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스티아 (Angustia.1987) 사이코/스릴러 영화




1987년에 비가스 루나 감독이 만든 스페인산 호러 스릴러 영화. 북미판 제목은 앵귀시. 사전적 뜻은 ‘고통/고뇌/불안’이다.

내용은 안과 의사 머피의 병원에서 검안사로 일하는 존 롭은 당뇨병을 심하게 앓아 시력을 잃은 어머니 앨리스 롭과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자신에게 불평한 환자인 로빈슨 부인과 그 남편을 어머니의 최면술에 걸려 살해하고 안구를 적출해 간 걸 시작으로 하여, 해리 호이트 감독의 1925년작 더 로스트 월드가 상영되는 극장에 가서 관객들을 상대로 무차별 살인과 안구 수집을 저지르는 가운데.. 그게 실은 LA에 있는 극장 렉스에서 상영되는 호러 영화 ‘더 마미’였고 그걸 보고 있던 관객 중 한 명이 영화를 보고 미쳐 버려서 영화 속 주인공인 존 롭처럼 극장 안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가스 루나 감독은 한국에서는 외설이냐 예술이냐의 문제로 논란이 생겼던 ‘하몽하몽’, ‘달과 꼭지’의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토브 후퍼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82년작 ‘폴터가이스트’에서 탠지나 바론스 배역을 맡아 신비한 인상을 준 젤다 루번스타인이 앨리스 롭 배역을 맡았고, 다양한 영화에서 뚱뚱보 아저씨 캐릭터로 주조연을 맡으며 왕성한 활동을 해오면서 이제는 원로 배우 연배가 된 마이클 러너가 존 롭 배역을 맡았다.

비가스 루나 감독은 에로 코미디 영화가 특기 분야고, 네임드 배우는 젤다 루번스타인과 마이클 러너 밖에 없어서 과연 제대로 된 호러 스릴러 영화가 나올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사실 감독은 둘째치고 젤다 루번스타인이 폴터가이스트에서 보여준 인상이 워낙 강하게 남아서 그 배우의 출현 자체만으로 흥미가 생겨서 봤었다.

근데 이게 웬걸, 결과물은 상상 이상으로 호러블하고 긴장감 넘치는 호러 스릴러 영화였다.

극 속에 삽입된 또 하나의 극. 극중극으로 스토리를 풀어냈다.

극 속의 극에서는 앨리스 롭이 최면술을 시도해 살인을 유도하면서 현란한 이펙트로 보는 사람 눈을 어지럽게 만들고, 존 롭이 팔목과 발목에 감춘 수술용 메스로 연쇄 살인을 벌이면서 희생자의 눈알을 파내면서 공포를 안겨 주는데.. 극 밖에서 그걸 보는 여주인공 패티가 무서움에 떨고 다른 관객들도 슬쩍슬쩍 비춰 주면서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러다가 극 밖의 관객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영화 보다가 미친 살인마가 연쇄 살인을 계획하고. 그 살인 위협이 시시각각 좁혀와 긴장감을 끌어 올린다.

두 개의 극이 크로스 오버되는 것은 아니고 각각 다른 시점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라 극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각각의 극이 불러일으키는 긴장감이 중첩되다가 두 개의 극이 절정에 치달은 순간 동시에 쾅쾅 터트려 혼돈의 카오스가 되니 스토리의 완급조절을 매우 잘했다.

뚱뚱하고 친숙한 아저씨로 주로 나오던 마이클 러너가 살인마로 등장해서 메스 무쌍을 펼치며 살인을 저지르고 희생자의 눈알 파내는 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호러블했고, 폴터가이스트에서 그 존재 자체만으로 안심이 되고 의지가 되었던 탄지나 역의 젤다 루번스타인이 최면술로 살인을 유도하는 악역으로 나와서 강렬한 인상을 줬다.

사건이 해결된 다음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보였다고 뒤통수치는 배드 엔딩은 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이중이 아닌 삼중 반전을 집어넣어 극중극의 방식으로 클리셰를 뒤틀어서 지금 봐도 신선하게 다가오고 엔딩 스텝롤 올라가는 부분까지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결론은 추천작. 최면 살인 사건을 메인 소재로 삼아 극중극으로 풀어내면서 극 속의 극과 극 밖의 극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맞춰서 긴장감을 배가 시켰고, 젤다 루번스타인과 마이클 러너가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악역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강한 인상을 주며, 본편 스토리의 결말이 극중극의 삼중반전 엔딩이라 기존의 클리셰를 뒤틀어 엔딩까지 잘 만든 수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스페인 고야 영화제에서 최고의 특수효과상과 베스트 필름상을 수상하고, 최우수 감독상 후보에 올랐었다.

덧붙여 이 작품은 2015년에 소니 몰히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앵귀시와는 북미판 제목만 같을 뿐, 아무런 연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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