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Curtains.1983) 슬래셔 영화




1983년에 리처드 치업카 감독이 만든 캐나다산 슬래셔 영화.

내용은 여배우 사만다 셔우드가 영화 감독 조나단 스트라이커의 작품에서 미친 여자 오드라 배역을 맡았는데 연기에 몰두한 나머지 진짜 미쳐서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조나단 감독은 새로운 오드라 배우를 찾기 위해 자신의 저택에 코미디언 패티 오코너, 베테랑 여배우 브룩 파슨스, 댄서 로레인 썸머, 음악가 타라 드밀로, 피겨 스케이팅 선수 크리스티 번스 등 다섯 명의 후보를 초대했는데.. 사만다가 복수하기 위해 정신병원에서 탈출해 스트라이커의 저택에 무작정 찾아온 뒤. 노파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살인마가 새 배우 후보들을 하나 둘씩 살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와 캐릭터 설정, 갈등 관계를 놓고 보면 사이코 스릴러의 요건을 갖췄지만, 정작 이야기를 풀어나간 방식은 슬래셔물이다.

노파 가면을 쓴 살인마가 사람들을 참살하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작중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걸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 눈치를 채기는커녕 살인마의 기습 공격을 받고 죽어나가기 바쁘다.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마땅히 없는 상태에서 작중 인물들이 뭘 어떻게 해보기도 전에 다 죽어 나간다.

살인마의 정체와 살인 동기에 대한 걸 막판에 보여주고 그게 핵심적인 반전 설정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내용 진전 없이 주인공의 부재인 상태에서 떼몰살 루트로 돌입하니 뭔가 스토리가 텅텅 비어 있는 느낌마저 준다.

데드씬 수위도 꽤 낮은 편이라 암시만 하지 직접적인 묘사는 잘 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데드씬 없이 죽은 시체만 발견된 캐릭터가 몇몇 있어서 비주얼적으로 되게 심심하다.

작중 고어하다고 할 만한 부분은 화장실 변기에서 희생자의 잘린 머리통이 발견되는 씬 정도 밖에 없다. 그것도 아주 잠깐 나오고 만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씬은 두 개 밖에 없다. 하나는 첫 번째 희생자 발생 씬. 다른 하나는 클라이막스 전개다.

첫 번째 희생자인 크리스티 번스는 카세트 라디오로 팝송을 틀어 놓고 숲속에 있는 눈 덮인 호수 위에서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데, 음악이 뚝 끊겨서 주위를 둘러보다 눈속에 건전지와 함께 파묻힌 인형을 발견했다가, 그 순간 멀리서 노파 가면 쓴 살인마가 한손에 시퍼런 낫을 들고 스케이팅하면서 다가와 참살하는 씬으로 이 부분은 꽤 임펙트가 있었다.

클라이막스 때는 작중 인물들이 뗴몰살 당한 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타라가 저택 내 창고에서 노파 가면 살인마와 조우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데 그 부분은 나름대로 긴장감이 있었다.

사실 본작의 살인마가 스펙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서 한 번 놓치고 다시 붙잡으러 가거나 카운터 공격을 얻어맞고 쓰러지는 등 뭔가 허점투성이지만, 음산한 배경 음악, 좁은 소품실 배경의 버프를 받아서 최소한의 활약은 했다.

엔딩 때 나오는 사건의 진범 반전은 흔해 빠진 내용이라 별로였다.

작중 인물 중 엔딩 직전까지 단 두 명 살아남았는데 그 중 한 명이 줄거리만 보면 범인이 유력한 사만다와 반대로 전혀 범인같이 보이지 않은 인물인데 딱 봐도 견적이 잡힌다.

나름 쇼킹한 반전이라고 준비한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별 감흥이 없었다. 사건의 진범에 대한 떡밥을 던져 놓고 회수한 것도 아니고 범인의 범행 동기가 좀 급조한 티가 많이 난다.

결론은 비추천. 노파 가면의 기괴한 디자인과 80년대 당시엔 드물었던 여자 살인마가 나오는 슬래셔물, 인형을 통해 알리는 살인마 출현의 전조, 음산한 배경 음악은 나름대로 괜찮지만.. 주인공이 부재인 상태에서 급하게 떼몰살 루트로 들어가 부실해진 스토리와 너무 낮은 고어 수위로 인해 심심한 비주얼까지 더해져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어 재미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자체가 꽤나 불안정하다. 리처드 치업카 감독이 제작자 피터 R 심슨과 불화가 생겨 하차했다.

리처드 치업카 감독은 하우스 스릴러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피터 R 심슨은 당시 유행하던 상업적인 슬래셔물을 만들고 싶어 해 충돌한 것이다.

리처드 치업카 감독 하차 후 제작자 피터 R 심슨이 감독을 맡아 남은 부분을 마저 다 만들어 완성했다. 그래서 처음 기획한 내용에서 삭제된 분량이 꽤 있다고 한다.

그 때문에 1982년에 작품이 완성 된 뒤, 감독에 리처드 치업카 이름을 빼고 작중 존 버논 배역을 맡은 감독 캐릭터 조나단 스트라이커의 이름을 집어넣었으며 1년 후인 1983년에 정식 개봉했다.

즉, 본래 리처드 치업카 감독이 만들었지만 중간에 하차해서 영화 속 캐릭터의 이름을 넣어 버린 거다.

덧붙여 본작에서 패티 오코너 배역을 맡은 린 그리핀의 회고에 따르면, 본래 엔딩 컷은 사건의 진범이 연극 무대에서 죽은 피해자들에게 둘러쌓인 상태에서 독백하는 장면이었다고 하는데 영화 본편에는 끝내 사용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서 사건의 진범이 정신병자들 앞에서 독백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하우스 스릴러로 기획된 작품이 슬래셔물이 되서 폭망한 것으로, 초자연적인 현상만 없다 뿐이지 저주 받은 영화라고 할 만한데, 처음 기획한 의도대로 하우스 스릴러로 끝까지 만들어 완성됐으면 훨씬 나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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