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라스트 가디언 ~수향의 수호자~ (ラストガーディアン 獣郷の守護者.1995) 2020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アンジン(ANJIN)에서 PC9801용으로 만든 SRPG 게임. 한국에서는 디지타워 엔터테인먼트에서 한글화/LG 미디어에서 발매/게임 랜드에서 정식 유통했다.

내용은 먼 옛날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킨 인류가 어느날 자취를 감추고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짐승과 같은 생활을 하는 짐승인간이 나타나 검과 마법이 살아 숨쉬는 문명 사회를 만들어 현 시대를 향룡기라고 불렀는데, 야수의 신 가류로스와 창세의 신 에리우스를 수인의 창조주이자 위대한 수호자로 숭배하여 두 신의 추종자들이 기나긴 세월 동안 전쟁을 해오다가 에리우스의 이름이 사라지고, 기원 2000년 경 간호신 튜폰이 나타나 1700년의 싸움 끝에 카듀로스를 이겨 기원 4032년에는 대다수의 야수들이 튜폰을 숭배하게 이르러 또 새로운 신이 나타날 것이란 예언이 전해지는 가운데 300년 후, 서쪽 대륙에서 지진 발생 후 각 지역에 나타난 유적에서 고대 문명의 디스크가 발견되자 새로운 신인 디그자르드를 숭배하는 위창교의 사도들이 그걸 노리고 쳐들어와 선도자 바디오, 트레져 헌터 막센, 검사 레젝 등이 거기에 휘말려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게임은 Studio 인페르노(Studio インフェルノ)에서 1993년에 만든 동인 게임으로 TAKERU에서 판매했던 ‘다이앗토 바쿠스’를 정식 게임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SRPG 게임으로 마우스 하나로 모든 조작이 가능한데 동인 게임의 리메이크판이라서 동인적인 느낌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쓸데없이 거창한, 창세신화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프롤로그부터 시작해 뭔가 BL 커플링이 연상되는 남캐 진영과 숨겨진 과거와 비밀 설정이 가득한 비련의 여주인공, 그리고 피아 구분 없는 감성팔이 스토리 등등 여성향이 강하다. (추가로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프로필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동인스럽다)

일단, 게임은 SRPG 장르로 크게 스토리 모드, 전투 모드로 나뉘어져 있고 이게 번갈아가며 나오긴 하는데.. 스토리 모드에서는 사실상 할 게 전혀 없다.

필드나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장비/아이템의 개념이 없어 상점을 방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일방적으로 스토리만 봐야 된다. 스토리 비주얼이 화면에 캐릭터 일러스트가 크게 뜨거나, 혹은 작은 컷 안에 떠서 90년대 일본 어드벤처 게임 느낌이 나는데 비주얼이 좀 부실한 편이고 이때 할 수 있는 게 마우스 왼쪽 버튼 눌러서 페이지 넘기는 것 뿐인데 스킵은 물론이고 세이브/로드 같은 컨피그 메뉴도 지원하지 않아서 불편하다.

스토리 진행 중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택지가 뜨는 건 2장 시작 때 쌍둥이 여전사 두 명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 인데.. 문제는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간에 그 다음 전투에 딱 한 번 나오고 스토리상 이탈하기 때문에 정말 무의미하다.

하지만 캐릭터 프로필만 장황한 게 아니라 캐릭터 설정 자체도 디테일하게 짜여 있고 본편 스토리에 잘 반영됐으며, 스토리의 밀도는 생각 이상으로 높다.

유익족의 왕위 계승자로 태어났지만 대대로 여자밖에 태어나지 못한 왕가에 처음 태어난 남자로 가신들에게 핍박 받아 왕궁에서 쫓겨난 검사 ‘레젝’, 선천적인 마법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 동족에게 시기를 받아 고향 마을을 뛰쳐나온 마도사 ‘막센’, 전염병으로 일족을 전부 잃고 홀로 살아남아 3000년을 넘게 산 선도자 ‘바디오’, 바디오처럼 전염병으로 일족을 잃고 자기 종족 최후의 1인이 되어 유랑극단의 댄서가 된 ‘미리아나’, 거대한 비밀의 무게를 혼자 짊어진 튜폰 여신의 무녀 ‘시스티’, 선천적으로 마력을 갖고 태어난 은족의 신관 가문에서 마력이 없이 태어나 가문에서 쫓겨나 고고학자가 되어 고대 문명을 연구하는 ‘비리네스’, 흡혈귀를 토벌한 선조의 업을 이어 받아 싸우는 신관전사 ‘알가스’ 등등 캐릭터가 전부 기구한 팔자를 가지고 있다.

그 사연이란 게 다 과거 설정이긴 하지만, 해당 캐릭터들이 게임 본편에서 펼쳐 나가는 이야기가 꽤 드라마틱해서 캐릭터 디테일이 살아 있다.

드라마의 핵심은 바로 튜폰 여신의 무녀인 시스티다. 초반부까지는 시스티가 뭔가 비밀을 숨기고는 있지만 별로 비중이 큰 것 같지 않은 히로인처럼 보이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 스토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후반부에 드러난 사건의 진상은 창세 신화로 거슬러 올라가 신의 존재에 대한 반전이 나오고, 거기에 캐릭터적인 관점에서 깊이 파고들기 때문에 밀도가 높아진다.

최종보스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물리쳐야 할 적으로만 묘사한 게 아니라, 물리친 후 평화를 되찾은 다음 이어지는 엔딩 후일담에서 최종보스의 인간적인 부분을 찾아내 그 마음을 헤아리며 비록 현 시대의 수인들이 그토록 믿던 신은 거짓된 것이지만 길고 긴 여행의 끝에서 진정한 신을 발견했다는 결과가 도출되고 라스트씬에서 여신의 미소로 마무리를 지으니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주요 적들인 위창교의 사도들도 각자 컨셉이 있어서 나름대로 개성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면서 끈질기게 주인공 일행을 괴롭힌 게 ‘레이오 네리’로 생긴 건 청순가련 흑발 미소녀인데 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형술사라서 강한 인상을 준다.

전투 모드는 2D 벨트 스크롤 맵에서 행동력을 소비해 유니트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기본 행동력 이외에 공격/마법 등도 별도의 수치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적용 방식은 약간 다르다. 예를 들어 행동력은 10이 있다면 행동 한 번에 3씩 소비해서 행동력 0이 되면 움직일 수 없는데, 공격/마법은 1부터 시작해 해당 액션을 취할 때마다 수치가 올라가 9가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마법은 마력이나 MP 개념 없이 포인트만 남아 있으면 계속 쓸 수 있다.

그래서 이동과 공격/마법 커맨드는 소비 포인트가 별개고 여기에 한 턴에 한 번씩 사용할 수 있는 특수 기술인 SP, 야수로 변신하는 BEAST가 더해져 나름대로 잘 계산해서 싸워야 하는 전술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BEAST는 야수로 변신하는 것으로 주행성/야행성 타입이 나뉘어져 있다. 전투시 턴이 지남에 따라 시간이 흘러 낮이 되고 밤이 되는데, 이 시간에 맞춰 종족 특성에 따라 야수화 유무가 결정된다.

야수화하면 인간 폼일 때의 기술은 사용할 수 없지만 대신 공격력이 증폭되며, 야수 전용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장비 개념이 없어서 캐릭터 능력치를 한 번에 크게 올리기 어렵지만 야수화를 통해서 화력적인 부분을 보충한 거다.

그 때문에 야수화가 전투 모드의 핵심적인 요소다.

SP는 특수 기술로 인간 폼, 야수 폼에 각각 하나씩. 총 2개의 기술이 있는데 한 캐릭터당 한 턴에 한 번씩 밖에 사용할 수 없다.

주로 상태 이상 공격을 광역으로 뿌리거나, 능력치 강화, 부활 등의 회복 기능도 있다.

이 게임은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아서 전투 중에 HP가 0이 되어 혼절한 아군은 오로지 특수 기술인 부활만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

경험치가 표시되지는 않지만 적을 공격하다 보면 레벨이 오르는데 이때 HP/공격력/방어력/항속력(민첩) 등이 평균 50단위로 오르지만.. 이게 능력치가 50 이상으로 상승한다는 게 아니라, 해당 능력치의 경험치 합산 수치로 계산되는 거라 능력치 상승폭은 좀 낮은 편이다.

그래도 적을 해치워야 경험치를 얻는 게 아니라, 공격한 것만으로 경험치가 들어오고 레벨 자체도 비교적 빨리 오르는 편이다.

최종 보스 레벨이 33이라서 최종 전투에 돌입할 때쯤 아군 레벨 평균이 30대에 들어서서 레벨 한계치 자체도 좀 낮은 편이다.

SRPG의 특성상 전투 하나 깨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레벨 디자인적으로 경험치 노가다를 할 필요는 없다.

공격에 속성이 있어 물리/화염/얼음/전격으로 나뉘어져 있고 특정 속성 무효화 이뮨을 가진 적이 나와서 잘 체크해야 된다.

HP가 0이 되면 폭발해 적, 아군 구분 없이 광역 피해를 입히는 폭탄형 적도 등장하고, 적 역시 야수족이라서 인간 폼과 야수 폼이 따로 있어 인간 폼을 쓰러트리면 야수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어서 전투가 꽤 다채롭다.

한글화 퀄리티는 평균보다 조금 낮은 편이다. 분명 일본 게임인데 이승소환사, 시공조종사, 일응검사, 비마기사, 위혼조사, 위사 같은 한문식 표현이 여과없이 나오는 거 보면 이게 본래 일본판에서 그렇게 쓴 건지, 아니면 일본 게임을 대만에서 수입한 걸 한국에서 다시 역수입해서 3개 국어로 번역되서 그런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건 90년대 당시 한국에 수입된 일본산 PC게임은 대만을 거쳐 3개 국어로 번역된 사례가 꽤 많다는 거다. 대표적으로 페가서스 저팬의 그레이 스톤 사가 2와 푸가 시스템의 아마란스 시리즈가 있다.

결론은 추천작. 동인 게임의 리메이크판이라 스토리 모드의 비주얼이 좀 부실하고 자유도가 떨어지지만, 캐릭터 설정이 디테일하고 스토리 밀도가 높아 한 편의 판타지 드라마를 이끌어 냈고 엔딩이 깊은 여운을 안겨주며, 장비/아이템/MP의 개념이 없지만 경험치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무난히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로 전투 밸런스로 잘 잡혀 있고, 동물로 변신해 싸우는 야수화 시스템이 전투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어 신선하게 다가오는 수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윈도우 3.1용으로 후속작 ‘라스트 가디언 2 ~황혼의 봉인~’이 나왔다. 전작의 주역인 바디오, 미리아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이다.

덧붙여 본작에서 창세의 힘이 깃들어 있는 디스크는 수인들은 금속판이라고 부르는데 아이템 표기는 디스크고 외형은 3.5인치 디스켓이다. 3.5인치 디스켓에 고대 과학 문명의 정수가 담겨 있다니 90년대 게임다운데 디스켓을 모르는 요즘 세대는 고대 유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추가로 막센의 특수 기술은 야수 폼일 때는 공격기술인데 인간 폼일 때는 자물쇠 따기다. 이 자물쇠 따기가 2장 여관방에서 인형사의 습격을 받았을 때 쓰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문 앞에서 자물쇠 따기를 여러 번 시도해 잠긴 문 열고 방을 나가야 다음 진행이 가능한 것으로 이걸 모르면 진행이 막혀서 헤맬 수도 있다.



덧글

  • ㅇㅇ 2017/03/28 18:25 # 삭제 답글

    와 ㅋㅋㅋ 막센 특수기술이 자물쇠따기 였군요 ㅋㅋㅋㅋㅋ
    이거 몰라서 블로그 다 검색해도 자료하나 안나오던데 아 님 덕분에 살았음 ㅋㅋ

    2장 그 인형술사판에서 문밖으로 못나가길래 이걸 어찌하나 했는데.. 전혀 상상도 못했네요 진짜..
    특수기술들 써봐도 뭐 죄다 효과없음들만 떠서 뭔가했는데, 이제 진행 가능하겠네요 감사감사 ㅎ
  • 잠뿌리 2017/03/30 23:44 #

    게임 전체를 통틀어 딱 한 번 사용하는 기술인데 그거 안 쓰면 진행이 막혀서 제작진의 사악함이 엿보였지요.
  • 꾸엑 2018/09/04 16:03 # 삭제 답글

    흐아.. 저도 지금 라스트가디언 한번 클리어해보려고 달리다가 진행이안되서 검색했는데 살았습니다 ㅋㅋㅋ
  • 잠뿌리 2018/09/04 19:14 #

    그 문 열기 부분이 진짜 모르면 진행이 불가능한 부분이라 의외의 난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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