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귀차관(猛鬼差館.1987) 흡혈귀/늑대인간 영화




1987년에 유진위 감독이 만든 코믹 호러 영화.

내용은 지나가던 스님이 경찰서 앞에 서서 7일 후 붉은 옷을 입은 귀신이 나타난다는 불길한 예언을 하고 떠났는데 그날이 바로 음력 7월 15일 귀신의 문이 열린다는 백중날이고, 공교롭게도 경찰서 건물 자체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황군의 클럽으로 일본 패망 직후 장교들이 할복자살해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돌던 곳이라 분위기가 흉흉한 가운데. 7월 15일날 일본군 대령이었던 미야케 잇세이가 흡혈귀로서 현세에 부활해 산 사람의 피를 빨아 흡혈귀로 만들자 민완 형사 콤비 맹초와 금맥기가 흡혈귀 퇴치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홍콩의 도시 변두리에 있는 경찰서를 무대로 삼아 일본군 장교의 흡혈귀와 맞서 싸우는 형사 이야기로 압축이 가능해서 뭔가 시작부터 되게 생뚱맞아서 이 무슨 마이너 영화야? 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캐스팅이 꽤 화려한 영화다.

출현 배우와 스텝들 면면을 보면 낯익은 얼굴이 많이 보인다.

먼저 주인공 경찰 콤비인 맹초와 금맥기는 각각 천녀유혼 2, 3의 지추/연적하로 나왔던 장학우, 강시선생 초기작에서 임정영의 두 제자 중 한 명인 추우로 나왔던 허관영(다른 한 명은 몽 배역을 맡은 전소호)이고, 좀도둑 사자명은 강시선생 초기작의 못됐지만 해당 작품의 웃음을 담당하고 있어 미워할 수 없는 경찰 서장 역을 맡았던 누남광, 중반부에 잠깐 나와서 잘 싸우는 듯싶다가 드라큘라한테 끔살 당하는 도사 역에 귀타귀에 도사로 나왔던 종발이 배역을 맡았다.

본작을 만든 유진위 감독도 감독 이름만 들으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작/연출/각본으로 유명하다. 필모그래피 경력이 꽤 긴데 그 중에서 특히 주성치 영화를 많이 만들어 도성, 신정무문, 신정무문 2, 서유기 월광보합, 서유기 선리기연, 홍콩레옹, 쿵푸 허슬에 전부 참여했다.

거기다 이 작품의 각본을 쓴 사람은 훗날 ‘열혈남아’, ‘동사서독’, ‘중경삼림’ 등으로 명성을 높이게 되는 왕가위 감독이다. 왕가위 감독은 이 작품의 성공으로 본작의 제작을 맡았던 등광영의 눈에 띄어 열혈남아, 아비정전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면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유쾌발랄한 개그로 가득 차 있는데 유진위 감독도 각본에 참여해 왕가위 감독과 공동 각본이고, 유진위 감독 자체가 주성치 영화를 많이 만든 만큼 개그 감각이 탁월해서 홍콩 영화 특유의 웃음이 있다.

취조실에서 팬티 차림에 양손이 수갑에 묶인 상태로 의자에 반 결박되어 있는 사자명이 흡혈귀에 쫓겨 셀프 의자 레이싱/드리프트하는 것부터 시작해, 흡혈귀인 줄 알고 조사하러 갔더니 소 피를 마시는 정신병자들이라 정신병자 행세해서 위기를 모면하려다가 동물 피 한 양동이를 대접 받고 서로 마시겠다고 다투는 척 하다 엎질러 버리니 양동이 두 개를 대접 받는다거나, 도사가 복숭아나무 검을 주고 흡혈귀랑 좀 싸우고 있어 라고 했더니 멋지게 검무를 펼치다 마지막 자세에서 별안간 총을 꺼내 쏘고(과연 형사!), 팬티를 머리 위에 올리고 바보 같은 포즈를 취해 흡혈귀의 접근을 막는 것과 막판에 폐건물에서 흡혈귀와 싸울 때 연쇄적으로 터지는 말뚝 오폭 등등 홍콩 영화식 개그가 취향에 맞다면 빵빵 터진다.

코미디물로서의 웃음 말고도 호러물로서의 공포도 있다.

유진위 감독이 만든 주성치 영화중에서 ‘홍콩 레옹(회혼야)’이 웃음과 공포가 공존하는 작품으로 호러 파트의 밀도가 생각 이상으로 높아서 의외의 무서움을 안겨주는데 본작도 그렇다.

호러 파트의 밀도가 꽤 높아서 보는 사람 염통이 쫄깃거리게 하는 상황이 속출한다.

사자명이 잇세이에게 쫓겨 달아나던 중, 형사들이 사자명이 탈옥한 줄 알고 뒤쫓는데 돌아서 보니 형사들 등 뒤로 잇세이가 쫓아오는 것부터 시작해 영안실에서 여자 시체가 밤 12시가 지나자 흡혈귀로 각성해 깨어나서 달려드는 씬, 숲속에서 잇세이한테 쫓겨 달아나는 씬 등이 꽤 호러블하다.

특히 영안실 여자 흡혈귀 각성 씬은 웃음기 하나 없이 공포에 집중해서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토브 후퍼 감독의 살렘스 롯의 영안실 여자 흡혈귀 각성씬 만큼 무섭다.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영화하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씬이 하나 나온다.

작중 사자명이 감옥에 갇혀 있다가 여자 인형의 유령에게 이끌려 구치소 감옥문을 나와서 수십 년 전 경찰서 건물 자리에 있던 일본 황군의 클럽으로 들어가 즐기다가 귀신의 부활을 암시하는 장면인데 샤이닝에서 잭 토렌스가 바에서 웨이터와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는 씬을 연상시킨다. 웨이터 배역을 맡은 배우의 외형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일본 황군의 클럽이라서 바 카운터 안쪽에 욱일승천기 조명이 있다는 것 정도다.

홍콩 경찰서 배경으로 2차 세계 대전 일본군 장교 흡혈귀가 부활한다는 설정은 좀 생뚱맞지만, 흡혈귀물이란 것 자체가 꽤 독특한 구석이 있다.

정확히는 홍콩 영화 중에 본격 흡혈귀물은 보기 드문 장르다. 게다가 80년대 당시 홍콩 영화는 저주/귀신/강시. 이렇게 3가지 장르가 대세를 이루어서 흡혈귀물이 나올 만한 환경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흡혈귀물을 시도한 것이라 신선하게 다가오는 거다.

흡혈귀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유지하고 있어, 강시를 상대하던 도사가 힘을 쓰지 못하고 끔살 당하고. 오로지 쇠말뚝과 햇빛으로 흡혈귀와 맞서 싸운다. 대 흡혈귀 결전 병기 중 하나인 십자가가 나오지 않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흡혈귀에 대항하는 방법이 워낙 한정되어 있다 보니 흡혈귀와 대치된 상황 내내 극 전개에 긴장감이 넘쳐흘러서 좋다.

결론은 추천작. 개그 파트는 홍콩식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 한정해서 빵빵 터질 만큼 개그 감각이 좋고, 호러 파트는 생각보다 밀도가 높아 나름 오싹한 구석이 있으며 홍콩산 흡혈귀물이란 장르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코믹 호러 영화로선 드물게 오프닝에 주제곡이 나온다. 허관영이 직접 부른 것으로 매우 흥겹다. (특히 코러스로 울리는 아미타불이 진국!)

덧붙여 이 작품은 개봉 당시 꽤 히트를 쳐서 1년 후인 1988년에 정식 후속작도 나왔다. 제목은 ‘맹귀학당’이고 주요 맴버는 전작과 동일하며, 경찰서에서 흡혈귀 퇴치팀 ‘맹귀학당’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유진위 감독이 만들었고, 왕가위 감독도 다시 각본에 참여했다.

1990년에 나온 맹귀패왕화는 타이틀 앞의 맹귀와 누남광, 사마연 캐스팅만 보면 맹귀 시리즈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목과 귀신 소재만 비슷한 유사 작품이다. (사실 귀신 소재의 홍콩 영화에선 맹귀란 말이 즐겨 쓰인다)



덧글

  • 동사서독 2016/01/08 03:06 # 답글

    유진위와 양가위... 친하죠.
    홍콩 영화계 큰 형님 등광영 밑에서 영화 만들다가 열혈남아로 감독 데뷔, 이후 아비정전 말아먹고 제작자 등광영과 불화. 그렇게 왕가위가 독립해서 동사서독 제작 시작했는데 왕가위 특유의 느리고 즉흥적인 영화 연출 때문에 스타배우들 스케줄 꼬이고 제작비 밀리자 동사서독 제작 담당이면서 감독 왕가위의 절친인 유진위가 코미디 영화 동성서취를 만들어서 명절날 극장에 내걸어서 흥행 대박났다고 하죠. 등광영 제작에 등광영과 주윤발이 출연한 강호용호문(강호용호투) 제작 스탭 이름에도 왕가위와 유진위 이름이 있더라구요. 이후 왕가위 영화에 자주 참여하게 되는 장숙평(미술)의 이름도 같이 볼 수 있었구요.
  • 잠뿌리 2016/01/08 22:35 #

    과연, 두 사람은 쏘울메이트였군요. 서로 스타일이 많이 다를 텐데 친하니까 이렇게 같이 할 수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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