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저택의 공포 피를 빠는 인형 (幽霊屋敷の恐怖 血を吸う人形.1970)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1970년에 토호에서 야마모토 미치오 감독이 만든 흡혈귀 영화. 일본 흡혈귀 피를 빠는 시리즈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치던 날 밤에 약혼녀 노노무라 유우코를 만나러 그녀가 사는 노노무라 저택에 찾아간 사가와 카즈히코가 유우코의 어머니 시즈로부터 보름 전에 유우코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선 충격에 빠진 채 저택에 잠시 묵게 됐다가 다음날 새벽 숲속에 있는 유우코의 묘자리에서 죽은 줄 알았던 유우코와 재회한 뒤 행방이 묘연해져, 카즈히코의 여동생인 사가와 케이코가 연인인 타카기 히로시와 함께 오빠의 행방을 찾아 유우코의 저택에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를 보면 카즈히코의 행방을 찾는 게 메인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죽은 걸로 되어 있는 유우코가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녀 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작품은 야마모토 미치오 감독의 흡혈귀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지만 사실 본격 흡혈귀 영화는 아니다.

70년대 초 토호에서 만든 영화가 흥행 성적이 시원치 않아 괴기 노선으로 선회하여, 영국 해머 필름의 드라큘라를 베이스로 하여 일본산 드라큘라 영화를 만들자는 기획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본작의 제작자 다나카 후미호의 인터뷰에 따르면, 다나카 후미오 본인이 일본 만화가 ‘우메즈 카즈오’의 팬이라서 ‘미라 선생’, ‘아기소녀’ 등 우메즈 카즈오 작품의 영향을 받아 이미지를 구축하고, 19세기 미국 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의 ‘M.발드마 사건의 진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더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산 속에 있는 낡은 저택에서 벌어지는 괴기한 사건, 그리고 그 사건에 숨겨진 진상에 접근하는 것이 드라큘라 영화의 고딕 호러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괴기 사건의 중심에 있는 노노무라 유우코는 엄밀히 말하자면 흡혈귀가 아니다.

병으로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약혼자 카즈히코를 보고 싶다는 일념 하에, 죽기 직전 주치의인 야마구치 박사가 최면을 걸어서 유우코의 혼을 악마에게 팔고 되살린 것이다.

그 언데드 상태를 작중에서 뱀파이어라고 말하는 것인데 실제 흡혈귀처럼 피를 빨고 사는 건 아니고. 죽은 몸이 최면에 걸려 되살아난 것이라 최면이 일시적으로 풀릴 때만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최면에 걸린 상태에서는 살인마가 되어 단도를 들고 사람들을 무참히 베어 죽인다.

벌건 대낮에도 활보하긴 하는데 눈에 직접적으로 비추는 빛에는 약하고, 십자가, 성수, 마늘 같은 대 흡혈귀 무기는 통하지 않는다. (사실 작중에서 이런 무기를 쓸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되살린다는 설정은 ‘M. 발드마 사건의 진상’에서 따온 것이고, 노노무라 유우코의 외형과 분위기, 그리고 음산한 비밀이 숨겨진 캐릭터란 건 설정이 우메즈 카즈오 만화 느낌 난다.

노노무라 유우코는 최면에 걸려 되살아난 언데드 뱀파이어로서 피에 굶주려 살인을 저지른다는 오싹한 설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에 걸쳐 나오는 게 아니라,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나온다.

유우코는 사건의 중심인물인 것 치고 출현 분량이 적지만, 등장할 때마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대사도 거의 없어서 연기로 승부를 보인다기 보다는, 이미지로 승부수를 띄웠다.

시퍼런 얼굴에 금색 눈을 반짝이며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으면서 단도를 치켜들고 사람의 목을 무참히 베어 버린다. 머리를 베어 날리는 게 아니라 목을 베어 피분수를 뿜어내 피투성이가 되는 것으로 ‘피를 빠는 인형’이란 타이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작에서 노노무라 유우코 배역을 맡은 배우인 고바야시 유우코의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뱀파이어 메이크업을 할 때 착용한 금색 컬러 콘택트렌즈는 시야가 없어서 뭐가 보이질 않아 촬영할 때마다 물건에 부딪칠 뻔 했는데 그 대신 압도적인 비주얼을 얻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다.

작중에 나온 유우코의 비주얼은 지금 봐도 오금이 저리게 만든다. 송곳니로 피를 빨지는 않지만, 그 이미지의 근원은 동양의 처녀 귀신과 서양의 뱀파이어를 접목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지금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심심한 편이다.

주된 배경인 노노무라 저택은 그냥 낡은 저택일 뿐, 어떤 특수한 장치나 비밀 문 같은 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면적이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라 고딕 호러의 저택, 고성과 비교할 수 없다.

70년대 영화다 보니 아무래도 연출도 좀 허접한 부분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게 박쥐 효과다. 작중 인물들이 지하를 탐사하다가 박쥐가 툭 튀어나와 깜짝 놀래키며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 같은 건, 실제 박쥐가 아니라 박쥐 형태의 종이 그림자를 띄워 올리고 파닥파닥 소리만 내고 있다.

그래도 유우코가 신출귀몰하게 나타나 위협을 가해왔다면 나름대로 재미있었을 텐데.. 앞서 언급했듯이 유우코 출현 분량은 상당히 짧은 편이라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노노무라 집안의 벙어리 하인인 겐조가 항상 주인공 커플 주위를 배회하며 멀리서 지켜보고, 불시에 기습해 공격하는 등 악당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행색이 너무 초라해 동정심을 불러 일으켜 비주얼이 따라주지 못해 공포도를 급락시킨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원조 드라큘라 영화로 비유를 하자면 나와야 할 드라큘라는 잘 안 나오고, 드라큘라의 하수인인 렌필드만 존나게 많이 나오는 거다.

그나마 후반부에 나오는 야마구치 박사가 진정한 악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서 분위기를 띄운다. 늦게 나오지만 캐릭터 비중과 중요도가 매우 높은 사건의 흑막이자 노노무라 집안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아쉬운 게 좀 있다면 이게 복선과 암시 같은 게 일절 없이, 막판에 가서 반전을 터트린 뒤 단 한 번에 모든 걸 다 설명한다는 점이다. 거기다 우유코의 혼을 넘겨받은 악마의 존재도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서 오컬트 느낌이 좀 약하다.

결론은 평작. 일본의 흡혈귀 영화 초기작으로 산속 저택이 배경인 건 고딕 호러 느낌이 살짝 나는데 최면으로 되살린 언데드를 뱀파이어라고 해석한 게 본격 뱀파이어 영화로 보기에는 좀 무리수가 따르고 스토리 자체가 좀 단순하고 밋밋하며 치밀함이 부족해 몰입이 잘 안 되지만.. 본작의 뱀파이어(자칭) 유우코의 비주얼만큼은 현대의 시점에서 봐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오싹해서 그 이미지 하나로 하드 캐리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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