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Two Evil Eyes.1990) 좀비 영화




1990년에 이탈리아와 미국 합작으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북미 타이틀도 이탈리아 원제와 동일한 뜻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비디오로 출시됐을 때는 검은 고양이로 번안됐다.

내용은 에드가 앨런 포 원작 소설인 ‘발데마르씨에게 생긴 일’과 ‘검은 고양이’를 영화로 각색해서 만든 이야기다.

본작의 포스터 좌측에 그려진 무섭게 생긴 할아버지가 발데마르 박사고, 우측의 고양이가 검은 고양이다.

조지 로메로 감독이 발데마르에게 생긴 일,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이 검은 고양이을 만들었다.

두 감독의 인연은 1987년에 나온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 때부터 있는데 조지 로메로가 감독을 맡고 다리오 아르젠토는 각본에 참여했다. (조지 로메로와 다리오 아르젠토 공동 각본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발데마르에게 생긴 일은, 미국 피츠버그에 사는 발데마르는 백만장자로 300만 달러의 재산이 있지만 나이가 많고 중병까지 걸려서 그와 결혼한 제시카가 발데마르의 주치의이자 자신의 정부인 로버트 호프만과 짜고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최면 디지털 카운터를 이용해 병상의 발데마르에게 최면을 걸어 유언을 조작. 재산을 빼먹다가 발데마르의 직속 변호사 스티븐 파이크가 3주 안에 예금 인출에 대한 발데마르의 허락을 직접 받아오지 않으면 당국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 경고하고, 설상가상으로 발데마르가 심장 마비로 죽어 버리는 바람에 그 시체를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던 중.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최면 효과로 인해 발데마르의 의식만 깨어나면서 복수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제시카와 로버트가 발데마르의 재산을 빼돌리려는 음모를 꾸미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게 전반부의 내용인데 그 부분은 솔직히 좀 지루한 편인데.. 딱 절반 분량인 30분 직후부터 발데마르의 시신이 보관된 냉장고에서 그의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부터 극의 긴장감이 생긴다.

발데마르가 최면 상태에서 죽어서 의식만 깨어나 자신의 혼이 어둠 속에 갇혀 있다고 말하는 거나, 냉장고에 보관되어 꽁꽁 얼은 아이스 언데드로 부활해 복수하는 상황 설정이 꽤 호러블하다.

발데마르 역을 맡은 빙고 오 말레이의 언데드 연기도 일품이고, 언데드라서 목소리를 울리는 것처럼 더빙해 넣은 게 인상적이며 로버트와 발데마르가 최후에 대치된 것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

돈을 갖고 튀지만 발데마르의 혼령이 끝까지 쫓아와 복수에 성공하고, 가슴에 최면 디지털 카운터가 박힌 채로 자기 최면에 걸려 그 자신이 좀비가 된 엔딩도 나름대로 오싹하다. (누가 시체 시리즈 감독 아니랄까봐)

두 번째 이야기인 검은 고양이는, 미국 피츠버그에 사는 사진작가 로드릭 어셔가 그로테스크한 사진을 즐겨 찍는데 동거하는 여자 친구 애너벨이 기르는 검은 고양이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가 그림 촬영 중 뭔가에 씌인 듯 고양이의 목을 졸라 죽인 사진을 찍고서 악몽에 시달리다가, 그와 똑같이 생긴 검은 고양이를 찾아내 죽이려다 실수로 애너벨을 살해하고 시체를 벽 속에 묻어 은폐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아내를 살해한 뒤 경찰 수사와 심문을 무사히 넘겼다가 방심하고 자책을 범해 딱 걸려 그 자리에서 구속되고 사형수가 되어 죽는 내용인데 본작은 주인공이 연인의 죽음을 은폐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렸다.

직접 벽에 시멘트질을 해서 애나벨의 시체를 숨기고, 이웃으로부터 의심을 사지 않게 이웃의 노부부의 이동 경로를 파악. 아내의 얼굴 사진을 오려 붙인 다키마쿠라를 조수석에 태워 일부러 이웃의 눈에 띄게 하는 등 치밀하게 행동한다.

동네 교회의 흑인 신부나 애나벨에게 바이올린 강습을 받으며 NTR을 시도한 청년 등 주인공을 의심하는 존재도 끊임없이 등장시켜 극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애나벨을 우발적으로 죽이는 씬은, 반사적으로 막으려고 뻗는 손을 콱콱 찍는 게 짧지만 강한 충격을 주는데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이 즐겨 쓰는 날붙이 살인 씬이다.

루치오 풀치 감독의 18번 고어씬이 안구 격파라면,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18번 고어씬은 날붙이로 찍거나 베어 죽이는 거다(예를 들어 서스페리아, 테네브레, 페노미나 등등)

본작의 하이라이트는 원작과 동일한 벽 속의 시체&고양이 발견씬인데 본작의 그 장면은 원작의 그것보다 한층 더 강렬하고 고어하게 묘사하고 있다. 입 주변의 살점이 뜯겨져 나간 채로 머리카락이 벽에 못 박힌 채 서 있는 애나벨의 시체와 그 어깨 위에 올라가 털이 다 벗겨지고 맨 살갗만 남은 언데드 고양이가 포효하는데 짧은 한 컷이지만 꽤 무섭다.

그 이외에 기억에 남는 장면은 원작에서는 없었던, 주인공의 악몽 씬이다.

본작에서는 주인공 로드의 연인 애나벨이 수상한 원시 종교를 믿는 오컬트녀 컨셉을 가지고 있어서 로드의 악몽 속에 중세 복색의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를 벌이는데 로드가 그 가운데 껴서 구경하다가, 축제의 지휘자인 마녀의 모습으로 분한 애나벨이 심판을 하여 고양이를 죽인 죄를 물어 양팔과 양다리가 밧줄에 묶여 당겨진 채로 나무 꼬챙이에 엉덩이부터 박혀 죽는 심판을 받아 끔살 당하는 악몽이다.

근데 정작 결말은 좀 시원치 않다. 현장에서 적발되어 구속 수감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죽는 원작의 결말과 달리, 본작은 형사들한테 현장에서 적발된 시점에서 거센 저항을 해 형사들을 다 죽인 뒤. 죽은 형사 중 흑인인 리그랜드의 목에 밧줄을 걸어 목을 매달려다가 사고가 생겨 본인이 셀프 뒈짓하는 거라 애매모호하다.

리그랜드가 흑인이라 검은 고양이와 연결해 로드릭의 광기를 보여준 것이다! 라고 확대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그 전개가 좀 난해한 편이다.

감독 나름대로 목을 매단 검은 고양이란 상징을 나타내고 여운을 주려고 한 것 같은데 내용 이해가 쉽지 않으니 좋은 마무리라고 보기 좀 어렵다.

검은 고양이편의 주인공인 로드릭 어셔 배역을 맡은 사람이 꽤 낯익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다 보니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에서 작중 영구의 친아버지 대부 역으로 나왔던 ‘하비 케이틀’이다.

결론은 평작. 에드가 앨런 포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미국, 이탈리아의 호러 영화 거장인 조지 로메로, 다리오 아르젠토 두 감독의 색깔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어 흥미로운 각색이지만.. 발데마르편은 초반부가 너무 지루하고 검은 고양이는 결말이 난해한 게 흠이라서 두 가지 스토리 다 2% 부족한 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 시리즈 특수분장을 맡은 톰 사비니가 본작에서도 특수분장 스텝으로 참여했고, 검은 고양이편에서 죽인 여자의 입에 개구기를 물린 연쇄 살인마로 사건 현장에서 경찰에게 끌려가는 단역 출현하기도 했다.

덧붙여 이 작품은 이탈리아, 미국 양국의 호러 영화 거장이 만난 합작이고 제작비가 무려 9백만 달러나 들었지만, 흥행 성적은 약 35만 달러에 불과해 흥행은 참패했다. (근데 대체 900만 달러 다 어디다 쓴 거지. 그렇게 고예산 영화로 보이지는 않는데)

추가로 이 작품은 미국 드라마 덱스터 시리즈의 ‘리타 베넷’ 배역으로 잘 알려진 ‘줄리 벤즈’의 데뷔작이다. 본작에서는 검은 고양이편의 베티로 출현한다. 완전 단역으로 작중 애나벨이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감상할 때 왼쪽 자리에 앉은 바이올린 수강생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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