이무기는 입에서 물, 거미는 입에서 거미줄을 내뿜으며 싸우는 게 인상적이었다.

디자인적으로 두꺼비는 머리에 뿔, 몸에는 가시가 돋아나 있고, 이무기는 거대한 뱀이라기보다는 수염과 각질을 가진 동양의 용과 같은데 팔과 다리 달려 있어 직립보행하는 게 고질라스러운 괴수 이미지라 특이하게 보였다. 애초에 오로치마루가 이무기로 변신하는 술법은 작중에 승룡의 술법이라고 나온다.

근데 두꺼비 괴수 울음소리를 호랑이 울음소리로 쓴 건 좀 황당했다. 용호상박을 연출하고 싶어서 그런 걸까. (뭐, 명색이 괴수대결전인데 이무기는 용 울음소리 내고 두꺼비는 두껍두껍 이러면서 싸우는 건 좀 가오가 안 살긴 하겠지만..)

기존의 괴수 특촬물처럼 도시 단위로 파괴되지는 않고 달랑 성 하나 파괴되는 수준이지만, 작중 카스미 성의 모형은 꽤 잘 만들어서 미니어처인데도 불구하고 리얼하게 다가온다.

주인공 지라이야가 거대 두꺼비를 조종하는데 정작 북미판 제목은 매직 서펜트라서 제목만 들으면 오로치마루를 주인공으로 오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영화 제목이 ‘마법의 두꺼비’보다는 ‘마법의 용’이 더 폼이 나서 왜 그런지 이해는 간다.

괴수들의 결전 이후, 해변을 배경으로 지라이야와 오로치마루의 일 대 일 칼싸움으로 숙명의 대결을 마무리 짓는 라스트 액션씬도 기억에 남는다.

괴수의 대결로 종지부를 찍지 않고 영웅 대 악당의 인간 대결로 권선징악을 보여주며 끝낸 걸 보면 확실히 본작의 장르적 아이덴티티는 괴수물이라기 보다 시대극에 더 가깝다.

결론은 추천작. 토에이에서 만든 유일한 괴수특촬물이라서 그 자체로 유니크함이 있고, 닌자와 괴수를 키워드로 삼아 토에이 스타일의 히어로물로 잘 풀어내 활극의 재미도 있는 작품이다. 아동용 일본 시대극으로서 추천할 만하다.

여담이지만 본작에 나온 인술 괴수들은 같은 해인 1966년에 토에이 교토에서 만든 TV 드라마 ‘가면의 닌자 아카카게’에서 재사용됐다. 두꺼비는 뿔을 제거했고, 이무기와 거미는 그대로 나왔다.

덧붙여 본작에서 오로치마루 배역을 맡은 오토모 류타로는 같은 해인 1966년에 토에이에서 만든 닌자 특촬물 ‘대닌자영화 와타리’에서 ‘오토노 키도’ 역으로 출현했다.



덧글

  • 한상일 2016/05/07 21:07 # 답글

    여담이지만 본작에 나온 인술 괴수들은 같은 해인 1996년에 토에이 교토에서 만든 TV 드라마 ‘가면의 닌자 아카카게’에서 재사용됐다. 두꺼비는 뿔을 제거했고, 이무기와 거미는 그대로 나왔다. -> 1996이 아니라 1966년이 맞는 거지요? 닌자 히어로물은 이미 아메리카 가기전 일본에도 떡하니 있었군요. 과연... 이쪽은 변신도 하니 더 고급... 일까요?
  • rumic71 2016/05/07 22:01 #

    일본의 닌자물에 비교하면 <아메리칸 닌자>같은 건 리얼리즘의 극치죠.
  • 잠뿌리 2016/05/07 22:30 #

    아. 1966 맞습니다. 오타가 나왔네요 ㅎㅎ; 수정해야겠습니다. 닌자 영화는 일본이 원조죠. 아메리카 닌자를 비롯한 미국 닌자물은 사실 나중에 나왔습니다.
  • rumic71 2016/05/07 22:00 # 답글

    토에이의 거대괴수물이라면 본작 말고도 <공룡, 괴조의 전설 恐竜・怪鳥の伝説>이 있습니다만...
  • 잠뿌리 2016/05/07 22:47 #

    공룡, 괴조의 전설은 당시 토에이의 오카다 시게루 사장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를 보고 만들게 됐다는 동물 재난물에 가까운 영화라서 보통 괴수 특촬물로 기획된 작품과는 좀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질라, 가메라 등의 히트로 괴수 특촬물로 기획되어 만든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한 것이라고 하네요. 이 부분을 본문에 추가해야겠습니다 ㅎㅎ;
  • 존다리안 2016/05/07 22:25 # 답글

    지라이야,오로치마루,츠나데.... 나루토같다 했는데
    사실 나루토의 원형 중 하나가 바로 저 지라이야호걸담입니다. ㅜㅜ
    저 세명 다 나오고 지라이야가 거대 두꺼비 소환하고 오로치마루가 뱀 소환하는 것도 다 저기서 따왔어요.
  • 잠뿌리 2016/05/07 22:34 #

    네. 나루토의 전설의 3닌자가 지라이야 호걸담 등장인물들이죠.
  • 잠본이 2016/05/08 01:25 # 답글

    어째 포맷이 딱 아카카게 생각난다 했더니 역시나 선배격이군요...
  • 잠뿌리 2016/05/11 12:07 #

    시기적으로 보면 토에이표 닌자 영화 중에 왕고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박달사순 2016/05/08 08:23 # 답글

    포스터만 봐도 괴물들이 몇천원 완구같이 재미있어서 뭔가 흥미위주로 보고싶어집니다 ㅎㅎㅎ
  • 잠뿌리 2016/05/11 12:07 #

    작중 괴수들 표현이 괜찮았습니다. 입에서 물총 쏘고 불 뿜고 격렬하게 싸우지요 ㅎㅎ
  • 명탐정 호성 2016/05/13 23:12 # 답글

    フランケンシュタインの怪獣 サンダ対ガイラ도 같은 시대의 영화군요
  • 잠뿌리 2016/05/17 09:43 #

    네. 같은 시대에 나온 영화지요. 특촬물 괴수붐이라 여러 영화사에서 괴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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