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뷰티풀 군바리(2014) 2019년 웹툰




 
2014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설이 작가가 글, 윤성원 작가가 그림을 맡아 연재를 시작해 2015년 11월을 기준으로 39화까지 올라온 여자 군대 만화. 네이버 베스트 도전작 출신으로 2014 네이버 슈퍼루키 공모전 당선작이다.

내용은 남녀 모두 병역의 의무가 생겨 여자들도 의무적으로 군대를 간다는 가상의 대한한국에서 2006년에 군대 영장을 받은 정수아가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혼자 귀가하다 불한당을 만나 강간 위기에 처했다가 때마침 순찰 중인 의경한테 도움을 받고, 의경을 동경하게 되어 자원입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여자도 병역의 의무를 갖고 군대를 간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여자 군대 만화다.

남자는 거의 배제하고 여자만 주로 나오는 걸 보면 남성향 서브컬처계의 ‘미소녀 동물원’이 생각나지만,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일상만 보내는 미소녀 동물원류의 작품과 다르게 본작은 군대 생활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병영 문화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어 그 나름의 깊이가 있다.

훈련소 이야기를 다룬 초반부는 1화부터 10화까지로 베도 시절 연재 분량인데 이때는 딱 보통의 군대 코믹 만화다.

작중 인물이 여자라서 여군을 소재로 했다고는 하나, 훈련소 입소식, 화생방, 매점, 햄버거, 종교 행사, 행군, 전화, 유격 등등 군대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벤트가 줄줄이 나온다.

군대 코믹물은 웹툰 시대에는 정식 연재된 게 드물어서 그렇지 아마추어 작가의 인터넷 연재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굳이 웹툰이 아니더라도 군대 코믹물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1987년에 KBS 유머 일번지에서 4년 넘게 방영한 역대 최장수 개그 코너인 ‘동작그만’을 시작으로 영화 ‘쫄병수첩’등 군 내무반 생활을 다룬 코미디 영화가 나온 바 있고, 00년 이후에는 팀 오인용이 만든 ‘연예인 지옥’등을 손에 꼽을 만하다. 꽁트에서 스탠딩 코미디로 넘어간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군대 개그는 단골 소재였다.

군대 코믹물의 관점에서 보면 본작의 스토리 구성은 무난하다. 나와서 마냥 개그만 하는 건 또 아니고 훈련을 받으면서 사회에서 누려온 자유와 군대에서 겪는 속박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나와서 그 나름의 작은 드라마가 있다.

거기에 작중 인물이 남자가 아닌 여자라서 같은 군대 이야기를 해도 성별이 다르니 식상하지 않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여군 중심의 군대 이야기란 게 본작의 개성이자 세일즈 포인트다.

여자라고 결코 사정 봐주는 법 없이 같은 군인으로서 남자와 똑같이 험하게 굴리니 심리적인 저항감을 느끼고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나오는 것 또한 당연하다.

이 작품은 여자가 군대가는 이야기란 발상의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군 소재가 세일즈 포인트이긴 하나, 노출이나 섹스씬이 노골적으로 들어간 것도 아닌데 헨타이 망가, 포느로라고 비하하는 건 단지 눈에 거슬리니까 어떻게든 깎아내리고 싶어 왜곡한 것으로 한때 유명했던 미국 드라마 CSI: 뉴욕 시즌 9의 4화 ‘이 뒤에 벌어졌던 이야기’에 나온 짤방의 자막 대사를 인용해 ‘당신의 그 역겨운 상상력이 무고한 행동을 변태처럼 만든 것 아닙니까?’라고 할 수 있다.

헨타이 망가, 포르노를 이 작품과 동일선상에서 놓고 보는 게 말도 안 된다. 물론 본작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컷 구도를 보면 섹스어필적인 요소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드고어 섹스물로 비유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침소봉대도 정도가 있지, 헨타이 망가를 한 권이라도 제대로 봤다면 절대 나오지 않을 소리다.

19금 마크를 단 것도 아니고 전 연령 웹툰으로선 수위가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올 수 있지만, 전 연령 웹툰 기준으로 봐도 그렇게 높지 않다. 기존의 전 연령 웹툰에 나온 섹스어필 요소와 서비스씬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 작품은 생각보다 얌전한 편에 속할 정도다.

여성 전반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시켜 단죄하여 카타르시스를 유도한다는 비판도 이해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작중 캐릭터들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단죄가 무엇이고 카타르시스는 또 무엇이겠나?

군대 만화라서 남녀 불문하고 군인이라 똑같이 고생하는 거고, 카타르시스 포인트 또한 동일하다. 그게 제대로 드러난 게 행군 에피소드다.

발을 다쳐 열외될 뻔 한 거 포기하지 않고 행군을 끝마칠 때나 해병대 극기주를 무사히 끝내고 무서운 교관으로부터 처음으로 해병이라 불린 순간에 비로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고 거기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다.

군대 안 가는 애들 군대 보내서 무작정 굴리고 고생하는 거 보고 깔깔거리며 쾌감을 느끼는 게 아니다. 그건 결과를 보지 않고 과정만 보고서 딴죽을 거는 것으로 작품 의도를 불순하게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그 작품을 보는 독자의 시각과 감정을 곡해라는 것이다.

그리고 군대 코믹물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신병이고, 군 관련 지식이 부족하고 복무 태도가 미숙한 상태에서 시작된다. 갖은 고생을 다하며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지, 특별히 여자라고 무개념하게 묘사한 것은 아니다.

입소한 첫날부터 완벽하게 정신무장하고 실수 하나 없이 군 생활하는 신병/일병이 어디에 있고, 그런 캐릭터가 나오는 군대 만화에 어떤 드라마가 있겠나?

까고 싶은 장르/소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없이 그저 짜증나고 싫은 감정만 드러내 곡해를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잘알못(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인터넷 용어가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11화부터 14화까지는 쉬어가는 내용과 스핀오프에 가까운 해병대 에피소드가 나오고 자대 배치를 받는 15화부터가 작가의 말에 본격적인 시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스토리가 개변한다.

초반부 훈련소 내용이 군대 코믹물이라면, 중반부인 의경 이야기는 군대의 시스템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그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시리어스물이다.

자신을 구해준 의경을 동경해 의경을 지망한 여주인공 정수아가 의경의 현실을 몸으로 직접 겪는 이야기다.

의경 생활에 대한 고증은 치밀한 편으로 병영 생활뿐만이 아니라 전경과 시위 진압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자랑해서 이 부분에 대해 꽤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단순히 그것만 재현한 것이 아니라, 군대 시스템의 부조리함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주인공 정수아는 구타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알고 있었지만 구타와 함께 시작된 자대 배치 첫날부터 본격적인 군대 생활에 돌입해 난생 처음 겪는 계급 사회에 굉장히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 같으면서 원활하게 돌아가며 공포와 믿음을 유지하고 믿음을 빌미로 악행을 자행하며 명령을 어기면 질타하고 틀린 일을 고발하면 배척당하는 군대 부조리를 온몸으로 체험한다.

본작은 그걸 소대 내 여러 캐릭터를 통해서 인간 드라마로 풀어냈다.

엄격 진지하지만 동기애를 중시하는 민지선, 사근사근한 것 같은데 타인의 일에 철저히 무관심한 설유라, 군대 구타 문화의 화신 육근옥, 동기애 제로에 민간인도 패고 눈에 거슬리는 아랫사람을 철저히 짓밟는 라시현, 라시현의 꼬붕이자 권력의 시녀 허정인, 부정한 군대 체재와 싸우다 선임 찌르고 기수열외 당한 오경화, 다혈질에 싹싹한 면이 없고 악역을 떠맡은 류다희, 어렵고 힘든 군생활을 동기 하나 의지해 버티는 마리아. 동인녀 오덕희, 폭력에 의한 공포로 다스리는 구수란, 깐깐해 보이지만 배려심이 있는 서서희, 티벳 여우 공승화, 어리버리 신병 연기해서 물 먹이는 성상정, 흙수저+만화가 지망생+고문관의 복합적인 컨셉을 가졌지만 애가 모자라도 미워할 수 없는 현봄이, 작지만 또릿또릿한 박소림, 풍만한 울보 하애진, 2기수 선배로 처음 생긴 후임 챙겨주는 이보현, 후임을 잘 돌봐준다고 평가 받는 갈채현, 소탈한 송미남, 평소에는 껄껄 웃고 다니지만 소대 내 동기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웅란, 정수아 기수의 중간보스인 권정민 등등 매우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온다.

캐릭터의 수가 꽤 많은데 각자 뚜렷한 자기 색깔이 있고 컨셉이 겹치는 캐릭터가 한 명도 없다.

물론 주역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라시현/류다희/마리아/정수아/현봄이 등으로 딱딱 정해져 있긴 하나, 나머지 캐릭터도 저마다 맡은 바 역할을 다해서 최소한 왜 나왔는지 모를 캐릭터는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캐릭터 배치와 운용을 잘했다.

구타 문화를 비롯한 군대 부조리에 관해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각도로 보고 있다.

류다희의 구타가 ‘군대에선 다 그런 거다!’라고 동기인 마리아가 옹호하긴 하나, 수아는 분명 그 말에 동의하지 않고 구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현실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중립적인 시선이다.

폭력이 허용되고 보안이란 이름으로 감추며 그게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기에 부조리한 것인데, 구타 문화가 잘못됐다고 일갈하며 대치점에 서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면 부조리한 게 아니며, 그걸 반증하는 캐릭터가 선임을 찔렀다 기수열외당한 오경화다.

폭력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캐릭터 중 한 명의 생각이기에 폭력을 미화했다고 볼 수는 없다. 폭력을 미화했다면 여주인공인 수아가 마리아의 말을 수긍하고 받아 들여야 했다.

수아가 ‘이제부터 군생활 제대로 해볼거야.’ 라는 건 진실에 눈감고 폭력에 순응하며 선임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표현한 게 아니라, 아무런 대안 없이 무작정 부정한 군대 체제와 싸우다 기수열외되지 않고 군대 시스템을 파악해 그 안을 깊이 파고들어 자기 나름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려고 하는 것이다.

선임한테 잘 보이려고 쉬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음어를 외우는 게 아니다. 음어 및 암기사항을 빨리 외우면 주목 받는 병사가 돼서 본부 소대로 전입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며 라시현, 류다희 등이 그런 케이스에 속했다는 떡밥이 이미 나온 지 오래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춰 나가면서 끊임없이 고생하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학습하고, 터득해서 점차 성장해 나간다.

왕가슴이 강조되서 섹스어필의 코어 역할을 하고 배빵 맞아서 료나물(リョナ) 찍는다고 매도하기에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다 하고 있다.

이런 캐릭터와 스토리의 드라마적인 부분은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그림 속에 나오는 여자만을 강조하며 여성 캐릭터의 얼굴과 몸매만 지적하고 군대 간 여자가 그저 군인 코스츔 플레이를 하고 여자가 폭행당하는 게 가학적 포르노라고 악의로 가득 찬 해석을 하는 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의 성적 대상화라는 프레임에 씌웠는데 그게 사실 논란을 일으킨 장면만 보고 나머지는 일절 보지 않은 티가 너무 나서, 그렇게 까지 못해 안달이 났다면 최소한 까고 싶은 작품을 한 번이라도 정주행 한 다음 제대로 깠어야 됐다고 본다.

애초에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복은 사제복의 섹슈얼리티를 거론하며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복장에 담긴 성적 매력을 추켜세우면서 뷰티플 군바리는 어글리한 군대 코스츔 가학적 포르노라고 몰아세우는 시점에서 객관성에 의문이 간다. (여자의 얼굴과 몸을 강조하면 헨타이 망가 포느로고 남자의 성적 매력 강조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이라 온당하다니 별로 남녀를 동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것 같지 않다)

이 작품은 한국 웹툰 역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호불호를 불러왔다. 기자, 교수, 네이버/다음/레진 등 3대 웹툰 플렛폼의 작가들까지 사면에서 십자포화하듯 극딜을 하는데 이건 한국 웹툰 사상 초유의 일이다.

누누이 말하지만 작가가 같은 작가를 디스할 수는 있다. 동종업계 종사자 비판은 외견상으로 썩 좋아 보이진 않지만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볼 때는 본인이 작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가 무슨 작품을 어떤 이유로 싫어한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그건 독자로서 자기 감상을 있는 그대로 밝힌 것인데 거기에 대해 해당 작가의 작품과 경력, 인간관계를 들먹이면서 디스할 자격이 없다고 하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 취향과 호불호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니 생각은 그렇구나. 내 생각은 이렇다. 이렇게 각자의 주장을 명확히 하고 구분 짓는 게 이성적인 대처지. 내가 좋아하는 거 남이 싫다고 까는 게 꼴보기 싫다고 해도 그 사람의 흠을 끄집어내 말꼬리 늘어 잡고 물어뜯을 일이 아니다.

생각이 다르다면 자기 의견을 밝히고 반론을 제기해야지, 사람 자체를 공격하면 쓰겠나.

그보다 정말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은, 싫은 걸 싫다고 한 게 아니라 싫은 작품을 다 엎고 다시 그리라는 등, 폐기해야 한다는 등등 오지랖을 넘어선 월권을 저지르는 것과 ‘내 작품은 인기가 없는데 저 작품은 왜 인기가 있을까? 같은 소재지만 내 작품은 올바르고 저 작품은 올바르지 않다’ 이런 자괴감과 열등의식의 스탠스에서 디스하는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의견을 피력할 때는 어디까지나 독자 입장에서 해야지, 작가 입장에서 타인의 작품을 깔아 뭉게고 수정하고 규제하려 드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더구나 같은 소재를 다룬다고 해서 자기 작품과 비교하며 부심을 부리는 건 더욱 안 될 일이다.

내가 그려내는 건 군대의 혐오를 이끌어내 부조리를 고발한 사회 비판 만화고, 뷰티플 군바리가 그려내는 군대 부조리는 폭력을 미화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며 여자들이 나와서 인기를 끈 만화라고 폄하하는데 그런 접근은 좋지 못하다.

혐오를 극대화시켜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과 부조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똑같은 부조리 고발이다.

부조리를 고발한 다음의 대응에 있어 탈영, 자살, 내무반 테러, 집단 광기 등 극단적인 방법과 현실을 깨닫고 시스템에 맞추면서 변화를 모색한다는 현실적인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부조리한 군대 문화 고발의 팩트는 같다.

왕후장상하유종호(王侯將相何有種乎)라고, 어찌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겠는가? 똑같은 군대 부조리 고발 만화인데…

‘엣헴, 자고로 군대 만화는 남자가 병영 문화의 혐오를 이끌어내 부조리를 고발해야 하거늘, 어찌 군대 만화에서 성반전을 시켜 계집 따위로 감히 군대의 부조리를 논하려 드느냐? 이런 천박한 놈들 같으니. 어서 내 사회비판 쩌는 만화를 보지 못할까?’ 이렇게 호통치는 씹선비 기질을 보이면 말이 되겠느냐 말이다.

만화니까 얼마든지 현실을 초월한 행위를 할 수 있으니 군대 부조리의 현실만 지적할 게 아니라 그걸 타파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좀 억지스러운 게, 판타지 장르가 아니고 현실 드라마 장르에 가까워서 현실의 상식에 어긋난 전개가 나올 수는 없어서 그렇다.

주인공이 배빵 당한 순간 무공 혈이 풀려서 세기말 패자로 각성해 고참들의 비공을 찔러 떼몰살 시키고 주먹 하나 가지고 군부대를 뒤집어엎어 하룻밤 만에 병영 문화를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시내버스 하나 납치해 청와대로 돌격했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 특공대한테 일제 사격 당해 죽고 난 뒤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 이 사회에 경각심이 생겨 병영 문화가 달라졌다.’라고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개인적으로 초현실 전개는 좋아하지만, 현실적인 내용을 지향하는 작품에 초현실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작가의 의지에 따라 주인공이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건 그게 허용된 장르에서나 가능한 것뿐이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1973년작 엑소시스트에서 멀린 신부와 데미안 신부가 리건에 씌인 악령을 쫓기 위해 구마 의식을 하다가 힘이 부쳐서 비운의 죽음을 당하는데, 거기서 피터 잭슨 감독의 1992년작 데드 얼라이브의 맥그루더 신부처럼 ‘성령의 주먹을 받아라!’이러면서 악령에게 이소룡의 드래곤킥을 날릴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나는 이런 전개가 좋아서 내 글에 즐겨 쓰는 소재지만…)

작화는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높다.

여자가 군대가는 이야기라 주로 여자들만 나오지만 미녀/미소녀 등 미형 캐릭터만 나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외모의 캐릭터가 나와 인물 디테일이 살아 있고 바리에이션이 풍부하다.

배경의 밀도도 높고 컬러도 준수하며, 컷 구성도 딱 알맞아 가독성을 확보해 작화에 안정감이 있다.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자 베스트 도전작 출신 작품이란 걸 감안하면 작화의 안정감이 손에 꼽을 만한데 그림을 한두 해 판 것 같지는 않고 꾸준히 그려오면서 내공을 쌓은 게 눈에 보인다.

결론은 추천작. 군대 이야기는 식상할 수 있지만 남자를 여자로 바꾼 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군대 시스템의 부조리함을 다양한 인간 군상으로 풀어내면서 다각도로 보려고 노력해 캐릭터 묘사와 스토리의 밀도가 높으며, 인물, 배경, 컬러, 연출 등 작화 전반의 퀼리티가 높고 안정감이 있는 수작이다.

한국 웹툰 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논란의 중심이 있고, 발상은 신선하지만 민간함 소재인 건 또 사실인지라 태생적으로 이런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아파도 청춘이다. 이런 되먹지도 못한 BDSM스러운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 초반부에 반복되는 말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혼돈, 파괴, 망가(?)가 지배하는 이 사바세계에서 호평이나 혹평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서 처음에 기획한 것 그대로 무사히 작품을 완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덧글

  • IEATTA 2015/11/15 23:11 # 답글

    에로이나~ 전 처음부터 가던 에로노선이나 좀 가줬으면...
    실제 내용은 그저그런 노병가 하위호환...
  • 잠뿌리 2015/11/15 23:27 #

    앞으로 전개될 양상을 보면 노병가보다 더 나아질 수 있죠. 지금의 시리어스한 전개를 보면 에로노선으로 복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IEATTA 2015/11/15 23:47 #

    애초부터 대부분의 주제들이 노병가에서 한번쯤 다 다룬것인데다가
    노병가야 시기가 대충 그런 부조리들이 있던때랑 얼마차이 안나지만 지금은 그때랑 시기가..
    사회고발 성격으로도 좀 약하구요..
    (현재는 물론 부조리는 있겠지만 삼군중 가장 부조리 적은동네라는 인식이 퍼져있는게 전경이다보니)

    쭉쭉빵빵탱탱한 여케들을 괴롭히고 패고있으니 BDSM 마니아들은 항가항가할수도 있겠지만
    슬슬 수위가 높으신분들의 콧털을 건드릴 수 있는 레벨로 가고있으니
    장기연재 생각하면 슬슬 수위조절 들어올수도있을거같고...

    뭐 여러모로 관심두며 지켜보는 만화이긴 한데 계속 수위유지하긴 힘들거같네용.
  • 알트아이젠 2015/11/15 23:25 # 답글

    [단지]와 더불어 (정식 연재 기준으로)올해 웹툰 중 작품 외적으로 가장 화제였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 잠뿌리 2015/11/15 23:28 #

    단지의 화제성이 짧게 사그라든 반면 이 작품은 그 화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꺼졌다 싶으면 누군가 불을 지펴 다시 타오르죠.
  • KAZAMA 2015/11/15 23:59 # 답글

    주위에 후배나 선배들중에서 챙겨보는 사람들이 꽤 되더라고요

    의경출신들이 많아서 인지
  • 잠뿌리 2015/11/16 01:01 #

    현직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챙겨 볼 정도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나보네요.
  • KAZAMA 2015/11/16 14:10 #

    지금 전공이 경찰행정인지라(...)
  • 비타 2015/11/16 00:39 # 답글

    제가 선결제까지 해서 보는 작품은 이게 처음인거 같습니다.
    군대를 갔다오신분은 공감이 큰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 잠뿌리 2015/11/16 01:04 #

    그렇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군대물의 소재와 장르를 충실히 지켰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여자의 성 상품화 프레임에 씌워서 편견을 갖고 볼 게 아니죠.
  • 슈타인호프 2015/11/16 04:42 # 답글

    저도 잘 보고 있죠. 동감하는 것도, 뜨끔한 것도 있는..

    팬카페에서 작가가 의경출신이라고 본것 같습니다.
  • 잠뿌리 2015/11/16 10:08 #

    과연.; 의경 출신이라 고증이 디테일했던거군요.
  • 비블리아 2015/11/16 08:51 # 답글

    다른 작가들이 저 만화를 비난했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네요. 그들이 항상 외치는 표현의 자유는 결국 자기들의 사상과 이념만을 위한 자유란건지? 대체 어떤 작가들이 그런 짓을 했나요?
  • 잠뿌리 2015/11/16 10:10 #

    작가도 독자의 입장에서 싫으면 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자유도 존중되어야 하죠. 다만, 작가가 독자의 입장이 아닌 같은 작가의 입장에서 수정해라, 지워라, 접어라 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와 평론가는 공존할 수 없는 듀얼 클레스죠.
  • 알트아이젠 2015/11/17 12:19 #

    이 작품으로 [데미지 오버 타임] 작가이자 만화 평론가이며 이 작품을 가장 크게 비난한 선우훈님에게 실망했죠.
  • rezen 2015/11/16 11:06 # 답글

    네이버에서 좀 나가는 작품중에 작화가 좋아서 눈이 가더군요. 야경같은건 그림 작가를 갈아넣었겠던데요.
  • 잠뿌리 2015/11/16 15:03 #

    작화가 매우 좋지요. 안정감도 있고. 네이버 웹툰 중에 손에 꼽을 만 합니다.
  • 블랙하트 2015/11/16 12:43 # 답글

    훈련소 부분까지는 그럭적럭 봐 왔었는데 의경 부분에서 보는 걸 중단했습니다. 재미가 없거나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볼때마나 심신이 점점 괴로워져서요. ('재앙은 미묘하게'도 같은 이유로 완결 이후에 결말만 봤습니다) 작품에 대해서는 잠뿌리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 잠뿌리 2015/11/16 15:03 #

    그게 훈련소 부분은 코믹물이고, 의경 부분은 시리어스물이라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확실히 훈련소 에피소드가 부담 없이 볼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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