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명 (索命.1976) 2019년 중국 공포 영화




1976년에 쇼 브라더스에서 계치홍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영제는 스피릿츠 오브 더 레이프.

내용은 예비 신혼부부 첸 리앙, 리우 마오리가 미니버스를 타고 가면서 남편은 결혼 자금으로 5년 동안 700달러를 모았고 아내는 임신 소식을 알리면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데 버스 강도를 만나 첸 리앙이 강도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홀로 남은 리우 마오리가 사기꾼을 만나 사창가에 팔려가 포주에게 강간당하고 포주와 포주의 첩에게 폭행 고문을 받다 결국 뱃속 아이까지 잃고 몸에 병까지 얻어 폐인이 된 채 간신히 빠져 나와 남편의 묘에 가서 복수를 맹세하고 빨간 옷을 입고서 투신자살해 원귀가 되어 원수들을 몰살시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 전해지는 미신 중에 여자가 빨간 옷을 입고 죽으면 원귀가 되어 나타나 복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홍콩 영화에서 종종 언급되는 것인데, 본작은 그걸 메인 소재로 삼은 것이다.

그 미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나왔으면 좋겠지만.. 작중에선 죽은 시체를 치우러 온 인부들이 빨간 옷 입고 죽은 여자 귀신은 원귀가 되어 돌아오니 그거 만지면 재수 없다고 지나가는 대사로 언급한 게 전부라 디테일이 좀 떨어진다. (최소한 미신의 이름이라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작품에선 ‘홍포마귀’정도로 밖에 안 나와서 원전이 되는 미신의 제목을 모르겠다)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다.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의 정점을 찍은 여주인공 리우 마오리가 자살을 해서 원귀로 돌아와 복수하는 것이다.

여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매우 불행하고, 작중 악역들이 저지른 만행이 패악무도한 짓거리라서 원귀의 복수극을 위한 무대는 완벽하게 갖춰졌다.

복수의 타겟은 사기꾼, 사창가 포주&포주의 첩, 버스 강도 일당으로 옴니버스 스토리처럼 각각 따로 진행된다.

첫 번째 타겟은 사기꾼은 유독 안구를 이용한 연출이 많이 나온다.

여주인공이 죽은 자리에 돌출된 안구 두 개가 남아 있는 게 원귀 등장의 전조와 같이 나오는데, 이를 토대로 사기꾼이 눈알에 관한 환영에 시달리다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다.

진주가 담긴 케이스에 진주 대신 눈알이 담겨 있다거나, 조막만한 찐만두를 먹었는데 이상해서 뱉어보니 눈알이라 급기야 숟갈로 자기 눈알을 파내고 정신병원에서 탈출해 쇠창살에 박치기를 해서 셀프 안구 격파를 하는 등등 원조 안구 격파 성애자 루치오 풀치 감독이 보면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눌러줄 것 같다.

두 번째 타겟은 사창가 포주와 포주의 첩은, 포주의 첩이 원귀에게 빙의 당해 배가 산처럼 부풀어 오르고 온몸에 종기가 난 채로 식칼을 들고 포주를 죽이려고 하다가 카운터 맞고선 녹색 진액을 흘리며 죽는데 엑소시스트 느낌이 난다.

사창가 포주는 원귀가 변신한 미녀의 미인계에 넘어가 잠자리를 갖기 직전 녹색 독약을 먹고 죽는데.. 그 독약이란 게 비아그라 독인지 거시기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빳빳하게 굳어서 자살해 죽은 시체의 그것조차 발딱 서 있는 것으로 나와서 사실 이건 무서운 장면인지, 웃긴 장면인지 모르겠다.

무서운 장면이라고 하기엔 상황이 너무 개그적인데 그렇다고 웃긴 장면이라고 하기에는 독약에 중독된 사창가 포주가 카메라를 향해 쪼밍와~ 쪼밍와~를 외치며 엄청 고통스러워하다가 자해를 하기 때문에 웃을 수가 없었다.

세 번째 타겟은 버스 강도 일당 3인조인데, 이중에 리더인 리방과 막내인 첸링이 나오는 극후반부 내용이 꽤 볼만하다.

리우 마오리의 원귀가 깃든 붉은 옷울 회수해 공양해주는 절에 찾아가 여승이 원귀인 줄 알고 해치려다가, 불단 앞에서 긴 머리를 치렁치렁 내린 채 목탁을 두들기는 원귀와 조우해 참살당하는 씬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불가의 힘조차 원귀를 억누를 수 없다는 걸 반증하면서 동시에 원귀가 스님처럼 목탁을 두드리며 자신을 향해 원수가 휘두른 식칼을 물리반사시켜 반대로 상처 입히다 최후에는 셀프 참수시키는 게 본작의 하이라이트 씬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리가 날아갈 때 목 위로 분수처럼 치솟는 게 본래는 붉은 피가 되어야겠지만 본작에서는 하얀 물이 분사되는데 이건 70~80년대 무협 영화에서 흔히 나온 연출이다.

본작은 호러 영화지만 본작의 제작사인 쇼 브라더스는 무협 영화로 유명한 곳이다.

원귀가 복수를 끝마치고 여승이 원귀의 붉은 옷을 불단 앞에 두고 목탁을 두드려 자체발화시켜 성불시킴으로써 이야기가 끝을 맺는데 원귀 복수극으로선 나름대로 깔끔한 마무리다.

만약 여승에 의해 원귀의 복수가 저지당했다면 개운하지 못한 결말이 됐을 것 같다.

결론은 평작. 중국 민간 전설을 베이스로 한 ‘붉은 옷의 원귀’ 소재는 흥미로운데 설정 묘사의 디테일이 좀 떨어지고 본편 스토리가 너무 단순한 게 흠이지만, 원귀의 복수극으로서 완벽한 무대를 갖추고 뒤끝을 남기지 않은 채 본편에서 확실히 복수를 마무리 지었기 때문에 거기에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작중에 원귀의 타겟이 되어 미치거나 혹은 중독되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카메라 렌즈에 얼굴을 들이밀고 발광하는 연출이 원귀의 눈알로 지켜 보는 듯한 느낌을 줘서 꽤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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