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빌 4 (Amityville 4: The Evil Escapes.1989) 하우스 호러 영화




1989년에 산도르 스턴 감독이 만든 아미티빌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본래 정식 넘버링 4탄이지만 한국에서는 생뚱 맞게 정식 넘버링 6탄인 아미티빌: 잇츠 어바웃 타임이 아미티빌 4란 제목으로 출시됐기 때문에 넘버링 순서가 좀 꼬였다. (일본은 더 꼬인 게 이 작품이 악마가 사는 집(아미티빌 시리즈 일본판 제목) 완결편이라고 나왔고 5탄은 진 악마가 사는 집. 6탄은 아미티빌 1992, 7탄은 악마가 사는 집 최종장으로 나왔다)

내용은 악명 높은 아미티빌 호러 하우스에 만프레드 신부가 이끄는 여섯 사제가 들어가 악마를 쫓는 구마 의식을 벌이던 중, 키블러 신부가 2층 침실에 있는 플로어 램프의 둥근 전구에 뜬 악마의 형상을 보고 의식을 잃었는데 그로부터 며칠 후, 부동산에서 아미티빌 호러 하우스에 있는 물건을 경매에 붙였다가 헬렌 로이스가 여동생 앨리스 리콕의 생인 선물로 플로어 램프를 100달러 주고 구입해 일주일 뒤에 캘리포니아의 해변가 3층 집으로 보내주고 나서부터 한 밤 중에 램프가 스스로 점등하고 집안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아미티빌 시리즈는 사실 전작인 3탄에서 집이 완전 박살나서 더 나올 건덕지가 없어 보였지만.. 본작은 거기서 바로 이어진 내용이 아니라서 아미티빌 호러 하우스가 건재한다. 그런데 정작 본편 무대는 아미티빌 호러 하우스가 아니라, 캘리포니아 해변가에 있는 3층 집이다.

1890년에 지어진 집으로 실제로 아미티빌 호러 하우스와 전혀 연관이 없지만, 영화 촬영을 위해 건물 측면에 아미티빌 호러 하우스 창문 쪽 디자인을 추가했다. (아미티빌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눈을 연상시키는 창문)

건물 외관만 좀 손 봤지 건물 내부 인테리어부터 시작해 건물 위치까지, 오리지날 아미티빌 호러 하우스와 전혀 다르고 이 시리즈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집터에 얽힌 비밀과 지옥으로 통하는 우물의 존재 같은 것도 안 나온다.

그냥 악마가 존재하고, 신부가 나타나 엑소시즘하는 것만 나온다.

전작 아미티빌 3는 3D가 부제로 붙을 만큼 3D 느낌을 주려고 만든 씬이 몇몇 있었는데 본작은 그런 것도 일체 없다. 애초에 극장 개봉 영화가 아니라 TV용 영화로 격하돼서 그렇다. 실제로 본작의 배급을 맡은 건 미국 NBC 방송국이다.

본편 내용은 엘리스의 딸 낸시 에반스와 3명의 손주인 아만다, 브라이언, 제시카가 악마의 램프가 배달된 이후에 이상한 일을 겪는 것인데, 이게 아무래도 배경이 아미티빌 호러 하우스가 아니다 보니 뭔가 많이 심심하고 맥 빠지는 느낌이다.

장녀의 친구가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에 손이 빠져서 손이 잘리는 걸 암시한다거나, 배관공이 수도 고치다가 파이프에서 일전에 잘린 손목이 시리즈 전통의 검은 물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가 하면, 할머니가 기르던 앵무새가 오븐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고, 손자가 지하실에서 전기톱 들고 장난치다가 갑자기 전기톱이 저절로 시동이 걸리더니 제멋대로 움직이며, 막내딸은 집안의 악마를 상상의 친구쯤 생각하며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크레용으로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어느 순간 집안 곳곳에 낙서가 되어 있거나 침실이 벌컥 뒤집혀 난장판이 되는 것 등이 주요 변괴이다 보니 이건 무슨 하우스 호러물이 아니라 ‘위기 탈출 넘버원’ 극장판 수준이다.

손자가 전기톱 무쌍 펼칠 때 철봉을 들어 단번에 막아낸 가정부 할머니가 이후 이렇다 할 활약 한 번 못하고 허무하게 리타이어한 게 좀 아쉽다.

극후반부로 넘어가 하이라이트씬에 다다를 때쯤 본격적인 엑소시즘이 벌어지는데, 사실 말이 좋아 엑소시즘이지. 막내딸이 악마에게 빙의 당해 공중부유를 하고 식칼을 들고 덤벼들지만 외모가 기존 모습 그대로라서 엑소시즘물 특유의 악마 들린 사람 분장 하나 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본작의 끝판 대장인 악마의 실체 묘사도 플로어 램프의 둥근 전등에 악마의 형상(정확히는 그냥 눈, 코, 입)이 살짝 뜬 상태에서 본체가 램프라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하고 전원 케이블을 촉수 꼬리마냥 움직이는 게 저항의 전부라서 할머니의 런닝구 스리야! 한 방에 초전박살나니 정말 허접함의 극치다. (악마라기 보다는 물건신/부상신 내지는 물건이 본체인 도깨비 같은 느낌이다)

애초에 집안의 기물을 움직일 힘을 가졌고 무슨 진 여신전생 시리즈 즉사 마법 쓰는 것 마냥 빛 한 번 번쩍여 사람 죽이는 악마가 고작 램프 안에 틀어 박혀서 직접 움직이지도 못한 채 촉수 케이블질만 하다가 탈탈 털리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설득력이 없다.

이 작품에서 그나마 인상적인 게 있다면 오프닝을 장식하는 신부들의 집단 엑소시즘 정도다. 연출이 구려서 그렇지, 보통 엑소시즘물에서 항상 신부 2명만 나오던 구성이 그 몇 배 이상으로 불어나 떼퇴마를 시도하는 게 기억에 남는다.

결론은 비추천. 아미티빌 호러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것도 아닌, 정말 어거지로 후속편을 이어서 만든 것으로 악령이 깃든 집안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라, 집 안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 위주의 재난물에 가까워서 아미티빌 시리즈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졸작이다.

제이슨이 안 나오는 13일의 금요일 5와 마이클 마이어스가 안 나오는 할로윈 3와 같이 유명 시리즈물에 속하면서도 정작 전 시리즈 공통의 상징은 나오지 않아 이단아적인 작품이다.


 

덧글

  • 무희 2015/08/06 17:15 # 답글

    아 이거 어릴 때 AFKN 영화로 본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에 왠 길냥이가 깨진 전구 주변 산책하다가 악마합체하여 레드아이되는 마무리로 기억하네요.
  • 잠뿌리 2015/08/06 17:44 #

    네. 깨진 램프 잔해를 돌아다니다가 카메라를 보는데 눈이 빨갛게 빛나면서 마무리하죠. 되게 생뚱 맞고 구린 엔딩이었습니다 ㅎㅎ
  • kiekie 2015/08/07 01:36 # 답글

    리뷰를 보아서는 거의 코믹물 수준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실제로 보면 무섭겠지요?;
  • 잠뿌리 2015/08/07 09:30 #

    리뷰를 이렇게 써서 그렇지, 실제 영화 본편 내용은 되게 진지합니다 ㅎㅎ 작중 캐릭터들은 겁에 질리고 비명 지르고 너무 놀라서 비명 조차 지르지 못한 채 즉사하기도 해서 아비규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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