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에 홍콩에서 유만당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원제는 음종. 영제는 ‘더 레이프 애프터’, 일본판 제목은 ‘사령의 수태’다.
내용은 유명한 사진 작가 모가 모델 슈아를 데리고 사찰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던 도중, 사찰 구석진 곳에서 부적으로 봉인된 요괴 조각상을 발견하고 혹해서 그걸 몰래 훔치고선 그날밤 슈아와 관계를 맺은 뒤 먼저 잠들었는데, 그때 요괴 조각상이 실체화되어 침대에 홀로 남아 있던 슈야를 겁간해 요괴의 아이를 임신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소재가 완전 에로 게임을 방불케해서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호러물로서의 밀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요괴가 인간을 겁간해 요괴의 아이를 임신시키는 내용이 좀 쇼킹하다 보니 제목도 거기에 맞춰서 지어서 그렇지 실제 그 부분은 1분 남짓한 짧은 분량만 나오며, 본편 내용은 원귀가 산 사람을 뗴몰살시키는 귀신 영화에 가깝다.
바디 카운트가 꽤 높은 편에 속하고 인상적인 장면이 전반부, 후반부에 걸쳐 몇 개씩 나온다.
슈아의 낙태 시술 도중 요괴가 나타나 의료진을 떼몰살 시킬 때 주사기에 눈을 찔려 죽는 의사부터 시작해 슈아가 사고를 당해 불에 타 죽은 시체로 발견됐는데 시신의 배가 부푼 상태라 병원에서 메스로 자르니 요괴의 태아가 손을 뻗어 의사의 머리를 따 버리고 탯줄을 단 채로 기어서 도망치는가 하면, 모의 약혼녀 집안의 유모가 주방에서 저녁 준비하다가 귀신한테 홀려 식칼로 자기 손가락을 파랑 같이 서걱서걱 썰어 버리는 씬 등 쇼킹한 장면이 속출한다.
작중에 나온 첫 퇴마 의식도 배경은 절인데 퇴마 묘사가 기존에 나온 저주 영화의 그것과 같은 그로테스크함을 자랑해 퇴마 대상자가 입에서 초록색 액체와 함께 개구리를 토해내고, 법력승이 깡통따개 닮은 법력기로 퇴마 대상자의 머리를 따서 개구리 본체를 뽑아내는 비주얼 쇼크로 눈길을 사로잡았다가 고승이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식인쥐&불까마귀 러쉬에 끔살 당한 뒤, 제자들이 2차 퇴치를 시도했다가 좀비 형상의 사령들한테 몰살당하는데 그 과정에서 법력기가 아닌 권총을 꺼내들고 저항하다 탈탈 털리면서 상대적으로 요괴/귀신의 힘을 부각시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렇게 일부분만 놓고 보면 되게 그럴 듯한 영화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이야기의 짜임새가 매우 부족하다.
요괴 자체가 오리지날 요괴가 아니라 출산을 하다 뱃속 아이와 함께 죽은 산모의 원혼이 요괴 조각상에 담겨 부적으로 봉인되어 사찰에 봉납된 것이고, 조각상이 실체화되어 슈야를 겁간하고 불에 타 죽은 몸에서 새끼 요괴가 태어나지만.. 그게 성인 요괴로서 성장해 위협을 가해오는 것이 아니라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 그거랑 전혀 관련이 없는 귀신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요괴물에서 귀신물로 장르 이탈을 시도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전혀 없다.
작중에 나온 요괴의 최종 형태도 그냥 불에 타 죽은 슈야의 언데드 폼이다.
설상가상으로 본작의 주인공인 사진작가 모는 위치만 주인공이지 사상이나 하는 짓거리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감정이입하기 어렵다.
사찰에 얌전히 봉납되어 있는 조각상을 훔치고,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모델을 꼬드겨 잠자리를 가진 뒤 임신 소식을 들으니 낙태 시술을 시키고 그것도 뜻대로 안 되니 운전 중 다투다 사고를 당해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선 진실을 감춘 채로 약혼녀와 결혼했는데, 요괴 조각상에 얽힌 비화를 듣고 나서는 공양을 해주기는커녕 조각상에 담긴 재를 다 털어 버리고 냅다 깨트렸다가 사건을 더욱 키운데다가, 막판에 주인공 보정 효과를 받아 악령을 퇴치해도 퇴치한 직후 바로 완결을 지어 버리기 때문에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결론은 평작. 요괴가 인간을 겁간해 요괴의 아이를 임신한다는 설정이 쇼킹해서 제목도 그런 식으로 지어지긴 했지만 기괴한 섹스 코드보다 그로테스크한 호러물로 승부수를 띄워 70~80년대 당시 범람했던 홍콩산 저주 호러 영화를 계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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