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여무(人蛇女巫.1975) 2019년 중국 공포 영화




1975년에 권영순 감독이 만든 저주 영화. 한국판 제목은 ‘인사여무’. 홍콩판 제목은 ‘최화독강두(摧花毒降頭)’. 북미판 제목은 ‘매직 커즈’다.

내용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던 한국인 교포 인문영이 비행기 추락으로 보르네오 밀림에 떨어져 보석 가방과 함께 실종된 숙부를 찾아서 밀림에 들어와 뱀을 숭배하는 뱀부족과 엮이면서 부족의 무당 아두라 일당에게 죽을 뻔 했다가 부족의 성녀 왕비나에게 구출되어 사랑에 빠졌는데.. 문영이 홀로 도시로 돌아왔다가 동침을 하는 여자마다 저주가 발동해 생명을 잃게 되자 다시 보르네오로 날아가 왕비나와 함께 아두라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한국과 홍콩 개봉판이 각각 한국/필리핀 합작, 홍콩/필리핀 합작으로 영화 데이터 베이스에 기록하고 있는데, 그게 주연 배우들이 홍콩 배우고 히로인이 필리핀 배우이며 본작의 배경인 필리핀의 밀림이라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해서 국적이 좀 명확하지가 않다.

70~80년대에는 한국/홍콩 합작 영화가 종종 나왔고 ‘생사결’같은 경우도 그래서 한국판과 홍콩판이 좀 다른데 이 작품도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홍콩판 제목에 ‘강두’가 들어가 있는 만큼 메인 소재는 저주술인데 밀림에 사는 원시 부족의 뱀 저주가 핵심적인 설정으로 나온다.

홍콩산 저주 영화에서 저주술사가 동남아시아 출신이란 걸 생각해 보면 이 작품도 거기에 딱 맞췄다. 다만, 다른 저주 영화에서 저주술사는 동남아 시골의 현지인이나 양복을 갖춰 입은 도시인의 모습을 하고 나오는 반면 본작에서는 원시 부족으로 나와서 완전 무슨 아마존 영화를 방불케 한다.

실제로 이 작품의 전반부는 정글 탐험물에 가깝다.

주인공 문영이 라이플 한 자루 들고 홀홀단신으로 정글에 들어와 샤먼인 아투라가 지배하는 원시 부족과 접촉해 저주를 받은 부족민이 문둥이가 되어 인육을 먹거나, 남녀가 섹스를 하면 주살의 타겟이 되어 끔살 당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아두라 일당과 대립하고 왕비나와 사랑에 빠진다. (이때 섹스하면 주살 당하는 씬의 연출이 무섭다기보다는 좀 웃기다. 저주가 발동되자 여자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남자의 거시기를 콱 물어 고자로 만들어 죽이는데 그걸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껍질 벗긴 바나나를 앙 물어서 먹는 씬을 넣어 암시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무술의 달인이지만 수적인 열세를 이기지 못해 고전하고, 부족 무당과 부족 성녀의 대립하면서 주력 대결이 벌어지는 등등 나름대로 긴장감 있고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지는데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거다.

중반부에 문영이 왕비나와 헤어져 혼자 도시로 돌아오면서 완전 스토리가 어긋난다.

도시에 온 문영이 클럽/파티장에 가서 술이나 퍼마시고, 그 과정에서 만난 여자들을 꼬셔서 신나게 섹스를 하는데 그 뒤에 어김없이 왕비나의 뱀 저주가 발동해 문영과 섹스를 한 여자들이 뱀의 환영을 보고 몽땅 죽어나가니 병맛을 넘어선 막장 드라마가 된다.

현지처 놓고 바람피우는 문영도 정신 나갔지만, 문영이 바람피는 대상을 무참히 죽이는 저주를 발동시킨 왕비나도 잘한 건 없어서 남녀 주인공이 민폐의 극치를 보여준다. (문영하고 떡치다 죽은 여자들은 대체 무슨 잘못이라고! 임자 있는 남자인지 모르고 떡친 건데. 죽일 거면 바람피운 애인 놈을 죽여야지)

숙부와 보석 가방의 행방도 찾지 못했고, 숙적인 아두라가 버젓이 살아 있으며, 연인인 왕비나는 정글에 남겨 두고 왔는데 그 중요한 떡밥을 전혀 회수할 생각이 없이 대뜸 ‘바람피면 뒈진다’각을 좁히면서 쓸데없이 배드씬과 누드씬을 왕창 집어넣어서 어이를 상실시킨다.

다만, 이 작품이 모험 영화가 아니라 저주 소재의 공포영화란 걸 재확인하는 건 중반부 내용이다.

뭔가 나쁜 놈이 아두라가 아니라 왕비나가 돼서 주객전도됐고, 피해자들의 죽음이 납득이 안 되며 남녀 주인공의 민폐 행각에 혀를 차게 되지만.. 중반부에 이런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면 공포물의 아이덴티티를 완전 상실했을 거다.

후반부의 내용은 문영이 친구와 함께 다시 정글에 가서 왕비나 일행과 합류. 일행이 단 한 명 추가된 것뿐인데 아두리의 수하들을 순식간에 몰살시키고, 동굴에서 펼치는 최후의 대결에서도 아두라를 거뜬히 물리쳐 사건을 종결시킨다.

아두라와 왕비나의 주력 대결이 나오긴 하지만, 사실 저주 영화로서 주력 대결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묘사가 너무 별 볼일 없다.

왕비나가 주술로 산사태를 일으켜 아두라가 낙석에 깔려 뒈짓해서 저주 영화가 아니라 위기탈출 넘버원 동굴 재해편이다.

사실 이 작품은 저주 묘사의 밀도가 굉장히 낮아서 잘 모르고 보면 저주 소재 영화인지도 모를 정도다.

오히려 저주 씬보다 액션씬에 더 공을 들여서 누가 보면 쿵푸 영화인지 알 거다. (특히 주인공 태권도 관장이라며 발차기는 안 하고 서바이벌 나이프를 역수로 들어 단검술로 악당들 찔러 죽이는 게 후덜덜했다)

결론은 미묘. 초반부가 정글 탐험, 중반부가 저주 호러물, 후반부가 액션물이라서 장르가 자주 바뀌는데 극 전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아니라, 앞의 전개를 완전 무시하고 생뚱맞은 이야기를 해서 어거지로 합치기 때문에 스토리의 완성도가 낮지만.. 한국 영화가 됐든, 홍콩 영화가 됐든 간에 정글 탐험+저주 호러+쿵푸 액션의 조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라 희귀한 영화로서 볼 만한 메리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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