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경운기를 탄 왕자님 (2012) 2019년 웹툰





2012년에 무적핑크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전 17화로 완결한 개그 만화. 스마트툰으로 나왔으며, 에피소드툰인 실질관객동화로 유명한 무적핑크 작가의 첫 스토리툰이다.

내용은 부동산 재벌인 주인공이 강남 한 복판에서 평당 1억 5천짜리 금싸라기 땅에서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작화 밀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아무리 개그물이라고 해도 개그에 특화된 그림체인 것도 아니고, 그림을 어떻게 잘 그려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화 자체가 크게 눈에 걸리진 않는 건 센스로 커버해서 그렇다.

개그 센스 자체는 나쁘지 않다. 언뜻 보면 병맛 같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정신줄 놓고 너무 막나가지는 않고 딱 적당한 선을 지킨다.

큰웃음이나 깨알 같은 웃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소를 자아내게 할 만큼의 웃음은 있다. 이 작품의 컨셉 자체가 황당한 상황과 어이없는 설정으로 실없는 웃음을 주는 거다.

캐릭터 자체는 나름대로 개성적인 편이다.

무 머리가 달린 왕자님은 부동산 재벌로 경운기를 몰고 다니며 강남 한복판에서 농사를 짓고, 항상 고양이 탈을 쓰고 다니는 소녀가 그 일을 돕는다.

고3 수험생인 권민아는 부모님 몰래 조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매진하며 식칼 자루에 엑스칼리버란 글자를 새기고 항상 가지고 다니고, 고양이 소녀의 과 선배는 초식남 이하 식물남이라 칭해지며 최은아 기자는 허영 덩어리인데 왕자님과 어떻게든 썸을 타 보려고 농사 멤버에 합류한다.

각 캐릭터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큰 매력은 없어도 개성은 갖췄고, 각자 분명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농사라는 키워드 하나로 주인공인 왕자님과 연관되니 주역으로서 부족함은 없다.

문제는 주역 캐릭터만 만들어 놨지 정작 스토리는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거다.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전체 16화중에서 끝나기 3화 전인 13화에서 곧바로 노래방 간주 점프하듯 스킵해서 몇 달 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지난 1~12화 동안 깔아 놓은 캐릭터 떡밥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넘어갔다.

고양이 소녀의 맨 얼굴, 과 선배와의 관계, 최은아 기자의 썸의 결말, 식칼 소녀 권민아의 조리사 자격증 취득 과정. 이 모든 떡밥을 회수하기는커녕 회수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막차를 타고 완결을 향해 달려간다.

특히 최은아 기자는 오프닝 때부터 나온 캐릭터라 작중 포지션만 보면 관찰자 시점의 주역이었어야 했는데 어느새 사라져 에필로그에조차 안 나온다.

왕자님의 동생 같은 경우도 포지션상 왕자님의 라이벌로 첨예한 갈등을 예상하게 했지만.. 첫 등장 이후 몇 달 뒤의 시간으로 훌쩍 넘어가는 바람에 본편 등장은 더 이상 없고 에필로그에 잠깐 나오고 만다.

이건 소드마스터 야마토급이라고도 할 수 없다. 소드마스터 야마토는 급결말이라고 해도 최소한 누가 어떻게 나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요약할 만한 스토리조차 없다.

‘농사 이야기’라고 요약하기에는 농사 묘사가 디테일한 것도 아니고, 농사를 만화의 한 소재로서 재미있게 풀어내 농사 자체의 매력을 어필한 것도 아니다.

농사를 만화의 소재로서 재미있게 풀어내 농사 자체의 매력을 어필한 것도 아니라 은수저’, ‘모야시몬’ 같은 농업 일상 만화와 비교할 수가 없다.

그저 농사 주제로 약간의 감성팔이만 할 뿐이다. 그 감성팔이도 애매한 구석이 있는데 농사에 대한 절실함이나 즐거움 같은 게 없어서 그렇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같은 게 전혀 없고, 기분 내키는 대로 농사를 시작한 느낌이라서 본격 농업물이라고 하긴 무리가 따른다.

애초에 ‘강남 한 복판에서 농사를 짓는다’라는 반짝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작정 시작했다. 그래서 문자 그대로 처음에만 ‘반짝’하고 끝난다.

뭔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 버린다. 아이디어만 좋지 그걸 끝까지 이끌어나가지 못한 것이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발상이 좋다고 냅다 시작한 것 같은데 이건 창작자의 고질병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작을 하지만 그 뒤를 잇지 못하는 것으로, 장편 연재 경험이 없는 작가가 겪는 통과의례적인 문제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다만, 이 작품은 이렇게 빨리 바닥을 드러낼 줄 몰랐다.

어찌 보면 에피소드툰을 그리던 작가가 스토리툰을 그려서 더 빨리 한계가 찾아온 걸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캐릭터만 다 만들어 놓고도 스토리를 풀어내지 못하고 폭망해버린 거다.

장편 연재 경험을 쌓으라고 하는 건 무리한 주문 같고, 스토리툰을 그릴 때 중단편이라도 이야기를 제대로 맺고 끊는 법을 익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결론은 비추천. 한참 떨어지는 작화를 센스로 커버했고 나름대로 개성적인 캐릭터 진용도 다 갖췄지만, 캐릭터 다 나오기 무섭게 급전개에 급결말로 마무리 되어서 최소한으로 요약 가능한 스토리조차 없으며, 농사를 만화 소재로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 아닌데다가 가슴에 와닿지도 않는 감성팔이만 하다가 끝내서 작가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무적핑크 작가의 유일한 스토리툰이 됐다. 이 작품 이후로 실질관객영화로 돌아왔다가, 지금 현재는 조선왕조 실톡을 연재하고 있다. 두 작품 다 에피소드툰이다.



덧글

  • 2015/05/12 18: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5/12 19: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참지네 2015/05/12 20:57 # 답글

    조금 아쉬운 작품이죠.
    스토리가 좀 더 길었으면 좋을 텐데.......
  • 잠뿌리 2015/05/15 19:34 #

    이 작품이 급전개 급종결로 끝나지 않고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가진 스토리를 에피소드화시켜 풀어나갔다면 좀 더 나은 작품이 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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