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蠱.1981) 2019년 중국 공포 영화




1981년에 쇼 브라더스에서 계치홍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타이틀 고는 벌레 '고'. 질병을 뜻하기도 하고, 중국에서 독을 가진 곤충, 짐승을 사용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저주를 고술(蠱術)이라고 부르며 무당이 행한다고 해서 무고술(巫蠱術)이라 칭하는데 본작에서는 오프닝 때 무고술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나레이션 설명이 나온다.

내용은 머리에 못이 박혀 죽은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고 소녀의 아버지인 스티븐 램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재판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는데, 실은 스티븐 램이 태국에 여행을 갔다가 태국 현지인 본 브란과 사귀어 실컷 놀다 홍콩 본국으로 돌아와 잊고 지내던 중, 본 브란이 소박 맞은 분풀이로 주술사인 아버지 마구스에게 부탁해 저주술로 스티븐 램을 파멸시킨 것이라.. 스티븐 램 사건의 담당을 맡아 그의 믿겨지지 않은 고백을 듣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한 바비 형사까지 저주의 타겟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 줄거리만 놓고 보면 스티븐 램과 바비 형사가 중요 인물일 것 같은데 실제로 두 사람은 작중에서 하는 일이 마구스의 저주술로 고통 받는 것 밖에 없다.

영화 전반부에서는 스티븐 램이 저주로 고통 받고 심신이 피폐해졌다가 어린 딸이 뭔가에 씌여 자신을 칼로 찔러 죽이려 하자 완전 미쳐서 점쟁이 말을 듣고 저주를 풀기 위해 딸을 죽여 머리에 못을 박는 패륜을 저지른 게 주된 내용이고, 영화 후반부에서는 바비 형사로 저주의 타겟이 바뀌어 온갖 저주술에 다 당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들이 일방적으로 저주에 당하면서 자신들이 저주에 당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전개가 계속 이어져 좀 답답한 점도 있다.

오히려 피해자인 주인공보다 가해자인 마구스와 그런 마구스를 저지하려는 스님에 관전 포인트를 두면 이야기가 완전 달라진다.

이 작품은 시기상으로 초창기 저주 영화라서 설정이 꽤나 디테일하다. 태국의 저주술사란 설정부터 꽤 특이하고 작중에서 벌이는 각종 주술은 그 당시 영화 기준에서 볼 때 컬쳐 쇼크를 안겨줄 만큼 과감한 묘사를 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구석이 있다.

주살(저주 살인)의 실패로 인한 반동을 견디기 위해 살아있는 구더기를 퍼 먹고, 항아리에 내장을 넣어 우려낸 물을 마셔 주술 카운터를 상쇄시키며, 임산부의 썩은 시신을 주술 재료로 삼고, 닭피+거머리피+닭심장의 조합으로 바늘 침 꽂은 라임 저주 도구를 연성하는 것 등등 주술의 바리에이션이 매우 풍부하다.

주술의 준비 과정이나 행사에 엄청 공을 들여서 작중에 저주술이 나올 때마다 무슨 북두신권 오의마냥 한자로 저주술 명칭을 자막으로 큼직하게 넣어주기까지 한다.

저주의 절정은 스티븐 램의 최후씬인데 전신에 욕창이 생겨 붕대를 감은 미라 같은 모습을 한 채 배가 산처럼 부풀어 올라서 입으로는 구더기를 토해내는 씬이 컬쳐 쇼킹했다. (디아블로 3의 불어터진 시체 같았다)

여섯 개의 팔을 가진 악귀를 본존으로 모시는데다가, 12지신에 대응하는 12사귀의 술법을 부리고 벽에 걸린 박쥐 동상이 주술에 의해 저절로 움직여 날아가 주력 대결의 강력한 한방을 날리고 스티븐 램에게 걸린 저주의 실체가 야차인 것 등등 배경상의 설정도 꽤 흥미롭다.

중반부에 나오는 태국 불교의 스님과 마구스의 주력 대결이 상상 이상으로 박진감 넘친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마구스는 저주술을 부리고, 스님은 저주를 깨기 위하 경문을 외며 법력으로 대항하는데 서로 간에 저주 VS 법력의 카운터를 맞고 힘겹게 싸워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후반부에선 마구스가 어떻게든 바비 형사를 주살하기 위해 발악을 하고, 바비 형사가 어떻게든 살아남는 전개가 이어져 주인공으로서의 활약적인 부분에선 답답함이 느껴져도 죽을 듯 말 듯한 상황 설정 덕분에 긴장감이 흐른다.

스님이 마구스를 처치하는 장면이 엔딩을 장식하는데 그때 걸리는 시간이 불과 2분밖에 안 돼서 소드 마스터 야마토급 결말이 나온다. (이제는 끝내야 할 시간!)

하지만 또랑또랑한 눈으로 주술사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고, 바비 형사에게 얻은 필승 아이템으로 주술사를 격멸시키는 포스가 후덜덜해서 나름대로 본 작품의 화룡점정을 찍을 만 했다.

스님에게 치명상을 입은 마구스의 전신이 녹아 하얀 분이 흩날리고 거품이 생겨났다 톡톡 터지더니, 손톱 긴 늙은 노파의 모습으로 변했다가 최후에는 입에서 박쥐 모습의 화신이 튀어 나오는 등 마지막까지 시선을 돌릴 수 없게 한다.

이 라스트 2분은 계치홍 감독의 1983년작 마(魔)의 중반부 때 저주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태국 불교의 스님을 찾아가 스님의 선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과거 회상씬으로 다시 나온다. (그래서 사실상 마가 이 작품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추천작. 본격 저주 영화로써 주역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저주에 걸려 고통을 당하는 역할로만 나와서 약간 답답한 구석이 있지만, 죽을 듯 말 듯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전개가 긴장감이 넘쳐흐르고 저주 주술의 정수를 모아 놓은 듯 주술 묘사의 밀도가 높으며 쇼킹한 장면의 연속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계치홍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영화라고 한다.

덧붙여 이 작품의 영제는 ‘비위치드(Bewitched)인데.. 1960년대 때 방영된 미국 시트콤 ‘아내는 요술쟁이’랑 제목이 똑같다. 그래서 아내는 요술쟁이 생각하고 이 작품을 보면 기절할지도 모른다.



덧글

  • 뉴런티어 2015/09/17 16:39 # 답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런 컬트나 장르영화중에 잠뿌리님이 추천하는 작품만 리스트로 알 수 있을까요?
  • 잠뿌리 2015/09/18 12:14 #

    작품 수가 많다 보니 리스트로 한번에 정리가 어려운데, 감상글 마지막에 추천작이라고 쓴 작품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리스트에 올라갈 만한 작품입니다 ㅎㅎ 이글루 검색창에 '추천작'으로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 나그네 2017/06/21 01:11 # 삭제 답글

    쇼브라더스에서 나온 무협도 좋지만 귀신,저주를 다룬 공포영화가 더 취향에 맞아서 좋아합니다.
    특히 종귀나 강두(70년도 영화),유귀자 같은걸 정말 잼나게 봤었죠 ㅎㅎ
  • 잠뿌리 2017/06/23 23:17 #

    70년대 홍콩산 저주 영화가 컬트적이고 재밌는 게 많았지요. 강두도 그 남방 주술 소재로 많은 영화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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