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의 저택 피를 빠는 눈 (呪いの館 血を吸う眼.1979)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1971년에 야마모토 미치오 감독이 만든 흡혈귀 3부작 피를 빠는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나카 후미오가 제작을 맡았다. 북미판 제목은 ‘레이크 오브 드라큘라’.

내용은 카시와기 아키코가 5살 때 애완견 레오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해변가 동굴 너머 숲속에 있는 낡은 저택에 들어가 흡혈귀를 목격하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고 보니 무사히 구출된 경험이 있어 그 악몽에 시달리다가, 그로부터 15년의 세월이 지나 20살이 된 뒤 화가가 되어 후지미 호숫가에 있는 통나무집을 얻어 여동생 나츠코와 단 둘이 살게 됐는데.. 어느날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커다란 나무 상자가 집으로 배달되어 낚시 가게를 운영하는 이웃집 큐사쿠가 맡아서 상자 속 내용물만 꺼내 갔다주기로 했다가, 그게 실은 커다란 관으로 한 밤 중에 관 속에서 흡혈귀가 깨어나 큐사쿠를 시작으로 아키코 주변 사람들을 차례대로 흡혈하고 최종적으로 아키코를 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작 피를 빠는 인형은 우메즈 카즈오의 만화 캐릭터 이미지, 분위기와 에드가 앨런 포의 M.발데마 사건의 진실을 믹스한 것이라면, 본작 피를 ᄈᆞ는 눈은 해머 필름의 드라큘라 영화를 모방했다. 정확히는, 크리스토퍼 리 주연의 드라큘라 영화의 일본판이라고 보면 될 정도다.

작중에 나오는 흡혈귀 설정은 할아버지가 드라큘라 백작의 손자지만 일본으로 건너와 작은 항구 도시에 저택을 짓고 평범한 인간의 인생을 살던 중, 3대째 손자가 피의 갈증을 느껴 흡혈귀화 되어 사람들을 무참히 해친다.

여주인공 아키코가 5살 때 저택에 찾아온 거 보고 미래의 신부로 점찍어 놨다가 할아버지로부터 제지당해 아키코를 놓친 채 지하실에서 18년 동안 감금당했다는 설정도 나온다. (본격 페도필리아 흡혈귀인가! 과연 겐지 이야기의 나라답다. 근데 겐지 이야기 때는 무라사키 시키부와의 첫 만남이 10살이었다고!)

본작의 흡혈귀 이미지는 해머 필름에서 드라큘라 배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리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새하얀 피부에 날카로운 손톱, 금빛 눈을 번뜩이며 송곳니를 드러내며 괴음을 낸다. 전작 피를 빠는 인형의 유우코가 최면술로 되살아난 시체 귀신인 반면 본작의 흡혈귀는 흡혈귀 본연에 충실하게 메이크업되어 있다.

설정상 태양광에 약하고 헤드라이트 같은 인공적인 빛을 직접 쐬이는 것에 면역이 없으며,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고 한 번 흡혈한 사람은 피부가 하얗게 변하며 송곳니가 생겨 흡혈귀의 노예가 된다.

죽을 때 끔찍한 몰골을 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백골로 변하는 것도 해머 필름의 드라큘라 영화 하이라이트를 그대로 따라했다. (해머 필름의 드라큘라는 드라큘라의 최후 묘사를 그로테스크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흡혈귀의 노예로 여자 흡혈귀가 되는 나츠코 같은 경우는, 드라큘라 영화에 나오는 미나의 친구 루시에 해당하는 캐릭터인데 의외로 이쪽이 드라큘라 원작에 나온 연출을 재현한다.

관 속에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다가 눈을 뜸과 동시에 송곳니를 드러내며 양손을 앞으로 나란히 해서 포옹을 갈구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수직으로 벌떡 일어나는 연출이다. (홍콩 강시 영화에서도 즐겨 쓰이는 연출이다)

스토리 전개가 여주인공이 흡혈귀의 표적이 되고, 주변 인물들이 차례대로 습격을 당해 흡혈귀의 노예가 된 뒤. 흡혈귀가 본격적으로 접근해 위기가 고조되며 그 뒤 흡혈귀의 소재를 파악해 근거지로 돌입해 모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것이라 딱 해머 필름의 드라큘라 시리즈를 따라가고 있는데..

거기서 아주 중요한 게 빠져 있다.

해머 필름의 드라큘라 시리즈 하면 항상 부각되는 드라큘라의 숙적. 반 헬싱 교수의 존재가 본작에는 없으며, 십자가, 성수, 마늘, 말뚝 같은 대 흡혈귀용 대항 무기가 전혀 안 나오며 태양광에 약하다는 건 설정만 그렇게 나왔지. 실제로 태양광에 노출되어 흡혈귀가 당하는 장면은 전혀 안 나오는 것 등등, 인간이 흡혈귀에 대항하는 수단이 전혀 없어서 좀 깝깝하다.

흡혈귀에게 노려지는 것 자체도 사실 표적인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항상 함께 다니며 그 시점에서 이미 주변 사람들은 죄다 리타이어해서 극 전개에 긴장감이 뚝뚝 떨어진다.

이 작품에서 위기다운 위기는 중반부에 남녀 주인공이 흡혈귀/흡혈귀의 하수인에게 습격당해 위기 처할 때 밖에 없다.

흡혈귀의 소재지 파악도 남자 주인공 사에키가 의사라서 대뜸 아키코에게 최면을 걸어 5살 때의 기억을 떠올려 흡혈귀의 저택 위치를 단번에 파악해서 뭔가 설렁설렁 넘어간 느낌마저 준다.

설렁설렁한 느낌의 절정은 흡혈귀의 노예와 흡혈귀의 최후에서 그대로 드러나는데, 전자는 중반부에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 큐사쿠가 몽키스패너 들고 사에키에게 덤비다가 때마침 내리친 번개가 몽키스패너에 흘러들어 감전당해 죽는 것과 흡혈귀가 2층 난간에서 사에키와 몸싸움하다가 할아버지가 발목을 잡자 1층으로 추락해 때마침 바닥에 있던 부러진 나무에 심장에 뚫려 끔살 당한다.

그 상황에서 각각의 악당과 몸싸움을 하는 사에키는 뭘 어떻게 반격을 하기는커녕 그저 위기에 처한 상태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다가, ‘때마침’ 나오는 뭔가에 의해 악당들이 자멸해 간신히 목숨을 건져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연출이 남발해 극의 재미가 없다.

결론은 평작. 해머 필름의 드라큘라를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각색하고, 크리스토퍼 리의 드라큘라가 가진 외형적인 이미지를 일본인 흡혈귀로 제법 그럴 듯하게 흉내를 냈지만.. 작중에서 인간이 흡혈귀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고, 흡혈귀 자체도 집요하게 덮쳐 오는 것도 아닌데다가, 작중 인물이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게 아니라 우연에 의해 상황이 해결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연출이 남발되어 극의 긴장감이 뚝뚝 떨어진다. 일본 흡혈귀 3부작 피를 빠는 시리즈 중 가장 밋밋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큐사쿠 배역을 맡은 타카시나 카쿠와 니사하라 운송업 트랙 운전기사 배역을 맡은 후타미 타다오는 전작에서 각각 노노무라가의 집사 겐조, 유우코의 관을 땅에 묻은 걸 제보하고 무덤 파헤치는 일을 돕다가 끔살 당하는 인부로 출현했었다.



덧글

  • 잠본이 2016/01/14 00:09 # 답글

    흡혈귀역의 키시다 신이 다른 작품에선 괴사건을 쫓는 평범한 인간으로 나오기도 했던 거 생각하면 참 묘한 느낌이네요(...)
  • 잠뿌리 2016/01/15 20:30 #

    해머 필름 영화 중에서 반 헬싱의 피터 쿠싱이 악역으로 나오고, 드라큘라의 크리스토퍼 리가 선역으로 나오는 작품을 볼 때와 같은 느낌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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