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자카토 만 (1995) 2018년 게임(카테고리 미정리)




1995년에 ‘막고야’에서 MS-DOS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 원제는 만(MAAN)으로 주인공 이름이 자카토이며, 패키지에 적힌 풀 타이틀은 ‘자카토 SD 만’이지만, 막고야가 이전에 만든 전륜기병 자카토 시리즈랑은 전혀 관련이 없다.

내용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기 무섭게 가방을 내던지고 비디오 게임기부터 켰다가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듣고 방에 돌아가 울던 소년이 잠에 빠져들었다가, 환상의 세계 ‘드리미아’ 속에서 깨어나 전사 자카토가 되어 가이버리, 루야 등을 동료로 맞이해 어둠의 여신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세균전’으로 유명한 막고야에서 만든 첫 RPG 게임이다.

주인공은 ‘자카토’, 동료는 ‘가이버리’, ‘루야’가 나온다.

자카토는 검을 사용하며 전격/광선/검기/반격/초급 회복/공격력 상승. 가이버리는 채찍을 사용하며 얼음/바람/적 HP 흡수/부활/적 MP 흡수/상급 회복/속도 상승. 루야는 에너지 볼을 사용하며 화염/전체 회복/적 HP 흡수/핵 공격/방어막/독. 등등 무기/마법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 셋 다 마법 전사 스타일이란 공통점이 있다.

남녀 혼성 삼총사 포지션인 게 성검전설 2의 랜디 일행이 생각나지만 그쪽만큼의 개성은 없다.

그게 캐릭터 대사가 활발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같은 동료가 됐든 적이 됐든 케미가 맞는 경우도 없어서 그렇다.

가이버리가 자칭 ‘상처를 치유하는 빛의 여신’이라 불린다는데 채찍으로 악당들을 후려 패려고 해서 악당들한테 드센 여자 취급당하는 게 유일하게 성격이 묘사된 장면이다.

루야는 ‘염화의 여신’이라는데 병상에 있다가 메인 스토리 진행 도중 회복되어 동료로 합류해서 본인 대사량도 적고, 포지션상 남이 대화하는데 끼어들 여지도 없다.

애초에 가이버리의 여행 목적은 친구 루야를 회복시키기 위해서인데 루야 회복 시점에서 목적 상실. 루야는 악당들이 왜 자기를 죽이려 했는지 직접 만나서 알아보려하는 게 여행의 목적이라 그것도 금방 달성된다.

동료 캐릭터의 개별적인 스토리도 너무 빨리 끝나고, 주인공과 아무런 점점이 없으니 동료 간에 유대감 같은 게 쌓일 리 없다. (자카토 혼자 남자고 가이버리, 루야는 여자로 하렘 파티 구성인데 연애 플러그 하나 꽂지 못하다니 인적 자원 낭비다!)

실제로 본편 엔딩 직전에 자카토 일행이 작별하는 씬이 되게 밋밋하게 나온다.

스토리 볼륨은 상당히 작은 편이다.

본작의 무대인 드리미아 대륙에는 몬스터를 제외하면 ‘얆은 꼬리족’과 ‘굵은 꼬리족’ 등 단 두 개의 종족만 나온다. 어둠의 여신 측아가 그들을 이간질시키셔 부족 전쟁이 일어날 뻔 한 걸, 주인공 일행이 나서서 측아를 물리치는 게 주된 내용인 것이다.

근데 두 종족 사이를 오가며 싸움을 중재하거나 뭘 하는 게 아니고.. 사건의 흑막을 알게 된 시점에서 바로 쳐 잡으러 가는 전개라서 뭔가 시나리오를 되게 급하게 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마야 여신의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만날지도 모른다는 말을 엔딩에서 구현해 게임 속 동료 캐릭터와 현실에서 재회하는 에필로그라도 들어갔다면 굉장히 훈훈했겠지만.. 현실은 그런 거 없다.

그냥 주인공이 원래 세계로 돌아갔다는 암시를 주는 엄마의 대사 한 마디 나오고, 구름 배경에 스텝롤 올라오고 끝이다.

오프닝은 그래도 애니메이션 느낌 나게 만들었는데 엔딩은 그런 게 전혀 안 들어가 있으니 마무리까지 안 좋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라고 광고한 부분은 심볼 인카운터로 필드를 돌아다니는 몹과 닿으면 즉석에서 턴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인데 ATB 게이지가 있어 적과 아군이 공격을 주고받는 것이다.

전투의 기본 베이스는 스퀘어와 에닉스 합작으로 1995년에 슈퍼 패미콤용으로 발매된 ‘크로노 트리거’를 모방하고 있는데, 크로노 트리거의 ATB2를 채택한 게 아니라 ‘파이널 판타지’의 ATB1을 채택하고 있어서 연계기 같은 건 쓸 수 없다.

가드/퇴각조차 지원하지 않고 오로지 공격/마법/아이템 밖에 선택할 수 없다.

문제는 ATB 게이지 차는 속도가 아군과 적군이 동률이란 점이다. 보통은, 아군의 ATB 게이지가 먼저 차야 커맨드 선택의 여유가 생기는데 이 게임은 그런 여유를 전혀 주지 않는다. 단 몇 초만 지체해도 적이 먼저 공격하고 마법 쓰고 다 하기 때문에 그렇다.

전투 난이도는 꽤 어려운 편에 속하는데 아군은 레벨 50에 HP 999가 한계인데 적군은 동일한 레벨이 HP가 1000단위를 넘어가며 보스의 경우 10000단위를 거뜬히 넘어가서 전투가 너무 오래 걸려 플레이어를 지치게 만든다.

무식하게 높은 HP로 버티면서 아군과 동률의 ATB로 공격을 해오니 일반 몹을 상대할 때도 피곤하고, 보스전을 치를 때는 대탈력이라 플레이 의욕이 뚝뚝 떨어진다.

무기/방어구는 각각 슬롯이 1개씩 밖에 없다. 정확히는 무기/방패뿐인데.. 게임 전체를 통틀어 상점이 있는 마을이 단 3개 밖에 안 나와서 결국 장비 업그레이드 기회가 3번 밖에 없다.

몹은 오로지 돈만 드랍하고 아이템은 일절 드랍하지 않아서 장비는 오로지 상점에서만 사야 되는데 업그레이드 기회가 적다 보니 적의 HP 상승 곡선을 따라가기 힘들다.

일반 몹이야 어찌저찌 잡는다고 해도 보스전은 진짜 악몽이다.

그렇다고 보스들이 뭔가 엄청 거대하고 공격할 때마다 화려한 이펙트를 선보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생긴 건 완전 쫄따구같이 생긴 애들이 중간 보스랍시고 나와서 HP 20000으로 들이대니 싸우다 보면 진짜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소비형 아이템은 소지 제한이 있어 1개당 20까지 밖에 가질 수 없다. 아이템의 종류는 HP 회복/MP 회복/상태이상 회복. 단 3가지가 전부다. (상태 이상이라고 해봐야 ‘독’ 밖에 없다)

탑승 시스템을 채용했다고 광고한 건 게임 본편에 나오는 ‘비트’라는 이름의 날틀이다. TAB키를 누르면 언제든 부를 수 있다. 성검전설 2의 바람의 태고와 같다.

비행기의 외형은 크로노 트리거의 ‘실버드’ 짝퉁이고 필드상에 표시된 스킨은 성검전설 시리즈의 ‘후라미’에 가깝다.

일단, 성검전설/파이날 판타지 같은 3D 필드 위를 날아다닐 수 있지만 배경은 움직이지 않아서 박진감은 전혀 없다. 상승, 하강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착륙지점은 지역 이름이 뜬 곳 밖에 못한다.

먼 거리를 쉽게 이동할 수 있어요! 라고 게임 안이나 밖에서 광고하고 있지만.. 비트가 나온 건 극후반부라서 큰 도움은 안 된다. 어느 정도 후반이냐면 비트를 탄 시점에서 알쏭달쏭 동굴/실베스타 마을에 가서 보스를 쳐 잡고 마야 신전으로 돌아오면 최종 스테이지 돌입이다.

이런 이동 기구가 있으면 진작 좀 사용할 수 있게 해야지 게임 거의 다 끝나갈 때쯤 사용하게 만드니 의미가 없는 거다.

일반 이동은 굉장히 느리고 불편하다. 설상가상으로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에 길을 만들어 놓고는 알아서 찾으란 식으로 만들어놔서 헤매게 만든다.

병상에 있는 루야를 위해 구명초를 얻으러 가는 초반부 전개가 특히 그렇다. 길 한복판을 가로 막는 벽을 향해 전진하면 의외로 반대편으로 나갈 수 있고, 동굴에서 삼두룡 처치 후 사막 지대로 나왔을 때 막다른 길까지 갔다가 야쟈수에 접근하면 순간이동을 하는 등 맵 디자인이 거지 같다.

던전은 트랩 요소는 일절 없고 길 찾기도 어려운 건 아닌데 항상 가는 길 사이에 몹이 서성거리고 있어 전투를 해야 되는데.. 화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리젠되어 있어 엄청 피곤하다.

던전을 지나쳐 마을로 도착해 이벤트를 보면, 한 번에 어디론가 이동하는 게 아니라..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던전을 또 한 번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2배가 된다.

마을은 쓸데없이 맵이 넓기만 한데 가야될 곳은 한정되어 있는데다가, 마을 NPC들 대사 스크립트는 정말 무성의하게 만들어서 대화의 재미가 1그램도 없다.

어느 정도냐면 마을 NPC중 아예 대사가 ...로 끝나는 캐릭터가 많이 있고, ‘어디서 왔니?’, ‘처음 보는 얼굴이네.’, ‘비켜주세요.’ 이런 형식적인 인사가 지나치게 자주 나온다.

90년대 한국 RPG게임을 하다 보면 마을을 돌아다니는 일개 동물들한테 대사 스크립트 짜 놓은 거 보면 참 유치하지만 그건 그나마 유치한 맛이라도 있지, 아무 대사 없이 ‘...’ 이렇게 말줄임표만 나오는 건 좀 너무했다.

센스가 좋거나, 깨알 같은 웃음을 못 준다면 최소한 여긴 ‘어디어디 마을이에요.’라고 안내 역할이라도 좀 해야 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이 게임은 비트를 타고 하늘을 날기 전까지는 플레이어가 어느 마을에 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마을 NPC는 물론이고 마을 이정표조차 없다.

아니, 마을 이름 안 나오는 건 둘째치더라도. 메인 스토리에서 누군가 어디 가서 뭘 하라고 지시는 하는데. 가는 방법을 전혀 일러주지 않는 게 큰 문제다.

예를 들면 후반부에 마야 여신이 ‘빛의 무리들을 구하세요!’ 이 말 달랑 한 마디하고 그 어떤 힌트도 주지 않는데.. 그 다음에 해야 할 진행은 알쏭달쏭 동굴에 가서 삼두룡과 2차전을 벌이고, 실베스타 마을에 가서 악당들을 쳐 잡아야 한다. (이거 순서가 바뀌면 진행이 안 된다)

아무런 힌트 없이 진행을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 ‘당신의 상상력을 발휘해보세요!’라고 하기에는 맨땅에 헤딩하는 건데 최소한 어디에 머리를 박을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최종 보스인 어둠의 여신 측아는 크로노 트리거의 어둠의 여신 질 여왕을 모방한 캐릭터로, 작중 행적은 여신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걸 끝까지 지키기 위해 빛의 두 종족을 이간질시키는 패악을 저지른 악의 여신이라 질 여왕과 설정이 다르긴 하지만.. 최종 보스전 1차전 때 인간 폼으로 나오고, 2차전 때는 히트 포인트가 머리, 왼팔, 오른팔인 거대 로봇 형태로 나와서 싸움을 걸어와서 빼도 박도 못한다. 원작에서 질 여왕의 기술 중 타겟의 HP를 1로 만드는 할레이션은 본작에서 주사기 이펙트로 나와 타겟의 HP를 500 깎아버린다. HP 999면 2방이면 죽고, 500 이하면 한방에 즉사다.

이 작품의 테마는 '어둠이라고 해도 다 나쁜 건 아니다.' 이건데, 측아가 이끄는 어둠 진영의 행적은 아무리 봐도 좋은 게 하나 없이 죄다 나쁜 것 투성이인데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다느니, 자비로운 어둠이 필요하다니 쌍팔년도 판타지의 빛과 어둠 드립만 계속 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그런 드립을 칠거면 어둠의 긍정적인 모습을 좀 보여달라고!)

결론은 비추천. 게임의 기본 베이스는 스퀘어의 크로노 트리거/파이널 판타지를 모방해서 아이디어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스토리 볼륨이 작은데 대사 스크립트부터 시작해 맵 디자인, 전투 밸런스, 유저 인터페이스 등 게임 전반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데다가 마무리까지 엉성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게임 잡지 부록/쥬얼 CD 버전은 암호표 없이 진행이 가능하지만, DOS판의 경우 암호표가 필요한데 게임 시작할 때 암호를 입력하는 게 아니라.. 게임 극후반부에 비트를 타고 마야의 신전에 갔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착지할 때 암호를 물어본다. 암호 임력에 실패하면 지하 감옥에 갇히는데 상태창을 열 수 없어서 게임 자체를 꺼야 한다.

덧붙여 이 게임은 1996년에 대만으로 수출됐다. 한국 DOS판의 패스워드 문제를 임시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이브 파일을 대만판에 덮어씌운 뒤 비트로 목적지에 착지 후 세이브한 다음 다시 한국판에 세이브 파일을 덮어 씌워서 진행해야 한다.

추가로 이 게임은 버그가 꽤 많다. NPC의 몸통을 뚫고 지나가는 것부터 시작해 이벤트 장면에서 등장 캐릭터가 벽을 뚫고 사라지는가 하면, 아예 메인 스토리에서 감옥 창살문을 ‘만화니까 그냥 지나가자!’ 이 말 한 마디를 남기고 창살을 뚫고 지나가기까지 한다.

게임 진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버그도 있는데 비트를 얻을 수 있는 마을의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다시 일어나보면 가이버리아를 동료로 얻을 수 있는 마을로 넘어가 버린다. (즉, 후반부 마을에서 초반부 마을로 워프한다는 거다!)



덧글

  • 블랙하트 2015/05/11 19:39 # 답글

    최종보스인 어둠의 여신도 크로노 트리거의 보스인 질 여왕을 배낀거였죠.
  • 잠뿌리 2015/05/11 20:39 #

    캐릭터의 행적이나 설정은 다르긴 하지만 라스트 보스로서 1차는 여신 모습. 2차는 머리, 왼팔, 오른팔이 히트 포인트인 거대 로봇으로 등장한 거 보면 질 여왕 베낀 게 분명해서 빼도 박도 못합니다. 질 여왕의 HP 1만드는 기술 할레이션이 여기서는 데미지 500짜리 기술로 나오기도 하죠.
  • NoSyu 2018/06/13 16:31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오늘 제 블로그 글을 보다가 문득 예전에 녹화한 영상이 깨져 유투브에 올렸습니다.
    https://nosyu.pe.kr/1382
    그러던 중 혹시 관련 글이 있는가 싶어 찾아보다가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 이 게임을 버그 때문에 실행조차 힘들어서 제대로 못했기에 기억이 전혀 없는데 덕분에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네요.
  • 잠뿌리 2018/06/14 18:23 #

    버그 때문에 문제가 좀 있던 게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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