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천사의 제국 1 (天使帝國.1993) 2020년 가정용 컴퓨터 386 게임




1993년에 대만의 SOFT STAR의 TEAM DOMO에서 MS-DOS용으로 만든 SRPG게임. 국내명은 ‘천사의 제국’. 원제는 ‘천사제국’이다.

내용은 여자들만 사는 신비의 대륙 애스가에서 와을크리의 외스타 여왕이 선대 여왕의 유지를 받들어 라나로 왕국과 화친을 도모했는데, 라나로 왕국의 하이라 여왕이 틸리 주교의 꼬임에 넘어가 와을크리와 전쟁을 선포하자, 외스타 여왕의 동생인 니아가 와을크리군을 이끌고 라나로군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메사이야에서 1991년에 메가드라이브용으로 만든 랑그릿사 1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턴제 SRPG인 건 둘째치고 유니트 전투 시 SD 캐릭터가 양쪽 사이드에서 나와 치고 박는 것과 전직 태그 트리 등이 유사하다.

언뜻 보면 단순한 아류작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점이 꽤 많다.

SOFT STAR의 TEAM DOMO가 사실 일본 인기 게임을 모방한 게임을 다수 만들었지만, 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기네 특유의 센스를 발휘해 차별화를 이룬 작품이 많았다. (캡콤의 1943을 모방한 ‘던레이더’, 코나미의 파로디우스를 모방한 ‘폭소출격’ 등이 있다)

본작의 배경인 애스가 대륙은 여자들만 모여 사는 곳으로 남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아마조네스 판타지다.

랑그릿사는 한 명의 지휘관에게 사병을 편성해 1명의 지휘관과 여러 명의 병사를 묶은 부대 개념으로 유니트를 편성해 운영할 수 있는데 본작에서는 사병의 개념이 없이 유니트 하나만 나온다.

랑그릿사와 같이 경험치를 쌓아 레벨을 올리면 유니트의 클래스를 체인지할 수 있다. 중간 직업은 종류가 2~3가지로 갈라지지만 최종 직업은 사실 하나로 이어진다.

기사, 전사가 그런 경우고 수도자만 마도사/성직자/제사(특수 클래스) 계열로 나뉜다. 궁병은 상위 직종이 하나 뿐이고 공병은 그 자체가 특수 클래스라 전직 태그가 없다.

전직 태그 트리는 가장 기본 클래스인 병사로 시작해 기사(육전기사/비마기사<거룡기사/비룡기사<성룡기사). 전사(장갑전사/신검전사<성전사), 수도자(수도승<신관/성자/마법사<마도사<초마도사/제사), 궁병(초화살병), 공병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랑그릿사는 SPRG 게임 사상 처음으로 유니트를 보병/창병/기병으로 나누어 보병은 창병에 강하지만 기병에 약하고, 창병은 기병에 강하고 보병에 약하며, 기병은 보병에 강하고 창병에 약하다는 유니트 상성 개념을 도입했는데 본작에서는 그런 게 없다.

대신, ZOC를 신경 써서 만들었다. 지형 효과에 따른 이동력/방어력 상승, 하강이 꽤 디테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지형의 종류도 길, 성벽, 성내부, 평지, 모래밭, 숲, 다리, 해변, 물, 초원, 큰 불길, 작은 불길, 다 타버린 숲, 바위산, 벽, 분수, 초원 평지, 나무 등 매우 다양하다.

게임을 그냥 플레이하면 난이도가 높지만 이 지형 효과를 생각하고 플레이하면 오히려 쉬워진다.

지형 효과에 신경을 썼기에 나올 수 있는 클래스인 공병도 당시 기준에서 기존의 SRPG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클래스다.

공병은 막노동 인부 복장을 하고 있는데 다리를 지어서 물을 건너게 하거나, 숲, 나무 지형에 불을 질러 불 지형으로 바꿀 수 있다. 불 지형에 유니트가 있으면 턴이 지날 때마다 데미지를 입는다. 코에이 삼국지의 화계 같은 느낌이다.

마법은 공격 마법(화공/수공/뇌전), 회복 마법 등 총 4가지가 있는데 속성별 데미지는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화공은 가장 리치가 길고, 뇌전은 가장 범위가 넓으며 수공은 힐러 계열의 클래스가 겸용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 마법이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궁병은 원거리 공격이 기본 공격이 아니라, 기술/사격이란 특수 기술에 가깝고 기본 공격은 근거리 공격이다.

캐릭터 일러스트는 주연은 나름대로 신경 써서 그린 반면 단역들은 클론 무장 같은 디자인을 가졌지만 SD 유니트는 꽤 귀엽게 잘 그렸다.

모습만 귀여운 게 아니라 전투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리액션도 아기자기하고 패러디 센스도 좋아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예를 들면 성룡기사는 축제 때 쓰는 용 인형을 들고 나온다거나, 악룡 기사는 고질라에 탑승해 방사능 브레스를 뿜는가 하면 공격 마법 수공을 사용하면 소방관 코스프레를 하고 나와 호스로 물줄기를 뿜는다.

90년대 초반 게임 중에서 유니트 디자인의 귀여움은 손에 꼽을 정도라 요즘 용어로 치면 모에화라고 해도 될 만한 레벨이라서 어찌 보면 시대를 너무 앞서간 걸지도 모른다.

요즘 나왔다면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었어도 될 법 하고 가챠폰이나 넨드로이드 등 피규어를 만들어 상품화시켜도 됐을 것 같다.

스토리는 와을크리와 라나로의 전쟁으로 초중반까지는 방위전이나 아군 부대를 구하러 가는 구원전으로 주로 편성되어 있고 거의 끝에 가서야 라나로로 진격하는 공격전으로 전환된다.

전투 하나 끝나기 무섭게 새로운 전투가 벌어지는 전개라서 본편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싸우기만 하는 것이라 싸움 이외의 이야기가 들어갈 여유가 없다.

단, 그 싸움 속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가 있다.

여왕의 폭정에 실망해 아군 세력에 투항한 적장부터 시작해 패전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려 싸우다 아군에 투항한 적장, 아군을 배신해 적측에 붙었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장수, 인간들의 이기심을 지적하고 비명횡사하는 몬스터 장수, 단신으로 적국의 핵심 인사를 암살하러 갔다가 잡혀 죽고 아군 진영의 공세에 불을 지핀 장수, 꼭두각시 폭군 여왕과 그런 여왕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악한 주교 등등 이야기 거리가 꽤 많다.

전체 미션 수가 딱 10개라서 플레이 타임이 그리 길지는 않다. 미션 승리 조건은 무조건 적 부대의 전멸. 패배 조건은 니아의 사망이다. 적 부대는 대장급 장수가 죽어도 부하들이 남아있어서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박살내야 된다.

특이한 건 미션 1 같은 경우는 첫 번째 스테이지라 그런지 니아가 죽어도 게임 오버되지 않고 라나로 왕국의 감옥에 갇혀 니아 구출 작전이 개시되면서 스토리가 이어진다. 특정 미션 한정의 멀티 시나리오다.

게임 조작은 오로지 마우스 하나로 다 하는데 키보드 겸용 지원키가 인터미션의 대사 스킵과 전투 모드의 메뉴창 열기 밖에 없다.

유니트 이동이 헥스 단위로 하다 보니 마우스 커서로 움직이다가 해당 방향으로 스크롤이 휙 넘어갈 수 있어서 약간 불편하다. 커서를 움직여 맵 전체를 돌아볼 수 있어서 그런 거다.

전투 승리 후 인터미션으로 넘어갈 때 중간에 세이브를 할 수 없는 것도 불편하지만, 대신 전투 도중에 자유롭게 세이브/로드를 할 수 있는 건 편했다.

엔딩 때 주인공 니아가 검을 들고 하늘에서 강습해 내려오는 천마기사와 맞붙어 싸우고, 석양을 향해 달리는 게 좀 뜬금없긴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어 꽤 자연스럽게 나온다.

SOFTSTAR의 기존작 중 애니메이션 영상이 들어간 대표 작품인 ‘지카의 전설’ 때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나아졌다.

결론은 추천작. 언뜻 보면 랑그릿사의 아류작 같지만, 여자들만 나오는 아마조네스 판타지에 SD 유니트의 귀여움을 어필하면서 아기자기한 전투 애니메이션이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게임 시스템적으로는 지형 보정 효과에 중점을 두어 차별화를 이루고, 전투가 반복되는 단순한 스토리 속에 나름대로 캐릭터의 이야기가 살아 있어 스토리도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시리즈화되었고 MS-DOS용으로는 후속작 천사제국 2가 나왔고, 그 이후에는 윈도우용으로 신 천사제국, 천사제국 3 등이 나왔다.

덧붙여 이 게임에 나오는 유일한 음성이 유니트 격퇴 직후 나오는 비명 소리인데, 이 비명 소리는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춘리 패배 음성을 가져다 쓴 것 같다.



덧글

  • 미오 2015/11/03 16:33 # 답글

    밟아버리는 거룡기사 참 좋아했었죠..추억이네요
  • 잠뿌리 2015/11/04 08:59 #

    거룡기사는 후속작인 2때부터 나왔는데 병사가 거대한 공룡발을 들고 다니는 게 기억에 남습니다.
  • windxellos 2015/11/03 22:35 # 답글

    이게 의외로 분기 같은 게 몇 군데 있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지면 그냥 끝나는 스테이지도 있지만 당시로서는 특이하게도 졌을 때 (첫 스테이지 말고도)다른 분기로 이어지는 스테이지도 몇 있고 지더라도 같은 스테이지를 여러 번 반복하게 하는 것도 있어서 당시로서는 나름 이 길 저 길 찾아서 가보는 맛이 있었죠. 결국 마지막은 외길이었던 게 좀 아쉽긴 했습니다만.
  • 잠뿌리 2015/11/04 08:59 #

    분기 시나리오를 채택하고 있어서 여러번 플레이할 맛이 있었지요.
  • 미오 2015/11/04 09:31 # 답글

    1에도있었지않아요? 거룡..올리신사진에도 그 타조탄기사 밑에 전직이 거룡이였던걸로..ㅎㅎ
  • 잠뿌리 2015/11/04 09:56 #

    아. 거룡 기사 맞습니다. 1도 있었네요. 유니트 기동력을 위해 비마 기사/비룡 기사 태그트리만 타서 깜빡했네요 ㅎㅎ 육전기사<거룡기사 태그였지요.
  • 천사제국 2016/12/26 16:50 # 삭제 답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요.
    애스가대륙은 아스가르드를, 와을크리는 발키리를 말하는 거였습니다.
  • 잠뿌리 2016/12/26 22:08 #

    북미 신화 네이밍의 한자 어레인지인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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