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나무꾼 이야기 (1996)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6년에 미리내 소프트에서 개발, 팬텍에서 MS-DOS용으로 만든 어드벤쳐 게임.

내용은 노모를 모시고 사는 나무꾼이 놀부한테 1000냥을 빌렸었는데 놀부가 원금 1000냥에 이자 5000냥까지 6000냥을 다음날까지 갚지 않으면 관아로 끌고 가서 곤장을 맞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울먹이며 숲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을 구해주고 도끼를 빠트린 연못의 신령님과 만나는 것 등등 신비로운 체험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마우스 하나로 모든 조작이 가능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이다.

본편 내용이 여러 가지 전래 동화를 믹스한 어드벤처 게임인데 이게 언뜻 보면 참신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런 컨셉으로 나온 게임이 이미 존재한다.

어드벤처 게임의 명가인 시에라 온라인에서 1991년에 만든 ‘믹스드 업 페어리 테일즈(국내명: 동화 나라)’다.

‘믹스드업 마더 구스’의 후속작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주인공이 책에서 튀어 나온 환상의 존재인 북와이엄의 요청을 받아 동화 나라에 들어가 다섯 개의 동화를 해피엔딩으로 만드는 내용이다.

게임 조작 방식도 믹스드업 페어리 테일즈와 유사하다.

단순히 포인트 앤 클릭 방식만 비슷한 게 아니라,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커맨드 아이콘이 디자인이 유사하다.

이동(발 모양)/사용(손 모양)/보기(눈 모양)/대화(입술 모양) 등 4가지 커맨드를 사용하며 화면 좌측 하단에 있는 메뉴를 직접 클릭하거나,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바꿀 수 있다.

화면 중앙 하단 부분에 플레이 내에 얻은 아이템창이 바로 떠서 보기 편하다.

작중에 나오는 동화는 금도끼 은도끼, 선녀와 나뭇꾼, 흥부와 놀부, 햇님 달님, 망부석 재판, 기로전설(고려장 설화), 도깨비와 개암, 심청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가 된 게으름뱅이, 춘향전, 별주부전(토끼와 거북이), 에밀레종 설화 등이다.

금도끼 은도끼/심청전/별주부전이 메인 퀘스트, 흥부와 놀부/망부석 재판/도깨비와 개암/춘향전은 서브 퀘스트, 기로전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가 된 게으름뱅이, 에밀레종은 NPC 내지는 지나가는 이벤트 수준이라 비중의 편차치가 큰 편이다.

정말 뜬금없이 튀어 나온 개방파는 본작의 오리지날 설정 같다. (거지 소굴인데 명칭이 개방파라니, 이건 한국 전래동화가 아니라 중국 무협 소설이잖아)

그밖에 해저 용궁 앞에 있는 러브호텔과 그곳을 지키는 호텔 보이 어인(漁人)은 전래동화의 스탠스에서 한참 벗어나 있어 좀 해괴망측했다.

4부작 구성으로 각 부가 끝날 때마다 짧은 데모 영상이 나온다.

본편 스토리의 시작은 나무꾼이 놀부의 빚을 갚기 위해 나무를 하다가 겪는 이야기들인데 1부에서 이 빚 문제가 다 해결된 다음에 어떤 특정한 목적이 없이 2부로 넘어가 위기에 처한 동화 속 주인공들을 구해주는 내용으로 전개 돼서 스토리가 좀 중구난방이 됐다.

게다가 각 동화의 주역이 전부 나오는 게 아니라 한 두 명만 나와서 각 동화가 한 편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완성되지 못하고 반쪽 자리가 됐다.

선녀와 나무꾼에서는 사냥꾼, 사슴만 나오지 정작 선녀는 1부 클리어 데모에서 잠깐 나올 뿐 게임 본편에 NPC로도 안 나오고, 놀부와 흥부에서는 놀부만 나오지 흥부는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으며, 춘향전에서는 이몽룡과 춘향이의 어머니인 월매만 나오지 변학도와 춘향이는 이름만 언급되고, 에밀레종, 고려장,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가 된 게으름뱅이 같은 건 극히 일부분만 인물, 설정만 살짝 나올 뿐이다.

단순히 동화/설화를 뒤섞기만 했지 그걸 하나의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풀어내지 못했다.

캐릭터의 배치/비중 배분/갈등 관계 형성/운용 등 모든 걸 다 실패해서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빈말로도 높다고 할 수 없다.

게임 내 힌트 같은 것도 거의 나오지 않아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삽질을 해야 하는 게 기본인 데다가, 다음 진행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체크 포인트가 있어서 순서에 맞춰 진행해야 돼서 난이도가 좀 있다.

그래도 사망 포인트와 퍼즐 요소, 타이밍을 요구하는 전개 같은 건 일절 없고 또 갈 수 있는 곳, 이벤트 발생 장소가 한정되어 있어 길 찾기도 쉬운 편이라서 플레이어의 의욕을 떨어트릴 정도로 어려운 건 또 아니다.

개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긴 한데 그게 지금 관점에서 보면 완전 쌍팔년도 아재 개그라서 요즘 사람들이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거다.

젖소 얼룩소 황소는 봤어도 동사무소가 뭐냐? 라거나, 양아치 토끼들이 거북이한테 육지로 올라온 이유를 불어! 라고 하니 거북이가 후~ 후~ 후라보노(어휴, 언제적 후라보노냐!)라고 답하는가 하면, 야매 나무꾼 딱한번이 연못의 신령과 말다툼을 하며 삐삐 드립을 치고, 신령은 또 신령대로 1000번째 첩을 얻어 용궁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 등등 개그 센스가 완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수준이다.

한 가지 좀 논란이 될 만한 이벤트도 있다. 개방파 관련 이벤트다.

숲속에서 누워 자던 거지한테 먹을 걸 주고 갈구면 개방파 본거지 암호에 대한 힌트를 ‘성수대교’라고 알려주는데 그 숲 아래쪽 맵에 있는 커다란 다리에서 우측 나무를 발로 차면 암호를 물어올 때 ‘미리내’라고 자동으로 답하고선 다리 아래로 가라앉는 비밀 통로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이 게임은 1996년에 나왔고, 그때로부터 2년 전인 1994년에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벌어졌던 걸 생각해 보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이벤트인지 모르겠다.

애초에 개방파 암호문 힌트가 성수대교인데 정작 주인공은 ‘미리내’라고 답하고 내려간 게 이해가 안 간다. 당시 미리내 소프트 사옥이 성수대교 근처에 있었던 건가.

만화 페이지처럼 만든 컷씬이 짤막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나온 뒤 컷이 지나갈 때마다 컬러에서 흑백으로 변하는 엔딩 연출이 인상적이지만, 그 엔딩에 이르는 하이라이트 과정은 전혀 이해가 안 간다.

심청이를 구하러 용궁에 간 나무꾼이 우연히 용왕을 구해 3가지 소원을 비는데.. 심청이와 함께 육지로 나가고 심봉사의 눈을 뜨는 소원을 빈 것 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세 번째 소원으로 게임 내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고려장 언급을 하며 이 세상에 고려장을 없애 달라는 소원을 빌더니 그걸 또 에밀레종 설화랑 이어 버려서 울리지 않던 종을 어떻게든 울리게 만들어 그 맑고 고운 소리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걸로 끝난다.

시나리오 라이터의 머릿속에는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몰라도 게임 본편에서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시나리오 정리가 전혀 안 되어 있는 느낌이다.

에필로그에선 금도끼 은도끼, 춘향전, 흥부와 놀부, 심청전 인물들의 후일담이 한 컷씩 나와서 쭉 이어지는데 다른 건 이해가 가지만 흥부와 놀부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게임 본편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흥부는 무작정 자식만 왕창 낳아서 궁핍하게 사는데, 놀부는 박을 무사히 갈라 금은보화에 휩싸인 채 함박웃음을 짓는 것으로 나와서 그렇다. (게임 본편에선 박 한 번 잘못 탔다가 알거지 된 다음 나무꾼한테 금도끼 은도끼 받아서 개과천선하여 다시 부자 되던데 왜 엔딩에선..)

결론은 평작. 90년대 당시 한국에선 보기 드문 정통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이라 한국 한정으로 장르적인 유니크함이 있고, 여러 가지 동화를 믹스한 내용은 시에라 온라인의 ‘믹스드 업 페어리 테일’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래도 한국 전래 동화/설화를 베이스로 한 것이라 한국적인 맛은 있으며 고전 게임이니까 개그 센스가 낡은 것도 이해는 가는데.. 전래 동화를 잔뜩 모아 놓기만 했지 그걸 자연스럽게 풀어내지 못했고 캐릭터 운용에 완전 실패했으며, 엔딩 때까지 시나리오 정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전반적인 스토리의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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