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마야고 (2015) 2019년 웹툰



2015년에 후렛샤 작가가 글, 김홍태 작가가 그림을 맡아서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전 32화로 완결한 미스테리 스릴러 만화. 2014년에 나온 네이버 웹툰 ‘빙의’의 시즌 2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내용은 시즌 1의 빙의 사건으로부터 6개월 후, 퇴마사 천박사가 지방 방송국과 계약을 맺고 지리산에 가 3일 동안 마야고의 전설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야고’라는 제목만 보면 무슨 고등학교 배경의 학원물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리산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나오는 여신의 이름이다.

작가 후기에 나온 기획 의도를 보고 정리해 보자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빠져 나올 수 없는 괴상한 공간에 갇히는 불가항력의 공포를 다루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만 보면 코즈믹 호러가 될 것 같지만 실제 본편은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작중 마야고는 지리산 안에서 자신 만의 고유 공간을 만들어 안개에 휩싸인 산 속에 남자들이 가둬놓고 반야로 선택한 남자와 정사를 나누며 살아가는 요부로 묘사된다.

그래서 초자연적인 존재와 이공간에 의한 불가항력의 공포 보다는, 그냥 감금 소재의 사이코 스릴로물에 가까워 스티븐 킹 원작/로브 라이너 감독의 1990년작 미져리 스타일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작중에서 마야고는 슬립 가운 차림으로 산속을 돌아다니는 흑발 미녀로, 떡을 쳐서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 섹스 능력을 선보이며 에로틱한 요소를 갖고 나온다.

굳이 정의하자면 에로틱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일본 에로 게임 같은 느낌이다.

번개 전사 라이디로 잘 알려진 ZyX에서 1996년에 만든 트와일라잇 호텔이 떠오른다.

트와일라잇 호텔은 르포 라이터인 주인공이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골짜기 밑으로 떨어졌다가 석양 호텔이란 서양식 건물에서 눈을 떠 호텔 주변의 아공간에 갇힌 채로 어딘가 이상한 미녀 메이드&손님들에게 유혹을 당하면서 아공간을 지배하는 악마적 존재의 실체를 파헤치는 오컬트 미스테리 어드벤처다.

잠시 이야기가 샜는데 본론으로 돌아와서, 전작에서 천박사가 오유경을 구했다면 본작에서는 그 관계가 역전됐다.

천박사는 지리산에 들어갔다가 반야로 선택 받아 마야고에게 붙잡힌 공주님 신세가 됐고, 오유경은 영안의 능력으로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천박사를 구하러 홀홀단신으로 지리산에 입산하는 기사가 됐다.

전작의 관계가 역전된 건 흥미롭게 다가오지만, 안타깝게도 캐릭터 운용은 실패했다.

우선. 본작의 주인공 천박사는 전체 스토리의 2/3 분량을 마야고한테 붙잡힌 채로 무력하게 보내다가, 잔머리를 써서 여신을 상대로 사기를 쳐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데.. 본래대로라면 그 부분이 천박사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충분히 살려서 본작의 핵심적인 내용이 되었어야 했지만 실제 본편에선 그냥 작은 이벤트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천박사와 마야고의 관계에만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니라 본작의 진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오유경에 포커스를 맞추고 사실 그쪽에 더 큰 비중을 줘서 오히려 천박사가 페이크 주인공이 됐다.

본작의 오유경은 전작의 사건으로부터 영안 능력을 개화했는데 그게 완전 치트키 수준의 능력이라 밸런스를 붕괴시켰다.

보통, 영안이라고 하면 죽은 자를 보거나 혹은 보통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능력을 지칭하는데 본작에서는 그것뿐만이 아니라 단지 한 번 살짝 본 것만으로 목표 대상의 트라우마와 과거의 사건을 기억 재생하는 것처럼 꿰뚫어 보고 현실의 실체와 허상을 간파해내는 능력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탐색, 추리, 수사 등의 과정을 생략하거나 엄청 축소시켜서 수사/추리물의 관점에서 보면 룰브레이커가 됐다.

천박사와 오유경이 남녀 주인공 캐릭터로서 호흡을 맞추는 것도 아니다. 스토리 전반에 걸쳐 서로 완전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각자의 시점으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제대로 합류하는 건 최종화에 가까워질 무렵이라서 남녀 주인공으로서의 시너지 효과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캐릭터 운용의 실패보다 더 큰 문제는 스토리가 깔끔하게 끝나지 못했다는 거다.

산속 꼬마, 천박사의 조부, 진짜 반야 등 작중에 던진 주요 떡밥이 마지막까지 회수되지 않았고, 천박사와 마야고의 관계가 정리되지 못했다.

후반부에 가서 마야고가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냈을 때부터는 극 전개가 판타지로 변모해서 마야고의 신령 폼과 유경의 스탠드화된 검은 옷의 귀신이 영혼 종합 격투기를 벌여 안면 초크 슬램에 마운트 엑스 핸들이 나오고, 산 그 자체인 마야고의 거인 환영이 진격의 거인마냥 덮쳐오는 것 등등 판타지 초전개로 진행되니 스릴러로서의 스탠스까지 와장창 깨진다. 이건 거의 장르 이탈 수준이다.

산속 꼬마, 천박사의 조부, 진짜 반야 등 작중에 던진 주요 떡밥을 회수하지 않고, 천박사와 마야고의 관계도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끝내 버리고는 엔딩까지 개운하지가 않아 시즌 스토리를 깔끔하게 끝내지 못했다.

사실 사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일상에서 악당의 모습을 보면서 끝나는 건 호러/스릴러 영화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마무리인데 본작은 그 부분을 못 살렸다.

뻔한 내용이라고 해도 언제나 보는 사람의 허를 찌르는 그 포인트를 끝이 아니라 다음에 이어지는 것처럼 묘사를 해서 그런 것인데. 실제로 시즌 3의 첫 장면을 시즌 2의 라스트씬으로 앞당긴 것이라고 작가 후기에 나온다.

작화는 전반부는 멀쩡한데 후반부에 가서 부분적으로 이상한 버릇이 생기면서 부분적으로 작화 붕괴가 일어났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캐릭터 턱인데 무슨 이유인지, 천박사. 오유경 마야고, 미스터 G 등 주요 인물들의 턱이 지나치게 길쭉한 삼각형으로 이뤄서 중세 기사들이 쓰던 카이트 실드처럼 그려졌다. (구글에 한글로 카이트 실드라고 치면 관련 이미지가 나오니 참조 바란다)

결론은 비추천. 시즌 1 때는 추리 수사로 재구성된 퇴마행과 캐릭터 운영을 잘하고 스토리 마무리도 잘했는데.. 시즌 2인 본편은 미스테리 스릴러를 표방하면서 코즈믹 호러로 기획됐지만 실제 결과물은 에로틱 스릴러로 추리 수사 요소를 배제하고 판타지 초전개로 포장해 추리 수사/미스테리 요소가 실종되어 장르 이탈 현상이 심하며 캐릭터 운영도 실패하고 이야기도 잘 마무리 짓지 못한 작품이다.

시즌 1은 괜찮았는데 시즌 2에서 급격히 무너진 건 전작만한 속편이 없다는 영화계의 징크스가 발현된 것 같다. 시즌 3이 나올 예정이고 시즌 2에서 던진 떡밥을 다 회수할 거라고 하는데 준비를 꽤 많이 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0화 최상단에 1인칭 시점으로 산속을 달리다가 마야고와 조우하는 실사 동영상을 작게 집어넣었다. 거기서 마야고 배역을 맡은 사람은 맥심 8강 진출자인 정유정 모델이라고 한다.



덧글

  • 역사관심 2016/04/02 02:30 # 답글

    시작만 흥미롭고 전개나 액션이 전혀 흥미가 없더군요. 꼭 제5침공느낌.
  • 잠뿌리 2016/04/02 10:19 #

    후반부의 판타지 초전개 액션은 미스테리물을 끝까지 표방하고 싶었다면 나오지 말았어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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