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무녀굴 (2015) 2015년 개봉 영화




2010년에 신진오 작가가 쓴 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삼아 2015년에 김휘 감독이 실사 영화로 만든 작품.

내용은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신진명이 심리 치료와 심령 치료를 병행해 빙의 환자를 치료한 것으로 유명한데 어느날 절친한 선배 김주열이 아내 김금주의 심령 치료를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낸 뒤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어떤 강력한 원혼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홀로 살아남은 금주에게 무당 귀신이 붙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휘 감독은 본래 각본, 각색을 주로 맡았다가 2012년에 이웃사람을 통해 감독 데뷔를 했고, 2013년에 무서운 이야기 2의 감독 중 한 명이 되어 호러 장르를 파고들어 이번에 다시 호러 영화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2015년 여름에 극장 개봉한 영화 중 유일한 한국 공포 영화다.

주인공 진신명은 정신과 의사임과 통시에 퇴마사로서 심리 치료와 심령 치료를 병행하는 게 꽤 흥미로운 설정이다.

무당이 산 사람에게 씌인 귀신을 접신의 형태로 불러내 그 넋과 대화를 통해 어르고 달래서 성불시키는 것과 상담과 최면 요법을 통해 사람 내면의 정신을 치료하는 정신과 치료는, 트랜스 상태와 최면 상태의 교차점이 있어 매우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다.

무속 신앙과 현대 의학이 결합된 ‘샤먼 닥터’가 주된 소재라서 그게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무속과 의학의 밸런스 조절에는 실패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의학의 비중이 훨씬 더 크다.

진명이 말이 좋아 퇴마사지 퇴마하는 거 보면 그냥 최면 치료를 하는 게 전부고, 퇴마 도구로 꺼내든 법기 중에 독고저 같은 게 보이긴 하지만 그냥 위급시 임시방편으로 딱 한 번 사용하는 게 끝이다.

분명 작중 귀신이 실체를 드러내긴 해도 뭔가 법력기를 동원해 법술과 도술 등 퇴마 기술로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서 ‘퇴마’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심심하다.

등장인물들은 전반적으로 답이 없다.

주인공 신진명은 뭔가 사연 있는 주인공인데 연인의 죽음에 관련된 환시만 잠깐 나오고 과거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채 의사로서 진료만 보다가 막판에 가서 어영부영 퇴마를 하는 존재감 없고 재미없는 캐릭터가 됐다.

진명의 조수인 박지광은 진명이 최면 요법 걸 때 곁에서 접신을 시도해 환자의 의식을 엿보는 능력을 가졌으나 접신 셔틀만 몇 번 하고 극 전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채 쫄래쫄래 따라다니다가 마지막까지 별 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잉여 캐릭터가 됐다.

뜬금없이 건담 오타쿠란 설정도 나왔지만 잠깐 스쳐 지나가는 1회성 이벤트에 불과했고, 진명은 그래도 죽은 연인의 환영이라도 보고 법력기라도 사용했지. 지광 쪽은 과거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건 물론이고 접신하면서 가오 잡는 거에 비해 사건 해결의 기여도가 너무 낮아 캐릭터로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방송국 기자인 주혜인은 캠코더 들고 다니며 진명 일행의 행보를 촬영하고, 제주도 사투리 번역기 역할을 한 게 전부다. 주인공 일행 셋 중 홍일점인데 어떤 특별한 활약을 한 것도, 누구랑 엮이며 썸을 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촬영한 걸 방송에 내보내 이슈화시킨 것도 아니라서 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무당 귀신에 씌인 김금주는 빙의의 영향으로 하루에 몇 번씩. 인격이 바뀌어 어린 딸로부터 착한 엄마 모드, 나쁜 엄마 모드로 불리고 붉은 눈과 하얀 머리 등 신체적 변화가 생기는 건 물론이고 ‘인다리’라고 해서 신내림 받아야 할 사람이 신을 받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원인 모를 사고를 당해 죽는 현상까지 겪으며, 출생의 비밀에 대학생 시절 사이비 목사에게 납치당한 일까지 온갖 설정이 다 들어가 있어 사건의 중심에 있다.

진명 일행은 셋을 다 합쳐도 대본상의 캐릭터 설정은 A4 1장도 안 나올 것 같은데 금주는 혼자서 A4 10장은 족히 될 만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스토리가 너무 김금주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주인공인 진명 일행이 스토리의 중심에서 벗어나 극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지 못한 채 그냥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나온다는 거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작품은 오컬트의 색이 옅고 의학의 비중이 크다 보니, 진명이 금주에게 ‘경과 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내원하세요.’ 이 정도 처방을 내리는 게 전부라서 주인공 스스로 사건에 개입할 여지를 차단했다.

보통, 모범적인 퇴마물이라면 주인공 일행이 사건에 적극 개입해 극을 이끌어나가면서 그 과정에 위험에 처해 긴장감을 높일 텐데 본작에는 그런 게 전혀 없이 오로지 금주가 심령현상을 겪을 때만 긴장감을 줘서 가오만 잡지 전혀 무섭지 않다.

호러 영화로서 무섭지도 않은데 스토리 진행까지 잘 안 되니 지루함에 답답합까지 더해져 보는 사람 지치게 만든다.

결국 금주가 제발로 진명을 찾아간 다음부터 파티가 결성되어 함께 행동하면서 겨우 스토리가 제대로 진행된다.

일행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안 그래도 긴장감 없는 데 더욱 더 없어져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걸 커버하려고 한 듯 귀신의 실체를 적나라게 보여준다.

일단, 작중에 나오는 귀신은 뱀 귀신으로 사람과 뱀이 결합한 뱀 인간에 가까운데 외형 묘사가 사람 피부가 뱀의 비늘로 변하고 하얀 머리에 빨간 눈을 가진 것으로 나온다. 전설의 고향 구미호 폼에서 털 대신 비늘로 바꾸면 딱 이런 모습이 될 것 같다.

제주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김녕 뱀굴 전설’을 베이스로 하고 있어서 뱀이 나오는 거다.

김녕 뱀굴 전설은 제주도 구좌읍에 있는 김녕 마을에 있는 천연동굴에 거대한 구렁이가 살면서 농사를 망치고 요사스러운 일을 일으켜 마을 사람들이 화를 면하기 위해 해마다 음식과 마을 처녀를 바쳤다가 제주 판관이 군사를 이끌고 가서 토벌했다는 이야기다.

헌데, 본작에서는 엄밀히 말하자면 뱀 요괴 이야기가 아니라 뱀 요괴를 신으로 섬기던 무당 귀신의 이야기라서 김녕 뱀굴 전설은 그저 거들 뿐에 지나지 않은데다가, 여기에 갑자기 엑소시즘 설정이 들어가서 사이비 목사가 십자가 들고 성경 문구 외우면서 뱀 귀신에게 사탄아 물러가라! 엑소시즘 시도하면서 스토리가 클라이맥스로 나아가니 뭔가 황당하다.

심리 치료, 심령 치료, 퇴마사, 전설, 무녀, 신부, 엑소시즘 등등 키워드를 하나하나씩 보면 분명 퇴마물 맞는데 그걸 전부 섞었더니 정체불명의 물체 X가 나온 거다.

결론은 비추천. 무속 신앙과 정신 의학을 결합한 샤먼 닥터란 설정은 흥미롭게 다가오지만, 설정만 거창하지 스토리는 밋밋하게 짝이 없고 답 없는 캐릭터 라인에 소재 배합마저 실패해 재미와 완성도 둘 다 떨어지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한 가지 인상적인 게 작중 인물이 제주도 사투리 쓰는 걸 그대로 내보내면서 표준어를 자막으로 집어넣은 점이다. 즉, 등장인물이 제주도 사투리를 쓰면 서울 표준어 자막이 함께 나온다는 거다.

덧붙여 이 작품의 홍보 웹툰은 호랑 작가가 그렸다. 보통, 영화가 신통치 않으면 홍보 웹툰이 영화보다 더 나은 경우가 있지만.. 이 작품은 영화 자체도 별로고 홍보 웹툰도 3D 효과 들어간 게 2번이나 나오지만 무섭긴커녕 움짤조차 되지 못해 기대감을 급락시킨다.



덧글

  • 각시수련 2015/09/02 16:27 #

    유선 아줌마 예뻤음. 그게 끗. 뭐 별다른 내용기대는 없이 유선 보려고 극장가서 본거였지만.
    개인적으로 나쁜엄마버전 좀만 더 많이 나왔었더라면. 핡
    신진명의 과거라든지 아버지와 관련된 무당의 힘 같은 것도 상세하게 나왔으면 재밌었을텐데 아쉬웠음
  • 잠뿌리 2015/09/02 18:14 #

    그리고 보면 모처럼 나쁜 엄마, 착한 엄마 모드가 따로 있는데 영화상에선 착한 엄마 위주로 나와서 나쁜 엄마 비중은 한참 낮네요. 나쁜 엄마 비중이 높았으면 딸이 위험에 처한 사이코 스릴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긴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과거하고 아버지 관련 떡밥도 영화 본편에선 언급만 하지 실제 내용은 전혀 안 나오니 여러모러 재미 포인트를 놓친 것 같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55836
5044
10319743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