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신시록 (神示錄-背叛與毀滅.1995) 2019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대만의 J.C SOFT에서 MS-DOS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 원제는 ‘신시록 ~배반여훼멸~’. 국내명은 부제를 뺀 ‘신시록’이다.

내용은 전사 시험 전날 친구 미지랑 낚시를 갔다 물에 빠진 이후 기억을 상실한 주인공(디폴트 네임 없음)이 실은 신족의 영혼이 인간의 몸에 들어온 것으로 동료들을 모아서 마왕 루에스트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게임 조작 방법은 상하좌우 이동키에 스페이스바가 메뉴창 열기/선택/대화/상자 열기, ESC가 취소, 엔터키가 조사.

메뉴는 체력과 마력(HP/MP 확인), 전투 능력(공격력/방어력 확인), 상세자료(전체 스테이터스창), 장비, 대열(파티원 순서 배치), 마법, 도구(사용/보급(건네주기)/폐기(버리기), 환경(컨피그)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업은 크게 전사/법사 계열로 나뉘어져 있고 세부적으로는 신족/전사/승려/마도사/점술사 등이 있는데 직업에 따라 사용 가능한 장비가 다르다.

전사 계열은 마력이 0이라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지만 대신 ‘비기’라고 해서 HP를 소모해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마법사는 반대로 근력이 약해 레벨 100으로 만들어도 직접 데미지가 형편없이 낮은 대신 다양한 마법을 사용해 싸울 수 있다.

마도사는 공격 마법이 특기, 점술사/승려는 회복 마법을 주로 쓴다.

스테이터스창에 표시되는 건 직업/등급(레벨)/체력(HP)/마력(MP)/근력(공격력)/인내(방어력)/속도(선제공격 확률 상승)/행운(회피 및 크리티컬 확률 상승)/체력한계(HP 한계치)/마력 한계(MP 한계치)/현재 공격력/현재 방어력/EXP(경험치) 등이 있다.

레벨 상승과 함께 능력치도 상승하는데 그 이외의 방법으로 올리려면 종자 시리즈를 얻어서 사용하면 된다. 생명의 종자, 마력의 종자, 근성의 종자, 인내의 종자, 속도의 종자, 신비의 종자 등으로 각각의 능력치를 랜덤으로 상승시켜 준다. 샤이닝 포스에서 나온 랜덤 확률로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소비형 아이템인 매지컬 푸드 시리즈를 생각하면 된다.

장비/아이템 슬롯은 하나로 공유되는데 소지 제한이 있다. 투구/갑옷/방패/무기 순서로 장비가 가능하니 그 4개 슬롯을 제외한 나머지 슬롯에 아이템을 넣어야 한다.

당연히 아이템 소지 한계로 꽤나 고생을 하게 되는데.. 그래서 게임상에 존재하는 게 ‘예치소’다. 뭔가 되게 낯설은 이름 같은데 그냥 한국식으로 풀어 말하자면 저장고 개념에 가까워서 아이템과 돈을 맡겼다가 되찾을 수 있다.

문제는 예치소가 있는 마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 예치소 주인은 무슨 세계각지와 통해 있다 어쩐다 하지만 정작 그 수가 많지 않으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다른 상점으로는 무기점/방어구점/잡화점/여관/교회가 있다. 어떤 마을에는 교회 건물조차 없고 신부나 수녀가 그냥 밖에 홀로 나와 있는데 그때 대화를 걸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드래곤 퀘스트나 샤이닝 포스와 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어 해독/치료/세이브 기능을 지원한다. 로드는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서 할 수 있지만 세이브는 오직 교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세이브 포인트를 항상 잘 체크해야 한다.

전투 도중 파티가 전멸하면 가장 가까운 마을의 여관에서 깨어나는데 소지금이 줄어드니 주의해야 한다.

환경에서는 자막 속도(텍스트 속도), 음영효과(게임상의 그림자 표시 여부), 배경 화면(배경화면 표시 여부), 음악/음효(음향효과), 전투 효과(전투시 공방 스킵 여부), 전투 속도, 이동력, 표제화면(타이틀 화면으로 이동) 등이 있다.

의외로 스킵과 속도 조절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전투 화면은 세가의 판타지스타 시리즈를 모방했다. 정면 시점에 주인공 파티의 등짝이 보이고, 공격시 적에게 직접 다가가 공격 모션을 취하는 것으로 누가 보면 대만판 판타지스타로 오인할지도 모른다. (전투 외적인 부분에서는 특정 캐릭터들이 대화를 할 때 대화창 위로 초상화 썸네일이 뜨는 게 판타지스타의 그것과 유사하다)

전투 시 선택 가능한 커맨드는 전투/도망. 전투를 고르면 공격/마법/비기/방어/도구를 선택할 수 있다. 적과 아군의 레벨 차이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면, 전투에서 적의 턴이 돌아오기 무섭게 알아서 도망친다.

게임상에 나오는 상태 이상 효과로는 마비(전투 불능)/봉쇄(마법 봉인), 혼란(조종 불가), 중독(독 지속 데미지), 안개(공격 명중률 하락), 최면(수면 상태에 빠져 행동 불가) 등이 있다.

전투 밸런스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적의 HP가 평균적으로 아주 높지는 않지만.. 대신 아군의 레벨업 속도도 느린 편에 속해서 지리한 공방이 이어진다.

마법 같은 경우도 마력 한계치에 비례해 평균 소비 수치가 결코 낮은 건 아닌데 마력 회복 수단에 있어 유난히 인색한 구석이 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HP 회복 아이템에 비해 MP 회복 아이템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말이다. (HP 회복 아이템은 제일 비싼 게 1000원인데 MP 회복 아이템은 4자리 수가 넘어간다)

마법 종류가 무려 60개나 되지만.. 마법 주문 명칭이 오리지날이라 되게 생소한데 마법 효과 같은 건 전혀 알려주지 않아서 불편한 구석이 있다.

타스/타스트/이트다스/이트라스(화염 마법), 루가/루가프/사루전(번개 마법), 푸자/푸자르/푸자라스(폭발 마법), 루자이/다루자트/스루차미/아루마차(진공 마법), 미아더/아메미스/터메크트/마메인오(광선 마법), 미두/미두아/지미드타/이치미마(풍설 마법), 오르크/오크야스/오크누드(지진 마법), 자나/자나미크(사망 마법). 여기까지가 공격 마법.

오스마/오스루마(적 행운치 감소), 시루루다/아트루드(적 속도 저하), 아레트/야루리트(적 방어력 감소), 치스다/치스차다/차리오라(최면술), 모다리사(적 MP 흡수). 디버프 마법들.

아스트자(적 마비), 마트리딘(적 안개), 루치다/하누페다(아군 방어력 상승), 오라마/루라루마(아군 행운 상승), 파무디스(전투시 도주), 라드미스(적 공격 마법 흡수), 아난자(HP 증가), 페레인루(적 마법 무효화). 버프 마법들.

야레스/로드스(단일 회복), 루드인/야레리크/로드오누/로드스트(전체 회복). 루인크(최면 회복), 루드라/라이후라(중독 회복), 인다트간/인다리아(동료 활력 부여). 회복 마법들이다.

특수 마법으로는 성리스트(월드맵의 인카운터율 상쇄), 라지누(한 번 방문한 마을로 이동), 루크누드(던전에서 입구로 탈출)가 있다. 뒤의 두 가지 마법은 아이템으로 대체가 가능한데 천사지익, 마음적을 사용하면 된다. 둘 다 속성이 ???로 표시된 특수 아이템으로 상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성리스트가 던전 안에서 먹히지 않아 던전 내의 인카운터율이 지독하게 높은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라지누와 루크누드가 고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쾌적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특히 라지누/천사지익은 한 번 방문한 마을은 어디든 이동이 가능한 관계로 월드맵을 뻘뻘 거리며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다만, 안 가본 곳은 갈 수 없으니 처음에 한 번은 무조건 직접 가봐야 한다.

월드, 마을, 던전 등등 전반적인 맵 디자인이나 스타일 자체가 스퀘어의 파이날판타지 시리즈를 모방했다. 배 입수 후 바다를 건너는 것과 창세지동이란 비공정을 입수한 뒤 하늘을 나는 비행선을 타고 3D로 표시된 월드맵을 날아다니는 걸 보면 빼도 박도 못하는 수준이다.

파이널 판타지의 틀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전투는 판타지 스타를 베낀 뒤 나머지 자잘한 부분도 기존에 나온 게임의 것을 가져다 썼다.

초반부에 신시록이 보관된 신전을 마족들이 급습할 때의 연출은 KSK의 퍼스트퀸 시리즈에 나온 걸 가져다 썼고, 난테야성 옥상에서 출몰하는 보스 사신의 썸네일 이미지는 샌드캐슬에서 개발하고 EA가 배급한 ‘임모탈’의 타이틀 화면에 나온 해골 이미지를 모방한 것이다.

게임 디자인과 시스템적으로 표절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스토리는 그래도 오리지날이고 또 멀티 시나리오를 채택하고 있어 나름대로 개성도 있다.

일단, 멀티 시나리오가 뭐 거창한 건 아니고 게임 진행 도중 합류하는 동료 캐릭터에 따라서 스토리가 약간 달라지는 거다.

엔딩은 결국 하나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동료 합류 여부에 따라 바뀐다.

주인공과 아리사는 남녀 주인공으로서 반드시 파티에 합류하는 캐릭터고 그 이외에 동료가 되는 캐릭터는 2명이다. 동료 후보는 라디크, 라옌, 니나, 루이스 등 총 4명이다. 이 중에 2명을 먼저 동료로 영입해 4인 파티를 완성하면 다른 후보는 동료로 삼을 수 없다.

각자 영입할 수 있는 조건이 다르다. 정확히는, 동료 영입 플레그를 켜놓고 거기에 따라서 진행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전사 시험을 본 뒤 신전에 가서 전투를 할 때 패배해 사로진 마을에 있는 자택에서 깨어나면 곧바로 교회에 가서 승려 라디크를 동료로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신전 앞 전투에서 승리하면 라디크 동료 플레그가 분쇄된다.

절연동 좌측의 휴게소에서 카니스성의 기사 단장 루이스를 동료로 삼을 수 있고, 절연동 선착장에 풍지령을 사용해 절연촌에 간 뒤 도적 소굴에서 보스를 때려잡으면 도적단 두목 라옌을 동료로 삼을 수 있다.

니나 동료 플레그는 신전 앞 전투에서 승리 후 자택을 나서기 전에 아버지에게 대화를 걸면 아스키 마을의 카미엘을 찾아가라며 서신을 주는데 그걸 해당 마을에 가서 건네주면 점술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동료 플레그가 열리고 도적 소굴 소탕 이후 동료로 합류한다.

홍동에서 루에스트의 결계에 맞서 남는 인물을 정할 때 히로인 아리사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를 고르면 무조건 죽는데, 아리사를 얻기 전에 루이스랑 둘만 있을 때 그곳에 가서 루이스를 골라 희생시키면 스토리상에서 루이스가 완전 사망처리되어 라디크 동료 플레그가 다시 열린다.

이론적으로 주인공/아리사/라디크/라옌. 주인공/아리사/니나/루이스. 주인공/아리사/라엔/루이스. 주인공/아리스/라디크/니나의 파티 편성이 가능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이런 멀티 시나리오 자체는 좋지만 해당 동료의 합류 이벤트를 제외하면 본편 스토리에 있는 듯 없는 듯 나오고 비중이 거의 없다는 거다. 후일담은커녕 본편에서조차 대사가 거의 없어 왜 나왔는지 모를 정도다.

본편 스토리에서 비중이 높은 건 오직 신족인 주인공과 아리사. 단 둘 뿐이고 동료들은 그냥 파티원 셔틀에 지나지 않는다.

본편 스토리의 최종 목표는 마왕 루에스트 격파인데 그 과정에서 신족인 주인공/아리사가 이혼대법으로 본래 육체를 되찾는 것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나머지 캐릭터들이 붕 뜰 수밖에 없다.

각 마을에 있는 자잘한 이벤트와 숨겨진 아이템 찾기 요소는 나름대로 괜찮았다.

샤라진 마을의 여관에서 손님의 이불을 덮어주면 과일 아이템 3종 세트를 주고, 아스키 마을의 병든 아들 이벤트에서 치료제인 반혼단을 가져다주면 상점에서 살 수 없는 족자 아이템들을 주며, 설엄촌에서 수집가의 집에 있는 보물상자를 열면 절도범 취급 받는데 사죄와 함께 배상을 하고 악마의 비수란 무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RPG 게임에서 민가의 보물 상자 열었다가 이렇게 당하는 건 또 처음이다)

루이스 합류 시 절연동에 있는 노인을 만났을 때 HP 소비 0의 비술 ‘십자참’을 배울 수 있고, 도적 소탕 후 절연촌 촌장에게 3000원과 은신술 족자를 얻으면 주인공이 유일한 비술인 은신술을 터득할 수 있다. 본작 주인공은 마법 전사 스타일이라 마법이 특기라서 본래 비술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참고로 이 십자참은 연출이나 기술명이 딱 판타지스타4의 주인공 루디 기술인 크로스 소드를 베꼈다)

절연동에서 절연촌으로 건너가기 위해선 풍지령이란 아이템이 필요한데 이게 마을 밖에서는 페루스 성 좌측에 있는 집에서 아이한테 100원을 주고 집안에 있는 여물통에서 입수하거나, 절연동에서 적안마를 만나 두 번 대화를 걸어 전투를 벌여 쓰러트리면 입수할 수 있다.

던전 안과 밖에서 스토리 진행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조취를 취한 것으로 매우 좋은 부분이다.

작중 최강의 검은 봉황검으로 알치다성에서 얻은 봉황휘장을 즉석에서 사용하면 봉인 해제 플레그가 열린 뒤, 최종 던전인 마극지의 루에스트성 돌입 직전에 이벤트가 발생해 자동으로 검을 입수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강한 검은 취설지검으로 창세지동 입수 후 하늘로 날아올라 설엄촌 서남쪽의 고원에 착륙해 땅에 꽂힌 검을 조사하면 이벤트 전투가 발생하는데 그걸 클리어해야 얻을 수 있다.

그 밖에 다른 레어 장비들은 특정한 마을에서 가게 주인 등뒤로 돌아가 대화를 걸어 물건을 사거나, 이벤트 보스 격파. 던전 안에 있는 보물상자에서 얻을 수 있다.

숨겨진 아이템을 단순히 공격력/방어력만 높은 게 아니라 일부 장비의 경우 특정 능력치를 2배로 상승시키기 때문에 가능하면 꼭 얻는 게 좋다.

마을 NPC와 대화를 할 때 기본 텍스트는 하얀 색이지만 특정 지역, 인물의 이름은 분명히 색깔을 입혀 강조하기 때문에 게임 진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도움이 된다.

마을/상점/던전 맵이 쓸데없이 넓어서 환경창에서 이동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해도 인카운터율 상승은 조절할 수 없어 잦은 전투가 벌어지는 건 좀 많이 불편하다.

설상가상으로 지도 개념이 전혀 없어서 월드맵이 됐든, 던전이 됐든 간에 플레이어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길이 없어 코앞에 있는 곳도 못 찾아 헤매는 일도 발생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결국 메인 스토리는 하나고 동료 합류 여부에 따른 서브 스토리만 변경되는 관계로 플레그만 남아 있다면 어떤 스토리를 먼저 진행하든 아무 상관이 없는 방식이라 어쩐지 정리가 안 된 느낌을 준다.

최종 목표는 분명히 알겠는데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어디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그저 마을 NPC가 주는 대화 힌트에 의지해 맨땅에 헤딩하듯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한 구석이 있다.

엔딩은 싱거울 걸 넘어서 참 애매하게 끝난다. 마왕 루에스트가 실은 진짜 마왕이 아니고 그보다 더 강력한 마왕 카나가 있으며, 사실은 카나를 부활을 꾀하다가 주인공 일행에게 탈탈 털려 요단강을 밟은 것인데.. 결국 최종 보스는 루에스트고 카나는 끝까지 부활을 하지 못한다.

그 뒤에 주인공 일행 후일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알치다 왕국과 난테야 왕국이 동맹을 맺고 알치다의 공주와 난테야의 왕자가 혼인을 하는데 주인공과 아리사가 그 결혼식에 참가했다가 예견자(예언자)가 밖에서 자신들을 기다린다며 돌아서서 떠다는 장면이 엔딩롤을 장식해서 이건 뭐 소드마스터 야마토조차 되지 못한다.

이게 어느 정도 뜬금없는 거냐면, 작중 난테야 왕국은 사신이 이끄는 마족 군단에게 점령당한 상태라 왕국 안이 던전화되어 있어 NPC 한 명 나오지 않은 곳인데.. 갑자기 엔딩에서 알치다 왕국과 동맹 및 왕자 공주 결혼식까지 나오니 너무 황당하다.

최소한 알치다 공주는 왕국에서 가출해 마을 NPC로 나와서 시덥지 않은 대사라도 몇 마디 하긴 하지만 그래도 얼굴이라도 비췄지, 난테야 왕자는 살아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도대체 왜 이걸로 엔딩롤을 장식한 건지 모르겠다.

주인공과 아리사가 차지하고 있는 인간 육체의 본래 주인들이 이혼대법에 의해 분리된 다음에 그래도 명색이 남녀 주인공 육체 셔틀을 했으니까, 어느 정도 포커스를 받을 만한데.. 둘 다 분리되기 무섭게 고향 마을로 순간이동해 순식간에 마을 NPC로 만들어 버려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나마 아리사는 가족들이 기뻐한다는 나레이션이 나오며 훈훈하게 끝났지, 주인공의 육체 주인은 성적 떨어진 걸 주인공 탓하는 못난 남자애로 묘사되어 자기보다 한참 어린 여동생한테 맨날 남탓만 한다고 극디스 당하는 찌질이로 나와서 정말 대우가 안 좋다.

결혼식 장면을 끝으로 엔딩 스텝롤이 올라간 다음, 뜬금없이 게임상에 나온 몬스터를 소개하는 몬스터 도감이 나오는데 일개 자코에서 최종 보스까지. 모든 몬스터가 다 차례대로 나와서 HP/MP, 공격력/방어력, 성격, 공격방식, 특기술 등의 수치가 다 공개된다. (그런 거 정리해서 넣을 시간에 캐릭터 후일담이라도 좀 넣으라고!)

결론은 평작. 파이날판타지의 디자인, 판타지스타의 전투 시스템을 차용해 짜깁기했지만, 동료 합류 여부에 따라 서브 스토리가 달라지는 멀티 시나리오를 채택한 게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비록 스토리의 밀도가 낮고 캐릭터 운용도 실패해 모처럼 도입한 멀티 시나리오도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그 시도만큼은 좋게 보고 싶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에서는 특정 아이템 노가다 요소가 하나 있다. 이달촌에서 나무 요괴를 물리친 다음, 요정의 숲속에서 나무 요괴를 찾아가면 ‘세계수지엽’이란 회복 아이템을 주는데 이걸 한 번 쓰고 다시 찾아올 때마다 1개씩 보충해주기 때문에 상점에 가져다 파는 아이템 판매 노가다를 할 수 있다.

덧붙여 이 작품의 배경 설정 중에 약간 특이한 게 하나 있다. 작중 신족이 절멸 위기에 처한 게 마왕의 부하가 퍼트린 괴물 변이 전염성 세균 때문에 그런 것이고, 그로 인해 신족의 왕 신엄제의 부인이 미감염자인 이혼대법으로 주인공과 아리사를 인간 세계로 보내 다른 인간의 몸에 영혼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혼대법은 둘째치고 판타지의 신족이 세균 병기에 절멸 위기에 처한 바이오하자드스러운 상황이 나름 참신했다.



덧글

  • 블랙하트 2015/06/21 08:38 # 답글

    장비 4개 슬롯을 제외한 나머지 슬롯에 아이템을 넣어야 하는거나 아이템 소지 한계때문에 ‘예치소’가 있는건 '마더 2'와 비슷하네요.
  • 잠뿌리 2015/06/23 11:52 #

    캡콤의 RPG 천지를 먹다와 그걸 베껴서 만든 대만의 탄식천지(삼국지외전) 등에서도 예치소 개념의 저장소가 존재하는데 이게 실은 일본 게임에선 꽤 예전부터 존재한 개념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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