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와 드라큘라의 보물 (Santo en el tesoro de Drácula.1969)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69년에 멕시코에서 르네 카르도나 감독이 만든 산토 시리즈의 20번째 작품.

내용은 멕시코 레슬러 엘 산토가 타임머신을 발명해 드라큘라 백작의 보물을 찾기로 해서 시간여행 요원으로 세자르 교수의 딸인 루이자가 선택되어 타임워프를 했다가 보물을 찾기는커녕 드라큘라 백작에게 피를 빨려 흡혈귀가 되는 바람에 드라큘라 백작의 숙적인 반 롯스 교수한테 퇴치당해 현대에 있던 산토 일행이 타임머신을 역가동시켜 루이자를 현대로 되돌려 살려냈는데..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정체불명의 검은 가면남이 산토와 대립을 하면서 드라큘라 백작의 보물을 찾으려다 그만 그를 현대에 부활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산토는 멕시코의 루차 레슬러로 본인이 직접 출현한 실사 영화가 1958년에 처음 나온 이후 1982년까지 수십 편이 넘게 나왔다.

본작에선 산토가 무려 타임머신을 발명한 천재 과학자 기믹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그건 그냥 배경상의 설정일 뿐. 실상은 기존의 산토 영화와 동일하다.

악당들을 헤머링, 춉으로 제압하고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바디 슬램도 한번 써주며, 극 중반부에 실제 프로 레슬링 위에서의 경기 장면을 우겨 넣었다.

드라큘라 백작이 나오는 과거 파트는, 드라큘라 영화의 모방이다. 반 헬싱 교수 이름을 반 롯스 교수로 바꾸기만 했지, 드라큘라 백작의 가명인 알루카드의 철자를 옆으로 돌려 트루 네임을 밝혀내는 트릭 등 드라큘라 영화에서 이미 써먹은 걸 재탕했다.

근데 완전 다 베낀 건 아니다. 이상한 쪽으로 오리지날 요소가 있다.

이 작품 부제가 무려 ‘뱀파이어와 섹스’인데 노멀 버전과 성인 버전 등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다.

그 때문에 노멀 버전에서도 드라큘라 백작이 여자들을 습격할 때 대뜸 앞섬을 풀어 헤쳐 맨 가슴을 드러내게 하고, 동굴 속 본거지에 있는 여자 드라큘라들이 알몸으로 나오는 것이다.

성인 버전에는 포르노 영화의 일부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노멀 버전에는 가슴 노출과 누드 정도만 나온다. 드라큘라 백작이 자고 있는 루이자를 덮칠 때 흡혈하기 전에 성행위를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직접적인 묘사는 나오지 않는다.

산토 일행은 속편하게 비밀 기지에 있는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루이자의 행적을 시청하고 있어서 과거 파트와 현재 파트가 완전 따로 놀고 있다.

현재 파트에서는 검은 가면남이 산토와 대립하면서 자신의 아들인 아틀라스를 산토와 프로 레슬링 대결을 시킨다.

스토리 중간에 뚝 끊어 버리고 대뜸 프로 레슬링 경기를 넣는 건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황당하게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게 산토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다.

산토와 아틀라스의 경기는 루차 레슬링으로 진행되서 산토의 공중 살법 기술이 어지간한 건 다 나온다. 플라잉 크로스춉에 스완다이브식으로 들어가는 플라잉 헤드벗, 그리고 로프 바깥으로 몸을 던지는 수어사이드 다이브 등등 문자 그대로 훨훨 날아다닌다.

링 밖에서의 산토와 가면남 일당의 대결은 헤머링과 춉 위주의 타격전이라서 오히려 좀 심심한 편이다.

과거 산토 영화에서는 산토가 싸우다 자빠졌을 때 악당이 달려오면 두 발만 가지고 배대던지기를 하며 카운터를 쳤는데, 본작부터는 그냥 발로 밀어내고 벌떡 일어나는 기상 공격으로 바뀌었다.

현대 파트에서 산토 VS 검은 가면남의 대립 구도가 워낙 명확해 드라큘라 백작이 끼어들 만한 구석이 없다.

드라큘라 백작의 보물이라면서, 보물 탐색보다 검은 가면남과의 대립이 심화되서 드라큘라가 들어갈 건덕지가 없다. (애초에 모든 사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보물이라는 게 기껏해야 목걸이 하나 뿐이라 왜 겨우 이거 가지고 그 사단을 일으킨 건지 모르겠다)

산토가 드라큘라 백작과 직접 대면하는 건 영화 끝나기 약 3분 전이다.

근데 드라큘라 백작이 루이자를 최면술로 홀려서 데리고 가고, 뒤늦게 쫓아온 산토 일행은 그물 트랩으로 묶어 놨는데.. 갑자기 동굴 천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햇빛이 들어와 거기에 노출되어 소멸되기 때문에 실제로 둘이 맞붙어 싸우는 일은 한 번도 없다.

즉, 퍼스트 컨텍트(첫번째 조우)를 하기 무섭게 영화가 끝났다는 거다. 이건 소드 마스터 야마토급이라고도 할 수 없는 초속 전개다.

무슨 3분 카레마냥 3분 만에 뚝딱 끝나는 라스트씬을 위해 전체 러닝 타임 약 80여분짜리 영화에서 40분을 드라큘라 백작 이야기를 한 건 정말 비효율적인 일이다.

결론은 비추천. 산토 VS 드라큘라 백작의 대결 구도는 컬트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소재지만 실제 본편 내용은 산토 VS 검은 가면남의 대결 구도가 핵심적인 내용이며, 드라큘라 백작의 존재와 보물의 비중이 극도로 떨어져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어거지로 쑤셔 넣고선 최소한의 정리조차 하지 않아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노멀 버전은 1968년에 나온 것으로 르네 카르도나 감독이 성인 버전의 존재를 알리면서도 그것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는데, 2011년에 본작을 만든 영화사 칼데론의 금고에서 무삭제 성인 버전 필름이 발견됐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그걸 복원해 공개하려고 심의를 신청했는데 엘 산토의 아들인 델 산토가 본작의 무삭제판으로 인해 아버지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며 심의 자체를 반대했지만, 결국 심의에 통과해 2011년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속해 있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다이아나 극장에서 개봉을 했고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호러 영화 페스티발에도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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