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코] 헌팅 (2015) 2020년 웹툰




 

2015년에 은성 작가가 글, 전영륜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코미코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6년 4월을 기준으로 55화까지 올라온 호러 스릴러 만화.

내용은 다섯 살 때부터 성령을 접하고 영적 능력이 개화되어 십 수 년간 구마 의식을 하면서 친아버지가 운영하는 교회를 부흥시켰던 리처드 에스틴 목사가 어느날 구마 의식에 처참하게 실패해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자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15년형을 선고 받아 7년 동안 감옥에서 복역하던 중. 7년 전 자신의 담당 변호사 토마스 린든이 찾아와 자기 딸인 케이트 린든이 마귀들림 현상에 시달리니 구마의식을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형 집행정지로 잠시 출소시켜줘서 본격적인 엑소시즘에 착수하는 이야기다.

스토리는 문자 그대로 엑소시즘물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엑소시즘물을 클래식한 관점에서 접근한 게 아니라 현대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재해석했다.

주인공 에스틴 목사가 죄수 신분이고 형 집행 정지로 일시적으로 출소했지만 경찰의 감시가 심해서 행동의 제약이 큰 상황에, 케이트에게 씌인 악마가 에스틴 신부가 처한 악조건을 이용해 그를 농락하고 에스틴 신부는 에스틴대로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어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신부 VS 악마의 대결 구도로 성령과 악의 싸움만 그린 것이 아니라 현대에서 엑소시즘을 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다루었다.

이것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1973년작 엑소시트를 모태로 삼아 수십 년에 거쳐 엑소시즘물이 나오고 발전하면서 변화된 스타일로 스콧 데릭슨 감독의 2005년작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를 예로 들 수 있다.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는 엑소시즘을 받다가 사망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악마의 실존 여부에 대해 현실의 법정에서 법적 공방이 벌어지는 작품이다)

여기에 에스틴 목사 아버지의 구마 사기와 에스틴 목사가 실패한 구마 의식에 대한 진실 공방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과연 에스틴 목사가 하려는 일과 하는 말이 진짜인지 의문을 갖게 만들면서, 케이트에게 씌인 악마가 조금씩 마각을 드러내 주변 사람들이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에스틴 목사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으로서 스토리를 이끌어 극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악마의 실존 여부에 대한 진실 공방은 현대 엑소시즘물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고 그걸 잘 살렸다는 건 스토리 작가가 엑소시즘 소재의 종교 오컬트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걸 의미한다.

캐릭터 운용이 능숙해 각 인물 간의 갈등 관계도 잘 만들었다.

변호사, 부보안관, 정신과 의사, 기자, 카톨릭 신부, 수녀 등등 각기 다른 직업과 입장을 가진 모든 캐릭터가 마귀들림 현상을 겪는 케이트와 엑소시즘의 핵심 역할을 하는 에스틴 목사와 엮이면서 한 편의 완성된 엑소시즘의 퍼즐 조각이 되니 누구 한 명 빼놓을 수 없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서 모두 한 팀이 되어 엑소시즘에 착수하게 되지만, 거기에는 각자 속내가 따로 있고 믿음 반 불신 반으로 이루어진 불안정한 파티라서 갖가지 변수가 존재해 예측불허의 전개가 이어져 뒷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작중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신경전에서 나오는 비아냥과 농담에서 묻어난 미국식 말장난도 매우 자연스럽게 나온다.

작화는 독특하다. 한국 만화, 일본 망가가 아니라 미국 코믹스풍이다. 본작의 배경 자체가 미국이고 스토리, 시나리오도 미국 영화 느낌이 나서 글/그림의 궁합이 좋다.

작풍이 수수해서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인물 외모와 시점, 구도도 다양하게 나오고 구조물도 필요할 때 빈틈없이 그려 넣어 기본기가 탄탄하다.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포커스를 맞출 때는 배경을 전부 검게 칠해 작중 인물 얼굴에만 컬러를 넣어 말하는 것 자체를 부각시켜 장면 연출에 하나하나 세심하게 해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컷 배분은 웹툰의 스크롤 뷰보다 일반 만화의 페이퍼 뷰에 가깝다. 컷을 작게 나누어 원고용지 안에 여백이 거의 없이 꽉 채워 넣어서 그렇다. 그래서 컷을 큼직하게 나누어 놓지만 여백이 너무 많아서 허전한 느낌을 주는 웹툰의 문제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컷 구성을 보면 시선 처리는 또 웹툰 방식에 적합하다. 작중 인물의 시선 동선이 좌에서 우로 직선 방향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갈‘지(之)’자로 내려가서 그렇다.

말풍선이 꽤 많이 들어가 있고 대사량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혀서 가독성이 나쁘지 않은 건 시선 처리를 잘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인상적인 연출은 암전 연출로 연재분 33화에 나왔는데 불이 꺼진 순간 검은 배경에 캐릭터 실루엣을 하얀 선으로 그려서 목판화 느낌 나게 그린 씬이다. 풀 컬러 웹툰에서 목판화 기법을 쓴 건 처음 봤는데 이게 암전씬과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결론은 추천작. 한국 웹툰인데 작풍이 미국 코믹스 느낌 나서 독특하게 다가오고 전반적인 작화가 수수한 편이지만 기본기가 탄탄해서 유니크한 작풍이 한창 돋보이며, 극 전개가 스릴러로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종교 오컬트로서의 밀도도 높아서 스릴러와 오컬트의 장르 배합이 절묘하고, 등장인물의 갈등 관계를 잘 짰으며 캐릭터 운영도 능숙해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독특함, 재미, 완성도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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