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초시공영웅전설 (超時空英雄傳說.1996) 2020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6년에 우준과기(宇峻科技)에서 MS-DOS용으로 만든 대만산 SRPG 게임. 우준과기의 업계 데뷔작이자 히트작이다.

내용은 지구에 사는 평범한 작가 ‘맹기’가 어느 비오는 날 밤 집에 돌아왔는데 집안 전기가 끊겨 있어 지하실을 살펴보던 중, 이세계로 통하는 문을 발견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과륭다별의 레이프 대륙에 뚝 떨어져 예언에 나오는 성자로서 이세계의 동료들을 모으고 500년 전 용사 고특력이 사용한 광명성검을 찾아내 가나 제국군, 암흑생물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버전이 두 가지가 있는데 ‘맹기’ 버전과 ‘강민’ 버전이다. 각 버전이 뜻하는 건 주인공 이름이다.

대만판 원작 주인공의 이름은 맹기로 맹기 버전은 그 버전 그대로 번역한 것이고, 강민 버전은 좀 더 한글에 가깝게 번역한 것이라 몇몇 캐릭터의 이름이 판타지 배경 답게 서구적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맹기 버전의 ‘양철’이 강민 버전에선 ‘켐벨’, 주요 배경 세계인 ‘과륭다’가 ‘카룬다’, 검성으로 전직한 강민의 최종 검술인 ‘어검술’이 ‘비검술’, 토신무가 불러낸 소환수인 ‘저팔개’가 ‘슬러터’. 이벤트 아이템 ‘지령주’가 ‘땅신령구슬’. 전설에 나오는 용사 ‘고특력’은 ‘아이언’, 적군 최초의 마수인 ‘락극조’는 ‘극락조’로 폐허의 인공지능 컴퓨터인 ‘사령탑’이 ‘블레이락’, 염소 악마 ‘요노게스’는 ‘니노게스’, 최종 스테이지에 나오는 반인반사자 괴물인 ‘사람 얼굴 사자’는 ‘인면괴물’로 수정됐다.

맹기 버전에선 작중 인물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극에나 나올 법한 하오체로 나온 게 강민 버전에선 그나마 말투가 평범해졌고, 여러 용어, 표현들을 한국식 문법에 맞게 바꾸었으며 ,인터미션 때 나오는 내용 전개 상황(미션 소개글)도 읽기 쉽게 고쳤다.

쉘이 첫 등장하는 3스테이지에서 쉘이 다짜고짜 양철에게 피부 까맣다고 깜둥이라고 시비거는 부분이 강민 버전에선 겉늙어 보인다는 말로 엄청 순화됐다. (명색이 히로인인데 맹기 버전에서는 양철이 딴죽을 걸자 ‘제기랄’ 소리까지 한다)

또 게임 플레이 중에 예/아니오 선택창도 맹기 버전은 흐릿해서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강민 버전은 확실하게 O, X 표시가 뜬다.

게임 난이도 자체도 강민 버전이 좀 더 쉽다. 번역만 매끄럽게 한 것뿐만이 아니라 난이도도 자체 조정한 것이다. 이를테면 맹기 버전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지형 보정치가 강민 버전에선 적당한 수준이 됐다. (맹기 버전에서 초지의 지형 보정이 +35/+20인 것에 비해 강민 버전은 똑같은 지형인데 +5/+5다)

이 게임은 기본 화면과 전투 시스템, 아이콘 등등 전반적으로 퀘스트의 1995년작 ‘택틱스 오우거’를 그대로 베꼈다.

참고하거나, 모방한 것 정도가 아니라 그냥 거기 나온 걸 그대로 가져다 캐릭터 스킨만 약간 바꿔 넣은 것이다.

당시 대만 게임은 일본 게임의 파쿠리인 경우가 일상다반사였는데 이 작품도 그런 케이스에 속했다. 표절을 넘어서 도작 수준으로 가져다 쓰긴 했는데 당시 파쿠리 게임으로선 당연한 일이지만 베낀 게임의 마이너그레이드 버전이 됐다.

택틱스 오우거 원작에서 캐릭터 이동과 리액션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묘사한 반면, 본작에서는 원작의 움직임을 스킵하듯 처리해서 리액션이 밋밋한 편이다.

맵 디자인도 택틱스 오우거의 그것을 적당히 바꿔 썼는데 디자인만 따라한 건 아니고 시스템도 충실하게 베껴서 지형의 고저차와 지형 종류에 따른 공격력/방어력 보정 수치가 있고 지수화풍 4속성과 암흑/신령/소환/특수 계열 마법도 다 따로 항목이 분류되어 있다.

무기 역시 택틱스 오우거와 동일하게 검, 칼, 지팡이, 활, 도끼, 창이 존재하는데 택틱스 오우거에는 없는 게 추가되었다면 기능 숙련(스킬 수치)와 검술, 협공의 존재다.

여기 나오는 기능 숙련은 스퀘어의 ‘로맨싱사가’에 나온 무기 숙련과 같은 개념을 가져다 쓴 것이다. 해당 무기를 사용해 공격할수록 숙련도가 올라간다.

마법 같은 경우도 숙련도에 포함되어 있어 해당 마법을 자주 사용해 숙련도를 올려야 더 많은 마법을 배울 수 있다. 레벨만 올린다고 자동으로 마법 종류가 늘어나는 게 아니다.

검술/협공은 검사의 물리 공격 스킬로 작중 유일하게 검사만 사용할 수 있다.

택틱스 오우거의 클래스 변경 시스템도 가져다 썼는데 이건 좀 복합적으로 다른 게임도 베꼈다.

일단, 택틱스 오우거의 경우 레벨과 조건만 맞으면 직업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이 비해 본작에서는 레벨업을 해서 클래스 체인지를 하면 이전 직업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기본 한계 레벨이 10이라 레벨 11이 되면 클래스 체인지를 하며, 클래스 체인지 도중 상위 직종이 2가지로 나뉘어져 둘 중 하나를 골라 해당 계열의 최상위 직종으로 전직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메사이어의 랑그릿사와 같다.

‘사병<전사’가 택틱스 오우거의 ‘솔져’에 해당하는 기본 직업군이고, 전사 다음부터 ‘검사’, ‘사냥꾼’, ‘일반무사’, ‘수사’, ‘마술인’, ‘기창병’, ‘격투자’ 등 총 7개의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다.

검사는 SP를 소모해 공격 스킬인 ‘검술’을 사용할 수 있고, 사냥꾼은 활 장비, 일반무사는 중갑옷과 칼 장비, 수사는 회복마법, 마술인은 공격마법, 기병창은 기동력, 격투자는 도끼 장비로 각각의 특성이 따로 있다.

검사는 ‘협객<은검사<황금검사’. 격투자는 ‘성전사<광명전사<영항전사’, 일반무사는 ‘중급무사<고급무사<장군’, 사냥꾼은 ‘궁수<신전수<쇠뇌수’의 태그를 타는데 각 직업의 차이점은 장비 가능한 무기가 다르다는 거다. 중간에 직업군 양자택일에 가능한 기병창, 수사, 마술인 보다는 좀 단조로운 편이다.

기병창은 ‘돌풍기사’를 거쳐 ‘질풍기사’, ‘흑기사’로 전직 가능한데 질풍기사는 ‘비마기사’가 되어 비행 능력이 생기고 흑기사는 ‘암흑기사’가 되어 암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서로 전혀 다른 노선으로 나간다.

수사는 ‘제사’, ‘주술관’으로 전직 가능한데 전자의 최종 상위직은 ‘주교’로 정령/소환 마법 계열. 후자의 최종 상위직은 ‘무사’로 공격에 특화된 암흑 마법 계열을 추가로 익힐 수 있다. (여기서 무사는 武士가 아니라 巫士인 것 같다)

소환 마법은 지신/화신/대악마로 특수 유니트를 소환해 싸울 수 있다. 공격 마법이 아니라 유니트 소환이란 점이 이채롭다. 기본적으로 지수화풍의 4가지 속성 정령 소환술을 습득할 수 있고, 대악마 소환은 나중에 나오는 이벤트에서 선택지에 따라 새로 추가된다.

마술인은 공격 마법과 버프/디버프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다. 키우기는 어렵지만 육성에 노력을 기울인 만큼 제몫을 다하는 클래스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땅, 화염 속성의 마법을 습득하다가, 마법사 태그를 타서 최종 상위직인 ‘법사’가 되면 지수화풍 4속성 마법을 전부 다 배울 수 있고, 마도사 태그를 타서 최종 상위직인 ‘마검사’가 되면 땅, 화염 속성만 마법과 물리 계열의 특수 공격 사용 및 검을 장비할 수 있다.

물 속성 동결 주문으로 올리고 전송술로 거의 화면 처음에서 끝까지 지정한 유니트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며, 불 속성 최대 주문 핵융합은 매 전투마다 사용 한정이 있지만 소비 MP 0에 공격 범위가 전후좌우 30칸이 넘고 타일 전체 공격 마법이라 사기급 성능을 자랑한다.

주인공 맹기는 작가<협객<검도가<성검사<협객(쌍검)<검왕<검성으로 전용 클래스 체인지 한다. 습득하는 검술 종류는 검사와 동일하다. 다만, 검사보다 전직 직업이 더 많다 보니 끝까지 잘 키우면 최종 능력치가 가장 높다. (검사의 최종 테크트리인 황금검사의 레벨업 경험치가 300인 것에 비해 검성은 그 2배인 600이다)

동료들의 초기 직업은 양철/스라이더/카레인/오즈(사병), 허크(전사), 쉘(수사), 무쌍(마술인), 하오시스(목사), 렌치(마술사), 쥬디(사냥꾼)이고, 곡원길(주교), 유대장(은검사) 등은 처음부터 상위직종을 가지고 나오지만 스토리상 중간에 빠졌다가 나중에 켐벨과 함께 복귀할 때 재합류한다. 이때 쉘의 아버지인 장청도 합류하는데 황금검사보다 한단계 높은 ‘대검사’로 나온다.

‘대검사/대장군/비룡기사/종극전사/대신관/대법사/연발쇠뇌수’ 등은 각각 황금검사/장군/비마기사/영항전사/주교/법사/쇠뇌수보다 한 단계 더 위에 있는 숨겨진 직업이다.

‘대검사의 훈장/대장군의 훈장/성기사의 훈장/광전사의 훈장/대신관의 계/마도사의 계/전신 훈장’을 얻어 전직을 희망하는 캐릭터의 악세사리 슬롯에 장착한 상태에서 레벨업을 해야 특수 전직할 수 있다. (즉, 검사의 최종 상위직종은 황금검사인데 대검사의 훈장을 장착하고 10레벨을 넘기면 대검사로 전직이 가능하다)

의외로 첫 합류 때부터 기병창 최상위 직종인 ‘비마기사’로 들어오는 ‘한개제’가 중간에 이탈하는 일 없이 끝까지 함께 한다.

비인간계 유니트로는 데미라(응인간사병), 컨버터(낭인간), 라라(소룡) 등이 있다.

데미라는 날개 달린 응인간으로 택틱스 오우거의 유익인 ‘카노프스’를 생각하면 되는데 응인간사병<응전사<비응전사로 최종 진화, 컨버터는 낭인간이란 설정이 이리 인간(늑대인간)이라는데 뭔가 바바리안 코스프레한 것처럼 보이며 낭인간사병<낭전사<낭호전사로 최종진화하는데 각자 무기 장비 및 특수기술 매 공격/이리 공격을 할 수 있다.

라라는 드래곤 헤츨링인데 캐릭터 대사 스크립트는 여자로 나와 쉘을 언니라고 부른 반면 비룡이 되어 재합류하는 이벤트 때 캐릭터 상태창을 보면 성별이 남자로 되어 있어 해괴하다. 소룡<비룡으로 진화해 화룡과 빙룡 중 하나를 선택해 최종 상위직으로 거화룡/거빙룡이 될 수 있다.

전투 클리어 후 전쟁 결과 보고가 뜨면서 화폐(군자금) 획득, 물품(아이템) 획득, 동료 가입 여부가 뜨고, 해당 전투에 참여해 끝까지 살아남은 아군 전체의 경험치가 상승한다.

근데 기본적으로 아군의 수에 비해 적이 많이 나오는데 레벨 노가다 방법이 마땅히 없어서 캐릭터 육성에 제약이 좀 크다.

택틱스 오우거에선 그런 제약을 없애기 위해 트레이닝 모드를 지원해서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대비해 충분히 레벨을 올릴 수 있었던 반면 본작에는 그런 게 일절 없다.

전쿠 클리어 보상 경험치로 잘해봐야 레벨 1씩 밖에 안 오르는데.. 클래스 체인지 기본 원리가 레벨 11이 되면 클래스 체인지를 하는데 레벨 1로 리셋된다.

세가의 ‘샤이닝포스’ 상위직 전직 레벨 리셋과 같은 개념이지만 그쪽은 전직 후 한 번만 레벨이 리셋된 반면, 본작에서는 다시 레벨 11로 만들어 상위직종으로 올라가면 또 레벨 1부터 11까지 다시 올려야 하니 문제다.

샤이닝포스처럼 경험치 100만 올리면 레벨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상위직종으로 전직할 때마다 레벨업에 필요한 기본 경험치도 점점 올라가서 나중에는 경험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게 된다.

매 전투마다 아군보다 적군의 수가 상당히 많아서 머릿수로 밀고 들어와 근접 전투를 벌이면 진짜 플레이가 끔찍해진다. 법사 계열을 제외한 아군 유니트 중에 유일하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게 사냥꾼인 쥬디 한 명 뿐이 없고 나머지는 사냥꾼으로 전직해야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반면, 적군은 궁수들이 엄청 많이 나오고 어떤 전투에선 아예 궁수/법사만 쫙 깔려 있어서 악몽을 선사한다.

전투 때 ESC키를 누르면 열리는 메뉴창에서 지원하는 기능으로는 회 종료(아군 턴 종료), 총검표(맵상에 있는 적과 아군 리스트 분류), 승리 실패 조건(승패 조건표), 계열 선택 항목(세이브/로드, 음악-음향 효과 온/오프, 게임 컨피그창), 자동 작전(오토 모드) 등이 있다.

게임 저장은 전투 때와 월드맵에서 할 수 있는데 번안 센스가 괴랄해서 데이터 로드를 ‘이전 화일에 저장’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타이틀 화면에서 게임 새로 시작하기는 ‘다시 시작하기’라고 표기되어 있어 뭔가 세이브와 로드의 뜻이 뒤바뀐 느낌을 준다.

전투 전후에 나오는 스토리 대사와 비전투 상황에서 나오는 스토리 대사를 전부 마우스 오른쪽 버튼 클릭으로 스킵하고 지나갈 수 있는 건 쾌적하다. (3D 영상은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눌러야 스킵된다)

전투 맵에서 화면 이동을 할 때 원하는 방향의 빈 자리에 커서를 맞추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화면이 그쪽으로 넘어가는 것도 보기 편하다.

각종 아이템, 장비, 스킬도 설명 항목이 따로 있어 커서를 움직여 그걸 클릭하면 어떤 기능이 있는지 친절히 알려주니 전반적인 게임 인터페이스가 좋은 편이다.

전투 중에 죽은 동료는 전투 종류 후 월드맵의 교회에 가서 부활시킬 수 있다. 교회에서는 기부/부활/저주 해체를 할 수 있는데 기부는 문자 그대로 교회에 기부하는 것으로 그냥 돈 쓰는 것 외엔 아무런 기능도 없다.

저주 해체는 특정 무기 장비시 저주에 걸렸을 때 교회에 가서 해제하는 것으로 게임상에 저주 받은 장비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아서 별로 쓸모는 없다.

월드맵의 상점에서는 무기/갑옷/신발/투구/방패/악세서리/소비형 아이템 등을 구입할 수 있고, 가진 물건을 팔 수도 있다.

상점, 교회가 게임상에 나오는 유일한 가게들이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 월드맵에서의 위치가 바뀌는 관계로 상점/교회가 안 나오는 지역도 많다. 택틱스 오우거처럼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수 없고, 오직 정해진 길을 따라 전진할 수밖에 없다. (월드맵의 메뉴 중 ‘출격’을 고르면 다음 전투로 진행된다)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데, 게임 본편에 나온 것과 또 별개로 뜬금없이 3D 모델링과 2D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는 씬 등이 나올 때다.

전자는 오프닝 때 주인공이 한 밤 중에 집에 돌아와 지하실에 가는 장면과 예언자가 500년 전 사악한 마법사를 소환한 마수를 처치한 용사 고특력의 이야기를 해줄 때 나오는 건데 퀼리티가 상당히 떨어져서 안 넣은 것만 못하게 됐고, 후자는 대악마 애스커 이벤트와 최종 전투 클리어 직후, 그리고 멀티 엔딩에서 한 컷씩 정지된 그림으로 나오는데 옛날 게임이란 걸 감안해도 일러스트 퀄리티가 떨어지지만 그래도 앞서 언급한 3D쪽 보다는 훨씬 낫다.

반면 스토리는 차원이동 영웅물의 왕도를 지향하고 있어 정석에 맞췄다.

전개가 크게 2개로 나뉘어져 있고 전반부는 가나 제국군과의 싸움, 후반부는 암흑생물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제국군의 최종 보스는 가나 대왕이며 그 아래로 제국군 4천왕 토신무, 목신무, 수신무, 화신무가 있다. 4천왕이 각각 보스로 나오는 맵은 해당 보스의 속성에 맞춘 전용 맵이라 인상적이다.

제국군과 싸울 때는 인간 계열의 유니트가 주로 나온 반면 암흑생물과의 싸움은 몬스터 계열 유니트가 늘어나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폐허에서 발견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사령탑과 사건의 흑막이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에 가까운 초월적 존재인 흑마신인 것 등등, 판타지를 넘어 SF의 영역에 도달하니 생각 이상으로 배경 스케일이 크다.

그런 스케일에 걸맞게 주인공 설정도 으리으리하다.

지구에서 차원이동한 현대인으로서 사건의 중심에 있다. 예언에 나오는 성자이자 차원이동의 여파로 신체 능력이 상승, 검술에 뛰어난 잠재력이 있으며 초대 용사가 사용한 검을 입수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자 또 암흑생물과 맞설 수 있는 정신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먼치킨으로 나온다.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는 초반부부터 함께 해 온 레귤러 멤버인 양철, 쉘 정도만 눈에 띄고 나머지는 있는 듯 없는 듯 나온다. 캐릭터 대사 배분이 레귤러 멤버한테 편중되어 있어서 그렇다. (문제는 그 레귤러 멤버도 숫자가 적다는 거)

심지어 렌치는 대사가 단 한 줄도 없고, 하오시스는 ‘저곳이 서성이군’ 이 대사 딱 한 줄만 있다. 데미라는 아주 사소한 대사 몇 마디 밖에 없고, 컨버터는 ‘정면 공격을 할 수 밖에 없지’ 이 말 밖에 안 한다. 근데 렌치, 하오시스, 데미라 셋 다 엔딩의 캐릭터 후일담이 없는데 컨버터 혼자 개인 일러스트와 함께 후일담이 나오고 강민의 잔류 엔딩 때도 얼굴을 비춘다.

캐릭터 사이의 관계 조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관계로 엔딩에서 커플이 되는 캐릭터들이 좀 이해가 안 갔다. 본편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연애 플래그를 켜놓고 로맨스 떡밥을 던지고 회수한 게 아니라.. 막판 가니 대뜸 히로인 인증을 하거나, 본편에서 단 한 줄의 언급도 없었는데 갑자기 약혼이니 결혼이니 이러고 있으니 과정 없는 결과만 보여줘서 드라마의 밀도가 떨어진다. 택틱스 오우거를 흉내 내면서도 결코 원작을 따라잡지 못한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멀티 엔딩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엔딩이 총 3개가 나온다. 중반부에 가나 제국을 함락시킨 뒤 가나 제국의 의 황제가 되느냐, 마느냐의 선택에 따라 황제 엔딩이 나오고, 최종 보스전 클리어 이후 판타지 세계에 남느냐, 지구로 돌아가느냐에 따라서 각각의 엔딩이 나온다.

황제 엔딩은 양철, 쉘, 무쌍 등이 떠나가면서 주인공 후일담만 나오고 끝나는 반면, 판타지 세계 잔류/지구 귀환 엔딩은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몇몇 동료들의 후일담도 나온다. 양철, 컨버터, 무쌍, 스라이더, 쉘, 한개제, 쥬디, 유대장으로 나머지 다른 캐릭터는 안 나온다.

후일담은 해당 캐릭터 일러스트와 짤막한 텍스트, 그리고 게임 내 전투 참여 성적이 나온다. 여기서 전투 참여 성적의 전쟁 승리(해당 아군의 전투 시 킬 마크 횟수)/전쟁 패배(해당 아군의 전투 시 사망 횟수)를 의미한다.

언뜻 보면 랑그릿사 시리즈의 엔딩 후일담을 떠오르게 하는데 게임 내 플레이 성적에 따라 엔딩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주인공/셀, 양철/무쌍 등 작중 공인 커플들만 잔류/귀환 엔딩에 따라 후일담이 약간 달라진다.

여기서 좀 아쉬운 게 있다면 후일담도 없는 캐릭터가 있다는 것과 엔딩 스텝롤이 올라가다가 FIN 표시도 없이 DOS모드로 빠져 나와 The End!라는 글자가 뜨는 거다.

게임 개발 막바지에 이르러 작업을 완료하지 않고 스킵하고 지나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성의한 마무리였다.

게임 본편에서 멀티 엔딩 이외에 유일하게 선택지가 나오는 때는, 전설상의 유적섬(고대유적) 전투에서 지령주를 얻기 전에 숲속의 나무 사이에 숨은 불은 색의 대악마 애스커를 쓰러트리면, 애스커가 목숨을 구걸하는데 여기서 살려준다는 선택 시 감사 인사를 하며 소환술로 불러낼 수 있는 악마가 되어 준다.

결론은 평작. 게임의 기본 틀과 주요 시스템을 일본 유명 게임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써서 태생부터 파쿠리에 표절한 원작의 마이너 버전으로 미칠 듯한 전투/육성 난이도와 어설픈 3D 등 게임 전반의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지만, 마우스 하나로 선택/취소/창 열기가 다 되는 간편한 조작감과 대사 스킵 기능 지원에 월드맵과 전투 때 세이브/로드가 가능한 것 등등 게임 인터페이스는 꽤 좋은 편이고 차원이동 판타지로 시작해 SF의 영역을 넘어가서 배경 스케일과 본편 스토리의 볼륨이 크며 캐릭터 수와 직업 종류도 많아서 SRPG로서 파고 들 만한 구석도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발매된 해인 1996년에 열린 대만의 각종 게임제에서 전략 게임상을 수상했다. 대만 현지에서는 꽤 흥행을 한 작품으로 시리즈화되어 ‘초시공영웅전설 2 ~복수마신~’, ‘초시공영웅전설 2 외전 ~북방밀사~’ 등이 차례대로 발매됐다.

덧붙여 이 작품은 치트키가 있다. 정확히는, 치트키로 디버그 모드를 오픈하는 것인데.. 전투 도중 ESC키를 눌러 메뉴창을 불러온 다음, CLRL+ALT+Q+W를 동시에 누르면 패스워드 입력 화면으로 넘어가는데 그때 ‘UNICORN’을 입력한 후 엔터키를 누르면 다시 게임 화면으로 돌아오면서 디버그 모드가 열린다.

디버그 모드는 한 번 패스워드를 입력한 상태에서 계속 켜져 있는데 게임 화면에서 ALT+R을 누르면 행동이 끝난 아군 다시 행동. 아군 선택하고 ALT+V를 누르면 캐릭터 에디터, 적군을 선택하고 DELETE키를 누르면 전장에서 삭제시킬 수 있다.

캐릭터 에디터는 주요 능력치(HP/MP/SP/반응/공격력/방어력/검술/전술)와 경험치, 스킬 수치, 히든 스킬 수치, 아이템, 캐릭터 좌표만 바꿀 수 있고 레벨, 클래스는 바꿀 수 없다. 아이템은 1부터 225번까지 아이템 번호를 입력하고 게임 화면으로 돌아가면 그 직후 자동으로 입수하게 된다.

적군 삭제 같은 경우, 적군을 해치운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전투를 순식간에 클리어할 수 있다. 다만, 보스 캐릭터를 삭제하면 이벤트 대사를 듣지 못하고 해당 전투를 클리어한 것이 되니 주의해야 한다.

추가로 맹기 버전의 한역 중에 제일 황당했던 건 후반부의 리린 대륙 전투에서 NPC 마을 사람들 유니트 명칭을 남녀 구분해서 이름은 촌민, 직업은 촌놈(남자), 촌년(여자)라고 적나라하게 적어 놓은 게 기억에 남는다. 참고로 촌년 유니트의 썸네일 사진은 상점 주인의 것을 공유한다. 이게 확실히 상식적인 문제라서 강민 버전에서는 유니트 명칭이 주민. 직업은 아저씨/아줌마로 수정됐다.

일반 RPG 게임에선 친숙한 표현인 크리티컬 히트도 작중에 번역된 게 ‘반드시 죽임’이란 것도 후덜덜하다.

그나저나 작중 대륙 이름이 '레이프'인데 이게 언뜻 보면 멀쩡한 것 같지만.. 이 게임이 일본으로 번역되어 수출되어 그 명칭 그대로 썼다고 생각하면 일본 유저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어로 레이프가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자)

마지막으로 맹기 버전의 멀티 엔딩 중 황제 엔딩은 끝부분 텍스트가 잘렸는데, 강민 버전은 황제 엔딩은 텍스트가 끝까지 다 나온 반면 지구 귀환 엔딩에서 마지막 줄이 잘렸다.

게다가 맹기 버전의 엔딩 후일담에선 분명 맹기 잔류시 양철과 무쌍은 일이 바빠 결혼을 미루고 있고, 맹기 귀환시 양철과 무쌍은 결혼한 것으로 나오는데.. 강민 버전에선 맹기 귀환이든 잔류던 간에 양철의 후일담은 바쁜 일상으로 결혼을 미룬다로 다 똑같고, 무쌍 후일담만 바뀐다.

그밖에 후일담의 맺음말에서 수정된 부분이 자잘하게 있는데 맹기 버전에선 잔류 엔딩 때 맹기가 고특력 다음 가는 영웅으로 후대에 칭송 받았다고 나오지만 강민 버전에선 아이언(고특력) 같은 위대한 영웅이 됐다고 나오고.. 맹기 버전의 귀환 엔딩 때 쉘의 후일담이 마음의 상처를 딛고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맹기를 거의 잊었다고 나온 반면 강민 버전에선 아직도 맹기를 그리워한다고 묘사한다.



덧글

  • 먹통XKim 2015/07/10 23:51 # 답글

    ㄱ- 그래픽은 영 아니더군요;
  • 잠뿌리 2015/07/14 10:52 #

    그래픽은 별로 좋지 않은데 이 당시 대만 게임이 다 그랬습니다.
  • MirFra 2017/08/29 23:20 # 삭제 답글

    초시공영웅전설 소개 글귀만 퍼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잠뿌리 2017/08/30 08:47 #

    해당 글에 출저를 밝히셔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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