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니아(Demonia.1990) 사타니즘/데모니즘 영화




1990년에 루치오 풀치 감독이 만든 이탈리아산 호러 영화. 마리오 바바 감독의 데몬스 시리즈와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루치오 풀치의 뉴 데몬스란 제목으로 나왔다.

내용은 1486년 시칠리아 섬에서 악마와 계약한 수녀 네 명이 분노한 민중들로부터 책형을 당해 죽어서 수도원 지하에 십자가로 봉인 당하고 그로부터 수세기가 흐른 뒤, 1990년에 이르러 미국 토론토에 사는 고고학자 리자가 시칠리아 섬에 있는 고대 그리스 유적을 발굴 멤버로 발탁됐다가 발굴 작업 하루 전에 교령회에 참석해 교령을 시도하다 십자가에 못 박힌 수녀를 영시한 후. 다음날 발굴 현장에서 발견한 폐허가 된 수도원에 흥미를 갖고 위험하다는 현지민의 경고를 무시한 채 거기에 들어가 수녀의 벽화를 부수고 찾아낸 숨겨진 방의 봉인을 풀어 버리는 바람에 참극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그럴싸하지만 실제 영화 본편은 루치오 풀치 감독 영화답게 개연성 같은 건 전혀 없다.

여주인공 리자가 봉인을 풀어 먼 옛날 악마와 계약한 수녀가 부활해 사람들을 해치는데.. 수녀는 유령의 비실체 몸을 가지고서도 멀쩡히 현세에 모습을 드러내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작중 해양학자 포터가 죽을 때가 거기에 해당하는 장면인데, 수녀 유령의 목 아래 알몸뚱이만 유령 폼으로 구현되어 작살총으로 쏴 죽이는 씬이다)

즉, 굳이 리자의 몸에 빙의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여 사람을 잘만 해치는데 유령 폼으로 돌아다니며 사람을 해치다가 리자의 몸에 빙의해 마녀화되어 또 사람을 해치니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슨 전생, 환생 설정도 아니고 말이다.

리자가 고양이를 키우는 무당으로부터 먼 옛날에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꿈과 환영들을 보며 악마 수녀와 동화되어 마인합체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뤄서 스토리 전개가 매우 지루하다.

본래 루치오 풀치 감독 영화의 재미는 문자 그대로 막 나가는 거라 스토리 같은 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죽고 죽이고 피가 튀며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말초적인 호러인데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의 기세가 좀 약해졌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기 보다는, 여주인공 캐릭터 설정에 너무 집중했다는 느낌이랄까. 그 설정이 별로 무서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캐릭터 자체가 특별한 매력도 없는데 좀 쓸데없이 필름을 낭비한 것만 같다.

리자와 악마 수녀가 마인합체해 실체를 드러낸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건 영화 끝나기 직전의 일이고, 입에서 노란 국물을 질질 흘리다가 실체 드러내기 무섭게 먼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분노한 민중들에게 역관광 당해 퇴치 당하기 때문에 엔딩이 진짜 허망하다.

스토리는 정말 꽝인데 그래도 명색이 루치오 풀치 감독 영화라서 잔인한 장면이 몇 개 나온다. 루치오 풀치 감독 영화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안구 격파와 장기자랑이다.

고양이 키우는 무당 라일라가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 떼한테 두 눈이 파여 죽는 씬이 본작에서 가장 고어한 씬이다. 루치오 풀치 감독이 이전에 만든 ‘비욘드’에서는 영감을 가진 맹인 여자가 자기가 기르던 개에게 목이 물려 죽는 씬이 나와서 본작은 그와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정육점 주인 투리 드시몬 데드씬은 좀 허접했다. 정육점에 걸린 생고기가 저절로 움직여 퍽퍽 쳐서 타격 데미지 입히고, 생고기 걸어 놓은 후크가 이기어검술 쓴 것 마냥 스스로 날아와 목에 콱 박혀 죽음에 이르게 한 뒤 뜬금없이 혓바닥에 못 박아 확인사살해서 뭔가 너무 부산스러웠다.

장기자랑씬은 소년 보비가 악마 수녀화된 리자한테 납치당할 뻔 한 걸 보비의 아버지가 쫓아가다 끔살 당하는 씬인데 이 작품에서 나온 데드씬 중 가장 부자연스럽다.

보비가 리자의 손에 끌려가다 아버지가 뒤쫓아 오자, 스스로 리자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서 아버지를 찾아 달리는데.. 정말 뜬금없이 보비의 아버지가 바닥에 누운 채로 양손이 밧줄로 결박되어 못에 걸려 있고 두 다리가 좌우 양쪽의 나무줄기에 휘감긴 트랩에 당해서 가랑이 확찢 일도양단되어 장기자랑을 한다.

리자는 보비가 손을 뿌리치고 도망간 시점에서 그냥 놓아주고 제 갈길 갔는데 보비의 아버지는 대체 누구한테 당한 건지 모르겠고, 일도양단되면서 피 한 방울 안 흘렸는데 정작 보비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피투성이가 된 상태라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어쨌든 이 세 장면을 보면 이 작품의 나머지 부분을 더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호러 영화로서 이거 밖에 건질 게 없어 매우 부실하다. (근본적으로 오프닝 때 책형을 당해 죽어서 봉인당한 악마 수녀는 4명인데 대체 왜 현대에서 봉인이 풀렸을 때는 1명만 나오는 걸까?)

결론은 비추천. 루치오 풀치 감독 영화인데 감독 특유의 정신줄 놨지만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나오지 못해 극 전개가 기존의 영화에 비해 느린 편인데, 여주인공 캐릭터 만들기에 너무 몰입해서 본편 내용이 꽤나 지루한데다가, 그렇게 공을 들여서 완성한 캐릭터 치고는 제대로 등판한 지 몇 분 안 되어 엔딩으로 이어져 스토리가 너무 허무해서 보는 사람 뒤통수를 장렬하게 후리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경찰 쪽의 카터 조사관으로 나온 배우는 루치오 풀치 감독 본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등장인물들이 섬 현지민과 발굴단 팀원 가리지 않고 떼몰살 당하는 가운데 카터 조사관은 죽기는커녕 생체기 하나 입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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