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2015) 하우스 호러 영화




2015년에 샘 레이미 제작, 길 키넌 감독이 만든 리메이크 호러 영화. 토브 후퍼/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1982년작 폴터가이스트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내용은 직장을 잃은 에릭이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살 새 집으로 이사를 갔는데 그 집에서 심령 현상이 발생해 막내딸 메디가 유령에게 납치되자 대학교에서 심령 연구팀을 운영하는 파월 일행과 심령술사 캐리건의 도움을 받아 딸을 구해내는 이야기다.

전체적인 내용은 원작 폴터가이스트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원작으로부터 무려 33년 후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차이점도 꽤 있다.

우선 문명 레벨이 몇 티어 상승한 게 눈에 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이건 33년이 지난 뒤에 나온 작품이다 보니 작중 메디가 손바닥을 데고 유령과 교감하는 TV가 원작에서는 아날로그 TV인데 본작에서는 대형 LED TV로 나온다.

그리고 무려 드론을 도입해서 초소형 캠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포탈로 들여보내 영적 세계 탐사를 시킨다든가, 작중 인물들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노트북으로 영상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 등등 강산이 바뀌어도 여러 번 바뀌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주인공 가족 설정은 인원 구성만 원작과 같지 캐릭터 설정이나 비중은 원작과 차이가 많이 난다.

우선 아버지 에릭과 어머니 에이미가 원작에 비해 비중이 한참 줄었다. 본래 포탈을 타고 이차원 세계로 넘어가 딸을 구하는 건 아버지였지만 본작에서는 아들로 바뀌는 바람에 할 일이 없어졌고, 어머니 쪽은 원작에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덮쳐져 천장으로 굴러가는 장면이 재현되지 않아서 존재감이 없다.

아버지 쪽은 그래도 원작에서 심령 촬영 기사의 얼굴 녹아 내리는 걸 각색한 장면을 통해 심령 현상을 한 번이라도 겪지, 어머니 쪽은 가족 중 유일하게 심령 현상을 한 번도 겪지 않아서 더욱 존재감이 없어졌다.

누나 켄드라는 전형적인 싸가지 없는 하이틴 소녀를 연기하며 부모한테 버릇없이 굴고 신형 휴대폰을 사달라고 조르는 된장스러운 기믹인데 작중 심령 현상에 한 번 시달린 것 이외에는 심령술사 캐리건 빠순이질 한 것 밖에 하는 일이 없다.

아들 그리핀은 리메이크판의 수혜자라고 할 만큼 비중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가족 중 가장 먼저 집안의 안 좋은 징조를 느끼고 끊임없이 위험을 경고하며 심령 현상에 시달리다가 유령들에게 납치된 동생을 구하기 위해 포털을 향해 몸을 날리고 기어이 구출에 성공하는 것 등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가족들이 나눠 받아야 할 비중을 혼자 몰아서 받은 듯한 느낌마저 준다.

문제는 캐릭터 성격에 일관성이 없다는 거다. 분명 맨 처음 나왔을 때 그리핀의 설정은 겁이 많은 성격이라서 잘 때도 불을 켜고 자서 오죽했으면 에이미가 아들 데리고 정신과 상담 받아야하지 않냐 라고 에릭한테 말했을 정도인데.. 원작의 그것을 재현한 광대 인형씬에서 광대 인형을 때려 부순 것부터 시작해 동생이 납치된 직후부터 갑자기 성격이 180도 바뀌어 쿨시크한 소년이 돼서, 심령 현상을 겪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하며 이승과 저승 사이의 개념을 단 번에 이해하며 그 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겁에 질리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는다.

완전 쥬브나일 어드벤처 장르의 소년 주인공으로 어떻게 보면 이게 존나게 스티븐 스필버그스러운 느낌인데 토브 후퍼였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토브 후퍼였다면 그리핀이 영화에 나온 것처럼 광대 인형을 때려 부순 게 아니라, 광대 인형이 그리핀을 때려죽이려 집요하게 쫓아갔을 거다. (이 영화랑은 상관없지만 웨이언스 형제의 2001년작 ‘무서운 영화 2’에서 나온 폴터가이스트 광대 패러디씬은 진짜 엄청 웃겼다. 보는 내내 빵빵 터졌다)

막내딸 메디슨은 아역이니까 연기력을 논할 수는 없지만, 각본상의 캐릭터가 되게 애매하게 변해 버렸다.

일단 원작에서 해더 오루크가 배역을 맡은 캐롤 앤 프리링 같은 경우. 한 밤 중에 TV에 손을 대고 상상 속의 친구와 대화를 나누지만, 상상 속의 친구가 실은 친구라 할 수 없는 유령이란 걸 알게 된 시점에서 공포에 떨며 비명을 지르고 격렬히 저항하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비해 본작의 메디슨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메디슨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상의 친구를 친구라고 인식하고 있고, 무표정한 얼굴로 대사를 날리는 게 기본이라 감정 표현이 다양하지 못하다. 항상 뭔가 사건 터질 때 무표정한 얼굴로 친구들이 어쩌구 불라불라. 이러기 때문에 답답하기 짝이 없다.

포탈을 타고 유령들에게 납치됐다가 구출된 다음에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상상 속의 친구 이야기를 하는 등 캐릭터가 굉장히 건조해서 입체감이 떨어진다.

TV에 손을 대는 막내딸, 아들을 덮치는 광대 인형, 집안을 습격해 온 나뭇가지 등 원작에 나온 장면들을 재현해도 작중 인물들의 리액션이 약하니 긴장감이나 공포감 같은 게 한없이 떨어진다.

캐릭터만 안 좋은 게 아니라 스토리도 허술한 구석이 많다.

우선 이 작품의 핵심적인 설정은 묘지를 이전하는데 비석만 옮기고 관을 그대로 둬서 유령들이 바글거리는 땅 위에 집을 지었기에 사단이 난 것인데.. 이게 원작에서는 엔딩 직전에 밝히는 중요 사안이었지만 본작에서는 중간에 에릭, 에이미 부부가 동네 사람들과 밥 먹다가 우연히 듣게 된 것으로 퉁친다.

포탈을 타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 사이를 지나는 것도 원작에서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 지 알 수 없기에 신비함과 긴장감을 조성했지만.. 본작에서는 드론을 투입해 내부 구조를 미리 탐사하고, 내부 구조의 디자인이 시체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집안으로 묘사를 해서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아 신비감이 많이 퇴색했다.

가족을 돕는 심령술사 같은 경우, 원작의 캐릭터는 탠지나 바론스로 키가 130cm 밖에 안 되는 소인 할머니의 독특한 외형에 차분한 어조로 가족들을 달래어 안심시키고 유령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능력으로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겨 비중이나 활약에 비해 존재감이 엄청나서 그 배역을 맡은 젤다 루빈스타인이 세턴 어워드 최고의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2탄에서는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여우조연상, 3탄에서는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여우조연상과 세턴 어워드 최고의 여우 조연상을 동시 수상했다)

탠지나 바론스는 인시디어스 시리즈의 앨리스에게 계승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대 심령술사 캐릭터의 교과서였다.

근데 본작에서는 남자 심령술사인 캐리건 버크로 바뀌었고, 이 캐릭터는 리얼리티 TV에 출현하는 심령술사인데 설정상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가짜와 실제 퇴마를 하는 진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별로 믿음직스럽지도 않아 원작의 탠지나와 비교할 수 없다.

그나마, 파웰과의 관계, 최후의 분전, 쿠키 영상까지 처음 나온 이후 마지막까지 맡은 바 역학을 다하며 활약을 했고 또 일관성도 있으니 주인공 가족보다 더 낫다.

결론은 비추천. 원작을 완벽히 재현한 것도, 새롭게 해석한 것도 아니고, 일관성 없는 캐릭터와 허술한 스토리를 가지고 원작 능욕 수준으로 발로 만든 졸작이다.

원작에서 토브 후퍼의 호러 색체를 전부 지우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브나일적인 감성만을 남겨 놓으면 이런 게 되지 않나 싶을 정도다. (근데 샘 레이미 이 양반, 본인이 프로듀서 맡았던 이블 데드 리메이크판은 잘 나왔는데 남의 영화 리메이크로는 이렇게 똥을 싸지르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주온 헐리웃 리메이크인 그루지도 그랬지만 샘 레이미는 리메이크에 재능이 없나 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제작비는 약 3500만 달러고, 흥행 수익은 약 9500만 달러로 제작비의 2.5배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 흥행 참패까지는 아니지만 로튼 토마토 신선 지수 33%, 관객 스코어 25%에 IMDB 평점 5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얻으며 평론가와 관객으로부터 혹평을 면치 못했다.

덧붙여 이 작품은 앵그리 죠의 빡친 리뷰로도 알려졌는데.. 앵그리 죠 리뷰에서는 원작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로만 알고 있다.

근데 본래 토브 후퍼가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프로듀서/각본/연출에 참여한 작품이다.

위키백과와 IMDB에도 토브 후퍼 감독의 이름이 올라가 있으며, 실제로 원작이 나온 해에 열린 1993년 세턴 어워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건 토브 후퍼 감독이다.

앵그리 죠 리뷰에선 호러 영화 팬을 자처하는데 토브 후퍼 감독을 언급하지 않고 그냥 스티븐 스필버그랑 다른 감독이 만들었나 봐 정도로 치부하고, 폴터가이스트가 하우스 호러물의 시초라고 하는 거 보면 야매 호러 매니아인 것 같다. 연대상으로 보면 오히려 스튜어트 로젠버그 감독의 1979년작 아미티빌의 저주가 더 빨리 나왔다. 아티빌의 저주는 1974년에 있었던 실화를 각색한 하우스 호러 영화로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어 하우스 호러물을 유행시켰다.



덧글

  • 먹통XKim 2015/08/02 12:28 # 답글

    이게 리메이크되었군요..헌데 원작도 영 별로라서
  • 잠뿌리 2015/08/03 16:18 #

    원작은 명작입니다. 하우스 호러물의 선두주자는 아미티빌 시리즈인 게 맞지만, 해당 장르의 명작이라고 손에 꼽을 만한 건 이 작품의 원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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