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즘 연대기 (Chronicles of an Exorcism.2008) 페이크 다큐멘터리




2008년에 닉 G. 밀러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아마추어 영화 제작자 리와 로스가 교회의 요청을 받아 마이클 신부와 루카스 신부가 티나 밀러라는 젊은 여성에게 씌인 악령을 쫓기 위해 엑소시즘하는 것을 3일 동안 실시간으로 촬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블레어 윗치/파라노말 액티비티 같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2008년 영화인데 일부러 조잡한 화질로 만든 건 영상 기록물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영화 본편에서는 이렇다 할 특수효과, 특수분장은 물론이고 변변한 소품 하나 나오지 않아서 제작비를 거의 안 들인 느낌마저 준다.

배경은 티나 밀러의 엑소시즘이 벌어지는 농가가 전부로 거기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집 밖으로 나가는 씬이 있어도 집을 떠나지 않고 그 주변을 맴돈다.

작중 악령에게 빙의 당한 티나 같은 경우도, 엑소시스트에 흔히 나오는 빙의 당한 사람의 그것과 같은 분장을 하지 않는다.

창백한 얼굴, 갈라지고 터진 얼굴의 상처, 초록색 위장액을 토해내는 것 같은 엑소시즘물 전통의 분장/연출 요소는 없고 그냥 동공이 축소해서 하얀 눈동자에 검은 점 하나 콕 찍은 악마 눈깔을 하고 나오는 게 끝이다.

엑소시즘물이 흔히 그렇듯 빙의 걸린 캐릭터의 연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데 본작도 그렇다. 그거야 엑소시즘물의 전통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악마를 쫓는 신부 캐릭터가 활약, 비중, 개성 같은 게 일체 없는 건 좀 문제가 있다.

신부 2명에 영화 제작자 2명. 그나마 한 명은 카메라맨이니까 실질적으로 3명이 자주 나오지만 누구 하나 튀는 인물이 없다.

이 3명이 개인 인터뷰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두 사람 이상 뭉쳐 다녀서 엑소시즘 현장에서는 4명 다 전원 집합한 상태에서 촬영을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고 앉아 있으니 긴장감이라고는 털끝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 한 명이 크게 다치거나, 혹은 악마에게 현혹돼서 사단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네 사람이 사진 찍고 엑소시즘하면서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 하나 없이 끝나 버린다.

차라리 사이비 종교의 기도회에서 안수 기도를 하며 구마 의식하는 게 더 볼만할 것 같다.

에필로그에 꺠알 같은 실화 드립을 치는데 낡아도 너무 낡은 방식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시대에 블레어 윗치급 촬영을 하고 있으니 이래서야 되겠나)

근데 그렇다고 블레어 윗치랑 비교하기엔 그쪽에 대한 실례다. 블레어 윗치는 그래도 최대한 논픽션적인 느낌을 살리면서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를 새로 개척한 반면, 본작은 촬영 방식만 낡았지 작중에 묘사되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악령 들린 인간)에 대한 묘사가 픽션적인 느낌이 강해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지향하는 것과 충돌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다른 건 둘째치고 눈이 문제야, 눈이! 실화 드립치면서 악마 눈알 렌즈 끼지 말라고! 차라리 WWE 언더테이커 옹처럼 눈알을 허옇게 뒤집던가)

결론은 비추천. 제목만 거창하고 속 내용물은 시시하기 짝이 없는 작품으로 시대 역행하는 촬영 방식 때문에 이게 과연 2008년에 나온 작품이 맞는 지 의문이 들 정도다.



덧글

  • 블랙하트 2015/08/21 08:53 # 답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엑소시즘 영화라는건 라스트 엑소시즘과 비슷하군요.
  • 잠뿌리 2015/08/21 13:06 #

    라스트 엑소시즘이 반전이 들어가 있어서 그나마 더 낫죠. 이 작품은 재미가 아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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