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와 마법의 검 (La Bestia y la Espada Magica.1983)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1983년에 스페인, 일본 합작으로 폴 내쉬 감독이 만든 판타지 호러 영화. 북미판 제목은 ‘더 비스트 앤드 더 매직 소드/더 웨어울프 앤드 더 매직 소드’. 일본판 제목은 ‘늑대인간과 사무라이(狼男とサムライ)’다.

내용은 16세기 후반 에스파냐(스페인)에서 이리네우스 다닌스키 백작의 부인이 마녀의 주술에 당해 후손의 7대째 자식이 태어날 때마다 보름달이 뜬 밤에 피에 굶주린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저주를 받았는데, 7대째 후손으로 저주에 의해 늑대인간이 된 발데마르 다닌스키가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일본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킨가와 에스더를 데리고 전국시대 일본의 교토로 건너가 뛰어난 검객이자 높은 지식을 갖춘 키안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폴 내쉬 감독이 각본도 쓰고, 주연인 이리네우스 다닌스키 백작/발데마르 다닌스키 배역으로 직접 출현해서 늑대인간 분장을 하기도 했다. 이게 실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

폴 내쉬 감독은 ‘엔리케 로페즈’ 감독의 1967년작 ‘라 마르카 델 험브레 로보(La Marca del Hombre Lobo)’에서 늑대인간 주인공 발데마르 다닌스키 배역을 맡은 바 있다.

스페인산 첫 늑대인간 영화였고 이후 폴 내쉬 감독은 스페인의 ‘론 채니 주니어’로 불리며 스페인산 호러 영화의 간판 스타가 되어 늑대인간 뿐만이 아니라 드라큘라, 꼽추, 미라 등 고전 몬스터들을 연기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게 늑대인간이었고, 발데마르 다닌스키는 더 험브레 로보(The Homebre Lobo: 스페인어로 늑대인간이란 뜻이 있다) 시리즈의 주인공격인 캐릭터다.

영국 해머 필름의 크리스토퍼 리 주연의 드라큘라 시리즈나 멕시코의 인기 프로 레슬러 산토를 주인공으로 한 산토 시리즈와 같은 특정한 캐릭터의 시리즈물인 것이다.

제목이 왜 야수와 마법 검이냐면 작중 늑대인간의 저주를 풀 수 있는 게 순은으로 만든 일본도로 늑대인간을 죽이는 것으로 나와서 그렇다. 물론 야수는 늑대인간을 의미하고 말이다.

늑대인간의 탄생 비화가 나오는 과거 이야기는 접어두고, 중세에서 전국시대 일본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늑대인간을 시대물로 풀어내어 되게 특이하다.

발데마르 일행 셋이 외국인이고 나머지 인물은 전부 일본인인데 서양의 늑대인간과 일본의 인간 여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조명하면서 남녀 혼성 듀엣이 부르는 구슬픈 엔카를 배경 음악으로 깔고 있는데.. 정작 배우들은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스페인어로 말하니 정말 낯설다.

기본 스토리는 늑대인간의 저주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늑대인간물의 왕도를 지향하고 있어 의외로 멀쩡하다.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이리네우스가 늑대인간으로 변해서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는 것도 호러블하게 묘사됐다. (똑같이 목을 물어도 뱀파이어 영화였다면 피를 빨아먹는데 늑대인간 영화는 살점을 뜯어낸다!)

키안의 여동생인 아카네와 발데마르가 국적과 종족을 넘어선 사랑을 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것도 늑대인간 영화에 충실한 전개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이게 사실 늑대인간 그 자체보다는 일본 시대극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오다 노부나가가 직접 등장하는 전국시대 교토를 배경으로 삼아 노천탕, 닌자, 쿠노이치, 사무라이, 할복, 무녀, 도깨비, 원령 등등 자포네스크 요소가 넘쳐흐른다.

그 자포네스크 요소의 총 집합체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건 키안이다. 본작에 출현한 일본 배우 중 네임드급 배우인 아마치 시게루가 배역을 맡았는데 검술이면 검술, 지식이면 지식. 인성이면 인성. 모든 게 작중 최고치를 찍는다.

발데마르와는 친구가 됐는데 그의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늑대인간의 재난 때문에 피해가 커지자 결국 마법 검을 찾아내 친구와 사투를 벌여서 완전 본작의 진 주인공이 따로 없다.

사실 발데마르는 늑대인간이란 포지션 때문에 행동의 제약이 커서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해서 키안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다.

판타지적인 연출도 좀 나오는데 그 정점이 키안이 마법 검을 찾으러 가는 내용이다. 오니와 오바케 등등 악령들을 물리치니 마법 검이 무슨 엑스칼리버 마냥 가오 잡으며 튀어 나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근데 본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마법 검 입수 장면이 아니라, 악당 무녀가 발데마르의 저주를 풀어주는 걸 빙자하여 감옥에 가둔 뒤 호랑이를 집어넣어 늑대인간 VS 호랑이의 이종격투기를 찍는 씬이다.

늑대인간이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몬스터랑 싸우는 VS 기획 영화는 이전에도 종종 나왔지만.. 늑대인간과 살아있는 호랑이를 싸움 붙인 건 진짜 난생 처음 봤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루치오 풀치 감독의 1979년작 ‘좀비 2’에서 해변가의 물속에서 좀비가 상어랑 맞짱 뜨는 씬 같았다.

프로 레슬링으로 비유하자면, 몬스터의 강함을 어필하기 위해 맹수를 자버로 쓴 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워낙 상상을 초월한 전개라서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그밖에 발데마르의 아이를 뱄다는 이유로 아카네가 미친 군중들에게 살해당하고 배가 갈리는 키안의 악몽 연출이 늑대인간보다 더 무섭게 나와서 오싹했다.

근데 발데마르와 아카네의 연인 플레그가 사실 전반부의 노천탕 혼욕 하나 밖에 없는데 후반부에 급부상한 러브라인이 좀 급조된 느낌을 주고, 발데마르의 일행인 에스더와 킨가는 대체 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하는 것도 없고 허무하게 퇴장해 스토리의 짜임새는 좀 부족한 편이다.

최후에 키안과 발데마르의 사투는 비장미가 넘치긴 하는데 늑대인간 VS 사무라이의 대결 자체가 워낙 기괴한 센스를 자랑해서 보통 사람은 따라가기 힘든 구석이 있다.

결론은 추천작. 본편 스토리 자체는 늑대인간물의 왕도를 지향해서 생각보다 멀쩡하지만 스토리의 짜임새가 좀 부족한 편이고, 아무래도 서양의 늑대인간 이야기를 일본 시대극으로 풀어내서 인상적인 것과 별개로 황당한 내용도 적지 않게 나와 온전히 보려면 B급 영화의 높은 내성이 필요한데.. 그래도 늑대인간 VS 사무라이 구도의 일본 시대극이란 게 전대미문의 발상이라 굉장히 독특해서 컬트적인 맛이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아마치 시게루의 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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