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고 (マタンゴ.1963) 몬스터/크리쳐 영화




1963년에 토호에서 혼다 이시로 감독이 만든 SF 호러 영화.

내용은 카사이 사장이 친구인 요트 선장 사쿠다 아요유키에게 거금을 주고 추리작가 요시다 이츠로, 가수 세키쿠치 마미, 심리학 조교수 모라이 켄지, 여대생 사쿠라 아키코 등 사회 상류층 인사들과 호화 요트에 타서 선원 요코야마 센조까지 7명이 유럽 여행을 떠났다가 폭풍우를 만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됐는데.. 산 위에서 난파선을 발견해 조사한 결과, 약간의 비상식량과 항해일지를 찾아냈고 날마다 사람들이 없어지며 버섯을 먹지 말라는 경고문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이 금기를 어기고 버섯을 먹었다가 자제력과 이성을 잃고 서로 시기하고 싸우다 버섯 인간 마탄고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 SF 작가 윌리엄 호프 호지슨이 1907년에 발표한 소설 ‘더 보이스 인 더 나이트’를 원안으로 삼아 영화로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던 사람들이 어떤 섬에 표류하게 됐다가 겪는 일은 같은데 원작에서 곰팡이 인간으로 나온 게 이 작품에서는 버섯 인간으로 나온다.

사회 상류층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버섯 먹고 정신줄 놓은 채 마각을 드러내 서로 반목하다가 버섯 인간이 되는 전개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60년대 영화다 보니 요즘 관점에서 보면 연출이나 분장이 본의 아니게 웃음을 자아내 호러물로선 전혀 무섭지 않지만 스릴러로서는 나름대로 긴장감이 있다.

버섯을 먹으면 자제력과 이성을 잃어 정신줄을 놓는다가 초중반의 핵심 포인트라서 작중 인물이 나사가 풀려서 너도 나도 깽판을 치는데 그 부분이 스릴있다.

중간에 분위기 깨는 연출이 나오는 건 60년대 영화라서 어쩔 수 없는 건지, 아니면 감독 색깔이 본래 그런 건지 알 수가 없다.

버섯 숲에서 마미랑 아키코가 이리 와서 버섯 좀 먹어보라고 손짓하는 장면은 무슨 버섯 CF 찍는 것 같고, 마미의 유혹에 넘어가 버섯을 처묵처묵한 카시다 사장이 보게 된 환영이 도쿄의 클럽에서 야시시한 옷 입은 댄서들이 춤추는 장면이라서 내가 지금 보는 이 영화가 호러 영화 맞는지 순간 헷갈렸다.

후반부에 들어서 버섯 인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부터 본작의 장르가 스릴러에서 SF 특촬 괴수물로 바뀌기 때문에 과연 고질라로 유명한 토호답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작중 마탄고는 최대 신장 2.5미터에 30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거대 버섯 인간으로 어느 나라에서 실시한 핵실험으로 태어난 버섯을 인간이 먹고, 전신이 균사체에 뒤덮였다가 버섯 인간으로 재탄생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동료들이 버섯을 먹고 거대 버섯 인간이 되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모라이 교수와 아키코를 노리고 난파선에 쳐들어오는데 그 부분만 따로 놓고 보면 완전 좀비물이 따로 없다.

모르고 보면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밤’ 아류작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이 시체들의 밤보다 4년 먼저 나왔다. (시체들의 밤은 1968년에 나왔고 마탄고는 1964년에 나왔다)

마탄고와 좀비의 차이점은 외형이 다른 것도 있지만, 좀비는 사람을 잡아먹어 전염시키는 반면. 마탄고는 사람을 붙잡아 버섯 숲으로 데리고 가서 버섯을 처묵처묵시켜 전염시키는 차이가 있다.

좀비 같지만 좀비와는 또 다른 크리쳐로서 고유한 매력이 있는데 아쉬운 건 생각보다 출현씬이 적다는 거다. 마탄고가 나오는 분량이 영화 전체를 다 합쳐서 10분이 채 안 된다.

좀 더 마탄고의 분량을 늘렸다면 괴수물로서 더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히려 이 영화보다 후대에 나온 일본의 괴기 서적, SF 서적에 기재된 마탄고 설정이 더 디테일하고 영화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까지 상세히 추가됐다.

결론은 추천작. 60년대 영화라서 좀 촌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아 있고 호러물로선 별로 무섭지 않지만, 무인도에 갇혀 고립된 사람들이 모종의 이유로 하나 둘씩 미쳐가고 반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꽤 스릴이 있고 버섯 괴물 마탄고의 존재감과 매력이 있어서 생각보다 더 볼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마탄고란 이름은 버섯의 일종인 마마단고에서 따오고 버섯 소품은 발포 우레탄을 사용해 만들었고 하며, 작중에 배우들이 먹는 버섯은 쌀가루를 반죽해 만든 찐 과자였다고 한다.

덧붙여 본작의 등장인물은 모델이 된 실제 인물들이 따로 있는데 그게 영화 관계자들이라 프로듀서가 화를 냈지만 감독이 제작을 강행했다고 한다.

추가로 에닉스에서 만든 RPG 게임 드래곤 퀘스트에 등장하는 버섯 괴물 마탄고는 이 작품에서 따온 캐릭터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보다 먼저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들이 몸에 피어난 버섯을 먹고 버섯이 되어 버린 설정이 나온 작품은 미즈키 시게루 선생이 1961년에 발표한 단편 ‘화조’다.



덧글

  • 역사관심 2015/09/22 23:22 # 답글

    보고 싶어지는 영화군요. 이런 영화들이 막 나올 수 있던 시대가 그립습니다 (하긴 요즘도 간혹...제목을 잊었는데 올해 나온 한국 저예산 영화중 정줄을 놓은 영화가 있었는데요... '무슨 집'이던가 하는).
  • 잠뿌리 2015/09/23 20:09 #

    '무서운집'입니다. 아직 보지 못했는데 영화평이 괜찮다는 말이 많네요.
  • 역사관심 2015/09/23 21:20 #

    아 맞습니다!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ㅎㅎ
  • 명탐정 호성 2015/09/23 21:33 # 답글

    저 사건의 진짜 초안은 남자 여러명과 여자 한명이 무인도에 갖혀서 남자들이 죽은 사건일겁니다.
  • 잠뿌리 2015/09/30 19:09 #

    무인도에 갇혀 있다가 그런 사단이 난 것은 동일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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