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 2016년 개봉 영화




2016년에 잭 스나이더 감독이 만든 슈퍼 히어로 영화.

내용은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전투 이후 메트로폴리스가 파괴되면서 슈퍼맨이 인류의 구원자인지, 인류의 해가 되는 외계인인지 찬반양론이 격화되는 가운데 배트맨 브루스 웨인이 슈퍼맨의 힘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 대해 우려와 반감을 갖고 있다가 렉스 루터가 대 슈퍼맨 전용 무기로 밀수하려던 크립톤 나이트를 탈취해 슈퍼맨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2013년작 맨 오브 스틸에서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정확히는, 맨 오브 스틸에서 1년 6개월 뒤의 일이다.

본작은 사실 말이 좋아 배트맨 VS 슈퍼맨이지 실제로는 맨 오브 스틸의 후속작이자 확장판 개념에 가깝다.

그래서 맨 오브 스틸 때 나온 슈퍼맨의 힘을 가진 자의 갈등을 또 우려먹고 거기에 배트맨의 우울한 과거와 현재의 폭력성을 더하니 스토리가 진짜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진다.

일단, 맨 오브 스틸의 문제는 지나치게 슈퍼맨 신화 만들기에 몰두하는 게 문제다.

걸핏하면 지상에 강림한 신, 구세주 드립을 치면서 엄청나게 미화하고 있어 보이게 만든 것 치고는 어떤 대의나 사명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약간의 정의감으로만 움직이고 실제로 그것보다 로이스 레인이나 마샤 등 연인과 가족을 우선시해서 ‘여러분 보세요, 슈퍼맨 존나 인간답죠?’ 이렇게 끊임없이 어필을 하는데 그게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능력만 전지전능하면 뭐하나? 결단력, 판단력이 한없이 떨어지고 그저 주변에 휘둘리기만 하면서 의사결정 장애를 겪고 있는데.

그렇게 강한 힘을 가졌고, 강하다고 존나 띄워주는 캐릭터가 너무나 쉽게 함정에 빠지고, 발목을 잡히고, 신화적 배경을 뒤로 한 채 연인만 챙겨대고 있으니 깝깝하다.

스파이더맨 신작 영화 나올 때마다 요단강 건너는 故 벤 삼촌이 존나 뒤통수 때리면서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른다 라고 일갈하셨으면 좋겠다.

최소한 원작 슈퍼맨이 가진 고결함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인간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을 머릿속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에 있다. 잭 스나이더표 슈퍼맨이 아무리 고결하게 보이고 싶어도 그런 대사를 쳐 날리는 시점에서 에러다.

슈퍼맨이 배트맨에 대한 반감을 가진 것도 그 이유라는 게 배트맨 때문에 고담시 시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건데 그것만으로 적대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슈퍼맨만 그런 게 아니라 렉스 루터, 배트맨도 상대에 대한 적의에 대한 동기가 애매하게 나온다.

렉스 루터는 뭔가 슈퍼맨에 대한 엄청난 적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적의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틱장애/정서불안을 가진 정신병자 캐릭터만 연기하고 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 같은 캐릭터를 다시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렉스 루터는 조커와 다르다. 게다가 작중의 렉스 루터는 무게감 제로의 너드 같은 느낌이라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배트맨은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 VS 조드 장군의 싸움으로 메트로폴리스가 파괴되면서 사상자가 생기자, 슈퍼맨의 힘을 경계하고 그에게 원한을 품는데 좀 이상할 정도로 광폭하게 묘사하고 있다.

본래 배트맨하면 배트맨식 자비로 악당을 반 죽여놔도 진짜 죽이지 않는 불살주의인데 비해 본작에서는 그냥 대놓고 막 죽인다.

그것도 모자라 악당들한테 배트맨 인두를 지저 죄인의 낙인까지 찍어서 교도소에서 린치 당해 죽음에 이르게 하니 뭔가 배트맨이 배트맨이 아닌 것 같다.

어찌 보면 잭 스나이더 감독 스타일로 배트맨을 재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배트맨이 가진 본래 성격을 버리면서까지 바꾸는 건 좋지 않다. (이게 어딜 봐서 배트맨이야? 퍼니셔지)

바꿀 때 바꾸더라도 최소한 왜 그렇게 된 건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납득을 시켜야 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그냥 작중에서 대사로 ‘모든 사람이 끝까지 착할 수 없다.’ 이런 뉘앙스의 말 한 마디로 퉁 치고 넘어갈 뿐이다.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슈퍼맨의 연인 로이스 레인은 맨 오브 스틸 때도 특종 욕심에 나대는 게 좀 짜증나는데 본작에서는 슈퍼맨 빽 믿고 더 나대면서 사건의 발단 역할을 해서 나올 때마다 병크를 터트려 어그로를 끌기 때문에 그냥 짜증나는 게 아니고 개 짜증난다.

역대 슈퍼맨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가장 혐오스러운 로이스 레인이라고 할 만 하다.

원더우먼은 캐릭터 자체는 나름 간지 나게 나왔고 쌍팔찌 가드와 슈퍼 파워 검방 액션 등등 전투씬은 볼만 했지만 문제는 뜬금없이 툭 튀어나왔다는 거다.

슈퍼맨 편도, 배트맨 편도 아니고 그냥 멀리서 상황 돌아가는 걸 지켜만 보다가 영화 후반부에 문자 그대로 갑툭튀해서 슈퍼맨, 배트맨과 연합해 둠스데이를 상대하기 때문에 잘 쳐줘야 조연 밖에 안 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배트맨의 집사 알프레도랑 비중이 비슷하다.

플래쉬, 사이보그, 아쿠아맨 등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에 대한 떡밥을 남겨 이후 저스티스 리그 본편이 나올 걸 대놓고 광고하고 있는데 거기에 그린랜턴만 없는 거 보면 정말 안습이다. (영원히 고통 밖은 반지닦이)

본작의 끝판 대장은 둠스데이인데 맨 오브 스틸의 조드 장군을 능가하는 슈퍼 빌런으로 전투력은 엄청나게 높은데 시도 때도 없이 전류 폭풍과 폭발, 분진을 일으키고 괴광선을 쏘아대서 폭발성애자 마이클 베이식 CG 떡칠을 하니 너무 피곤해진다.

슈퍼 파워 대격돌로 어김없이 도시가 쑥대밭이 되니 맨 오브 스틸 수준에 머무르기만 할 뿐, 거기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맨 오브 스틸의 액션은 확실히 박력 있고 스케일이 크긴 했는데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건 한 번뿐이지. 그런 걸 두 번 보고 세 번 보면 보다가 지친다. 매번 싸울 때마다 혼돈, 파괴, 망가가 반복되면 그게 되겠나.

스토리의 전반부는 슈퍼맨의 인간적인 고뇌와 배트맨의 슈퍼맨에 대한 공포심에 포커스를 맞춰서 정말 끝장나게 지루하다. 두 슈퍼 히어로의 정신세계를 설명하는데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게다가 그 내용이 신선한 것도 아니고 본 거 또 보고 다시 보고 자꾸 보는 거라 지겹기 짝이 없다. (언제까지 슈퍼맨이 자신이 가진 슈퍼 파워에 대해 갈등하고, 배트맨이 부모 잃은 트라우마를 봐야 되는 건지 원)

설상가상으로 슈퍼맨과 배트맨이 서로를 적대하는 게 앞서 말했듯 설득력이 없어서 둘 중에서 어느 쪽으로든 몰입하기 힘들다.

애초에 둘 다 각자의 정의를 관철시키며 대립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정의를 반박하면서 충돌하는 것이라 자신만의 정의나 신념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저 새끼, 나쁜 새끼야. 아니 니 새끼가 더 나쁜 새끼야' 이렇게 치졸하게 싸우니 더욱 그런 것이다.

중반부까지의 액션씬으로는 트럭 추격전과 사막 전투씬이 있는데 트럭 추격전은 배트맨의 불살주의가 산산이 깨져 캐릭터가 붕괴하는 씬이라 별로였고, 사막 전투씬은 액션 시퀀스가 정말 헉-소리가 나올 정도로 형편없었다.

애초에 그 장면은 굳이 들어갈 필요도 없어 보이는 걸 어거지로 넣은 것 같은데 연출까지 구리니 답이 안 나온다.

후반부의 슈퍼맨 VS 배트맨 대결은 인상적이지만, 대결의 결과가 시원치 않다. 정확히는, 마무리를 좀 어영부영 끝냈다고나 할까.

복선과 암시를 충분히 깔아 놓고 마무리 지은 게 아니라 급조한 듯한 설정으로 억지로 끼워 맞춰서 1시간 넘게 지속된 두 슈퍼 히어로의 갈등을 단 몇 초 만에 뚝딱 해결하고 초스피드로 화해를 한 뒤 갑자기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서로 힘을 합쳐 싸우는 전개가 이어지니 어리둥절하다.

이럴 거면 대체 왜 제목을 배트맨 VS 슈퍼맨으로 지은 걸까? 그냥 저스티스 리그라고 젓지.

설명이 꼭 필요한 장면에는 설명을 넣지 않고, 빼도 상관없는 장면을 굳이 집어넣어 필름 낭비를 하는데 이건 각본 이전에 편집의 문제가 크다. 편집을 완전 엉망으로 한 느낌이다.

결론은 비추천. 잭 스나이더식 배트맨 VS 슈퍼맨이 아니라 그냥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 후속작이자 확장판으로 슈퍼맨 신화 만들기에 지나치게 몰두해 다른 모든 걸 제물로 삼아 제대로 된 VS물이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매력 없는 슈퍼맨, 트롤링 로이스 레인, 원작 파괴 배트맨, 갑툭튀 원더우먼, 정서불안 사이코 렉스 루터 등 답 없는 캐릭터 라인에 개연성 없는 스토리, 엉망진창의 편집과 지나치게 혼돈과 파괴 지향적인 마이클 베이식 액션까지 더해지니 미국 현지에서 폭풍혹평 받는 게 이해가 되는 졸작이다.

2016년 올해 나온 슈퍼 히어로 영화중에 단연 최악 최흉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애초에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더 최악이라 재미가 없어도 실망스럽지는 않았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 작품을 기점으로 DC 슈퍼 히어로 영화는 더 이상 기대가 안 된다. 이제는 올해 8월 개봉 예정인 DC의 빌런들이 나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는 쿠키 영상이 없다. 엔딩 스텝롤 다 올라가도 끝까지 아무 것도 안 나온다. 저스티스 리그 관련 떡밥은 그냥 본편에서 다 나온다. 근데 그 저스티스 관련 떡밥이 본편 스토리랑 전혀 상관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거라 떡밥 투척조차 개연성이 없다.



덧글

  • 블랙하트 2016/03/25 16:42 # 답글

    그런데 볼때 의식못할뿐이지 팀버튼이나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 영화를 의식하고 보면 배트맨이 악당을 대놓고 죽이는 장면이 나오기는 합니다.

    사실 제가 이영화에서 가장 실망한 부분은 루터의 비서 머시가 별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의미도 없이 소모되어 버렸던 거였습니다. 이번이 첫 실사 등장인데 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 잠뿌리 2016/04/02 10:13 #

    그래도 배트맨이 대놓고 총쏴서 악당들을 죽이거나 나이프로 콱콱 찌르진 않아서 본작의 배트맨은 너무 낯설었습니다. 루터 비서 캐릭터 원작에서는 두 명이 나오고 비중도 적지 않은데 영화에서는 비중이 거의 없더군요. 배우 자체는 미인인데..
  • rumic71 2016/03/26 21:41 # 답글

    역대 가장 혐오 로이스는 리턴즈였죠. 여기서는 차라리 백치미라도 있지.
  • 잠뿌리 2016/04/02 10:14 #

    슈퍼맨 리턴즈 볼 때 로이스가 참 싫었지만 잭 스나이도표 로이스도 혐오스러운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쪽이 더 혐오인 건 작중에 끼치는 민폐가 너무 커서요.
  • 태천 2016/03/26 22:17 # 답글

    DC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만 더 들었습니다...(먼산)
    드라마 쪽(플래시, 애로우, 고담 등)은 그래도 평타 이상 해주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이 도움이 되기는 커녕 사단을 냈다는 느낌이라...oTL
  • 잠뿌리 2016/04/02 10:14 #

    이후에 나올 저스티스 리그 영화들을 잭 스나이더가 계속 감독을 맡는 다는 게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재앙 같습니다.
  • 순수한 가마우지 2016/05/19 19:37 # 답글

    렉스 루터도 원작 그대로 따르던가 렉스 루터의 아들로 만들던가 아니면 스타워즈7-깨어난 포스의 악역인카일로 렌이나 베테랑의 조태오 캐릭터를 참고했으면 좋았을텐데..
  • 잠뿌리 2016/05/20 17:35 #

    DC 세계관에 렉스 루터 JR도 나오는 만큼 아들로 설정해도 될 것 같은데 떡밥을 던지다 말아서 애매했지요.
  • 순수한 가마우지 2016/10/15 11:58 # 답글

    그래도 확장판이 나오면서 평가가 한결 나아졌죠..
  • 잠뿌리 2016/10/18 23:54 #

    확장판은 그나마 좀 나은가보네요. 저는 아직 확장판은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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