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몬스 5 / 사탄의 가면 (La maschera del demonio.1989) 오컬트 영화




1989년에 람베르토 바바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원제는 사탄의 가면. 북미판 제목은 데몬스 5: 악마의 베일. 데몬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데몬스 이전작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오히려 마리오 바바 감독이 1960년에 만든 ‘사탄의 가면(블랙 선데이)’를, 마리오 바바 감독의 아들인 람베르토 바바 감독이 리메이크한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사탄의 가면과 원제가 동일하다.

내용은 데이빗과 친구들이 알프스로 스키 여행을 가서 헬기를 타고 설산 위로 올라가 스키를 타고 놀다가 빙하의 균열인 크레바스에 빠져 조난당한 뒤 일행 중 한 명인 사비나가 다리를 골절 당해 부상을 입었다가 우연히 눈 속에서 시체의 얼굴에 씌운 사탄의 가면을 발견하고, 다른 일행들이 무심코 그걸 뽑아서 가지고 놀다 갑자기 발생한 지진에 사상자가 생겨 탈출을 시도하다 눈 속에 파묻힌 교회를 발견하고 거기서 잠시 묵어가게 됐는데.. 가면의 봉인이 풀려 부활한 마녀 아니바스가 일행들을 하나 둘씩 추종자로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탄의 가면 원작은 17세기의 마녀 아사가 연인인 야부비치와 함께 붙잡혀 바이다 공작에게 심판을 받아 사탄의 가면을 얼굴에 박혀 처형당하면서 저주의 말을 남기고, 그로부터 2세기 후인 19세기에 한 일행이 바이다 가문이 소유한 오래된 예배당에 들어갔다가 실수로 십자가 봉인을 망가뜨려 아사와 야부비치가 부활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리메이크판인 본작에서는 사탄의 가면에 씌여져 봉인되어 있던 마녀와 마녀의 봉인을 지키던 예배당의 존재, 그리고 이사와 카티야 공주의 악역&히로인의 1인 2역 설정만 따왔다.

본작의 히로인인 사비나 배역을 맡은 배우는 ‘클라우스 킨스키’의 딸인 ‘데보라 킨스키’로 아니바스/사비나를 연기했다.

원작은 60년대 무성 영화고 특수분장이라고 할 것도 마땅히 없어 배우의 연기력에 의존했기에 바바라 스틸이 1인 2역으로 열연을 펼친 반면, 본작은 특수분장을 적극적으로 써서 마녀 분장에 공을 들였기에 배우의 연기보다는 분장으로 승부를 했다.

작중에 나오는 아니바스의 실체는 파란 피부에 쭈글쭈글한 얼굴, 지렁이 머리카락을 지닌 흉측한 모습으로 나온다. 완전체가 그 모습이고 그 전 단계가 가면 쇠침에 의해 얼굴이 구멍이 숭숭 난 언데드 할매에 맹금류의 발이 달린 모습을 하고 있어 마치 드래곤볼의 프리저를 보는 것 같다. (프리저 변신 1단계, 2단계)

사탄의 가면 원작은 고골리의 ‘뷔이’를 원작으로 삼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마녀와 관이란 설정을 제외하면 뷔이랑 겹치는 게 없었던 반면. 의외로 본작은 사탄의 가면 원작보다 오히려 뷔이 쪽의 구현에 신경을 썼다.

주인공 데이빗이 사비나와 함께 도망치다가 마녀 1단계 모습으로 변한 사비나에게 강간당할 뻔하다가 반격에 성공해 죽였는데 그 뒤에 사비나가 본래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것부터 사비나가 누워 있는 제단의 관이 메인 소품으로 나온 것, 그리고 데이빗이 성수로 바닥에 신성한 원을 그려 셀프 보호막을 시전해 아나바스와 그 추종자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씬 등이다.

거기까지 보면 이 작품이 사탄의 가면 원작의 리메이크판으로서 원작 재현에 충실하기 보다는, 감독 본인의 색깔을 입혀서 어레인지한 것이라고 보고 넘어갈 수 있지만.. 감독색으로 커버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게 뭐냐면 본편 스토리가 하나도 정리되어 있지 않은 거다. 캐릭터, 연출, 스토리 진행 셋 다 난잡하기 짝이 없어서 생각 좀 하고 각본을 쓴 게 아니라 감성에 취해서 정신줄 놓고 만든 티가 팍팍 난다.

사비나는 분명 처음 나왔을 때 보통 아가씨였는데 아나바스 부활 후, 사비나 이름을 옆으로 뒤집으면 아나바스가 된다는 단순한 이름 트릭으로 연관성을 넣고서 아나바스의 환생이란 설정을 급조한 것부터 시작해 아나바스가 부활한 이후. 데이빗 일행이 하나 둘씩 미쳐서 마녀의 추종자가 되면서 다들 어딘가 나사가 몇 개씩 풀려 시종일관 낄낄거리며 웃거나 부비적거리는 등의 기행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스토리 자체가 미쳐 돌아간다.

맹인 신부가 고해성사실 안에 있는데 바깥쪽에서 아나바스가 나타나 신부를 조롱하고는 추종자들과 손에 손 잡고 강강수월래를 하면서 신부를 고해상서실 째로 압사시키려는 것이나, 신부가 빡쳐서 애들 목칼 씌워놓고 밖에서 떠온 눈을 퍼먹이고 엑소시즘 시도하다가 바닥에 떨어져 괴물개와 마녀의 추종자들에게 잡아먹히는 것에, 다들 미쳤는데 혼자만 정상이라 멘붕을 일으킨 데이빗이 갈팡질팡하는 것까지 진짜 갈 데까지 가 버린다.

가장 답답한 게 주인공 데이빗의 행보다.

다들 미치고 혼자만 정상이면, 같이 미치던가. 아니면 홀홀단신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혼을 불사르던가 해야 되는데.. 히로인을 품느냐, 내치느냐로 갈등하는 원 패턴이 30분 넘게 반복되어 답답함의 끝을 보여준다.

뭔가 애절한 러브 스토리로 묘사되는 게 절대 아니다.

히로인한테 통수 맞고, 온갖 험한 꼴을 다 당했는데 히로인이 앵기니까 쉽게 내치지 못하고 있다가 또 통수 맞고. 다시 히로인 말하는 거 들으니 애잔해서 정줄 놓고 있다가 통통수 맞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셀프 호구 인증하면서 통수 맞는 전개가 계속 반복되니 답답함의 끝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그나마 인상적인 3가지 정도다.

주요 무대가 설산에 있는 예배당이라서 눈 자체가 배경 소품으로 나온다는 것. 유난히 눈발이 날리는 연출이 많은데 그건 괜찮았다.

그리고 작중 신부가 기르던 하얀 개의 죽음이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마녀의 패밀리어로 추정되는 고양이 떼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뒤 개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씬이다.

헐리웃 영화에선 어지간해선 안 죽이는 개가 고양이 떼한테 죽는 내용은 처음 봤다.

하이라이트씬에서 예배당 안에 있는 벽화가 꿈틀거리면서 마녀의 추종자가 된 주인공의 친구들이 벽화 속 인물 코스프레를 하고 그림을 뚫고 튀어나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결론은 비추천.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에 맞게 각색한 시도 자체는 나쁜 게 아니고, 아들 감독이 아버지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 감독의 필모그래피상 이색적으로 다가오는데.. 내용 정리를 전혀 안 해놓고 감독이 자기 감성에 취해서 마구잡이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바람에 폭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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