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공주(蜈蚣咒.1984) 귀신/괴담/저주 영화




1984년에 이백령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제목만 보면 ‘공주 이야기냐?’라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타이틀 오공주의 뜻은 지네 주술이다. 앞의 오공이 지네 ‘오’, 지네 ‘공’자고 주는 빌 ‘주’다. 영문판 제목은 센터피드 호러다.

내용은 아위의 여동생이 친구랑 같이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가게 돼서 오빠인 아위가 몸조심하라고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부적 목걸이를 건네 줬다가, 여동생이 여행지에서 지네 떼의 습격을 받아 의식을 잃은 뒤 지네 독에 시달리다 끔찍한 죽음을 당했는데.. 그게 실은 아위의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동남아시아에서 저지른 죄의 대가로 동문의 주술사가 원수의 자손을 멸하기 위해 지네 저주술을 걸어 복수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홍콩 호러 영화가 홍금보의 ‘귀타귀’로 스타트를 끊은 뒤 임정영의 ‘강시선생’이 나온 다음 본격적으로 강시 영화 붐이 생기기 직전에 나온 작품으로 저주 호러 영화의 유행 끝자락에 있다.

본편 스토리가 주술사가 특정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저주를 걸어 죽이는 내용이라 기존의 저주 호러 영화와 동일하다.

주인공 아위는 저주의 표적이 되지만 본인이 그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거나, 법사에게 비방을 전해 듣고 저주 술사와 목숨을 건 일전을 치루는 것도 아니라서 존재감이 많이 떨어진다.

게다가 사실 아위 집안의 원죄가 불륜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실수로 사람을 둘이나 죽이고 그 사실이 들통날까봐 집에 불까지 질러 아무 죄도 없는 아기를 타죽게 한 패악무도한 짓거리라서, 아위가 주살의 표적이 된 게 조상의 죄를 후손이 받는 것이라고 해도 거기에 동정의 여지가 전혀 안 들어 주인공이자 피해자 입장의 감정을 몰입하기 힘들다.

오히려 주인공이 아닌 다른 캐릭터에 감정을 몰입하면 무난하게 볼 수 있다.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아왕과 그와 맞서 싸우는 도사들의 이야기가 관전 포인트다.

아왕의 지네 저주술은 표적이 된 사람 주위에 지네 떼를 보내 그 지네가 사람을 물면 피부를 뚫고 들어가 전신이 쩍쩍 갈라지고, 절명한 이후에 갈라진 피부 속에서 지네가 빠져 나오는 끔찍한 주술로 지네 같이 다리 많이 달린 벌레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트라우마를 심어줄 수도 있다.

중국 도가의 도사가 첫 타자로 맞서 싸우다 패배하는데, 강시 영화에서 강시를 쳐 잡을 법한 복숭아나무 검 든 도가의 도사가 동자 귀신을 사역해 저주에 맞서는 게 나름대로 박진감이 넘쳤다.

사실 이 도사가 주술 대결 때는 도가의 도사 복장을 하고 제단도 꾸며 놓고 싸웠지만 첫 등장 때는 중국보다 동남아시아에 더 가까운 무당으로 나와서 약 8분가량의 엑소시즘을 선보였기 때문에 강시영화의 도사 느낌과 전혀 다르다.

의외라고 할 만한 부분은 중국 도가의 도술이 동남아시아의 저주술에 패배하고, 결국 최후의 대결은 같은 주술 문파의 저주술끼리 맞대결하는 것이다.

독을 가진 곤충/짐승이란 키워드에 맞게 악당 도사는 지네 저주술을 사용하고 선역 도사는 뱀 저주술로 맞서 싸우는 라스트 배틀이 인상적이다.

뼈만 남은 닭을 사령으로 사역하는 장면과 막판에 깜짝 부활해 뱀의 일격을 날리는 게 기억에 남는다.

‘이걸로 끝난 줄 알았지? 아니랑께’로 끝나는 엔딩은 좀 별로였지만 그 전에 일시적으로 지네 저주가 풀린 히로인 아위가 지네를 토해내는 거 보면 해당 배역을 맡은 여배우가 참 고생 많이 했다. (사실 지네 독에 죽은 사람 시체에서 지네 기어 나오는 것보다 입에서 지네 토해내는 장면이 더 끔찍했다)

결론은 평작. 주술사가 사람 저주해서 죽이는 진부한 내용에 주인공이 존재감도 없고 별 다른 활약도 하지 못해서 극을 이끌어 나가지는 못해 전반적은 스토리 자체가 좀 심심한 편이지만, 저주 살인. 즉 주살을 키워드로 해서 작중에 나오는 주술사에 관전 포인트를 보면 나름 몰입도가 높고 주살 대결이 박진감이 넘쳐서 그 부분은 볼만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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