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울 (Ghoul.2015) 페이크 다큐멘터리




2015년에 페트 자클 감독이 만든 체코산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가서 촬영했다.

내용은 1931년에 그루지야의 인간 백정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악명을 떨친 이오시프 스탈린의 식량 강제 징발 정책에 의해 구 스탈린그라드인 볼가강 유역의 볼고그라드 지역에서 발생한 기근 때 집단 식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해지는데, 현대에 이르러 미국에서 온 아마추어 촬영 팀이 집단 식인 사건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로 찍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가서 식인 행위가 벌어졌다는 폐농가에 찾아갔다가 생전에 사람을 잡아 먹었던 연쇄 살인마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악령을 깨워서 떼몰살 당하는 이야기다.

본작의 타이틀인 구울은 아라비아 전승에 나오는 존재로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먹는 식인귀다. 하지만 본작의 내용은 엄밀히 말하자면 시체를 먹는 귀신이 아니라, 산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이 메인이다. 정확히는 식인 속성의 연쇄 살인마의 악령이 깨어나 참극을 빚는 것이다.

본작에 나온 안드레이 치카틸로는 실존하던 인물로 로스토프의 백정이라 불리며 러시아 역사상 최악 최흉의 연쇄 살인범으로 손꼽힌다.

1936년에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선천적인 병약 체질로 인해 시력을 잃고 어릴 때부터 주입 받은 식인에 대한 공포, 강박관념 때문에 정신병을 앓던 중 성인이 돼서는 성기능 장애까지 겪고 집안에 불순분자가 있다는 사실을 고발당해 직장까지 잃어 마침내 흑화되어 1990년에 체포되기 전까지 52명의 소녀와 여성들을 간살하고 희생자의 신체 일부를 절단해 소고기라 속인 뒤 가족들과 함께 먹은 식인 살인귀다.

일단, 본편 스토리는 집단 식인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찍기 위해 옛 사건 현장을 찾아간 것이 주 목적이고 안드레이 치카틸리의 악령이 깨어난 것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서 좀 스토리가 어긋난 느낌을 준다.

원조 페이크 다큐멘터리인 블레어 윗치로 예로 들자면 거기서는 마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마녀 전설이 살아숨쉬는 산골 마을에 찾아갔다가 떼몰살 당하는 것이라 본편 스토리와 촬영의 동기, 목적이 일치했는데 이 작품은 그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주인공 일행이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딱히 정해진 게 없어서 스토리가 굉장히 늘어진다는 점에 있다.

촬영 자체도 그 당시 시대를 겪은 역사의 산 증인에게 인터뷰를 시도한다는 것 이외에는 딱히 정해진 방침이 없고, 굳이 옛 사건 현장의 폐농가에 찾아왔어야 했는지 의문마저 들게 한다.

그냥 현지민과 웃고 떠들고, 침대자리에 이불 깔고 자고 그 와중에 커플들은 떡이나 치고. 촬영을 하러 온 건지, 아니면 관광을 하러 온 건지 모를 잉여스러움이 넘쳐 흘러서 도무지 페이크 다큐멘터리스럽지가 않다.

실시간 촬영 카메라를 이용해 리얼 타임으로 찍고 있다는 게 유일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요소다.

어디로 가서 뭘 해야 할지 딱히 정해진 게 없다 보니 작중 인물들이 죄다 집안에 몰려 있는데다가, 막판에 영화 끝나기 전에 급하게 일행들을 다 찢어 놓은 뒤 떼몰살 당하는 걸 보여주기 때문에 긴장감 조성에 실패했다.

처음부터 무슨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차근차근 긴장감을 쌓아가다가 한 번에 팍 터트려야지, 그런 준비 과정이 전혀 없으니 몰입이 잘 안 된다.

폐농가에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한데, 그의 악령이 깨어나 사람들을 해치는 건 다소 뜬금없는 전개였고, 사람 몸에 씌인 것뿐만이 아니라 안드레이 치카틸로 본인 그 자체가 현실에 구체화되어 사람들을 해치는 모습을 너무 선명하게 보여주고 아예 전용 대사까니 날리는 게 작위적으로 다가와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심지어 폐농가도 좁아 터져서 미장센에 집중했다고 볼 수도 없고, 실시간 카메라를 집안에 설치해 놨지만 그 영상을 확인하는 캐릭터가 없어서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 실시간 카메라로 찍힌 영상 중에 유일한 쓰임새는 침대 위의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 뭔가에 의해 들어 올려지는 씬 하나뿐이다)

등장인물 중 ‘인나’는 마을에서 마녀로 통하는 인물로 오컬트 지식을 갖췄고 주인공 일행의 촬영을 도우며 강령 의식까지 펼치지만, 중반부에 이야기에서 쏙 빠졌다가 후반부에 잠깐 나와서 안드레이 치카틸로의 악령에 빙의되어 혼자 발광하다 리타이어하는데.. 캐릭터 신분과 배경 설정에 비해 별 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고 비중도 적은데 어째서인지 타이틀 커버 사진에 단독 등장한다.

오망성을 그려 넣은 테이블 위에 유리컵을 뒤집어 놓고 하는 러시아판 위치보드도 타이틀 커버 사진에 나온 것 치고는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여주인공 ‘제니’는 정말 지나치게 히스테릭을 부리고 입이 거칠어서 말끝마다 훡! 훡! 이러는데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들한테 화풀이를 하고 짜증을 내서 단 1그램도 그 시점에 몰입할 수 없었던 최악의 주인공이었다.

차라리 트러블 메이커로서 사건의 중심에 있어서 모든 사단을 일으켰다면 트롤러로서의 존재감이라도 있었겠지만, 온갖 짜증은 다 내고 씨바씨바 거리는데 정작 스토리의 중심에서 떨어져 관찰자 시점으로 보기만 해서 포지션이 매우 애매하다.

결론은 비추천. 우크라이나 배경에 체코에서 찍은 영화라는 게 보기 드문 것이라 흥미를 끌지만 정작 영화 본편의 재미와 완성도는 처참한 수준의 졸작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왕도를 지향하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감독이 해당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본기가 약해서 긴장감 조성에 실패, 한 없이 내용이 늘어지고 초자연적인 존재의 실체를 대놓고 보여줘 작위적인 느낌까지 강해 무늬만 페이크 다큐멘터리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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