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코믹스] 그녀의 암캐 (2015) 2019년 웹툰





2015년에 피토 작가가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를 시작해 1부가 전 26화로 완결되고 2부 연재가 이어져 2015년 11월을 기준으로 29화까지 올라온 백합 학원 만화.

내용은 서가윤이 중학교 시절 일진한테 괴롭힘 당하던 자신을 구해준 선배 이소하를 동경하는 마음을 갖고 재회를 꿈꾸다 이소하가 입학한 비도 여고 신입생으로 들어가 마침내 재회에 성공했는데, 이소하가 자신을 보고 집 나간 애완견 해피를 닮았다며 급관심을 갖고 잘 대해주자 선배의 개가 되겠다고 자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제목과 줄거리만 보면 18금 능욕물 느낌이 강해서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여기!’란 말이 순간적으로 튀어 나오게 하는데 실제 본편 내용은 백합 순애물을 지향하고 있다.

소하가 겉으로 보면 완벽한 미소녀인 것 같지만 실은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고, 가윤은 그런 소하의 개를 자처하면서 둘만 있을 때는 개가 되어 더욱 가까워져 소하에게 숨겨진 내면을 본다.

설정은 그렇지만 실제 본편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선배인 주인과 애완견을 흉내 내는 후배라서 백합물로서 보자면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애완견 컨셉에 맞춘 리액션을 선보이면서 한편으로 애정의 감정이 개의 습성에 맞물려 개가 하면 괜찮은데 인간이 하면 위험한 것들이 나와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해 전 연령과 18금 사이를 오고가는 아슬아슬한 전개가 이어져서 그렇다. (인간 목에 채우는 개목걸이, 쓰다듬어줄 때 느끼기, 물기 습성, 전기 충격기 등등)

오히려 정통 백합물을 찍는 건 여주인공인 가윤/소하 커플이 아니라 가윤의 같은 반 옆자리 친구인 유솔과 그 솔이를 연모하는 비도 중학교 후배 연수정 쪽이다.

수정은 중학교 시절부터 동경하던 선배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고 소심한 성격이었던 건 가윤과 동일하지만, 가윤과 달리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함으로서 가윤의 지표가 되어준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과 잘되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일이 잘 안 풀리면 둘 다 멘붕해서 투닥거리는 것도 캐릭터 케미가 잘 맞아서 볼 만 하다.

솔이 같은 경우도 주변에서 고백을 많이 받는데 정작 본인은 그런 마음에 대답하기 부담스러워하지만 한편으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있어 단순히 절친 A로 끝난 게 아니라 나름 비중 있는 주역이다.

소하의 같은 반 친구인 호랑은 소하/가윤, 솔/수정처럼 커플링은 딱히 없지만, 좋은 방향이 됐든 나쁜 방향이 됐든 간에 작중 인물들의 행보에 영향을 끼치는 트럼프의 조커 같은 존재로 묘사돼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학교 일진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가윤을 괴롭히고 소하와 충돌한 정유림은 아직 마각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본작의 유일한 악역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배경, 캐릭터, 작중 인물의 갈등 관계는 대체로 무난하게 잘 나왔는데 스토리에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가윤이 소하의 개를 자처한 게 단지 사람이 개 흉내 내면서 빚어진 헤프닝이 나오는 에로 개그물로 끝날지, 아니면 가윤이 소하의 외로움을 치유해주면서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힐링물이 될지가 스토리적인 부분에 남겨진 숙제다.

모든 창작물이 그렇지만 누구나 기발한 발상을 갖고 시작할 수는 있다. 그로 인해 처음에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데 중요한 건 그 다음을 어떻게 이어가서 잘 끝내느냐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첫 인상은 강렬하지만 과연 이걸 어떻게 수습해 마무리할지가 궁금하다. (집 나간 해피가 돌아와 가윤이 소하의 개로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질 때쯤이 클라이막스가 될 것 같지만)

결론은 평작. 배경 설정, 캐릭터, 인물 간의 갈등 관계 등 백합 전골을 끓이기 위한 재료는 모두 갖춰져 있지만, 전골의 국물 맛을 내는 핵심적인 양념 소스인 여주인공 커플링이 ‘주인과 개’라서 파격적인 설정인 것에 비해 커플링의 관계 진전이 더딘 상태에서 개 흉내 내는 사람의 야릇함이란 자극적인 맛만을 강조해서 아직까지는 깊은 맛이 우러나지는 않은 작품이다.



덧글

  • 뉴런티어 2015/10/06 16:09 # 답글

    저 소재는 항상 생각만 해두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나왔을 줄은 몰랐어요(...) 뭔가 부족했던 이유는 지식들을 기반으로 한 철학이 없어서 그럴지 모릅니다. 개가 된다는 롤플레잉에 사람이 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나나와 카오루같이 외로움과 소유의 집착으로 말하기도 하고, 단순히 불안감 때문에 누군가의 품속에 숨어들어가고 싶다거나 책임감으로 묵직해진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에서 일 수도 있죠.

    굉장히 충격적인 소재지만 그래도 기이한 인간애로서 풀 수 있는 명작이 될 수 있는 소재라고 봅니다. 인간개라는 소재는요. 아마 이것을 시발점으로 좀 더 깊게 들어간 작품이 나오길 희망합니다.
  • 잠뿌리 2015/10/06 19:13 #

    인간개는 일본 만화에서 예전부터 개그 소재로 종종 쓰였던 게 기억이 납니다. 보통은, 사람 몸에 개의 뇌를 이식하거나 혹은 혼이 뒤바뀌거나 아니면 반려견을 인간 모습으로 형상화해서 패러디하는 게 많았죠.
  • 뉴런티어 2015/10/06 22:49 #

    하지만 개그말고도 진지하게 다룬 것은 본 적이 없어요. 어쩌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상징적인 요소로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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