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지무신대전 네크론 (1997)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7년에 미리내 소프트에서 만든 3D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내용은 천룡천제가 대륙을 통일한 후 의천이란 이름의 나라를 세웠지만 천제 사후 건국 50년 만에 멸망하고, 대륙은 연, 호, 타완, 규천으로 나라가 갈라져 각자 대의명분을 앞세워 전쟁을 벌였는데 연 나라 소속의 젊은 장군 법호가 전장에 나가 활약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한국 게임사에서 국산 게임 최초의 3D SRPG 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RPG의 요소는 거의 없다.

보통, SRPG라면 스토리 전개에 따라 많은 수의 동료를 영입하겠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합류하는 동료가 10명도 채 안 된다. 동료로 머릿수를 채운 게 아니라 클론 무장들로 머릿수를 가득 채웠다.

레벨 개념은 있지만 레벨업을 해도 능력치 상승과 병력 보유 한계치만 올라갈 뿐. 클래스 체인지를 하는 것도, 새로운 기술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장비 장착, 아이템 사용 같은 것도 없고 상점조차 나오지 않으니 RPG로서의 육성이나 강화 요소가 전무한 것이다.

캐릭터는 개인이 아닌, 부대를 지휘하는 장수 개념으로 나오는데 군단<부대의 개념으로 나뉘어, 장수가 이끄는 부대는 각각 수십병의 병사로 편성되어 있다. 즉, 1군단 소속 장수 4명, 장수 4명이 이끄는 부대 병력 평균 50명씩 총합 200명. 이런 방식으로 나온다.

전투는 리얼 타임으로 진행되는데 북미 게임으로는 토탈 워. 일본 게임으로는 전설의 오우거 배틀, 라그라록크, 바이블 마스터 시리즈와 비슷하다.

부대의 이동 좌표를 설정해주면 리얼 타임으로 이동을 하고, 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적 부대와 만나면 교전이 발생해 전투 모드로 돌입하는 것이다.

전투 모드 역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데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동 밖에 없다.

화면 하단에 뜬 부대 이름에 커서를 가져다 데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행동 방침을 정할 수 있는데 이게 이동 이외에 다른 커맨드가 일절 없다.

평상이동/질주이동/진형이동(전투 전용)/매복이동(필드 전용)/추격이동만 종류는 많은데 결국 전부 이동 커맨드인 거다.

밑도 끝도 없이 이동 좌표와 이동 방식만 설정하면 유니트 접촉시 자동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라 게임 플레이가 어려운 게 당연하다.

창병, 궁병, 기병 등 병과가 나뉘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과의 상성 개념이 없고. 진형 이동 같은 것도 말이 좋아 진형 이동이지. 부대 진형을 바꾸는 커맨드도 없다.

필드에서 부대를 주둔 커맨드를 쓰면 제자리에서 쉬면서 사기를 높일 수 있지만 전투 모드에서는 지원되지 않는 기능이며, 방어/대기/퇴각 같은 수비 타입의 커맨드는 전혀 없다.

차라리 전설의 오우거 배틀이나, 라그라록크, 바이블 마스터 시리즈처럼 맵상의 유니트 이동은 좌표 지정의 리얼 타임으로 하되 교전이 벌어진 직후 전투 모드로 돌입하면 턴제나 혹은 일시정지 및 커맨드 선택이 가능한 하프 리얼 타임 배틀로 만들었으면 훨씬 나았을 거다.

한 화면에서 수십 명의 병사들이 맞부딪치는 대규모 회전을 리얼 타임으로 구현하고 싶었다면, ‘퍼스트퀸 4’로 잘 알려진 ‘KSK(쿠레 소프트웨어 공방)’이 만들었던 1996년작 ‘듀얼썩세션’처럼 만들었어야 했다.

거기선 3D 폴리곤 지도에 콩알만한 유니트들이 부대 단위로 우르르 몰려나와 싸우는 대회전 전투가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데, 부대의 행동 방침을 이동 좌표를 찍어주는 것만으로 할 수 있지만 병과 상성 개념, 매복, 다양한 부대 진형, 지휘관 성격에 따라서 바뀌는 부대 행동 패턴 등등 게임 시스템에 분명한 체계가 잡혀 있다.

본작은 그런 체계를 전혀 잡지 않아서 전략 게임인데 전략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게 오직 이동 좌표 찍는 거 하나 뿐이라 그 이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게임 난이도만 지독하게 높아진 거다.

본작의 전투 팁은 이동시 사기가 떨어져 공격력/방어력이 감소하니 적이 오길 기다렸다가 교전을 벌이고, 지원 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티다가 합류해서 싸우는 것과 거리가 가까운 적 부대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공구리쳐서 각개격파한다. 이런 것 정도 밖에 없다.

문제는 CPU의 부대 조작이 상당히 구려서 지원이 와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순식간에 전멸해 전장을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거다.

부관 알림 메시지가 전장에 있던 적, 아군을 포함한 전 부대의 전열 합류, 전투 준비, 위험 신호, 전장 이탈을 하나도 빠짐없이 일일이 다 보고하는데 스킵도 안 되고 알림을 오프시킬 수도 없어 플레이의 맥을 끊어 먹는다.

장수 능력치는 기본 스테이터스 수치 이외에 공격력/방어력/기동력/부대 사기로 세밀하게 나뉘어져 있는 반면, 장비 개념이 없고 부대 유니트 편성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경험치 1000을 벌어야 레벨이 1씩 오르는데 집단 전투 위주의 게임이다 장수 하나로 일인무쌍을 찍을 수 없어 레벨 노가다가 아예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미션 1개당 1~2레벨 정도 밖에 안 오르는데 어차피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면 출전 장수들 레벨이 1씩 올라 있다.

문제는 법호가 전사하면 게임 오버인 데다가, 법호의 친구인 양석이 전사해도 게임 오버라서 난이도가 미칠 듯이 높다는 거다.

레벨 노가다 하기 전에 장수가 먼저 전사하는 일이 허다해서 난이도가 자비가 없어 사람이 하라고 만든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용패, 연희 같은 조연 캐릭터는 스토리상 합류하는 동료인데.. 전투에서 부대 유니트가 전멸하고 본인 HP도 0으로 떨어지면 전사처리 돼서 그 다음 미션부터는 엔트리 멤버에서 아예 삭제처리 된다.

그렇게 전사 처리 되지 않는다고 해도, 애초에 동료들은 합류 이벤트 때나 자기 대사를 갖고 있지. 합류한 뒤에는 대사가 일절 없어서 그냥 법호 부대의 부대장 1 정도의 비중 밖에 없다.

본편 스토리의 인터미션 부분에서 불라불라 떠드는 건 오직 법호와 양석 둘 밖에 없다. (다른 동료들 전사하면 엔트리 멤버에 삭제되는데 양석만 특별 취급 받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도 용패, 연희, 포룡 등 조연 캐릭터들은 그래도 자기 전용 썸네일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이외에 나머지 캐릭터는 전부 클론 무장이라 초상화 하나를 돌려쓰기도 한다.

맵 그래픽은 3D인데 해상도가 매우 떨어져서 3D 게임을 표방하는 게 부끄러울 지경이다.

어설픈 3D 배경만 만들어 놓고선 최적화를 시키지 않아서 화면 시점 이동이 커서가 바닥에 착 달라붙은 것처럼 되어 있는데 절벽/언덕 지형 같이 지대가 높은 맵에서는 해당 지형이 확대되면서 거기에 가려져 다른 게 보이지 않는 일이 많다.

그래픽만 나쁜 게 아니라 게임 조작 인터페이스도 엄청 불편해 플레이 의욕을 뚝뚝 떨어트린다.

맵 자체가 별로 넓은 편도 아닌데 게임 화면을 움직이는 게 굉장히 불편하다.

화살표 방향키 위, 아래를 누르면 화면 시점이 상승, 하강하고 화살표 방향키 좌, 우를 누르면 화면 시점이 해당 방향으로 회전해 360도로 돌아간다.

뭔가 다채로운 시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유니트 움직임이나 액션이 다양한 게 아니다 보니 정말 쓸모없는 기능이다.

시점 회전은 그렇다 쳐도 시점 상승/하강은 줌인/줌아웃 개념이 아니라 그냥 시점을 살짝 들었다 놓는 수준이라서 대체 왜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간다.

시점 이동은 마우스 커서를 화면 바깥쪽으로 움직이거나, 키보드 알파벳 WSAD로 상하좌우 이동이 가능한데.. 문제는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면 화면도 같이 움직인다는 키 설정 때문에 부대 지정해서 행동 방침 정할 때 화면이 고정되지 않고 마우스 커서 방향과 같이 움직여 되게 불편하다.

진행 불가능한 버그도 산더미처럼 많은데 예를 들어 부관 알림 메시지의 무한 반복이나, 적 부대의 대장이 HP가 0인데도 퇴각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는가 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주인공 법호의 HP가 뚝뚝 떨어져 죽는 것 등이 있다.

일반 버그도 많아서 적 부대의 장수를 먼저 해치우면 그 부대의 남은 병사들이 무적 상태가 되어 그 자리에 굳어 버린다거나, 부대 병사들이 전멸하고 장수 혼자만 남았을 때는 적에게 일체 데미지를 입힐 수 없는가 하면, 적 부대가 이미 전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아군 부대가 딱 멈춰선 채 텅 빈 허공을 향해 공격을 하는데 이동 커맨드가 먹히지 않는 일도 있다.

황당한 건 이런 버그를 이용한 전투 팁도 존재한다는 것인데 장수 사망 시 부대 병사들이 무적 상태로 멈추는 버그가 적뿐만이 아니라 아군한테도 적용돼서 아군 부대를 1개를 희생양으로 삼아 적 부대 귀장의 발목을 묶을 수 있다는 거다.

근데 사실 이거라도 쓰기 편했다면 어려운 난이도를 극복할 구명줄이 됐겠지만.. 현실은 개별 타겟팅을 지원하지 않는 관계로 적의 이동 동선을 파악해서 무작정 아군 부대를 통째로 꼴아 박아야 되니 버그 활용 전법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상적인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버그가 많아 이건 뭐 유저 기만 수준이라서 게임 출시에 앞서 최소한의 테스트 플레이도 해보지 않은 것 같다.

90년대 당시 한국 게임 업계에 출시전 테스팅이나 QA의 존재 자체가 없어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새삼스럽지만 QA의 중요성이 절실히 느껴진다.

개발 비화를 보면, 게임 컨셉은 제작 기년 2년이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10명도 채 안 되는 적은 개발진에 달랑 9개월 만에 만들어 급하게 출시한 것이라고 하니 게임이 엉망진창이 될 수밖에 없다.

프로모션 동영상은 완전 낚시로 캐릭터 대화는 인터미션에서 텍스트창에만 나오지, 3D 캐릭터가 나와서 대화를 하는 장면은 일절 없고. 전투 때 일기토를 연상시키는 연출 따위는 나오지 않으며 공성전이나 성내 전투의 개념이 없어 거의 모든 전투가 야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션 승리 조건이 ‘성을 점령하라!’ 이렇게 나오고 맵 상에 성이 있어도 성에 들어가는 개념이 없다. 그냥 성 근처에 가면 적 부대가 출몰해서 접촉시 전투가 벌어질 뿐이다.

필드 맵상의 성을 클릭하고 좌측에 뜬 성 이름에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해당 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뜨는데 그런 설명이 있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다.

공성전의 리얼 타임 대회전도 구현 불가능한 건 아니다. ‘호쿠쇼’의 1995년작 ‘와룡전 삼국제패의 계략’에서 충분히 구현됐다.

근데 본작은 공성전이 3D로 만든 오프닝 동영상에만 나온다.

스토리도 부실한 건 마찬가지다.

‘귀장’이란 설정도 사실 갑옷 입은 언데드 몬스터에 가까워서 그다지 새롭지도 않고, 게임 내에서는 아군 소속인 연 나라에서 타국을 정벌하면서 귀장 제조 기술을 전수 받았다고 나오지만 정작 아군 유니트로는 쓸 수 없고 적 유니트로 몇 번 나오는 게 끝이다.

그 절반의 스토리 진행 동안 하는 일이라는 게 그냥 연 나라가 타국과의 전쟁에서 연전연승을 거듭하고, 귀장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게 전부다.

애초에 주인공인 법호가 무슨 왕이나 전투 사령관도 아니고. 그냥 장군으로 승격된 지 얼마 안 된 젊은 장수라서 발언권이 강한 것도 아니고 그냥 상부에서 시키는 데로 정찰하고 싸우는 게 전부라서 드라마틱한 전개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건질 만한 건 배경 음악은 나름대로 괜찮았고 일러스트를 만화가 김태형이 맡아서 그렸다는 것 정도다. 캐릭터 일러스트를 맡았다는 것 정도다.

당시 김태형 작가는 판타지 만화인 레드 블러드를 연재하고 있던 시기라 한창 그림 포텐셜이 터진 시절이라 캐릭터 일러스트는 지금 봐도 괜찮다.

다만, 게임 외적인 일러스트가 괜찮은 거지. 게임 내적으로는 해상도가 너무 떨어져 그래픽이 나쁘다 보니 캐릭터 썸네일도 80년대 게임 느낌을 준다.

결론은 비추천. 한국 최초의 3D SRPG게임이라고 하지만 RPG 요소는 거의 없고 전략 시뮬레이션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따를 정도로 전술 개념이 없으며 저해상도의 질 떨어지는 그래픽, 게임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의 버그 투성이, 플레이 의욕을 뚝뚝 떨어트리는 불편한 인터페이스, 만들다 만 듯한 스토리 등등 안 좋은 건 모두 갖춘 졸작이다. 이 정도면 미리내 소프트 게임 사상 최악의 졸작으로 꼽을 만하다. 시대를 앞서간 역작이 아니라 시대에 뒤처진 망작이다.

그날이 오면 시리즈와 망국전기를 만들었던 한국 대표 게임사 중 하나였던 미리내의 유작이 이런 작품이란 게 정말 안타깝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생각보다 잘 팔렸다고 하는데 발매 당시 IMF 시절이라 유통사인 코가가 부도가 나서 게임 판매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미리내 소프트가 도산해 버렸다고 한다.



덧글

  • 블랙하트 2015/10/18 18:02 # 답글

    기획은 시리즈 물이었는데 시작부터 이랬으니...

    차라리 김태형의 만화로 나오는게 더 나았을듯 합니다.
  • 잠뿌리 2015/10/21 09:58 #

    일러스트는 괜찮은 편이라 김태형 만화로 나왔으면 좀 더 나은 평가를 받았을 것 같습니다.
  • 고전매니아 2018/09/06 12:00 # 삭제 답글

    해봤는데 정말 망작이더군요..리뷰 잘봤습니다~
  • 잠뿌리 2018/09/06 22:51 #

    망작 중에 손에 꼽힐 만 하죠.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063763
5872
9424844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