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와 형사 곰팽이(1992) 아동 영화




1992년에 배해성 감독이 만든 아동 영화. 당시 곰팽이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인기 개그맨 이봉원이 주연을 맡았다.

내용은 라인 X 조직한테 쫓기던 공박사가 주차장에 숨었는데 때마침 차를 타고 주차장을 나가려던 젊은이가 송박사를 쫓던 악당들에게 맞아 죽자, 공박사가 젊은이의 시체를 연구소로 가지고 가서 인조인간 터미네이터로 만들었는데 시범 가동 전에 라인 X에 납치당한 후. 터미네이터가 스스로 깨어나 어딘가로 사라지고 공박사 납치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경찰에서 곰팽이 형사를 파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스토리의 앞뒤가 안 맞고 극 전개가 즉홍적인데 전후의 이야기와 연결되지 않는다.

터미네이터 탄생 비화 자체가 황당하다.

지나가던 이름 모를 젊은이가 애꿎은 죽음을 당했는데 그 시체를 가져다 인조인간으로 만든 것이다. 송박사가 그 성과를 자랑하려고 기자의 인터뷰에 응했다가 조직에 납치되지 터미네이터 스스로 깨어나 대뜸 집 밖으로 나가 케네지의 섹스폰 음악을 BGM으로 깐 채로 도시를 떠돌아다니며 무슨 뮤직 비디오 찍고 앉아 있는데, 정작 주인공은 곰팽이 형사다.

곰팽이 형사가 기자와 같이 다니면서 송박사를 구출하고 라인 X와 맞서는 게 주된 내용이다.

작중 터미네이터는 뜬금없이 라인 X의 눈에 띄어서 회유를 받고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악당 조직에 들어가 그들의 악행을 돕는다. (아무리 인조인간이라고 하지만 자기 죽인 원수들과 손을 잡다니 이게 말이나 되겠나)

근데 그렇다고 곰팽이 형사가 주인공으로서 대단한 활약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곰팽이라고 불리면 발끈하는 컨셉으로 개그만 하지, 실제로 활약다운 활약은 못하고 그냥 지원 요청을 받은 동료 경찰, 군대(?)가 출동해 악당들을 소탕한다.

터미네이터가 라인 X에 들어갔다고 해도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는다. 애초에 초중반부까지 두 사람이 만나는 씬 하나 없어서 각자 따로 논다.

극후반부에 가서는 송박사가 휴지통에 버린 수신기가 작동을 해서 터미네이터가 이상 반응을 일으켜 같은 편이었던 악당들을 때려잡고 곰팽이 형사 일행에 합류하면서 영화 끝나기 10분 전에 진 주인공으로 각성해 전용 개조 오토바이를 타고 아동 영화의 결전 장소인 동네 뒷산 모래산에 가서 홀홀단신으로 라인X를 궤멸시킨다.

당연하게도 곰팽이 형사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작중에서 보여준 행적만 놓고 보면 주연이 아니라 조연 수준이다.

작중에 나오는 터미네이터 묘사는 터미네이터 2에서 T-800이 팔에 입은 상처 속에 기계 전선이 보이는 상태에서 자기 손으로 치료하는 구도를 조금 가져다 쓴 게 전부다.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걸 박사가 치료해주는 씬으로 나오고 1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장면이다.

그 뒤에는 기계적인 묘사가 전혀 안 나온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총 쏘고 주먹질 하고 싸우기만 할 뿐이다.

터미네이터 부활 묘사를 왼쪽 팔, 왼쪽 다리에 깁스시키고 얼굴 전체를 미라처럼 붕대를 칭칭 감아 놓은 채로 빤스 한 장 달랑 입혀 놓은 상태에서 스스로 벌떡 일어나 가죽 옷 입고 선글라스 껴서 T-800 코스프레를 하는 걸로 퉁 친다.

결론은 비추천. 제목은 터미네이터와 형사 곰팽이지만 두 사람의 대결을 그린 VS물도, 콤비를 이룬 버디물도 아니고 줄거리만 보면 형사 곰팽이가 주인공인데 막판에 가서 터미네이터가 진 주인공으로 격상해 주인공 캐릭터의 포지션이 오락가락한데다가, 스토리가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고 주요 설정과 극 전개가 황당하기 짝이 없어서 아무리 아동 영화라고 해도 최소한의 정합성을 갖추지 못해 완성도가 극히 떨어져 유명 영화의 인기에 편승하여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으려는 안이한 심보만이 남은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작중 송박사가 악당들에게 납치당하기 직전에 하던 게임은 슈퍼패미콤용 ‘퍼맨’이다. 1992년이면 슈퍼패미콤이 한국의 현대 전자에서 슈퍼컴보이란 제목으로 갓 수입된 시기였을 텐데 과연 박사라서 뭔가 다르긴 달랐던 모양이다. (아마도 이게 본작에서 소품 예산으로 가장 많이 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덧글

  • 범골의 염황 2016/03/17 19:49 # 답글

    똑같은 터미네이터 시리즈 짝퉁이었더라도 홍길동 VS 터미네이터보다 훨씬 악질이군요. 뭔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홍길동 VS 터미네이터에서는 터미네이터가 단순한 악당 로봇이 아니라 다른 악당들까지 가차없이 쏴죽이던 특유의 배드애스스러운 안티히어로적 성향 때문에 멋은 있었는데.(물론 원작의 아놀드 옹하고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터미네이터에 대적하던 주인공 홍길동도 나름 히어로 역할은 다 한 것 같음. 뭐 결론적으론 홍길동전과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괴랄한 크로스오버로 능욕한 졸작이라는 데는 변함없지만.)
  • 잠뿌리 2016/03/17 20:00 #

    터미네이터의 인기에 편승해서 급조한 작품의 한계지요. 그런 작품들은 유행 지나기 전에 빨리 만드는 걸 모토로 삼아서 그런지 대부분 터미네이터 코스츔에 지나지 않습니다.
  • 놀이왕 2016/03/17 20:53 # 답글

    윗분이 언급하신 그 홍길동VS터미네이터란 영화... 제가 고2때 지금은 없어진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 떡하니 놓여있길래 호기심에 제가 그 영화를 빌려 봤는데... 쌈마이 한 캐릭터들과 내용전개는 둘째치고 당시 야인시대에서 시라소니로 열연하셨던 조상구씨가 그 영화에서 형사로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서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 범골의 염황 2016/03/17 22:33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때 유딩이었던지라 자세한 내용 기억 안 나는데(전형적인 90년대 초반부 쌈마이영화라) 배드애스 악역 터미네이터와 뭔가 병풍주제에 막판에 역전한 느낌만 다분했던 히어로 홍길동의 골때리는 조합 말곤 기억이 안 납니다. 그래도 터미네이터가 짝퉁 주제에 나름 멋있게 연출하려 애썼다는 것만 기억합니다.

    어찌보면 다행이군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00533
2022
9756382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