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비트 (Blood Beat.1983) 2020년 전격 Z급 영화




1983년에 파브리스 A. 재피라토스 감독이 만든 비디오용 호러 영화.

내용은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아 테드가 여동생 돌리와 여자 친구 사라를 데리고 위스콘신 주의 숲속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남자 친구 개리와 함께 사는 어머니 캐시를 찾아가 사슴 사냥을 하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했는데.. 여자 친구 사라에게 고대의 사무라이 악령이 씌워서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해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무려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공포 영화로 분류된다. 근데 크리스마스가 메인 소재가 아니라, 작중에서 사건이 벌어진 날이 크리스마스고, 집안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는 이유로 크리스마스 호러 영화가 된 것이다.

이 작품의 메인 소재는 사무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무라이 갑옷 유령이다. 전신에 푸른빛을 내뿜으며 사무라이 갑옷이 스스로 움직여 일본도로 서양인을 베어 죽이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근데 육편이 휘날리는 잔인함 같은 건 없고, 사무라이 자체도 푸른 빛을 뿜으며 요란하게 등장하지만 출현씬 자체는 상당히 짧은 편에 속한다.

사무라이가 나타나 사람을 해치는 씬보다, 사무라이의 1인칭 시점으로 사람을 쫓아가 해치는 씬이 더 많고. 통나무집에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발생해 전등불이 깜빡깜빡거리고 집안이 흔들리며 캔음료를 비롯한 음식 봉지와 식칼 등이 휙휙 날아오며 위협하는 씬이 더욱 더 길게 나온다. 문제는 이게 개리가 위험에 처한 장면인데 칼에 맞고 쓰러지는 게 아니라 펩시콜라 캔, 맥주캔, 네스퀵 양철 상자, 립톤 종이 상자, 그리고 시리얼, 조미료에 처 맞고 쓰러진다는 거다. (시리얼, 조미료 등은 존나 친절하게 봉지도 뜯어서 가루를 끼얹어 준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유치한 연출이 난무하는데 이걸 웃기려고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 작중에선 꽤나 진지하고 심각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쌈마이력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집안에 있는 성물이 십자가 대신 나무를 깎아 만든 미니 부처 동상인 것부터 시작해, 고대의 사무라이 악령이 일본도로 사람을 베어 죽일 때마다 악령에 씌인 사라가 오르가즘을 느껴 오나니를 하거나 떡칠 때 거기에 반응하니 보는 동안 의식이 아득한 은하계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왜 그 집에 부처 동상이 나오고 고대 사무라이 악령이 출현했는지 일절 밝혀지지 않는데, 그렇다고 무슨 그 집안이 와페니즈 분위기라 닌자! 아리가토! 쓰시! 덴뿌라! 오이시~~ 이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숲속 통나무집에서 살며 사슴 사냥을 즐기는 평범한 미국인 가정이라서 이질감이 크다.

그나마 사무라이 악령이 사람을 죽이는 동기는 캐시의 추측으로 밝혀지는데.. 미국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원폭을 가해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한 것에 앙심을 품은 일본 사무라이 악령이 미국인을 참살하는 거였다.

테드의 직계 가족이 초능력자란 설정이 들어가 있어 하이라이트씬에서 존 부어만 감독의 엑스칼리버 삽입곡으로 유명한 칼 오르프의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의 첫 번째 곡 ‘오! 운명의 여신이여(O Fortuna)’를 틀어 놓고 어머니, 남매 순서로 양손에 빛을 머금고 사무라이 악령과 맞서 싸우는 하이라이트씬을 보고 있노라면 어이없음의 한계치를 초과해 뇌가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오! 운명의 여신이여 제목만 듣고선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애니메이션으로 비슷한 느낌의 곡을 예로 들자면 그거다.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의 삽입곡인 ‘댄스 오브 커즈’(그 왜 시도 때도 없이 가오 잡으면서 에스카~플로네! 에스카~플로네! 이렇게 쭝얼쭝얼 거리는 거 말이다)를 배경 음악으로 켜놓고 푸른빛을 뿜으며 눈알을 부라리는 고대의 사무라이 악령과 양손에 빛을 뿜으며 초능력 쓰는 일가가 맞서 싸우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초능력 대결 묘사만 해도 뭔가의 광선이나 에너지파를 쏘며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양손에 빛을 머금은 채 눈을 치켜뜨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만 하는 게 전부라서 허접함의 정점에 치닫는다.

단지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능이 떨어지는 듯한 무서운 체험을 했다.

음향 효과도 최악이라 무슨 80년대 아타리 게임 같은 느낌을 줘서 영화 분위기랑 전혀 맞지 않거니와, 특수효과는 더 안 좋아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인물이 빛을 뿜어대는 데다가, 배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진짜 신들린 듯 발연기를 선보여 진짜 완성도가 처참하게 떨어진다. (거기다 사무라이 악령 더빙은 목소리 자체가 부들부들 떨리는 외계인의 전자 보이스풍이라 SF 영화를 방불케 한다)

실제로 본작에 출현한 배우 다수가 이 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끝마쳤다. 개리 역을 맡은 테리 브라운이 유일하게 9개 작품에 배우로 출현했다.

배경 음악은 폴터가이스 현상 발생과 사무라이 악령 등장씬은 심장 뛰는 소리를 연상시키는 효과음을 음악처럼 넣더니 극후반부로 넘어가선 갑자기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클래식풍의 경음악을 집어 넣고, 그게 절정 부분에 가서 ‘오! 운명의 여신이여’로 이어진 뒤. 엔딩곡을 성가로 마무리를 지으니 보는 상식을 파괴한다.

결론은 미묘.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발연기, 유치찬란한 연출, 상식을 파괴하는 음악 선정, 듣기 괴로운 음향 효과, 미국에서 고대의 사무라이 악령이 서양인을 베어 죽이고 초능력 가족이 맞서 싸우는 황당무계한 스토리 등등 말도 안 되는 온갖 것이 모인 최악의 집합체로 냉정하게 보면 이걸 과연 영화라고 봐야 할지 의문이 드는 Z급 영화지만.. 너무나 엉망진창이라서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쌈마이 영화에 대한 항마력을 시험해보는데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파브리스 A. 재피라토스의 유일한 감독작이다. 감독 겸 각본, 편집, 촬영, 작곡까지 본인이 다 맡았다.

덧글

  • 먹통XKim 2015/09/12 17:23 # 답글

    대영비디오로 나온 제목이 가관이죠.

    "공포의 밀림 속의 위험한 사냥"

    http://blog.naver.com/muktongx/220479435763
    국내 표지가 대충 나온 ...거;;
  • 잠뿌리 2015/09/16 01:19 #

    이 작품 배경인 통나무집은 숲 속에 있지만 날씨가 겨울인데 공포의 밀림이라니.. 영화 안 보고 지은 제목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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