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에 니혼 팔콤에서 PC8801, PC9801, MSX2용으로 만든 액션 RGP게임. 이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에서 바로 이어지는 2부작 구성이다.
내용은 전작에서 이스의 책 여섯 권을 모두 모은 아돌 크리스틴이 책의 힘에 의해 다암의 탑에서 빛의 휩싸여 어디론가 날아가 의식을 되찾고 보니 란스 마을에서 깨어나 고대 왕국 이스의 비밀을 밝히고 쌍둥이 여신을 봉인한 마왕 다암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전작의 캐치 프레이즈는 '이제, RPG는 상냥함의 시대로'인 만큼 공략없이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이라 사실 자잘한 이벤트 다 쳐내고 최종 던젼 다암의 탑 공략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본작의 캐치 프레이즈는 '상냥함에서 감동으로'로 바뀌어서 이제는 공략이 좀 필요할 때가 됐지만 대신 게임 볼륨과 전체적인 완성도가 전작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폭 상승했다.
게임 조작 방법은 화살표 방향키/숫자 방향키의 상하좌우 이동에, S키는 스테이터스창 열기, E키는 장비창 열기, I키는 인벤토리창 열기. F1키는 게임 옵션창(세이브/로드) 열기, 스페이스바는 마법 사용, ENTER(MSX 키보드에선 RETURN)키는 아이템 사용, SHIFT키는 대사 스킵이다.
전작에서는 장비창에 아이템 항목이 추가돼서 키를 눌러 사용하는 아이템이 거기 속해 있었고, 이벤트 아이템은 화면에 아이템 스킨만 뜬 반면 본작에서는 장비/아이템이 따로 분리됐고 이제 장비뿐만이 아니라 아이템도 필요할 때 커서를 움직여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전작은 레벨 최고치가 10이었는데 본작에서는 28로 거의 3배 가까이 상승. 각 능력치 최대치는 255로 전작과 동일하다.
전작에서는 마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서 반지를 사용했는데 본작에서는 여섯 신관에 대응하는 여섯 개의 마법이 새로 추가됐고 MP 개념도 생겼다.
마법의 종류는 파이어(공격용), 라이트(불 밝혀서 보물 상자 찾기), 리턴(마을로 귀환), 텔레파시(몬스터로 변신), 타임스톱(일정 시간 동안 주변의 움직임을 멈춤), 실드(MP를 소비하는 동안 무적)가 있다.
파이어는 본작의 유일한 공격 마법인데 사실 대부분의 보스가 몸통박치기로 데미지를 입힐 수가 없어 파이어로 공격해야 한다.
첫판 보스조차 만랩 찍고 몸통박치기를 시도하면 데미지가 0이다. 근데 파이어를 사용하면 그야말로 순살 수준으로 깰 수 있다.
작중에 딱 한 번, 놀티아의 빙벽에서 동굴 속 얼음을 깨부술 때 장애물 파괴용으로 쓸 수 있다.
라이트도 작중에 딱 한 번 사용하는 마법으로 아돌이 살몬 신전에서 달레스의 저주를 받아 마물로 변했을 때, 저주 해제를 위한 필수 아이템 성스러운 잔이 숨겨진 보물 상자를 찾을 때 쓴다.
리턴은 소비 아이템 ‘윙’과 동일한 효과를 가졌는데 전작은 사실 마을이 1.5개라서 제픽 마을은 제끼고 미네아 마을로 밖에 돌아갈 수 없었는데 본작에서는 아돌이 거쳐간 모든 마을과 특정 포인트로 워프가 가능하다.
란스 마을, 라바 마을, 라미아 마을, 탈주자의 은신처(지하 수로), 여신왕궁에 갈 수 있다.
이번 작에서는 병원이 안 나오지만, 란스 마을에 있는 바노아의 집과 여신왕궁에 가면 HP와 MP를 무상으로 전부 회복할 수 있다.
텔레파시는 아돌이 몬스터로 변신하는데 신전에 돌입할 때 필요한 필수 마법이다. 신전 대문부터 시작해 신전 안 곳곳에 몬스터 경비병이 문을 지키고 있을 때 몬스터로 변신해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 신전 안에서 몬스터로 변신한 상태에서는 맵을 돌아다니는 몬스터와 접촉했을 때 마을 NPC처럼 대화를 한다.
타임스톱은 전작의 아이템 미러의 효과와 동일하다. 달랑 두 번 사용하면 깨지는 미러와 달리 이쪽은 마법이라 MP가 남아 있는 한 계속 쓸 수 있어서 편하다.
실드는 가장 나중에 얻는 마법으로 발동 직후 리얼 타임으로 MP가 소모되면서 무적 상태가 된다.
인벤토리창에서는 소드(검), 실드(방패), 아머(갑옷), 아이템, 링(반지) 등 5가지 항목이 있는데 커서를 좌우로 움직여 원하는 장비/아이템에 맞춰 놓아야 사용할 수 있다.
검 종류는 숏 소드<롱 소드<탤와르<하이퍼 커터<-배틀 소드<클레리아 소드.
방패 종류는 우드 실드<스몰 실드<라지 실드<아이언 실드<배틀 실드<클레리아 실드.
갑옷 종류는 체인 메일<브레스트 플레이트<플레이트 메일<리플렉스<배틀 아머<클레리아 아머.
전작의 최강 무구 플레임 소드/배틀 아머/배틀 실드가 검까지 배틀 시리즈로 통합되어 두 번째로 강한 무구로 밀려나고, 전작의 실버 시리즈가 본작에선 클레리아 시리즈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최강의 장비로 거듭났다.
작중에 나오는 설정상 본래 클레리아 금속이 인간들한테 체굴되면서 ‘은’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라고 나와서 전작에 나온 떡밥이 회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클레리아 시리즈는 극 후반부에 석화가 풀린 사다에게 대화를 걸면 클레리아 소드, 그 다음에 곧바로 라미아 마을에 돌아가서 사다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면 클레리아 아머, 종반부에 은 하모니카를 불어 쌍둥이 여신을 봉인에서 풀어주고 루터한테 대화를 걸면 클레리아 실드를 건네준다. (전작에선 잉여였는데 본작에선 나름 대활약!)
대부분의 보스들은 몸통박치기로 전혀 데미지를 입힐 수 없고 공격 마법 파이어로 딜을 넣어야 된다. 최종 보스인 다암은 클레리아 장비로만 딜을 넣을 수 있고, 그 직전 보스인 달레스는 마법을 봉인시키고 공격을 해오기 때문에 이 두 보스만 몸통박치기로 쓰러트려야 한다.
최종 보스 다암은 전작의 최종 보스 다크 팩트보다 쉬운 편이다.
다크 팩트가 4방향으로 폭발 전개되는 파이어 레인 탄막을 연사하면서 본인이 데미지를 입을 때마다 바닥을 소멸시키는 기술을 구사해 그 범위 안에 들어가면 즉사했는데 다암은 그런 극악한 공격은 하지 않는다.
다암의 기술은 메테오랑 텔레포트인데 메테오는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낙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아서 생각보다 피하기 어렵지 않고, 텔레포트가 좀 성가시긴 한데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할지 너무 뻔히 보여서 출현 포인트를 계산하고 미리 그곳에 가 있어도 쉽게 공격할 수 있다.
거기다 새로 추가된 마법인 실드는 MP가 실시간으로 소모되면서 무적 시간을 주는 것인데 여신의 반지는 실드 마법의 MP 소비를 억제시켜주기 때문에 그 2개를 조합하거나, 새로 추가된 아이템인 생명의 약은 부활 효과가 있어 한 번 죽어도 그 자리에서 즉시 생명력을 꽉 채워주면서 되살아나기 때문에 최종 보스전 대응 선택지가 2개나 있어서 비교적 여유 있게 클리어할 수 있다.
아이템은 인벤토리에서 교체할 수 있는 소비형 아이템과 장비형 아이템이 있다.
소비형 아이템은 약초(HP 회복), 로다의 열매(MP 회복), 윙(마을로 귀환). 치료의 약(1회 부활).
장비형 아이템은 마법 계열과 이벤트 계열로 나뉘어져 있다.
마법 계열은 정령의 옷(가만히 있으면 HP 자동 회복: 전작의 힐 링과 같은 효과), 독수리 조각상(공격 마법 파이어의 자동 추적 기능), 매 조각상(공격 마법 파이어의 자동 추적 기능+차지 강화 공격), 클레리아의 반지(일정 확률로 데미지 무효), 안정된 반지(MP 소비 억제), 여신의 반지(공격/방어 +2씩, 실드 마법의 MP 소비 억제)가 있다.
이벤트 계열은 이스의 책 여섯권(여섯 신관 동상에 반환해야 마법 플레그 열림), 지팡이(이스의 책 이벤트 후 마법 사용 능력 획득), 곡괭이(라스티니 폐광에서 프레아가 갇혀 있는 벽 부수기), 철광석(란스 마을의 무기점에 팔면 구입 가능한 장비 목록 추가), 사악한 방울(지라의 집 지하실 벽에서 몬스터 소환), 빙무의 구슬(놀티아의 빙벽 동굴 안에 얼음 길 만들기), 돌신발(놀티아의 빙벽에서 얼음길 올라가기), 로다의 잎(독가스 지대 데미지 캔슬 이동), 리리아의 약(로다의 열매+셀세타의 꽃 조합), 환영의 거울(놀티아 빙벽에서 보스가 있는 문 탐색), 리라 조개(라미아 마을의 하달과 연락), 성스러운 잔(저주 해제), 꿈의 석상(석화 치료), 은색 팬던트(여신상 워프), 금색 팬던트(여신상 워프), 은 하모니카(여신에게 걸린 저주 풀기), 속삭임 귀걸이(용암 지대 마을/신전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이벤트 때 사용), 통행증, 열쇠 시리즈(신전/수로 조정실), 고대의 석판/인도의 두루마리/흑진주(중요 이벤트 아이템)가 있다.
전작에서는 소비형 아이템이 보물 상자에서 많이 나온 반면 본작에서는 마을에서 구입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MP를 회복시켜주는 로다의 열매는 게임 전반에 걸쳐 서너 개 정도 입수 포인트가 따로 있는데 약초나 윙은 그런 게 전혀 없고, 치료의 약은 딱 한 번만 살 수 있다. (한 개가 아니라 한 번)
세이브/로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보스전을 제외하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전작은 F1키가 세이브, F2키가 로드였는데 본작에서는 F1키만 눌러도 세이브/로드를 할 수 있는 옵션창이 뜬다.
세이브 방식도 S-RAM과 유저 디스크 세이브 방식 두 개를 다 지원하며, 세이브 슬롯도 전작은 1개인데 이번 작은 8개로 대폭 늘어나서 더욱 편해졌다.
게임 전체 맵은 전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전작의 마을은 미네아, 제픽 마을 다 합쳐도 1.5개 밖에 안 됐는데 본작의 마을은 란스 마을/라바 마을/라미아 마을 등 3개로 늘어났고, 각 마을에 대응하는 던젼도 추가됐다.
전작에선 폐광/살몬 신전이 각각 2층/3층인 반면 다암의 탑이 25층이라서 사실상 다암의 탑에만 올인해서 사실 정통 RPG보다는 그냥 탑의 형상을 한 던젼을 공략하는 던젼 RPG 느낌이 강했는데 본작은 그것과 반대가 됐다.
문도리아 폐허/폐광/놀티아의 빙벽/용암지대/살몬 신전/지하수로 등 지역이 늘어나고 배경도 다양하면서 맵 디자인도 겹치는 게 없이 전부 다 다르고 각각의 특색이 있어서 배경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배경 스케일이 커져서 이벤트도 전작의 몇 배 이상 늘어났고, 이벤트용 아이템과 마법을 적극 활용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 전작의 단순함에서 벗어났다.
전작부터 던진 떡밥을 본작에서 모두 회수되고, 여섯 신관과 신관의 후예, 쌍둥이 여신, 마물, 마왕, 마법에 대한 모든 걸 다 풀어냈기 때문에 스토리를 정말 깔끔하게 잘 끝냈다. 사라진 고대 왕국 이스 최종장이란 부제에 걸맞다.
캐릭터 같은 경우, 사실 본편 내용 자체가 아돌의 여정에 초점을 맞췄지 특정 캐릭터에 포커스를 맞춘 건 아니라서. 누가 한 명 톡톡 튀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아돌을 도와준 NPC들이 실은 여섯 신관의 후손들이라 모두 한 자리에 모이고, 쌍둥이 여신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감동을 선사한다.
전작부터 던진 떡밥이 이번 작에 모두 회수되어 고대 왕국 이스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특히 엔딩, 에필로그 연출도 좋은데 전작에서는 다크 팩트를 쓰러트린 뒤 팩트의 책을 읽으면 바로 엔딩으로 돌입한 반면, 이번 작에서는 엔딩 직전에 여섯 신관의 후손과 리리아, 피나 레아 등 쌍둥이 여신과 일일이 대화를 하는 이벤트가 있고 또 엔딩 스텝롤이 지나가면서 살몬 신전 밖으로 나왔을 때 전작의 NPC들이 찾아와 축하해주며 엔딩 말미에 살몬 신전에서 빠져 나온 두 개의 빛을 석양을 등진 채 아련한 눈으로 올려보는 아돌과 흑진주를 가슴에 안고 영원의 잠에 빠져든 피나가 오버랩 돼서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후대에 이르러 이스 2의 히로인으로 기억되는 건 리리아지만.. 사실 작중에 리리아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피나와 레아가 스토리상 마왕 다암의 저주에 걸려 봉인당한 상태라 임시방편으로 히로인이 된 캐릭터다.
불치병에 걸린 걸 아돌이 약의 재료를 구해와 프레아에게 조제를 시켜 목숨을 구해준 다음에는 그냥 어디에 가든 뒤 쫓아와 아이템을 건네주거나, 위험에 처했다가 아돌에게 구출되는 역할을 해서 존재감이 좀 희박하다.
근데 그런 리리아가 당시 각종 게임 잡지의 게임 속 미소녀 랭크 1위를 장식하고 심지어 팔콤에서 미스 리리아 콘테스트까지 열었을 정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왜 그런가 하면 이스 2는 오프닝과 엔딩 때 스크롤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집어넣었는데 그 연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게 리리아다.
아돌이 다암의 탑에서 빛에 휩싸여 날아가는 걸 목격할 때 리리아가 뒤돌아보는 10프레임 미만의 짧은 영상이 이스 팬의 심장을 저격한 것이라 후대에 나온 이스 2 관련 게임, 영상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부각된다.
그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구석은 있다.
이 작품이 나온 게 1988년이고, 80년대 RPG 게임은 캐릭터 일러스트에 신경을 잘 쓰지 않고 도트 찍기에 여념이 없어서 게임 내내 도트 캐릭터만 줄창 나오고 가끔 특정 포인트(건물이나 상점)에 들어가면 캐릭터 일러스트가 나오는 경우가 있고 전작 이스 1도 그런 케이스였는데, 본작에서는 게임 키면 나오는 오프닝에서 몇 분 지나지 않아 미소녀 캐릭터가 커다랗게 떡하니 나오고, 애니메이션 효과로 뒤돌아보며 화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대화를 걸어오니 당시 유저들한테는 컬쳐 쇼크를 안겨줄 만 하다.
즉, 리리아는 캐릭터 자체가 뛰어난 것이라기보다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선점해서 게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캐릭터가 된 것이다.
사실 본작의 히로인은 엄밀히 말하자면 피나다. 전작부터 인연을 맺었고 모험성애자 아돌이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 이성인데다가, 출현 분량이 종반부랑 엔딩 때 밖에 없을 정도로 극히 짧지만 엔딩 때 아돌과 서로 말없이 쳐다보고 모두가 자리를 비켜준 다음 아돌에게 고백하면서 하는 대사가 심금을 자아내게 한다.
아돌을 만난 게 제일 기쁜 일이며 처음으로 여신이 아닌, 피나라는 한 여자로서 말할 수 있었다고. 가끔이라도 좋으니 자신이라는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는 말를 남기고 이별을 하니 정말 짠하다.
오히려 리리아는 고반이 아돌에게 확 고백하라고 부추겨도 부끄러워하면서 튕겨 고백할 찬스를 놓친, 콩라인 히로인이라 피나와 대조된다.
이스 2 엔딩만 보면 피나가 명실상부한 본작의 진 히로인인데 정작 인기는 리리아가 독차지했으니 팔콤이 어리둥절할 만하다.
그래도 팔콤이 공식적으로 밀어주는 대표 커플링이고 현재에 와서는 팔콤 히로인 인기투표에서도 리리아를 따돌려서 아돌의 본처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팀 자일리톨(faketrees)에서 PC8801, PC9801, FM77AV용 이스 2를 한글화했고 그 뒤에 키티야(kkitty5425) 유저가 MSX2용 이스 2를 한글화했다. 팀 자일리톨 한글패치는 완전 한글화고 키티야 유저 한글패치는 엔딩 대사만 비한글화라 99% 한글화됐다.
MSX2판은 전작의 경우 그래픽은 더 좋은데 CPU 처리 속도가 늦고 최적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게임 속도가 좀 느려서 답답했지만, 이번 작은 최적화를 엄청 잘해서 전혀 느리지 않다.
BGM 템포 한 번 흐트러지는 일 없고, 세이브/로딩 속도도 빠른 편이라 플레이가 매우 쾌적해졌다.
BGM도 전반적으로 좋은 곡이 많은데 전작보다 확실히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스하면 음악이 좋은 게임이지.’라는 인식은 이스 2 때 생겨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결론은 추천작. 게임 전체 맵이 전작의 몇 배 이상 늘어나 게임 볼륨이 엄청 커졌고, 전작부터 던져 온 떡밥을 본작에서 전부 회수하면서 고대 왕국 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 스토리상으로 깔끔하게 완결을 지었으며 그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내용을 추가해 감동을 선사하고, 그래픽과 시스템의 최적화를 끝마쳐 플레이가 쾌적하면서 음악 역시 전반적으로 퀼리티가 높아 귀를 즐겁게 해주어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 캐릭터, 전투 밸런스 등 모든 걸 다 갖춘 완전무결한 게임으로 JRPG의 마스터피스 중 하나로 손에 꼽을 만 하다.
새삼스럽지만 1994년에 한국의 게임 개발사 만트라에서 만든 이스 2 스페셜은 이스 2 원작을 전혀 해보지 않고 원작에 대한 이해가 없이 만들어진 원작 파괴를 넘어선 원작 능욕 수준의 작품이란 걸 알 수 있다.
이스 2에서는 이스의 책 여섯 권을 여섯 신관의 석상에 반환하는 게 게임 플레이 초반에 문도리아의 폐허와 지라의 집 지하실에서 다 할 수 있는데 이스 2 스페셜에서는 여섯 신관에 대응하는 여섯 개의 탑을 돌아야 하고, 생뚱맞게 드워프, 엘프, 도둑 마을이 추가된 것도 모자라 숨겨진 던젼 단군의 탑은 아리랑 BGM이 깔린 한옥집 던젼이고 금도끼 은도끼, 신토불이 타령하며 단군의 무기 시리즈 주는 센스가 완전 쌍팔년도 아재 개그라서 뒷목 잡고 쓰러지게 만든다. (왜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 팔콤 스텝과 원작 이스2 팬들한테 센송해진다)
그나마 이스 2 스페셜에서 정상참작할 만 한 건 음악 하나뿐이다.
여담이지만 MSX2판의 이스터 에그는 디스크 B를 넣고 F3키를 누르면 BGM 감상 모드가 나오고 게임 플레이 도중 ESC만화만 나온 반면 본작은 TRPG 리플레이 북과 게임북도 나오고 OVA와 OST도 발매했다.
마지막으로 1990년 3월에 신주쿠 루미네 ACT에서 열린 팔콤 페스티벌 ‘90에서 이스 2의 히로인 리리아 이미지걸 콘테스트가 개최되어 총 1873명의 지원자 중에 당시 15세였던 스기모토 리에가 우승을 차지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스기모토 리에가 연예계 데뷔 후 발표한 오리지널 앨범 중 4개가 이스에 나온 게임 BGM을 원곡으로 한 음악들이다. 앨범 제목도 아예 리리아, 클레리아, 셀세타, 힐 링~평화의 반지~다.
내용은 전작에서 이스의 책 여섯 권을 모두 모은 아돌 크리스틴이 책의 힘에 의해 다암의 탑에서 빛의 휩싸여 어디론가 날아가 의식을 되찾고 보니 란스 마을에서 깨어나 고대 왕국 이스의 비밀을 밝히고 쌍둥이 여신을 봉인한 마왕 다암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전작의 캐치 프레이즈는 '이제, RPG는 상냥함의 시대로'인 만큼 공략없이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이라 사실 자잘한 이벤트 다 쳐내고 최종 던젼 다암의 탑 공략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본작의 캐치 프레이즈는 '상냥함에서 감동으로'로 바뀌어서 이제는 공략이 좀 필요할 때가 됐지만 대신 게임 볼륨과 전체적인 완성도가 전작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폭 상승했다.
게임 조작 방법은 화살표 방향키/숫자 방향키의 상하좌우 이동에, S키는 스테이터스창 열기, E키는 장비창 열기, I키는 인벤토리창 열기. F1키는 게임 옵션창(세이브/로드) 열기, 스페이스바는 마법 사용, ENTER(MSX 키보드에선 RETURN)키는 아이템 사용, SHIFT키는 대사 스킵이다.
전작에서는 장비창에 아이템 항목이 추가돼서 키를 눌러 사용하는 아이템이 거기 속해 있었고, 이벤트 아이템은 화면에 아이템 스킨만 뜬 반면 본작에서는 장비/아이템이 따로 분리됐고 이제 장비뿐만이 아니라 아이템도 필요할 때 커서를 움직여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전작은 레벨 최고치가 10이었는데 본작에서는 28로 거의 3배 가까이 상승. 각 능력치 최대치는 255로 전작과 동일하다.
전작에서는 마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서 반지를 사용했는데 본작에서는 여섯 신관에 대응하는 여섯 개의 마법이 새로 추가됐고 MP 개념도 생겼다.
마법의 종류는 파이어(공격용), 라이트(불 밝혀서 보물 상자 찾기), 리턴(마을로 귀환), 텔레파시(몬스터로 변신), 타임스톱(일정 시간 동안 주변의 움직임을 멈춤), 실드(MP를 소비하는 동안 무적)가 있다.
파이어는 본작의 유일한 공격 마법인데 사실 대부분의 보스가 몸통박치기로 데미지를 입힐 수가 없어 파이어로 공격해야 한다.
첫판 보스조차 만랩 찍고 몸통박치기를 시도하면 데미지가 0이다. 근데 파이어를 사용하면 그야말로 순살 수준으로 깰 수 있다.
작중에 딱 한 번, 놀티아의 빙벽에서 동굴 속 얼음을 깨부술 때 장애물 파괴용으로 쓸 수 있다.
라이트도 작중에 딱 한 번 사용하는 마법으로 아돌이 살몬 신전에서 달레스의 저주를 받아 마물로 변했을 때, 저주 해제를 위한 필수 아이템 성스러운 잔이 숨겨진 보물 상자를 찾을 때 쓴다.
리턴은 소비 아이템 ‘윙’과 동일한 효과를 가졌는데 전작은 사실 마을이 1.5개라서 제픽 마을은 제끼고 미네아 마을로 밖에 돌아갈 수 없었는데 본작에서는 아돌이 거쳐간 모든 마을과 특정 포인트로 워프가 가능하다.
란스 마을, 라바 마을, 라미아 마을, 탈주자의 은신처(지하 수로), 여신왕궁에 갈 수 있다.
이번 작에서는 병원이 안 나오지만, 란스 마을에 있는 바노아의 집과 여신왕궁에 가면 HP와 MP를 무상으로 전부 회복할 수 있다.
텔레파시는 아돌이 몬스터로 변신하는데 신전에 돌입할 때 필요한 필수 마법이다. 신전 대문부터 시작해 신전 안 곳곳에 몬스터 경비병이 문을 지키고 있을 때 몬스터로 변신해야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 신전 안에서 몬스터로 변신한 상태에서는 맵을 돌아다니는 몬스터와 접촉했을 때 마을 NPC처럼 대화를 한다.
타임스톱은 전작의 아이템 미러의 효과와 동일하다. 달랑 두 번 사용하면 깨지는 미러와 달리 이쪽은 마법이라 MP가 남아 있는 한 계속 쓸 수 있어서 편하다.
실드는 가장 나중에 얻는 마법으로 발동 직후 리얼 타임으로 MP가 소모되면서 무적 상태가 된다.
인벤토리창에서는 소드(검), 실드(방패), 아머(갑옷), 아이템, 링(반지) 등 5가지 항목이 있는데 커서를 좌우로 움직여 원하는 장비/아이템에 맞춰 놓아야 사용할 수 있다.
검 종류는 숏 소드<롱 소드<탤와르<하이퍼 커터<-배틀 소드<클레리아 소드.
방패 종류는 우드 실드<스몰 실드<라지 실드<아이언 실드<배틀 실드<클레리아 실드.
갑옷 종류는 체인 메일<브레스트 플레이트<플레이트 메일<리플렉스<배틀 아머<클레리아 아머.
전작의 최강 무구 플레임 소드/배틀 아머/배틀 실드가 검까지 배틀 시리즈로 통합되어 두 번째로 강한 무구로 밀려나고, 전작의 실버 시리즈가 본작에선 클레리아 시리즈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최강의 장비로 거듭났다.
작중에 나오는 설정상 본래 클레리아 금속이 인간들한테 체굴되면서 ‘은’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라고 나와서 전작에 나온 떡밥이 회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클레리아 시리즈는 극 후반부에 석화가 풀린 사다에게 대화를 걸면 클레리아 소드, 그 다음에 곧바로 라미아 마을에 돌아가서 사다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면 클레리아 아머, 종반부에 은 하모니카를 불어 쌍둥이 여신을 봉인에서 풀어주고 루터한테 대화를 걸면 클레리아 실드를 건네준다. (전작에선 잉여였는데 본작에선 나름 대활약!)
대부분의 보스들은 몸통박치기로 전혀 데미지를 입힐 수 없고 공격 마법 파이어로 딜을 넣어야 된다. 최종 보스인 다암은 클레리아 장비로만 딜을 넣을 수 있고, 그 직전 보스인 달레스는 마법을 봉인시키고 공격을 해오기 때문에 이 두 보스만 몸통박치기로 쓰러트려야 한다.
최종 보스 다암은 전작의 최종 보스 다크 팩트보다 쉬운 편이다.
다크 팩트가 4방향으로 폭발 전개되는 파이어 레인 탄막을 연사하면서 본인이 데미지를 입을 때마다 바닥을 소멸시키는 기술을 구사해 그 범위 안에 들어가면 즉사했는데 다암은 그런 극악한 공격은 하지 않는다.
다암의 기술은 메테오랑 텔레포트인데 메테오는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낙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아서 생각보다 피하기 어렵지 않고, 텔레포트가 좀 성가시긴 한데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할지 너무 뻔히 보여서 출현 포인트를 계산하고 미리 그곳에 가 있어도 쉽게 공격할 수 있다.
거기다 새로 추가된 마법인 실드는 MP가 실시간으로 소모되면서 무적 시간을 주는 것인데 여신의 반지는 실드 마법의 MP 소비를 억제시켜주기 때문에 그 2개를 조합하거나, 새로 추가된 아이템인 생명의 약은 부활 효과가 있어 한 번 죽어도 그 자리에서 즉시 생명력을 꽉 채워주면서 되살아나기 때문에 최종 보스전 대응 선택지가 2개나 있어서 비교적 여유 있게 클리어할 수 있다.
아이템은 인벤토리에서 교체할 수 있는 소비형 아이템과 장비형 아이템이 있다.
소비형 아이템은 약초(HP 회복), 로다의 열매(MP 회복), 윙(마을로 귀환). 치료의 약(1회 부활).
장비형 아이템은 마법 계열과 이벤트 계열로 나뉘어져 있다.
마법 계열은 정령의 옷(가만히 있으면 HP 자동 회복: 전작의 힐 링과 같은 효과), 독수리 조각상(공격 마법 파이어의 자동 추적 기능), 매 조각상(공격 마법 파이어의 자동 추적 기능+차지 강화 공격), 클레리아의 반지(일정 확률로 데미지 무효), 안정된 반지(MP 소비 억제), 여신의 반지(공격/방어 +2씩, 실드 마법의 MP 소비 억제)가 있다.
이벤트 계열은 이스의 책 여섯권(여섯 신관 동상에 반환해야 마법 플레그 열림), 지팡이(이스의 책 이벤트 후 마법 사용 능력 획득), 곡괭이(라스티니 폐광에서 프레아가 갇혀 있는 벽 부수기), 철광석(란스 마을의 무기점에 팔면 구입 가능한 장비 목록 추가), 사악한 방울(지라의 집 지하실 벽에서 몬스터 소환), 빙무의 구슬(놀티아의 빙벽 동굴 안에 얼음 길 만들기), 돌신발(놀티아의 빙벽에서 얼음길 올라가기), 로다의 잎(독가스 지대 데미지 캔슬 이동), 리리아의 약(로다의 열매+셀세타의 꽃 조합), 환영의 거울(놀티아 빙벽에서 보스가 있는 문 탐색), 리라 조개(라미아 마을의 하달과 연락), 성스러운 잔(저주 해제), 꿈의 석상(석화 치료), 은색 팬던트(여신상 워프), 금색 팬던트(여신상 워프), 은 하모니카(여신에게 걸린 저주 풀기), 속삭임 귀걸이(용암 지대 마을/신전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이벤트 때 사용), 통행증, 열쇠 시리즈(신전/수로 조정실), 고대의 석판/인도의 두루마리/흑진주(중요 이벤트 아이템)가 있다.
전작에서는 소비형 아이템이 보물 상자에서 많이 나온 반면 본작에서는 마을에서 구입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MP를 회복시켜주는 로다의 열매는 게임 전반에 걸쳐 서너 개 정도 입수 포인트가 따로 있는데 약초나 윙은 그런 게 전혀 없고, 치료의 약은 딱 한 번만 살 수 있다. (한 개가 아니라 한 번)
세이브/로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보스전을 제외하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전작은 F1키가 세이브, F2키가 로드였는데 본작에서는 F1키만 눌러도 세이브/로드를 할 수 있는 옵션창이 뜬다.
세이브 방식도 S-RAM과 유저 디스크 세이브 방식 두 개를 다 지원하며, 세이브 슬롯도 전작은 1개인데 이번 작은 8개로 대폭 늘어나서 더욱 편해졌다.
게임 전체 맵은 전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전작의 마을은 미네아, 제픽 마을 다 합쳐도 1.5개 밖에 안 됐는데 본작의 마을은 란스 마을/라바 마을/라미아 마을 등 3개로 늘어났고, 각 마을에 대응하는 던젼도 추가됐다.
전작에선 폐광/살몬 신전이 각각 2층/3층인 반면 다암의 탑이 25층이라서 사실상 다암의 탑에만 올인해서 사실 정통 RPG보다는 그냥 탑의 형상을 한 던젼을 공략하는 던젼 RPG 느낌이 강했는데 본작은 그것과 반대가 됐다.
문도리아 폐허/폐광/놀티아의 빙벽/용암지대/살몬 신전/지하수로 등 지역이 늘어나고 배경도 다양하면서 맵 디자인도 겹치는 게 없이 전부 다 다르고 각각의 특색이 있어서 배경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배경 스케일이 커져서 이벤트도 전작의 몇 배 이상 늘어났고, 이벤트용 아이템과 마법을 적극 활용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 전작의 단순함에서 벗어났다.
전작부터 던진 떡밥을 본작에서 모두 회수되고, 여섯 신관과 신관의 후예, 쌍둥이 여신, 마물, 마왕, 마법에 대한 모든 걸 다 풀어냈기 때문에 스토리를 정말 깔끔하게 잘 끝냈다. 사라진 고대 왕국 이스 최종장이란 부제에 걸맞다.
캐릭터 같은 경우, 사실 본편 내용 자체가 아돌의 여정에 초점을 맞췄지 특정 캐릭터에 포커스를 맞춘 건 아니라서. 누가 한 명 톡톡 튀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아돌을 도와준 NPC들이 실은 여섯 신관의 후손들이라 모두 한 자리에 모이고, 쌍둥이 여신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감동을 선사한다.
전작부터 던진 떡밥이 이번 작에 모두 회수되어 고대 왕국 이스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특히 엔딩, 에필로그 연출도 좋은데 전작에서는 다크 팩트를 쓰러트린 뒤 팩트의 책을 읽으면 바로 엔딩으로 돌입한 반면, 이번 작에서는 엔딩 직전에 여섯 신관의 후손과 리리아, 피나 레아 등 쌍둥이 여신과 일일이 대화를 하는 이벤트가 있고 또 엔딩 스텝롤이 지나가면서 살몬 신전 밖으로 나왔을 때 전작의 NPC들이 찾아와 축하해주며 엔딩 말미에 살몬 신전에서 빠져 나온 두 개의 빛을 석양을 등진 채 아련한 눈으로 올려보는 아돌과 흑진주를 가슴에 안고 영원의 잠에 빠져든 피나가 오버랩 돼서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후대에 이르러 이스 2의 히로인으로 기억되는 건 리리아지만.. 사실 작중에 리리아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피나와 레아가 스토리상 마왕 다암의 저주에 걸려 봉인당한 상태라 임시방편으로 히로인이 된 캐릭터다.
불치병에 걸린 걸 아돌이 약의 재료를 구해와 프레아에게 조제를 시켜 목숨을 구해준 다음에는 그냥 어디에 가든 뒤 쫓아와 아이템을 건네주거나, 위험에 처했다가 아돌에게 구출되는 역할을 해서 존재감이 좀 희박하다.
근데 그런 리리아가 당시 각종 게임 잡지의 게임 속 미소녀 랭크 1위를 장식하고 심지어 팔콤에서 미스 리리아 콘테스트까지 열었을 정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왜 그런가 하면 이스 2는 오프닝과 엔딩 때 스크롤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집어넣었는데 그 연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게 리리아다.
아돌이 다암의 탑에서 빛에 휩싸여 날아가는 걸 목격할 때 리리아가 뒤돌아보는 10프레임 미만의 짧은 영상이 이스 팬의 심장을 저격한 것이라 후대에 나온 이스 2 관련 게임, 영상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부각된다.
그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구석은 있다.
이 작품이 나온 게 1988년이고, 80년대 RPG 게임은 캐릭터 일러스트에 신경을 잘 쓰지 않고 도트 찍기에 여념이 없어서 게임 내내 도트 캐릭터만 줄창 나오고 가끔 특정 포인트(건물이나 상점)에 들어가면 캐릭터 일러스트가 나오는 경우가 있고 전작 이스 1도 그런 케이스였는데, 본작에서는 게임 키면 나오는 오프닝에서 몇 분 지나지 않아 미소녀 캐릭터가 커다랗게 떡하니 나오고, 애니메이션 효과로 뒤돌아보며 화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대화를 걸어오니 당시 유저들한테는 컬쳐 쇼크를 안겨줄 만 하다.
즉, 리리아는 캐릭터 자체가 뛰어난 것이라기보다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선점해서 게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캐릭터가 된 것이다.
사실 본작의 히로인은 엄밀히 말하자면 피나다. 전작부터 인연을 맺었고 모험성애자 아돌이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 이성인데다가, 출현 분량이 종반부랑 엔딩 때 밖에 없을 정도로 극히 짧지만 엔딩 때 아돌과 서로 말없이 쳐다보고 모두가 자리를 비켜준 다음 아돌에게 고백하면서 하는 대사가 심금을 자아내게 한다.
아돌을 만난 게 제일 기쁜 일이며 처음으로 여신이 아닌, 피나라는 한 여자로서 말할 수 있었다고. 가끔이라도 좋으니 자신이라는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는 말를 남기고 이별을 하니 정말 짠하다.
오히려 리리아는 고반이 아돌에게 확 고백하라고 부추겨도 부끄러워하면서 튕겨 고백할 찬스를 놓친, 콩라인 히로인이라 피나와 대조된다.
이스 2 엔딩만 보면 피나가 명실상부한 본작의 진 히로인인데 정작 인기는 리리아가 독차지했으니 팔콤이 어리둥절할 만하다.
그래도 팔콤이 공식적으로 밀어주는 대표 커플링이고 현재에 와서는 팔콤 히로인 인기투표에서도 리리아를 따돌려서 아돌의 본처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한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팀 자일리톨(faketrees)에서 PC8801, PC9801, FM77AV용 이스 2를 한글화했고 그 뒤에 키티야(kkitty5425) 유저가 MSX2용 이스 2를 한글화했다. 팀 자일리톨 한글패치는 완전 한글화고 키티야 유저 한글패치는 엔딩 대사만 비한글화라 99% 한글화됐다.
MSX2판은 전작의 경우 그래픽은 더 좋은데 CPU 처리 속도가 늦고 최적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게임 속도가 좀 느려서 답답했지만, 이번 작은 최적화를 엄청 잘해서 전혀 느리지 않다.
BGM 템포 한 번 흐트러지는 일 없고, 세이브/로딩 속도도 빠른 편이라 플레이가 매우 쾌적해졌다.
BGM도 전반적으로 좋은 곡이 많은데 전작보다 확실히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스하면 음악이 좋은 게임이지.’라는 인식은 이스 2 때 생겨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결론은 추천작. 게임 전체 맵이 전작의 몇 배 이상 늘어나 게임 볼륨이 엄청 커졌고, 전작부터 던져 온 떡밥을 본작에서 전부 회수하면서 고대 왕국 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 스토리상으로 깔끔하게 완결을 지었으며 그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내용을 추가해 감동을 선사하고, 그래픽과 시스템의 최적화를 끝마쳐 플레이가 쾌적하면서 음악 역시 전반적으로 퀼리티가 높아 귀를 즐겁게 해주어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 캐릭터, 전투 밸런스 등 모든 걸 다 갖춘 완전무결한 게임으로 JRPG의 마스터피스 중 하나로 손에 꼽을 만 하다.
새삼스럽지만 1994년에 한국의 게임 개발사 만트라에서 만든 이스 2 스페셜은 이스 2 원작을 전혀 해보지 않고 원작에 대한 이해가 없이 만들어진 원작 파괴를 넘어선 원작 능욕 수준의 작품이란 걸 알 수 있다.
이스 2에서는 이스의 책 여섯 권을 여섯 신관의 석상에 반환하는 게 게임 플레이 초반에 문도리아의 폐허와 지라의 집 지하실에서 다 할 수 있는데 이스 2 스페셜에서는 여섯 신관에 대응하는 여섯 개의 탑을 돌아야 하고, 생뚱맞게 드워프, 엘프, 도둑 마을이 추가된 것도 모자라 숨겨진 던젼 단군의 탑은 아리랑 BGM이 깔린 한옥집 던젼이고 금도끼 은도끼, 신토불이 타령하며 단군의 무기 시리즈 주는 센스가 완전 쌍팔년도 아재 개그라서 뒷목 잡고 쓰러지게 만든다. (왜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 팔콤 스텝과 원작 이스2 팬들한테 센송해진다)
그나마 이스 2 스페셜에서 정상참작할 만 한 건 음악 하나뿐이다.
여담이지만 MSX2판의 이스터 에그는 디스크 B를 넣고 F3키를 누르면 BGM 감상 모드가 나오고 게임 플레이 도중 ESC만화만 나온 반면 본작은 TRPG 리플레이 북과 게임북도 나오고 OVA와 OST도 발매했다.
마지막으로 1990년 3월에 신주쿠 루미네 ACT에서 열린 팔콤 페스티벌 ‘90에서 이스 2의 히로인 리리아 이미지걸 콘테스트가 개최되어 총 1873명의 지원자 중에 당시 15세였던 스기모토 리에가 우승을 차지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스기모토 리에가 연예계 데뷔 후 발표한 오리지널 앨범 중 4개가 이스에 나온 게임 BGM을 원곡으로 한 음악들이다. 앨범 제목도 아예 리리아, 클레리아, 셀세타, 힐 링~평화의 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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