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마법의 향수 (1995)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IKGN SOFT에서 MS-DOS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

내용은 태초에 신들이 빛과 어둠을 만들고 이 세계에 별과 하늘, 지상이 생겨났는데 인간들이 신의 보살핌 속에 살다가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고 청하자, 인간의 자율성에 찬성하는 신과 반대하는 신이 전쟁을 일으켜 신들의 전쟁이 발발한 뒤. 신들이 모두 떠나 인간들만 남은 현 세계에서 소년 마법사 프롤이 대파괴신 카라시스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
뭔가 줄거리는 되게 거창한 것 같지만 빛과 어둠 드립을 치는 걸로 시작해 식상한데, 오프닝 텍스트 내용이 게임 본편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며 정작 게임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카라시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텍스트가 지나간 뒤, 주인공 로플 일행 여섯이 한 자리에 모여 드래곤을 쳐 잡는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짤막하게 나오지만.. 1995년에 나온 게임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촌스럽고 투박하다. (게다가 사실 이 내용도 본편과 아무런 연관도 없다. 카라디스가 끝판왕이라며 개랑 싸워야지 왜 드래곤을 쳐 잡어?)

타이틀 마법의 향수가 본편 내용을 상징하거나 함축한 건 아니다.

다만, 주인공인 프롤이 흑마술사들이 사는 마을 출신의 소년 마법사고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선한 마법사, 악한 마법사의 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어 그런 제목을 붙인 게 아닐까 싶다.

게임 조작 키는 상하좌우 이동에 엔터키가 선택. ESC키가 취소/메뉴 불러오기다.

필드 맵 화면은 이스/드래곤 슬레이어 영웅전설 같은 게 생각나지만 시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한국 RPG 게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 약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조막만한 플레이어 캐릭터를 움직이며 맵을 돌아다니고, 심볼 인카운터라서 필드 몹과 접촉하면 전투가 벌어진다.

그래픽은 상당히 안 좋은 편으로 박스 팩키지 정품으로 발매한 게 신기할 정도로 아마추어 게임과 비교하면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들한테 실례일 정도로 퀼리티가 떨어진다.

그래픽만 안 좋은 게 아니라 맵 디자인도 매우 나쁘다.

필드 맵이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닌데 갈 수 있는 장소가 굉장히 한정되어 있고, 숲과 바위 지형에 막힌 길이 지나치게 많아서 이동 환경이 불편하다.

이게 그냥 진로 방해만 되면 또 모르겠는데, 막다른 길이나 공터로 이어지는 길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갈 필요가 전혀 없는데 길이 나 있으니까 무슨 필드가 던전 같다. 던전 돌파보다 필드에서의 길 찾기가 더 어려울 때가 있다. (가도 아무 것도 없는 곳은 좀 길 자체를 만들어 놓지 말라고!)

스토리 전개상 NPC들이 동서남북을 기준으로 어느 방향에 뭐가 있으니 거기에 가봐라. 이렇게 가이드를 받고 찾아가려고 해도 진행 포인트가 어디 박혀 있는지 당최 보이질 않으니 짜증이 배가 되는 거다.

상대적으로 던전 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동상의 위치를 변경하는 이벤트 같은 게 나올 때가 있지만, 던전 레이드 자체는 그냥 던전 내에 있는 보물 상자에서 열쇠를 얻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잠긴 문 안의 방은 보스전이나 중요 이벤트가 발생하는 포인트 지점인데 사실 던전에서 잠긴 문은 단 한 종류 밖에 안 나와서 찾기 쉬운 편이다. 애초에 문이 닫히고 열리는 개념이 열쇠로 여는 잠긴 문 하나 밖에 없다.

마을 맵은 상상 이상으로 부실하다. 마을 안에 건물이 여러 채 있어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은 상점으로 한정되어 있다.

상점의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무기점/도구점/주점이 전부다. 무기점에서는 무기, 방어구를 구입, 도구점에서는 소비형 아이템을 구입. 주점에서는 잠을 자거나 술을 구입해 마시면 주점 내 손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주점이 여관의 기능을 겸용하고 있다)

상점 주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별 의미는 없다. 무기점/도구점은 그래도 인간 NPC가 나오는데 유독 조점만 호랑이, 코알라, 벌레 등 동물과 곤충의 의인화된 캐릭터가 나와서 뭔가 디자인 센스가 이상하다.

소비형 아이템은 프롤의 고향인 흑마술사의 마을에서 판매하는 램프를 꼭 구입해야 소비형 아이템은 기름을 소모해 동굴 같이 어두운 던전에서 빛을 밝힐 수 있다.

장비는 ESC키를 눌러 메뉴창을 열어 장비 커맨드를 선택해야 되는데.. 이게 캐릭터 장비 슬롯이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고, 캐릭터 상태창에 장비 항목이 노출된 게 표시의 전부라서 보기 불편하다.

어차피 장비 슬롯 자체도 무기, 갑옷, 방패. 달랑 3개 밖에 안 되지만.. 장비를 장착하기 직전의 슬롯 표시가 없는데다가, 공격력, 방어력 표기도 없이 그냥 숫자 상승치(예를 들어 +1)만 달랑 표시되어 있어 유저 헷갈리게 만든다.

이벤트 발생시 필드 맵에서의 조막만한 캐릭터가 SD 사이즈로 커져서 이벤트를 자동진행된다. 이벤트씬의 캐릭터 대사는 화면 하단에 텍스트창에 뜨는데.. 캐릭터의 리액션에 나오는 말풍선에는 뜻을 알 수 없는 이모티콘 모음만 나오다가, 의성어, 기합, 비명 같은 것만 한글로 큼직하게 표시된다.

뭔가 이건 한국 게임이 아니라 대만 게임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벤트씬에서 말풍선과 이모티콘을 사용한 것은 대만 RPG 게임 ‘엘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성인데 거기는 그래도 말풍선 센스라도 좋았지, 본작은 그 센스도 나빠서 귀여운 게 아니라 유치하게 다가온다.

필드/마을 맵에서 시간이 지나면 밤이 되고, 비가 내리는 등 날씨에 변화가 생기지만.. 그게 마을에서는 유동 NPC가 있고 없고의 차이와 전투 때는 배경이 바뀌는 것의 차이 밖에 없다.

전투는 턴제 방식이고 전투 커맨드는 기본 공격(일반 공격)/특수능력(마법)/아이템 사용/수비(방어)/도망치기(퇴각)가 있다.

‘드래곤 퀘스트’나 ‘여신전생’ 같은 1인칭 시점의 전투도 아니고, 적과 아군 유니트 스킨이 멀쩡히 존재하는 3인칭 시점 전투인데도 불구하고 한 화면에 모두 표시되지 않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주인공 일행 대기 화면과 적 대기 화면이 각각 따로 나뉘어져 있다는 거다. 전투 커맨드의 공격을 누르고 타겟을 지정해야 적 대기 화면에 아군 캐릭터가 불쑥 나타나 공격하는 거다. 이건 몹이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상대 진영으로 이동하는 전투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게 아니라 화면 스크롤만 이동시킨 거다. 그러니까 ‘파이어 엠블렘’이나 ‘파랜드 스토리’의 전투 같은 걸 기대하면 안 된다.

레벨 한계치는 30인데 주요 캐릭터가 매직 유저라서 사용 가능한 마법의 종류는 꽤 많다. 당장 주인공 프롤만 해도 30레벨 만랩을 달성하면 무려 29개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근데 사실 마법사와 전사의 경계가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마법사라면 마법사 전용 장비를 착용해야 되는데 본작에선 그런 게 전혀 없다. 무기, 갑옷, 방패 등 장비 슬롯 3개가 전사 계열이다. 마법 지팡이, 로브, 반지/목걸이 같은 걸 착용하는 게 아니라 칼 들고 갑옷 입고 방패 드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전 캐릭터 공용이라 클래스의 개념이 없다.

마법사 직업 자체를 흑마술사/백마술사로 표기하고 마법 명칭도 파이어볼, 라이트닝 볼트. 이런 게 아니라 화염수, 독수, 마법광탄, 극저온폭발, 화염마왕, 극대원자소멸. 이런 한자 스타일인 건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대만 게임 느낌 난다.

전투 밸런스는 엉망으로 플레이 초기 난이도가 좀 높다. 보통, 기존의 RPG 게임에서는 플레이 초기 적의 수가 1~3마리인데 본작은 4~6마리다.

적의 턴에 날아오는 공격 횟수가 꼭 머릿수에 맞춘 건 아니라서 아군 턴이 빨리 돌아올 때가 있지만.. 그래도 적의 수가 너무 많이 책정되어 있어서 전투가 쉽고 빠르게 끝나는 법이 없다. 그래서 경험치 노가다를 할 때 피로도가 몇 배로 늘어난다.

본래 CD 게임이지만 게임 용량이 30메가도 채 안 되고, CD 사운드 트랙 음원을 쓰는 것도 아니다. 사운드/효과음 둘 다 사운드 블래스터까지 지원하지만, 배경 음악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잊을 만 할 때쯤 나와도 어느 순간 뚝 끊겨서 음악도 굉장히 부실하다.

결론은 비추천. 주역이 용사/전사가 아니라 마법사 계열이란 게 특이하긴 하지만, 사실 게임 본편에서는 클래스 개념 자체가 없어서 마법사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했고, 1995년에 CD 게임으로 나온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래픽과 음악의 수준이 떨어지며, 최악의 맵 디자인에 전투 밸런스까지 엉망이라서 뭐 하나 건질 게 없어, 한국 게임사에 손에 꼽을 만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한 가지 특이한 전력이 있다. 게임 발매 당시 오직 통신판매만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박스 팩키지 정품은 무인도 이야기 시리즈를 수입해 국내 배급한 ‘코가 유통 주식회사’에서 유통을 맡아 오프라인에서도 구입할 수 있었고, 그 이후 게임 잡지 부록 전쟁 시대에 이르러 부록 CD로 나왔었다.

근데 이 게임 자체가 CD 발매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게임 용량이 작아서 게임 잡지 부록으로 나올 때도 단독 타이틀이 아니라 짜투리 덤을 주는 것처럼 나왔었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그 CD에서 이 게임 인스톨도 해보지 않았을 거다)



덧글

  • 금린어 2015/11/11 18:26 # 답글

    부록 CD로 받아서 해 봤는데... 그래픽이 진짜 너무 형편없었던 기억이네요.
  • 잠뿌리 2015/11/12 10:00 #

    CD로 나온 게임인데도 그래픽이 처참한 수준이라 충격이었습니다.
  • 시지야 2015/11/12 01:07 # 답글

    제가 플레이한 1호 rpg게임이네요 ㅋ 아마 3.5인치 디스크 11장정도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막히는 부분 개발사에 전화해서 물어봤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네요 ㅋㅋ
  • 잠뿌리 2015/11/12 09:59 #

    처음 통신 판매 버전이 디스켓 버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월드 맵 디자인이 워낙 안 좋아서 플레이가 막힐 수 밖에 없죠.
  • 박달사순 2015/11/12 01:24 # 답글

    스샷보니 상점 아가씨만 이쁘고 남는게 없나보네요
    게임을 막상하면 뭐같을텐데 까는글만 편안하게 보니 웃기네요 ㅎㅎㅎ
  • 잠뿌리 2015/11/12 10:00 #

    주인공 고향 마을 상점에서 나오는 아가씨인데 나중에 다른 마을 가면 똑같은 모습의 가게 주인이 나와서 사실 저런 일러스트도 돌려 쓰기 하고 있죠.
  • fasdf 2017/02/11 18:58 # 삭제 답글

    잠뿌리님 도와주세요. 이 게임 지금 진행이안되고있습니다. 마법사 2명이 초라한비명인가 무슨 동굴에 편지전해달라고했는데 그 후 길도 막혔고 진행이안되네요 ㅠㅠ
  • 잠뿌리 2017/02/14 00:22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게임 진행이 어디선가 막혀서 엔딩을 보지 못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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