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적일(赤日.1995)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6년에 대만의 세기종횡(世纪纵横)에서 MS-DOS용으로 만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내용은 태양력 712년에 수도에서 황제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황제의 이복동생 배리아스 공작이 황제를 암살하고 실종된 황태자는 수배령을 내린 뒤 반대 세력을 붙잡아 모조리 처형한 뒤 자신이 왕위를 대신한다는 연명장을 올린 후. 좌라 공작을 비롯한 황제의 가신들이 격노하여 연합군을 결성해 대립하는 가운데 천하의 장수들이 양 진영으로 갈라져 싸우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삼국지 동탁의 난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게임 자체가 코에이 삼국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배경은 언뜻 보면 판타지 시대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리지날 연대를 가진 중세 시대에 가깝다. 마법이나 환상 생물 같은 판타지 설정이 일절 안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중 인물 이름이나 성 이름을 보면 북구 신화나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게 많다. 아예 오딘이란 이름을 가진 군주도 나오고, 그리스 영웅이나 괴물 이름을 딴 장수들도 나온다.

작중에 나오는 군주는 다시드, 오딘, 페튼, 조라, 퍼세우스, 에이전, 블러디홉, 프리토프, 페리아스 등 총 9명이지만 이중 플레이어가 고를 수 있는 건 페튼, 조라, 에이전, 브러디홉, 페리아스 밖에 없다. (오프닝에는 조라가 좌라, 페리아스가 배리아스, 패튼이 베알톤으로 나온다. 아무래도 오프닝에 표기된 게 오타고 본편에 나온 게 트루 네임 같다)

조라는 나라에 충성하는 노장군, 에이전은 야망이 큰 공작, 브러디홉은 유랑 청년, 페리아스는 황제의 자리를 찬탈하려는 황숙이자 악의 원흉. 패튼은 게으른 전쟁의 천재다(애 설정은 아주 은하영웅전설 양 웬리가 따로 없다)

맵이나 조작 인터페이스는 삼국지와 유사하다.

실행 가능한 커맨드는 크게 4개로 군사/외교/내정/전술로 나뉘어져 있다.

군사는 전쟁(전쟁), 수송(병력/금/군량 수송 및 장수 이동), 징병(병사 모집), 훈련(병사 훈련), 제조(강궁/기마/전차 제조), 독립(본국으로부터 독립[페튼 세력은 페리아스의 속국이라서 따로 독립할 수 있다]).

외교는 사절(타국 외교관 설정), 동맹(동맹), 선전(선전포고), 연합(연합군 결성), 증예(선물 증정), 구원(전쟁 중인 동맹 세력 구하러 가기), 강탈(타국 뺴앗기), 휴전(전쟁 중인 적대 세력과 휴전), 정보(타국 밀정) * 외교 커맨드는 사절을 먼저 실행해 지정한 나라를 오고 가는 외교관을 정해야 한다 *

내정은 인사(임명[성주 임명]/물색(인재 수색)/임용(인재 등용)/표창[포상금 및 보물 제공해 충성도 올리기], 영토(아군 세력 색깔 바꾸기), 농업, 상업, 구호(병량을 베풀어 민심 상승), 세율(세금 치수 조절), 매매(군량 구입 및 판매), 위임(상업/군사 위임).

전술은 이간(타국 지정 세력끼리 우호도 떨어트리기), 소문(타국 장수 충성도 떨어트리기), 절취(타국 금 빼앗기), 파괴(타국 병사 사기 하락), 간첩(타국에 잡힌 아군 포로에게 반간계), 항복(타국에 항복 권고)로 이루어져 있다.

장수 능력치는 체력/무력/지력/정치 순으로 나뉘어져 있다. 충성도는 캐릭터 설정상 군주랑 친우나 연인, 가족 같은 관계라면 처음부터 999로 책정되어 결코 떨어지는 법이 없지만 그 이외에 나머지 캐릭터는 충성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기 때문에 충분히 관리해줘야 한다.

충성도가 낮으면 장수가 지 멋대로 하야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버그인지 몰라도, 등용한 장수의 충성도가 뜬금없이 마이너 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100% 하야하는 장수다.

하야 방지하기 위해서는 표창 커맨드로 금을 줘야 되는데 마이너스 몇 백으로 적혀 있어도 금을 주면 0이 되고 그때부터 다시 충성도를 올릴 수 있다.

문제는 금을 줘서 충성도 올리는 걸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거다. 두 번 이상 같은 장수에게 금을 주면 아군 소속 장수들의 충성도가 3~10씩 하락한다. 다들 고생했는데 누구 한명만 편애하면 되겠냐는 불평의 소리가 경고 메시지로 나오는데 처음부터 충성도 999의 특수 장수를 제외한 나머지 장수 전원이 어느 장소에 있던 간에 무조건 충성 하락하는 것이다.

전투는 전쟁 커맨드를 선택해 부대를 투입하면 필드상에 전쟁 마크가 뜨는데 거기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레이더 화면을 띄운 뒤, [바꿈] 항목을 눌러서 전장으로 화면을 변경해야 한다.

화면 변경을 따로 하지 않으면 그냥 월드맵상에서 자동 전투 처리되는데 아무리 많은 병력을 투입해도 절대 이길 수 없고 속절없이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전장 맵은 삼국지 3 판박이다. 심지어 공격 커맨드도 비슷하다. 책략(계략)에 화계가 있고 공격 중 도전이 일기토 모드다.

차이점이 있다면 성 이외에 성 근처에 있는 전장도 이름 표시가 되어 있는데 그곳에 부대를 주둔시켜 놓고 야전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차이점이 있다면 유니트 이동이 뜬금없이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같은 RTS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다.

마우스 왼쪽 버튼이나 혹은 드레그해서 유니트를 클릭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이동 및 공격을 시킬 수 있다.

병과가 보병, 강궁(궁병), 기마(기병), 전차(전차병) 달랑 4개 밖에 안 된다. 이중 보병은 기본 병과고 나머지 3개 병과가 반드시 무기를 제조해야 편성 가능하다. 기존 삼국지 게임처럼 상인에게 구입할 수 없다.

일기토는 커맨드가 4개 정도 되지만 장수끼리 싸우는 모습이 나오지 않고 그냥 텅 빈 땅만 화면 가운데 뜬 채 장수들이 대사 치는 것 밖에 안 나온다.

전투 중 사로 잡은 적은 그 자리에서 등용/처형/투옥을 결정할 수 있다. 적 세력을 완전히 전멸시키는 동안 적장을 하나도 죽이지 않았다면 마지막 남은 성을 점령한 순간 적국의 장수 전원이 한꺼번에 재야로 들어온다.

재야 장수는 돈만 많이 주면 무조건 들어온다. 방금 전에 멸망시킨 세력의 장수라고 해도 돈이면 다 해결된다.

장수 일러스트는 그저 그렇다. 4군주 이외에 나머지 장수는 전원 초상화 돌려쓰기를 하고 있고, 장수 인물 열전도 있긴 하지만 설명이 되게 이상하게 나와 있다.

여기까지 보면 코에이 삼국지 짝퉁이라고 해도 게임 자체는 그냥저냥 보통 작품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다.

이 게임은 정말 심각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체택하고 있다.

그건 바로 리얼 타임 시스템으로 초 단위로 1일씩 지나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나 버린다. 리얼 타임 시스템은 삼국지 시리즈에서 9탄 때 도입되긴 했지만, 삼국지 9에선 먼저 실행할 커맨드를 고른 다음 언제든 리얼 타임을 켜거나 정지시킬 수 있어서 플레이의 여유가 있는데 본작은 그런 기능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커맨드, 정보창을 열 때를 제외한 모든 상황이 리얼 타임으로 흘러가는데 장수 충성도 하락, 병사 사기 하락, 태풍/병충/역병/홍수/주민 반란 등 재난, 적 부대의 습격 등 모든 게 다 너무 빨리 발생한다.

게임 처음 시작해서 아군 진영 장수 목록 좀 확인하려고 어영부영 있으면 중요 메시지 여러 개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일시 정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서 세력 정보창 켜놓고 잠시 멈춰 놓고선 다음에 실행할 커맨드를 미리 계산해서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근데 기본적으로 장수한테 커맨드를 실행시키면 한 번에 완료되는 게 아니라, 리얼 타임에 맞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조금씩 달성하는 방식이라서 전개가 답답함의 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병량 10000을 팔아서 금 1000을 만든다고 치면 한 번에 매매에 성공해 금 1000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시간 경과에 따라 조금씩 금액 바뀌다 한참 뒤에 매매가 완료되는 거다.

상업/농업 등 내정이나 병사 징병/훈련 등 모든 실행 커맨드가 다 이렇게 진행된다. 턴제 방식을 완전 배제하고 있다.

군비는 또 쓸데없이 많이 든다. 장수 충성 관리, 장수 등용비, 내정, 징병, 무기 제조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병사들 훈련시키는데도 돈이 든다.

훈련도가 사기로 표시되는데, 사기를 올리려면 돈을 주고 훈련 커맨드를 실행해야 된다. 근데 이 사기도 타국의 초스피드 책략 때문에 뚝뚝 떨어진다. 사실 장수 충성도도 비상식적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건 타국이 건 책략 탓이다.

거의 모든 세력이 처음부터 여러 개의 성과 많은 수의 장수를 보유하고 있어서 책략 거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이건 뭐 내정을 다지고 군비를 확충하기도 전에 모든 수치가 팍팍 떨어진다.

이걸 다른 게임에 비유하자면 그거다. 게임 알맹이는 분명 삼국지인데 게임 플레이 속도는 심시티다.

전투는 더 답이 안 나온다.

전투가 벌어져 바꿈 모드로 전장으로 넘어가 전투를 할 때. 월드맵에서 또 다른 전투가 벌어지면 ‘전투가 벌어졌다’는 메시지가 뜨는데.. 문제는 이쪽에서 싸우는 동안에도 바깥쪽의 시간은 리얼 타임으로 흐르기 때문에 2개 이상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중간에 멈추는 일 없이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조종해야 된다는 거다.

전장에서는 반드시 파견(출격) 커맨드를 선택해 부대를 전장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손 놓고 방치하면 빈집털이 당해서 순식간에 패배한다.

전투를 CPU한테 위임하는 기능도 일절 없다.

RTS 게임이라면 마우스 커서 한 번 클릭해 해당 전장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 동시다발 전투도 컨트롤 여하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반면.. 이 게임의 기본 틀인 턴제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창이 열리고 화면과 모드가 바뀌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무조건 리얼타임으로 밀고 나가니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병력/양식(군량)만 충분히 있다면 동시다발적인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되어 있어 2개 이상의 전투가 벌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이전에 사람이 게임을 하라고 만든 것 같지가 않다.

목표인 성에 병력이 하나도 없어도 성문을 부수고 들어가 기어이 본성 문을 파괴해야 함락시킬 수 있는데.. 이때 적의 추가로 나타나면 본성 문의 방어력이 리셋된다. 이 적이 추가로 나타난다는 게 적의 원군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제 3국의 개입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라 1의 성을 다 먹고 딱 하나 남은 거 마저 먹으려고 전쟁을 걸었는데.. 나라 3이 갑자기 난입해 나라 1, 나라 2, 나라 3의 3파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난입 전투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결과다. 1개 부대를 투입해서 그 부대 거의 전멸할 때쯤 또 새 부대를 투입해 전투가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진다.

수비측이 아닌 공격측 혹은 성 이외의 전장에서 적과 싸울 때는, 적의 막사를 파괴해서 강제 철수시킬 수 있는데.. 이 경우 적 부대 병력은 손실이 전혀 없고 그냥 출병한 성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라, 결국 또 다시 침공을 한다.

CPU 공격 패턴이 바보 같은 게 아니라 굉장히 집요하다.

성문과 본성의 문을 두들기는 것도 완전 사람 피곤하게 만든다. 성 방어력의 개념이 따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작중에 나온 모든 성은 디폴트 방어력이 300이라서 병력 수가 적으면 성문 하나 파괴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사기가 높고 병력도 많아야 성문 공격 속도가 상승한다.

약간의 꼼수 아닌 꼼수가 있다면, 속국 군주들은 본국에 절대 공격을 받지 않는다. 페튼은 페리아스, 블러디홉은 조라의 속국이다. 본국을 제외한 모든 땅을 다 먹은 다음에, 본국을 공격하거나 독립 커맨드를 실행해 속국에서 벗어나야 비로서 공략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결론은 비추천. 중세 스킨을 씌운 짝퉁 삼국지로 출발했지만 리얼 타임 시스템과 RTS 전투 등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해서 차별화를 시키려고 한 것 같은데.. 턴제 시뮬레이션의 기본 특성을 완전 무시하고, 플레이어의 사고와 컨트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빠르게만 진행시키면서 게임 환경이나 기능적인 부분에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아 게임을 못 만든 걸 넘어서 게임 플레이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작품이다.

코에이표 삼국지 게임의 시스템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 다 골라 넣은 것 같다.



덧글

  • asd 2019/05/28 14:39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어릴때 하루종일 적일만 했던 사람입니다. 리뷰 도중 1대1 전투가 대사만 처리된다고 하셨는데 버그 같네요 원래는 3D로 된 두 로마병사 복장한 무장이 싸우는 씬이 나옵니다. 버튼같은거 누르면 기술도 나가고 그럭저럭 볼만한 일기토 장면이 나옵니다. 윈도우로 구동하다보니 발생하는 오류 같네요 486시절에는 3D 영상 이펙트 같은것이 잘 나왔습니다. 그 다음으로 실시간 리뷰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이거 시간 느리게 가게 하는게 있었습니다.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게임이지만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역대급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뷰 잘 보았습니당
  • asd 2019/05/28 15:11 # 삭제 답글

    혹시 이 게임 구하는 곳 아시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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