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 호러 (Paganini Horror.1989) 2019년 전격 Z급 영화




1988년에 루이지 코지 감독이 만든 이탈리아산 호러 영화.

내용은 슬럼프에 빠진 인기 록가수 케이트가 자신을 미스터 피켓이라 소개한 노인으로부터 전설적인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가 악마와 계약해서 받았다는 악보를 구입해 ‘파가니니 호러’란 이름의 앨범으로 내기 위해 파가니니가 최후를 맞이한 폐저택으로 프로모션 비디오를 촬영하러 갔다가 현장에서 파가니니의 곡을 연주하자 악마가 나타나 일행들을 하나 둘씩 죽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루이지 코지 감독은 우주구급 스케일의 쌈마이 영화 ‘헤라클레스의 모험’ 시리즈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손에 꼽힐 만한 졸작으로 IMDB 평점 낮은 영화 순위를 꼽으면 항상 빠지지 않고 올라갈 정도로 대단했다.

지금 현재는 IMDB 평점 3.7을 기록했지만 한 때는 그 유명한 ‘트롤 2’보다도 더 낮은 점수를 기록한 바 있다. (트롤 2의 IMDB 평점 현재 점수는 2.7이다)

파가니니는 실존 인물로 19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연주가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음악의 재능이 있어 독학으로 배운 연주와 테크닉으로 전 유럽을 석권하고 후세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당대는 물론이고 지금 현재까지 그 누구도 따라 하기 힘든 연주라서 살아생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대가란 설이 공공연히 떠돌아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란 별명까지 얻고, 건강 악화와 투자 실패로 인해 재산을 날려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고, 사후에는 고향 인 제노바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조차 교회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가 아들인 아킬레의 노력으로 36년 만에 땅에 묻혔다고 전해진다.

줄거리만 보면 파가니니가 중요한 키워드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별게 없다. 파가니니의 악보를 연주하면 악마가 나타나고, 그 악마에게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누군가 음모를 꾸민 것이란 게 핵심적인 내용이라 사실 파가니니는 중요하지가 않다.

초반부에 미스터 피켓이 케이트 일행에게 파가니니의 악보를 팔고 받은 돈을 건물 옥상 위에서 뿌리는 것부터 시작해 파가니니의 저택에서 프로모션 비디오를 찍는 케이트 일행이 슬래셔 무비식으로 촬영을 하다가, 악마 파티 컨셉으로 연주를 하는데 연주가 복장에 청동 가면 쓴 악마가 나타나 바이올린 끝에서 칼을 사출시켜 그걸로 사람을 찔러 죽이는 것 등등 분위기가 그럴듯하게 흘러가는데 문제는 그 이후다.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뒤부터 이어지는 내용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폐저택 안에 파랑 조명을 켜놓고 쓸데없이 분위기를 잡아 놓고선 하는 게 그냥 돌아다니는 것 밖에 없다. 악마와 마주치는 것도, 트랩이 작동하는 것도,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문자 그대로 등장인물들이 저택 안을 돌아다니기만 한다. 그것도 혼자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셋 이상이 우르르 몰려다닌다.

밖으로 도망가려고 하면 갑자기 전기 충격이 가해져 푸른색 전류에 감전되는 연출이 나오는데 그렇게 유치할 수가 또 없다. 이 감전 연출이 한두 번 나오는 게 아니라 자주 나온다.

오프닝에서 엄마가 거품 목욕 하는데 딸이 악마 들려서 헤어 드라이기를 욕조에 빠트려 패륜 살인을 저지르는 씬에서도 감전 연출이 나온다. (사실 이것도 호러 영화 사상 역대급 멍청한 데드씬이다. 이 무슨 위기탈출 넘버원도 아니고)

중간에 딱 한 번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 한 명과 조우한 것 이외에는, 중반부부터 후반부까지 약 40여분에 가까운 분량 동안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파랑 조명 깔아 놓은 폐저택 안을 돌아다니고 자기들끼리 블라블라 떠들고 패닉 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하는데 이 부분이 정말 끝장나게 재미가 없다.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전격 결계가 쳐져 있어 감전 당하니 도망칠 수는 없다고 쳐도, 어디에 숨는 것도, 저항을 하는 것도 아니니 극적 재미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생존자 셋이 몰려다니면서 서로 말을 주고받는데 정신이 없고, 패닉 상태에 빠진 것 자체에 대한 리액션은 굉장히 요란하게 하는 반면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가거나 혹은 스토리에 어떤 큰 영향을 주는 그런 캐릭터는 전혀 없어서 총체적인 난국이라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생존자 셋 중에 케이트 밴드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라비니아의 최후씬만 유독 튀는데, 아무 것도 없는 무형의 막에 갇혀 판토마임 하듯 얼굴이 유리창에 짓눌려 끔살 당하는 씬이다. 무려 20초씩이나 나온다!

작중 인물 데드씬이 평균 10초가 채 안 되고 심지어 죽는 모습도 안 나온 채로 리타이어한 캐릭터가 많다는 걸 감안하면 대단한 거다. (디아블로 3로 따지면 쿨감 10초와 20초의 차이는 엄청 나다)

악마 같은 경우, 파가니니의 곡을 거꾸로 연재하면 나타나는데 분장에 공을 들인 것도 아니고, 쓰는 기술도 기껏해야 바이올린으로 여주인공 뒤통수를 살짝 터치해 기절시키거나, 바이올린 칼로 찔러 죽이는 게 전부라 특수효과 하나 안 들어가서 출현 분량이 전체를 통틀어 5분도 채 안 되고 심지어 대사 한 마디 없어서 대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 악마의 행적 중 유일하게 인상적인 건 홀로 살아남은 여주인공 케이트를 바이올린 케이스를 닮은 관에 선 채로(산 채의 오타가 아니라 선(서있는) 채다) 집어넣고서 바이올린을 연주해 불꽃을 피워 태워 죽이려다가 아침 해가 뜨자 뒈짓하는 씬이다.

주인공 일행이 저항다운 저항을 한 것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대응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도망치고 숨은 걸 쫓아가고 찾아낸 것조차 아닌 상태에서 연주가 악마가 일방적으로 사람들을 몰살시킨 것인 데다가, 여주인공이 의식을 되찾고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죽이려고 하다 아침 해 보고 뒈짓하니 호러 영화의 악역 중에 역대급 멍청한 최후다.

엔딩에서 흑막이 나오긴 하는데 오프닝 때 나온 꼬마가 어른이 되어 다시 나타난다. 문제는 아무런 복선도 암시도 주지 않은 채 뜬금없이 그녀가 파가니니 저택의 관리인이며 악마와 계약을 해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바친다는 설정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본편 스토리와 아무 관계없어 보였던 멍청한 데드씬으로 시작한 오프닝을 어거지로 엔딩과 연결시킨 것이라 그거 하나 때문에 여주인공을 마지막에 가서 처리했기 때문에 스토리가 허술한 걸 넘어서 허접하다.

결론은 비추천. 실존 인물인 파기니니의 악마 계약설을 소재로 삼은 건 그것만 보면 그럴 듯 해보이지만.. 실제 영화 본편 내용은 눈이 아플 정도로 시퍼런 조명부터 시작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며 집안을 돌아다니는 끝장나게 재미없는 스토리와 유치찬란한 연출, 존재감을 논하기 이전에 그 어떤 액션 하나 제대로 못하는 등장인물과 전체 출현 분량이 5분도 채 안 되는 왜 나왔나 싶은 악마의 존재 등등 호러 영화 사상 역대급으로 못 만들고 재미없는 작품이다.

보는 내내 지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는데 감독이 디아블로3 부두술사 혼령수확 쓴 듯 보는 사람 지능을 빨아들인 것만 같았다.

이렇게 재미없고 못 만든 영화는 또 처음이라, 그 존재 자체가 단 하나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정말 못 만든 영화가 어떤 건지 알고 싶은 사람 정도만 견문을 넓히는 의미로 한 번쯤 볼만 하다.



덧글

  • 나인테일 2015/09/19 06:27 # 답글

    제목만 보고는 러브크래프트의 '에리히 잔의 선율' 같은걸 생각했습니다만 그거보다도 훨씬 쌈마이하군요;;
  • 잠뿌리 2015/09/19 17:07 #

    타이틀 표지만 보면 해골 악마가 바이올린 켜서 마의 음악으로 사람들 떼몰살시킬 거 같았는데 실제로는 그 악마 출현 분량이 다 합쳐 5분도 채 안 되서 안습이었습니다.
  • 블랙하트 2015/09/19 09:10 # 답글

    파가니니에 관한 영화는 클라우스 킨스키의 작품이 유명한데 영화에서는 광인 처럼 나왔지만 실제 초상화의 얼굴은 의외로 평범하더군요.
  • 잠뿌리 2015/09/19 17:09 #

    파가니니의 생애를 보면 사람이 안 미치는 게 당연한 정도로 파란만장했지요. 근데 사실 클라우스 킨스키는 광인 캐릭터 연기를 많이 해서 파가니니의 원래 초상을 생각해 보면 이미지가 많이 다르긴 합니다 ㅎㅎ
  • 먹통XKim 2015/09/20 23:11 # 답글

    루이지 코지 다른 영화로

    추억의 영화 라스트 콘서트라든지
    지옥의 에이리언같은 호러물은 그나마 볼만하죠..
  • 잠뿌리 2015/09/21 23:51 #

    최소한 루이지 코지 감독 다른 영화가 이것보다 나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이 너무 막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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