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가미의 악령 (犬神の悪霊.1977) 귀신/괴담/저주 영화




1977년에 토에이에서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토 슌야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우라늄 기사인 카노 류지가 동료들과 함께 우라늄 광산이 있는 지방의 한 촌에 방문해 탐사 및 채굴 작업을 했는데 숲길을 지나다 작은 사당을 부수고 개 한 마리를 치여 죽인 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고는 마을 촌장 고조 켄모치의 딸 레이코와 결혼을 하게 됐는데.. 동료들이 하나 둘씩 개의 저주에 걸린 듯 죽어나가고 아내 레이코까지 미쳐서 죽어 류지 홀로 마을에 돌아왔다가 마을 대대로 이누가미의 가계라 주변의 모든 불행이 그들 소행이라고 배척 받는 타루미즈 일가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메인 소재인 ‘이누가미’는 개의 령이다. 인간이 특별한 주술을 통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잔 사악한 혼령으로, 집안이 이누가미에 홀린 경우에는 이누가미스지라고 불리며 집안 사람들이 이누가미의 제사를 지낸다고 전해진다.

작중에 나오는 타루미즈 일가가 이누가미스지에 해당한다.

지방의 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해서 도시에서 온 외지인인 주인공이 촌사람들이 한 일가를 핍박하는 걸 보고 겪는 게 주된 내용이다.

초반부에 류지의 친구들이 개의 저주에 걸린 듯 차례대로 죽음을 당하고, 아내인 레이코마저 개의 혼령에 씌인 듯 발광하다가 제령까지 받지만 끝내 절명을 하는데 그 부분만 보면 딱 저주 영화다.

근데 이야기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류지가 산골 마을로 돌아와 타루미즈 일가와 엮이면서 본편 스토리가 2막에 들어간다.

1막의 내용이 이누가미의 저주로 추정되는 심령 현상에 의해 류지 주변 사람들이 떼몰살 당하는 이야기라면 2막의 내용은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일어난 모든 불행과 재난을 타루미즈 일가가 모시는 이누가미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다..

이누가미를 모시는 타루미즈 일가보다, 그들을 핍박하는 마을 사람들이 오히려 더 사악하고 수상쩍게 묘사된다.

타루미즈 일가의 집 앞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짚단 인형과 횃불을 든 채로 모닥불 주위를 빙빙 돌며 쉴 세 없이 악령퇴산을 외치는 장면은 광기가 느껴진다.

마을 사람들이 의심암귀에 빠져 타루미즈 일가를 핍박하다 못해 끝내 살인까지 저질러 마녀 사냥의 절정에 치닫는다.

거기까지 보면 중세 서양의 마녀 사냥 소재를 일본 토착신앙을 가지고 어레인지해서 만든 밀도 높은 마녀 사냥물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거기서 또 끝이 아니라 3막으로 접어든다. 3막에 해당하는 부분은 타루미즈 일가 참극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집안의 가장 코사쿠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진짜 이누가미 술법을 완성시켜 떼몰살 플레그를 켜면서 시작된다.

작중에 나온 이누가미 주술은 살아있는 개를 땅에 묻고 머리만 내놓은 뒤, 개의 눈앞에 먹을 것을 두고 방치해서 굶주림에 괴로워하게 만든 뒤. 괴로움이 절정에 당할 때 칼로 목을 베어버리는 것인데 본작에서 그걸 정말 그럴싸하게 구현했다.

이누가미 주술이 시전된 이후로 우라늄 광산에 폭발이 일어난 것부터 시작해 산 사람에게 이누가미의 혼이 씌여 악령화되어 복수를 하는데 비장미가 절절 넘친다.

마녀 사냥 당한 자들이 복수한다는 내용 자체가 비장하지만, 주인공 류지가 처한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의 정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비장미를 배가 시킨다.

류지의 친구나 가족이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떼몰살 당하고 종극에 이르러 본인도 그 뒤를 따르며, 엔딩롤 직전에는 뜬금없이 두 번 죽는 장면까지 나와서 진짜 이 정도면 일본 영화 남자 주인공 중에 역대급으로 불행한 캐릭터다.

대체 주인공이 처한 불행의 끝은 어디쯤일까?하는 호기심과 애절함에 극의 몰입도가 높아진다.

사람 몸에 빙의된 이누가미와 류지가 대치하는 클라이막스씬은, 일본판 마녀 사냥물에서 일본판 전설의 고향으로 바뀌는 핀 포인트 역할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괜찮게 봤다. 나름대로 호러 영화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지켰다고나 할까.

이누가미의 혼에 씌였다고 해도 구미호처럼 수인 형태로 디자인된 것도 아니고, 처녀 귀신에 가까운 외형을 가지고 있는데 스토리 자체가 워낙 암울하고 비장해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원귀 느낌을 잘 살렸다.

이상한 리액션을 하는 캐릭터와 뜬금없는 전개가 조금 나오긴 하지만 감상에 크게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엔딩롤 직전에 화장을 하는데 류지의 시신이 관을 박차고 일어나 앉은 채로 절규하다 불에 타 녹아내리는 라스트씬은 문자 그대로 의미불명인 씬이라 왜 그런 장면을 넣은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결론은 추천작. 중세 마녀 사냥 시대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삼아 일본 토착신앙을 가지고 어레인지해서 비극을 극대화시켜 드라마의 밀도를 높였고, 저주-마녀사냥-원귀의 복수로 이어지는 전개가 다양해서 러닝 타임이 100분을 약간 넘어가는데도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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